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블로그글 복붙했어요



📚 채링크로스 84번지

헬레인 한프 (지은이),
이민아 (옮긴이) 궁리 2021-12-03, 156쪽, 서한집


🥭 스토리지북앤필름 새 해모임서 모임장분이 런던 여행이야기를 하다가 추천 나온 책이다. 영국은 ‘헤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를 읽을때에만 반짝하고 그 외엔 가보고 싶다고 생각이 든 적이 없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그곳에 책방거리가 있나보다. 얼마전 글쓰는 친구 @hwan_hy0 분이 헌책방서 이 책을 마침 발견했다며 (무려 이 책도 헌책방에서 책을 구매하는 이야기인데) 서울중독과 채링크로스84번지 두 권을 빌려주셨다 (완전 완전 감사!)

🥭 1949년부터 1969년까지의 런던의 헌책방 담당직원 프레드(구매 판매 담당)와 뉴욕의 독자 헬레인이 우편으로 책을 주문하고, 서점직원들과 우정을나누는 서한집이다. 실제 그들은 얼굴을 마주한 적이 없다. 내가 애정하는 책 루시드폴과 마종기 시인의 ‘아주 사적인, 긴 만남‘이 생각난다.

🥭 아니 왜 뉴욕에서 런던까지 책 주문을 하는 것일까, 그리고 책 우편요금은 비싸지 않으며 누가 내는 것인가 하는 전직 무역담당자 눈길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그런 건 모르겠고, 책을 사랑하는 마음과 그런 마음들을 가진 사람들과의 우정과 연대에 어쩌면 그리 재미없을 수도있는 남의 편지들을 읽어나가고 있었다.

🥭 이 때는 책이 많이도 귀했으리라 생각이 든다. 한 권 한 권에 대한 애정과 비판이 느껴졌다. 그제 글쓰기 고민상당소 주제는 ‘어떻게하면 대한민국 독서인구를 늘릴까요‘였다. 많은 분들이 자신만의 대답을 글로 써내려갔는데, 지금은 너무 흥미롭고 쉽게 정보를 얻는 것들이 많다는 대답이 상당했다. 지금과 그 때를 비교해보며 조금은 씁쓸하다.

🥭 책을 다 읽고 검색을 해보았는데, 84번지에 있던 마크스 책방은 문을 닫았다고 한다. 이미 1960년에. 대신 최근 그곳 뉴스를 읽었다. 그 거리에 작은 서점이 최근 부쩍 늘었다고 하는데 가본적도 없는 내가 다 뿌듯했다. 책 속에 나오는 프레디도 헬렌도 다른 직원들도 지금 살아있진 않지만, 어쩐지 대한민국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만 같다.

🥭 내가 애정하는 책방들이 계속 그곳에 있길 바라고, 책을 애정하는 사람들이 줄지 않기를......


🥭 마음에 더 남은구절

🌱이 타자기에서 한발짝도 떠나지 않고도 깔끔하고 아름다운 책을 구할 수 있는데, 뭐하러 저 17번가까지 내려가 그 더럽고 못난 책들을 사겠어요? 여기 이 자리에서는 런던이 17번가보다 훨씬 가깝답니다.
31p

🌱이게 초판이라서가 아니라 이렇게 아름다운 책은 난생 처음 보기 때문이에요. 이걸 제가 소유한다는 사실에 살짝 죄책감마저 들어요. 은은하게 빛나는 가죽과 금박 도장과 아름다운 서체는 영국 어느 시골 가정의 소나무 책장에나 어울릴 만한 품격이에요. 이 책은 벽난로 옆에 놓인 가죽안락 의자에서 읽어야 제격이지 이런 누추한 단칸방의 다 망가진 적갈색 장식벽 앞에 놓인 중고 침대 겸용 소파에서 읽을 것이 아니에요.
34p

