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는 비명 킴 스톤 시리즈 1
앤절라 마슨즈 지음, 강동혁 옮김 / 품스토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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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 스톤 시리즈 1권이다.

현재 4권까지 출간되었다.

이 시리즈 출간은 번역자의 팬심 덕분이다.

이 시리즈를 출간하기 위해 출판사까지 차렸다. 대단하다.

천천히 한 권씩 읽을 예정인데 주인공 킴 스톤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와 함께 근무하는 다른 경찰들도 각자의 매력을 조금씩 품어낸다.

먼저 읽은 독자들에 의하면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더 좋아진다고 하니 더 기대된다.

그리고 이전에 다른 제목으로 2권까지 출간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이번에 새롭게 나온 시리즈의 표지와 제목이 더 마음에 든다.


다섯 명의 남녀가 새로 쌓인 흙더미 위에 서 있다. 때는 2004년이다.

이들이 공범임을 알려주는 몇 가지 행동은 앞으로 펼쳐질 사건을 암시한다.

이들이 서 있던 곳은 보육원 크레스트우드의 공터였다.

그리고 첫 번째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첫 대상은 보육원 원장이었던 테레사 와이어트다.

욕조에 있는 그녀를 형체가 그녀를 물속으로 밀어 넣어 죽인다.

이 사건이 취미로 오토바이 조립과 재건을 하던 킴 스톤에게 연결된다.

그녀의 죽음과 관련된 다양한 가능성을 킴 스톤을 파고든다.


테레사 와이어트가 보육원 원장이었던 크레스트우드 부지를 발굴하고 싶어하는 고고학자가 있다.

그의 요청은 몇 사람의 반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죽음이 킴 스톤의 직관을 건드리고 이곳에 무엇인가 있다고 생각한다.

고고학자의 함께 몰래 이곳을 조사한 킴 스톤은 첫 번째 유골을 발견한다.

이 피해자가 어떻게 죽었는지는 살인자의 독백으로 자세하게 흘러나온다.

읽다 보면 그 잔혹하고 참혹한 장면에 몸서리친다.

이 살인자가 다른 피해자를 어떻게 죽였는지 말할 때 그 참혹함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늘어난다.

이 독백은 법의학자가 발견한 증거를 실제 상황으로 재현한 것이다.


킴 스톤의 조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이 보육원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죽음이 늘어난다.

현재에 늘어나는 죽음만큼 크레스트우드에서도 유골이 더 발견된다.

과거의 기록이 제대로 보전되지 않았고, 화재 사건이 있어 더욱 힘든 상태다.

킴 스톤의 팀원은 온라인을 통해 수사에 필요한 자료들을 수집한다.

킴은 동료 브라이언트와 함께 과거 보육원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만나러 간다.

병으로 죽은 사람, 사고인 듯한 사람, 근위축증의 아이를 돌보는 사람 등.

이들은 질문이 좀더 깊은 곳까지 나아가면 어느새 입을 다문다.

우리가 아는 진실까지 킴과 그 동료들이 도달하려면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하다.


잔혹한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과 킴의 대결은 끈기와 의지의 싸움이다.

킴 자신이 보육원 출신이다 보니 이 아이들의 마음을 아주 잘 이해한다.

참혹하게 살해된 아이들의 유해는 킴뿐만 아니라 발굴자들마저 분노하게 한다.

작가는 사건이 이어지면서 용의자를 범위를 줄이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을 만든다.

반전의 연속이자 어떤 대목에서는 의혹의 시선을 던지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직설적으로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킴은 심문 기술이 부족해보인다.

이것을 보충해주는 동료의 존재는 그녀의 폭주를 막기까지 한다.

킴 스톤의 과거사는 그녀가 얼마나 강한 의지를 지녔는지 보여준다.

동시에 불행했던 과거와 그 불행을 잠시 잊게 만든 양부모도 같이 알려준다.

이런 부분들이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의 진면목을 그대로 드러내고 사건을 해결한다.

물론 이 과정이 그녀 혼자만의 공은 아니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고 재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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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고 바라옵건대 안전가옥 FIC-PICK 7
김보영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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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FIC-PICK 7권이다.

신수를 소재로 묶은 앤솔로지다.

신수는 신령스러운 동물을 말하고, 판타지에서 많이 다루어진다.

보통 판타지를 볼 때 이 신수들은 주인공과 함께 움직이는데 여기서는 조금 다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신수의 역할을 각각 자신의 상상력으로 비틀고 재해석했다.

