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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소년 ㅣ 마스터피스 시리즈 (사파리) 14
엘로이 모레노 지음, 성초림 옮김 / 사파리 / 2023년 10월
평점 :
학교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단순히 가해자나 피해자의 심리나 행동에 초점을 맞춘 소설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피해 소년이 겪는 심리적 변화와 행동을 자세히 보여준다.
하지만 가해자의 시선도 결코 내려놓지 않고 있다.
여기에 피해 소년을 들여다보는 친구와 선생의 시선도 같이 담겨 있다.
소년이 좋아했던 소녀의 행동은 적극적이지 못했고, 선생은 교장의 벽에 부딪힌다.
생존을 위해 소년은 자신이 만화 속 슈퍼 영웅처럼 변하기를 바란다.
말벌에 쏘였을 때 스파이더맨처럼 초능력을 가지고 싶어했다.
하지만 현실은 마블 만화 속 주인공처럼 변하지 않는다.
병원에 실려 온 지 사흘이 지나 피해 소년은 깨어난다.
이 소년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처음에는 알려주지 않는다.
분명히 어떤 사고를 당했는데 그 사고가 어떤 것인지도 말하지 않는다.
다만 백 개의 팔찌를 찬 소녀, 눈썹에 흉터가 있는 소년, 손가락이 아홉 개 반인 소년 등을 등장시킨다.
이 소설의 흥미롭고 재밌는 지점 중 하나가 이름이 아닌 외형으로 표기한 것이다.
이들은 피해 소년이 짝사랑하거나 절친이거나 두려워하는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 중 둘이 병문안을 오지만 그들 사이에 이전 같은 분위기는 없다.
왜 이렇게 이들은 변한 것일까?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한다.
의사는 아이가 말하는 말이 처음에는 황당하고 이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말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깨닫는다.
피해 소년은 평범한 학교 생활을 즐겁게 보내고 있었다.
어느 날 자신의 시험지를 달라고 한 손가락이 아홉 개 반인 소년이 등뒤에 오기 전까지는.
소년은 자신도 모르게 그의 요구를 “싫어”라고 말한다.
이 말 한 마디가 소년의 삶을 지옥으로 만든다.
손가락 아홉 개 반인 소년 MM이 이 단어에 분노했기 때문이다.
피해 소년은 공포에 떨면서 집으로 간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소년에 대한 MM의 폭력이 가해진다.
처음에는 단순히 점심 샌드위치에 작은 폭력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폭력은 강해지고, 이를 부추기는 아이들도 생긴다.
소년이 이 위험을 벗어나기 위해 쥐약을 넣어 가져간다.
하지만 MM이 먹기 직전 그를 밀치면서 위기 상황을 넘어간다.
그런데 이 행동이 MM의 분노를 더 부채질한다.
지속적이고 강력한 폭력은 이제 소년의 삶을 불안과 공포로 몰아간다.
수업시간에 아이들은 소년의 등에 물건을 집어 던진다.
이것을 눈치 채는 선생이 있지만 드래곤을 등에 새긴 선생 이외는 무시한다.
드래곤 선생만 교장에게 말하지만 교장의 반응은 문제만 일어나지 말라는 수준이다.
드래곤 선생은 직접 MM에게 경고를 보내지만 교장의 처분 없음이 소년을 더 은밀한 폭력으로 내몬다.
소년은 어느 날 자신에게 투명인간 같은 능력이 생겨 괴롭힘이 줄었다고 생각한다.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외면만 받는 소년에게 이런 능력은 진심으로 바라는 것이다.
자신이 투명인간이라고 생각한 소년의 처참한 삶.
이를 지켜보지만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못하고 방관하는 두 명의 친구.
자신의 경험으로 드래곤을 새긴 선생의 관찰과 작은 몸부림.
공론화가 되어 문제가 되는 것이 두렵지만 변화가 없어 계속 괴롭히는 손 가락 아홉 개 반인 소년.
바쁜 일상에 자신들의 아이가 어떤 폭력에 시달리는지 깨닫지 못하는 부모.
문제 초기에 사건을 더 크게 만들지 않을 수 있었던 교장의 안일한 사고 방식.
소년에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못 본 척한 사람들과 보고 싶어 하지도 않은 사람들.
작가는 이런 사람들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지만 제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건 내 문제가 아니야.”란 삶의 철학을 가진 우리들을 돌아보게 한다.
읽는 내내 무거운 내용 때문에 빠르게 읽히는 글을 자주 멈출 수밖에 없었다.
무겁고 답답한 내용이지만 짧고 간결하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구성이 너무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