🌱저는 속표지에 남긴 글이나 책장 귀퉁이에 적은 글을 참 좋아해요. 누군가 넘겼던 책장을 넘길 때의 그 동지애가 좋고,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누군가의 글은 언제나 제 마음을 사로잡는답니다.
50p

🌱그래도 책 구입은 중단할 생각이 없으니까 무언가 해주셔야해요. 쇼의 연극 비평이 있는지 좀 찾아봐주시겠어요? 그리고음악비평도요? 여러 권 있는 걸로 알지만 뭐든 찾는 대로 보내주세요. 자, 프랭키, 잘 들어요. 곧 춥고 지루한 겨울이 되는데 저녁 때 애보기를 하게 됐어요. 
그러니 읽을 것이 필요해요. 앉아 빈둥거리지만 말고 책 좀 찾아달라고요.
89p

🌱프랭키, 당신은 제가 말하기 전까지는 죽을 권리도 없다는 사실, 명심하세요.
93p

🌱거기 그러고 앉아서 몇 년 동안 남산만한 도서 목록을 발행해놓고 이제 와서 달랑 한 권 보내주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돌쇠 씨?
98p

🌱물론, 적당한 가격일 경우에요.
이제 더는 싼 것이 없어요. ‘적당한 가격‘이죠. 아니면 ‘분별있는 가격‘ 이고요. 
111p

🌱그래서 이 일화를 얘기하는데 진(저와 일하는 편집자예요)이 묻는 거예요. ˝랜더가 누구예요?˝ 제가 어찌나 흥분해서 설명을 했는지 진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도중에 제 말을 끊는 것이 아니겠어요.
˝당신과, 당신의 그 오래된 영국 책들이란!˝
어떤지 아시겠지요, 프랭키? 살아 있는 사람 중 저를 이해하는 사람은 당신뿐이랍니다.
131p

🌱네, 우린 아직 여기 있습니다. 갈수록 나이가 들고 바빠지지만 더 부자가 되지는 않는군요.
138p

🌱헬렌 한프, 
뉴욕주 뉴욕시 21, 72번가 이스트 305번지
1968년9월30일
우리 아직 살아있는 거 맞나요, 네?
140p
(전 편지가 65년 11월..)

🌱1969년 1월8일 귀양,
지난해 9월 30일에 도엘 씨 앞으로 보내신 편지를 방금 발견했습니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도엘 씨가 12월 22일 일요일에 별세하셨다는 소식을 알려드립니다. 장례식은 지난 1월 1일 수요일이었습니다. 고인은 12월 15일 긴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맹장 파열 수술을 받았으나 안타깝게도 복막염으로 번져이레 후 돌아가셨습니다.
고인은 저희 회사와 40년 넘게 함께하셨고, 게다가 마크스씨가 돌아가신 지도 채 얼마되지 않은 터라 코헨 씨에게는씬 더 큰 충격이었습니다.
오스틴의 책을 지금도 원하시는지요?
마크스 서점 비서 조앤토드 드림
142p

🌱오래 전에 아는 사람이 그랬어요.
사람들은 자기네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러 영국에 간다고. 제가, 나는 영국 문학 속의 영국을 찾으러 영국에 가련다, 그랬더니 그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더군요. ˝그렇다면 거기 있어요.˝
145p

🌱하지만 마크스 서점은 아직 거기 있답니다. 혹 채링크로스가 84번지를 지나가게 되거든, 
내 대신 입맞춤을 보내주겠어요? 제가 정말큰 신세를 졌답니다.
145p

🌱만약에 채링크로스 84번지 이전에 이미 성공한 작가였다면, 그래서 귀한 책을 손쉽게 척척 사들일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우리 독자는 이 아담한 책의 축복을 받지 못했을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옮긴이의 말)
154p