다섯 작가 중 넷은 낯익고, 한 명은 처음 만난다.

다섯 편이 나의 취향에 따라 조금씩 편차가 보이는데 전체적으로 재밌다.

아직 남아 있는 신수들을 생각하면 작가의 후기에 나온 것처럼 시리즈도 가능할 것 같다.


김보영의 <산군의 계절>은 백호가 주인공이다.

시대는 고구려 초기, 아직 산들에 호랑이들이 많을 때다.

산군 밀우는 먹을 것 없는 한 겨울 버려진 한 아기를 발견한다.

주린 배에 맛있는 한끼 식량이 나타났다고 생각하는데 이 아기는 좀 다르다.

호랑이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달려들고 젖까지 힘차게 빤다.

이 아이의 이름은 후녀, 나중에 고구려 11대 왕 동천왕의 모친이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보다 이 시대의 권력 다툼과 변하는 시대상을 보여준다.

뛰어난 가독성과 역사와 연결해 신수를 해석한 부분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이수현의 〈용아화생기(龍芽化生記)〉는 제목대로 용이 되는 이야기다.

승천에 실패한 용과 그런 용아를 폭포에서 건진 규.

지독한 가뭄으로 물이 말라 먹을 물을 깊은 산 속 폭포에서 길러 먹는 마을 사람들.

이 높고 깊은 곳까지 마을 사람들이 올 수 없기에 건장한 규를 보낸다.

물통을 지고 산을 오르락내리락거리는 규, 용아의 승천을 바라는 규.

규가 가져온 물에 불만인 마을 사람들, 더 열심히 노력하는 규.

규는 용아가 승천해 비를 뿌려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가뭄은 거칠 기미도 없고, 마을 사람들은 폭포의 수원을 넘길 생각을 한다.

예상된 비극과 규를 아낀 용아의 마음, 화생의 의미, 낯익은 이야기이지만 재밌다.


위래의 〈맥의 배를 가르면〉은 꿈처럼 혼란스럽게 다가왔다.

기억이 정확하다면 처음 읽는 작가다.

꿈을 먹는 맥, 그 맥의 배를 가르면서 튀어나온 꿈들.

꿈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고, 꿈이 다양한 모습으로 바뀌는 모습들.

꿈을 다시 맥에게 넘겨줘야 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다.

맥의 뱃속에서 발견한 자신의 죽은 모습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한 기자가 흥미로운 기삿거리를 쓰려다 생긴 이 기묘하고 환상적인 상황들.

마지막까지 읽은 후에도 왠지 모르게 모호한 내용 때문에 혼란스럽다.


김주영의 〈죽은 자의 영토〉는 장편으로 풀어내었으면 좋겠다.

주인공 무명은 죽으면 대대로 저승사자로 일해야 하는 가문의 외동 손녀다.

외할아버지가 아들이 없는 관계로 저승사자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바뀐 시대상에 따라 큰딸인 엄마가 죽으면 저승사자가 되어야 한다.

이 운명을 피하기 위해 무명은 이름을 바꾸고 전국을 떠돈다.

그러다 우연히 찾게 된 곳에서 마주한 덤의 입구나 외곽을 지키는 신수 진묘수.

그냥 작은 동네의 마트 할머니 정도로 생각했는데 말이다.

이런 이상한 일을 피하려고 전국을 떠돌았는데 하나의 사건이 그녀의 발을 묶는다.

그리고 한 장편의 서막 같은 콤비가 만들어지면서 마무리한다. 장편이 나오겠죠?


이산화의 〈달팽이의 뿔〉은 낯익은 이야기가 변주되었다.

<장자>에 나오는 북해의 곤을 사냥하는 사람들 이야기로.

이 곤이 붕으로 변하면 세상에 큰 문제가 생겨 날아오르기 전에 잡아야 한다.

그런데 물속에서 이 곤을 잡는 것이 아니라 날아오르려는 순간 올라카 위석이 담긴 곳을 찔러야 한다.

이 곤의 비늘과 위석은 이 세계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재료다.

비늘은 철보다 강하고, 위석은 석탄보다 더 효율적이다.

부자를 꿈꾸는 흑삼릉, 한 침어꾼의 설명을 듣고 특별한 곤을 잡는 기술을 연마한 봉안람.

이 둘의 목표는 다르지만 같은 대상을 향해 나아가는 마지막 장면과 달팽이의 뿔.

