꽃밥 - 제133회 나오키상 수상작
슈카와 미나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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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나왔다가 절판된 후 출판사를 바꿔 재간되었다. 제133회 나오키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다른 작품과 비교할 수밖에 없었다. 문체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비슷한 것도 있다. 괴담 혹은 기담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것이다. 이 단편집에 실린 여섯 편의 이야기는 모두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이야기들이다. 환생, 도깨비, 기물, 기담, 언령, 환상 등을 소재로 기억과 추억을 풀어낸다. 소재는 특이하지만 그 바탕에 깔린 감성은 그리움과 향수와 애절함 등이다. 동화 같은 분위기도 살짝 풍기는데 한 편 한 편이 감성을 자극한다.

 

<꽃밥>은 환생한 여동생 이야기다. 전생의 기억을 잊지 않고 어린 아이의 몸으로 그곳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오빠의 도움으로 성공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사랑하는 딸을 잃은 아버지의 애절한 사랑이다. 죄의식으로 죽지 못해 살아가는 그가 선택한 것이 최소한의 음식 섭취다. 다시 태어난 딸은 전생의 아버지를 위해 하나의 도시락을 만든다. 가족들만이 기억할 수 있는 것이다. <도까비의 밤>에서 도까비는 도깨비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한 재일한국인의 음이다. 혹시 했는데 역시 도깨비였다. 재일한국인 정호가 죽은 후 매일 밤 도깨비가 되어 그 동네를 돌아다닌다는 내용인데 그 시대의 삶이, 차별이 조용히 깔려 있다. 정호의 밤마실이 왠지 찡하게 다가온다.

 

<요정 생물>은 기이한 생물이 등장하면서 한 소녀의 첫사랑과 비틀리는 삶이 펼쳐진다. 코인로커 베이비라는 아기 유기와 소녀의 삶이 겹쳐지고, 요정 생물이 주는 쾌락과 그 속에 숨겨진 욕망의 다른 모습이 괴이하게 다가온다. 이 단편집에 등장하는 가장 우울한 엔딩이다. 반면에 <참 묘한 세상>은 웃기다. 삼촌의 장례식을 배경으로 그를 둘러싼 각각 다른 성격의 세 여자 이야기가 아주 코믹하게 풀려나온다. 마지막 장면은 반전처럼 다가오는데 앞에 읽었던 우울한 마무리를 웃음으로 가볍게 날려버린다.

 

<오쿠린바>는 말의 힘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오쿠린바가 지닌 힘이 너무나도 대단하여 그 힘을 나쁘게 사용하면 엄청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물론 그 힘이 어디까지 발휘될 수 있을지는 다른 문제지만. 우리가 흔히 하는 말인 ‘말이 씨가 된다’를 확대했고, 판타지 소설에서 마법사들의 그 주문과도 이어진다. <얼음나비>는 가슴 아픈 역사의 한 단면을 다룬다. 오해가 쌓여 외톨이가 된 소년이 묘지에서 열여덟 꽃다운 소녀와 만나 친분을 쌓는다. 소녀의 정체를 가장 쉽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리고 드러나는 진실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아니 가슴 아프다. 일본이라는 공간 대신 한국을 넣어도 그대로 적용이 되어지는 역사의 한 장면이기 때문이다.

 

각각 다른 소재와 분위기로 이야기를 펼치지만 그 무대는 대부분 오사카 변두리 동네다. 재일동포들이 많이 사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재일동포가 직접 간접적으로 등장한다. 언젠가 오사카에 가게 되면 한국인 거리를 한 번 돌아보고 싶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이 아닌 과거의 기억 속에서 나왔다. 추억과 향수와 그리움과 애절함 등이 서로 뒤섞여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슈카와 미나토의 진면목을 이번 단편집을 통해 만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의 어릴 적 기억들을 하나씩 떠올려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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