🌱책을 통해서 우리는 과거를 만나고 딴 세상을 만나고 자기를 만난다. 그리고 뜻밖에, 사람을 만난다. 이 책은 아주 특별한 만남에 관한 것이다. 직선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두 사람의 만남이 따뜻하고 호기심 많은 주위 사람들을 빨아들여 하나의동그라미가 되었고, 책으로 출판된 뒤에는 그 우정의 반지름이 전세계로 퍼져 나가 수많은 독자들을 한데 묶어주고 있다.
(옮긴의의 말)
15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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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가 내일 아침출장을 가기 때문에 모두가 좀 어수선한 상태라서 감사 인사를 못하고 있었어요. 물론 프랭크의 한프 양에게 누구 다른사람이 감히 편지를 쓸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요.
- P44

저는 속표지에 남긴 글이나 책장 귀퉁이에 적은 글을 참 좋아해요. 누군가 넘겼던 책장을 넘길 때의 그 동지애가 좋고,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누군가의 글은 언제나 제 마음을 사로잡는답니다.
- P50

그래도 책 구입은 중단할 생각이 없으니까 무언가 해주셔야해요. 쇼의 연극 비평이 있는지 좀 찾아봐주시겠어요? 그리고음악비평도요? 여러 권 있는 걸로 알지만 뭐든 찾는 대로 보내주세요. 자, 프랭키, 잘 들어요. 곧 춥고 지루한 겨울이 되는데 저녁 때 애보기를 하게 됐어요. 그러니 읽을 것이 필요해요. 앉아 빈둥거리지만 말고 책 좀 찾아달라고요.
- P89

프랭키, 당신은 제가 말하기 전까지는 죽을 권리도 없다는 사실, 명심하세요.
- P93

거기 그러고 앉아서 몇 년 동안 남산만한 도서 목록을 발행해놓고 이제 와서 달랑 한 권 보내주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돌쇠 씨?
- P98

물론, 적당한 가격일 경우에요.
이제 더는 싼 것이 없어요. ‘적당한 가격‘이죠. 아니면 ‘분별있는 가격‘ 이고요. 
- P111

그래서 이 일화를 얘기하는데 진(저와 일하는 편집자예요)이 묻는 거예요. "랜더가 누구예요?" 제가 어찌나 흥분해서 설명을 했는지 진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도중에 제 말을 끊는 것이 아니겠어요.
"당신과, 당신의 그 오래된 영국 책들이란!"
어떤지 아시겠지요, 프랭키? 살아 있는 사람 중 저를 이해하는 사람은 당신뿐이랍니다.
- P131

네, 우린 아직 여기 있습니다. 갈수록 나이가 들고 바빠지지만 더 부자가 되지는 않는군요.
- P138

헬렌 한프, 
뉴욕주 뉴욕시 21, 72번가 이스트 305번지
1968년9월30일
우리 아직 살아있는 거 맞나요, 네?
- P140

오래 전에 아는 사람이 그랬어요.
사람들은 자기네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러 영국에 간다고. 제가, 나는 영국 문학 속의 영국을 찾으러 영국에 가련다, 그랬더니 그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더군요. "그렇다면 거기 있어요."
- P145

세상을 떠났어요. 그리고 서점 주인 마크스 씨도요. 하지만 마크스 서점은 아직 거기 있답니다. 혹 채링크로스가 84번지를지나가게 되거든, 내 대신 입맞춤을 보내주겠어요? 제가 정말큰 신세를 졌답니다.
- P145

만약에 채링크로스 84번지 이전에 이미 성공한 작가였다면, 그래서 귀한 책을 손쉽게 척척 사들일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우리 독자는 이 아담한 책의 축복을 받지 못했을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옮긴이의 말)
- P154