고사성어와 단어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고 조립했는데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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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찰무녀전 조선의 여탐정들
김이삭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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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부, 달 밝은 밤에>의 스핀오프라고 한다.

당연히 이 소설은 아직 읽지 않았지만 기회가 되면 읽고 싶다.

솔직히 말해 내가 기대하고 예상한 것과 다른 내용이고 전개 방식이다.

살짝 웹 판타지 소설 같은 내용과 조금 가벼운 내용을 기대했는데 아니었다.

잘 정제된 문장과 충실한 자료 조사가 만들어낸 이야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설자에서 풀어낸 이야기가 씨앗이 되어 꽃을 피우는 과정은 단단하고 현실적이다.

조금 가볍게 본 나의 인식을 바꾸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고, 다른 소설도 기대하게 한다.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가상 캐스팅을 한 것은 드라마로 만들어질 것 같기 때문이다.


무산. 궁녀였다. 대나무 같은 성격의 아이다,

프롤로그에서 무산이 보여준 행동들은 직관적이고 아주 현실적이다.

하지만 가장 친했던 친구가 궁내 사건으로 죽자 머리를 써 궁밖으로 나온다.

신내림을 받은 것처럼 행동해 무녀골에 자리잡는다.

무녀골에서 그녀는 맹인 판수 돌멩과 함께 사기를 치면서 생활하고 있다.

평범한 듯한 일상에 한 양반이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손각시를 왕신으로 모시고 있는 가문의 왕신을 쫓아내어달라는 요청이다.

이 가문의 비사를 듣고, 가주의 어머니가 없는 동안 왕신을 몰아내었다고 사기를 치려고 한다.

모든 계획이 이루어지려고 하는 순간 어머니가 나타나 마무리를 하지는 못한다.


무산과 돌멩은 보수로 받은 비단을 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돌멩이 바로 집으로 향하지 않고 곳곳을 돌면서 자신의 몫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

이 과정에 두박신이란 존재를 만나고, 이 두박신이 복수를 해준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문제는 이 두박신에 전 왕조의 최영 장군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조선이 세워진 지 그렇게 오래되지 않는 시점에 이 무속 신앙은 위험한 신앙이다.

왕명에 의해 두박신과 관련된 수많은 백성들과 무녀들이 체포된다.

무산 등이 무녀골에 왔을 때 무녀골 사람들이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그녀 앞에 궁정상궁이 나타나 두박신의 정체를 밝혀내라고 말한다.

무신의 조사 결과에 따라 무녀골 사람들과 잡혀온 사람들의 미래가 달렸다.


이제 본격적인 무산의 활약이 펼쳐진다.

헌데 항상 그녀의 곁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 많은 이야기를 듣는 돌멩이 없다.

대신 신내림을 받아 귀신을 보는 서자 설랑이 일행이 된다.

꼬장꼬장한 관리 이보정과 함께 소문의 진원지를 찾아간다.

하지만 그곳은 이 소문을 많은 사람들에게 퍼트리기에 적합하지 않다.

뛰어난 통찰력을 가진 무산은 가장 유력한 곳을 금방 알아챈다.

가난한 백성들이 병 등에 걸렸을 때 가는 곳, 활인원이다.

이곳에는 이미 돌멩이 머물고 있고, 이렇게 세 명의 조합이 이루어진다.

한 번 들어가면 쉽게 나올 수 없는 곳이지만 감찰 때문에 그녀와 설랑은 가능하다.

그리고 유력한 용의자 한 명이 불탄 채 발견된다.


조선 초기의 생활상을 상당히 현대적으로 해석해서 풀어낸다.

활인원에서 많은 사람들이 건강해진 것을 영양이 좋아져서 그렇다고 말한다.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음식과 충분한 휴식이지 않은가!

이런 닫힌 공간에서 만들어진 굳은 믿음은 그곳이 열렸을 때 다양한 곳으로 전파된다.

이런 두박신의 배후에 있는 사람이나 단체는 어디일까?

왜 이런 신앙을 퍼트려 문제를 일으키는 것일까?

설랑이 본 귀신과 돌멩의 탁월한 정보 수집 능력이 무산의 추리와 결합한다.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무산은 이전에 보지 못했고 알지 못한 것을 알게 된다.

각각의 재밌는 캐릭터들은 곳곳에서 소소한 재미를 만든다.

그리고 시신들을 검험한 검험 산타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데 혹시 전작의 검험 산파 아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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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필드 안전가옥 쇼-트 25
박문영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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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쇼트 25권이다.

낯선 작가라 처음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다른 단편집에서 만난 적이 있다.

인터넷 서점 검색을 하니 생각보다 훨씬 많은 책들이 출간되어 있다.

장편도 있고, 앤솔로지 참여도 많이 보이는데 아직은 조금 낯선 이름이다.

이 경장편은 웹진 <비유>의 초단편에서 확장된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이런 확장을 좋아하는 편이고, 가끔 장편으로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단편들이 보인다.

이 소설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역시 컬러 뱅글이다.

이 뱅글은 각자의 성적 페로몬을 반영해 색을 드러내는 팔찌다.

덕분에 연애는 더 쉬워졌고, 삶의 방식도 변한다.


뱅글은 기본적으로 매칭 서비스 제품이다.

이 제품을 만든 기업 컬러 필드는 같은 이름의 컬러 필드란 도시를 만들었다.

뱅글의 색을 보고 자신에게 맞는 상대와 연애를 하고 마음이 맞지 않으면 헤어진다.

컬러 필드란 도시가 만들어진 이유 중 하나는 줄어드는 출생률을 올리고 싶기 때문이다.

20~30대 젊은 청춘들이 이 제품의 주 사용자인데 뱅글은 보안기능도 있다.

하지만 비싼 정품 뱅글 대신 가짜를 사는 사람들이 있다.

단순히 비싼 것 때문에 가짜를 사는 것이 아닌 사람들도 있다.

장은조가 찬 뱅글은 쓸데없는 사람들을 물리치기 위한 용도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 그 사람의 호감을 사기 위해서.


안류지는 컬러 필드의 리스크관리팀 직원이다.

한 공사장에서 사람이 떨어져 죽었는데 그가 뱅글을 차고 있었다.

시신 옆에 놓인 깨진 뱅글, 이것은 가짜다.

죽은 이는 대학 교수이고, 그의 아내가 자신이 죽였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여자의 주장이 충분한 신뢰를 얻지 못한다.

정신병 이력과 현실과 꿈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 때문이다.

이렇게 한 죽음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컬러 필드와 뱅글에 대한 부분으로 넘어간다.

그리고 안류지를 주변에서 관찰하는 장은조의 모습이 보인다.


장은조는 어릴 때 가슴 아픈 기억을 하나 품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을 위해 아버지가 도시락을 싼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여자에게 그 도시락을 준 것이다.

이 여자 아이는 자신의 아버지를 아빠라고 부른다.

이때의 강렬한 기억은 평생 그녀에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되었다.

안류지에게는 2년동안 동거한 남친이 있다. 백환이다.

사진작가인 그와의 생활은 생각보다 길었고,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작은 균열의 씨앗과 의심의 싹은 계속해서 자라난다.

상황은 생각하지도 못한 곳에서 사건으로 조금씩 움직인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결혼식장 장면이다.

어딘가에서 본 듯한 장면과 상황이지만 웃픈 장면들이다.

사랑, 자백, 한탄, 걱정, 욕망, 과거사 등이 뒤섞여 흘러가고 멈춘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밝혀지는 몇 가지 사실들은 짐작도 하지 못한 것들이다.

이런 미스터리와 함께 재밌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 새로운 연애방식이다.

기존 가치관과 새로운 연애 방식의 충돌, 이해 부족.

이 사이를 파고 더러운 욕망과 감추어진 사실들.

인간의 본능을 형상화해서 성공한 사업과 그 상업주의의 폐해.

다양한 인간의 욕망을 조금식 풀어내었는데 좀더 깊고 넓게 확장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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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괴담 안전가옥 FIC-PICK 8
범유진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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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FIC-PICK 8권이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낯익은 공간인 직장을 소재로 했다.

하루 중 집을 제외하면 가장 오랜 시간 머무는 곳.

한때는, 누군가에게는 집보다 더 오랜 시간 머무는 곳.

다섯 명의 작가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직장과 괴담을 다양하게 엮었다.

이 이야기 속에서 각자의 경험에 따라 공감하는 바가 나누어질 것이다.

읽으면서 혹시 나도 소설 속 누군가처럼 문제 있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경계를 했다.

그리고 각각의 서늘하고 무섭고 무엇보다 현실적인 이야기에 놀란다.


범유진의 <오버타임 크리스마스>는 이런 회사가 존재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계약직과 정규직을 극단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이 정도로 사람을 괴롭히는 사람들이 존재할까?

현실은 언제나 소설보다 더 잔혹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나의 경험 부족일지도 모른다.

작가는 초자연적인 현상과 직장내 왕따를 엮었다.

노골적인 왕따와 괴롭힘, 어떻게 해서라도 이력서에 넣을 한 줄이 필요한 계약직.

그리고 바뀌지 않는 메신저와 대나무숲처럼 풀어놓는 불만들.

누군가에게는 장난일지 모르지만 그 피해자에겐 너무나도 잔혹한 폭력들.

찝찝함과 함께 마지막에 살짝 통쾌함이 남는다.


최주안의 <명주고택>은 마지막이 어렵다.

덴마크 여왕의 방한과 외교부의 의전 행사를 위해 선택된 경북의 고택 방문 행사.

도청과 시청의 담당자 사이에 벌어지는 작은 알력.

명주고택의 풍수지리적 위치와 개미와 개미귀신 구덩이 에피소드의 결합.

행사업체 선정에 사고로 늦어진다고 말한 업체.

그 업체의 뛰어난 프레젠테이션과 시청 담당자가 미는 업체 사이에 생긴 선정 문제.

그리고 이상하게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과 이상한 전화 한 통.

헛제삿밥과 뒤틀리는 시간과 공간. 서늘하고 무섭다.

그런데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이 상황에 대해 쉽게 결말을 내리지 못한다.


김진영의 <행복을 드립니다>는 계약직에 대한 갑질 이야기다.

코로나 19로 남편과 사별하고 죽은 환자 때문에 병원에서 일하지 못하게 된 간호사 출신 윤미.

싱글맘이자 가구 회사 보안팀 계약직 직원이다.

계약 갱신을 바라며 열심히 일하지만 팀장은 그녀의 사소한 실수를 코투리잡는다.

12월 31일 아이와 함께 여행을 준비하지만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은 동료 때문에 출근한다.

이때 폐가구 소각장에서 두 아이를 발견하고 전시장으로 데리고 들어온다.

경찰에 이 두 아이에 대해 신고하지만 출동한 경찰들은 어디에서도 그 아이들을 발견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뛰어 놀던 침대를 산 진상 손님이 이상한 말을 한다.

약간 뻔한 진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윤미의 행동은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복수다.


김혜영의 <오피스 파파>는 오피스 와이프의 변형이다.

가정 폭력범 아버지에게서 달아나기 위해 취직한 광고 기획사.

고졸인 그녀를 직접 뽑아 친절하게 민정을 아껴 준 직속 상사 강성필 팀장.

수습 기간이 끝난 후 그의 본색은 드러나고, 민정은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전락한다.

점점 쌓여가는 분노와 자신도 모르게 길들여진 생각과 말.

이런 현실에 갑자기 나타난 고액의 이상한 쓰레기통.

쓰레기통 주인이 쓰레기라고 생각한 것을 담으면 사라지는 신기한 쓰레기통.

그리고 그 존재에 대한 기억이 점점 사라지는 기묘한 쓰레기통.

자신의 뒤틀린 욕망을 쓰레기통에 담아버리는데 문제가 생긴다.

후반부의 폭주와 잔혹한 장면은 그 범위를 알 수 없는 공간과 더불어 머릿속에서 맴돈다.


전혜진의 <컨베이어 리바이어던>은 무서운 현실을 보여준다.

한때 기분 좋은 알바 자리였던 곳이 잃어버린 아이패드 때문에 무거운 현실이 된다.

자신은 단지 아이패드를 살 돈을 벌기 위해 일하지만 누군가는 생존을 위해 일한다.

2시간 배송을 자랑하는 딜리원 물류센터에서 새내기 소민은 알바를 한다.

학기 중에 경험한 하루 알바는 아주 쉬운 일이었다.

그리고 함께 팀을 짠 윤주는 그녀에게 이 일이 얼마나 절실한지 말한다.

하지만 아직 그 절실함을 경험하지 못한 소민은 그녀와 그녀의 가족을 이해하지 못한다.

단순히 잃어버린 물건을 살 돈을 벌기 위한 학생과 생존에 몸부림치는 노동자의 괴리.

작가는 비인간적으로 운영되는 물류센터의 풍경과 함께 일할수록 가난해지는 가족을 같이 보여준다.

이 과정에 드러나는 인간의 부품화와 조직의 협박은 씁쓸하고 현실적이고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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