책을 통해서 우리는 과거를 만나고 딴 세상을 만나고 자기를 만난다. 그리고 뜻밖에, 사람을 만난다. 이 책은 아주 특별한 만남에 관한 것이다. 직선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두 사람의만남이 따뜻하고 호기심 많은 주위 사람들을 빨아들여 하나의동그라미가 되었고, 책으로 출판된 뒤에는 그 우정의 반지름이 전세계로 퍼져 나가 수많은 독자들을 한데 묶어주고 있다.
(옮긴의의 말)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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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타자기에서 한발짝도 떠나지 않고도 깔끔하고 아름다운 책을 구할 수 있는데, 뭐하러 저 17번가까지 내려가 그 더럽고 못난 책들을 사겠어요? 여기 이 자리에서는 런던이 17번가보다 훨씬 가깝답니다.
- P31

이게 초판이라서가 아니라 이렇게 아름다운 책은 난생 처음 보기 때문이에요. 이걸 제가 소유한다는 사실에 살짝 죄책감마저 들어요. 은은하게 빛나는 가죽과 금박 도장과 아름다운 서체는 영국 어느 시골 가정의 소나무 책장에나 어울릴 만한 품격이에요. 이 책은 벽난로 옆에 놓인 가죽안락 의자에서 읽어야 제격이지 이런 누추한 단칸방의 다 망가진 적갈색 장식벽 앞에 놓인 중고 침대 겸용 소파에서 읽을 것이 아니에요.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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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쓴 블로그 글 그대로 복붙했어요



📚 서울 중독

용진 (지은이) @victor_yongjin
어바아웃북스
2023-10-12, 160쪽, 에세이


🥭 글쓰기와 출판 친구님이 읽어보라며 빌려주신 책. 표지의 거대하고 빨간 글씨가 상당히 포스있게 다가왔는데, 내용은 늦은 밤에 조금은 센치하고 우울하면서도, 다시 으쌰으쌰 하는 의지도 느껴지는 듯 했다.

🥭 마침고향 인천을 주제로 글을 쓰고 싶었는데, 서울을 주제로 쓴 글이라 흥미롭게 읽었다.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바로 타지역에 간 저자는 성인이 되어서야 서울로 온다. 원룸과 기숙사, 고시텔, 반지하를 이사다닌 집 이야기인 동시에 압축된 살아온 이야기다. 그리고 고백.

🥭 동인천서 신당동으로 전철을 타고, 용인 처인구에서 수서동으로 차를 몰아 출퇴근을 했었다. 먼거리를 다니면서도 (조건의 이유가 95%이긴 하지만) 굳이 서울에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하진 않았다. 그러나 인천에 살지 않은지 십오년이 되었는데도 인천에 대한 내 맘을 생각하면 이해가 될 듯도 하다.


🥭 마음에 더 남은 구절들

🌱
중심에 오면 중심이 될 줄 알았다. 
어제를 돌아보고 오늘을 살아보니 
그게 아닌 것 같기도하다. 중심에 오니 중심이 흔들린다. 
12p

🌱
자주 가는 곳은 노선도를 보지 않아도 지하철을 척척탈 수 있게 되었다. 어느 쪽에 서 있어야 문 열리는 쪽으로 쉽게 내릴 수 있는지. 몇 번 칸에있어야 환승 거리를 줄일 수 있는지도 알게 됐다. 이것이 서울의 맛인가. 짜릿했다.
30p

🌱
역시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곳은 비쌌고,마음에 들지 않은 곳도 비쌌다. 
55p

🌱
얼핏 보면 동남아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 같지만, 잠시 고개를 돌려 보면 유럽 어느 나라에 있는 오래된 마을에 있는것 같기도 하다. 도무지 설명할 수 없다. 그게내가 해방촌을 사랑하는 이유다.
76p

🌱
라면은 뚝섬이고, 뚝섬은 라면이다.
88p

🌱
서울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좋았던 기억도 있고, 좋지 않았던 기억도 있다. 나쁜 사람이라고 해서 매 순간 나쁜 것이 아니듯. 좋은사람이라고 해서 항상 좋기만 한 것도 아니니, 어쩌면 복잡한 기억이
쌓이는 게 당연하다. 
93p

🌱
당신에게 서울은 어떤 곳인가.
서울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혹시, 당신도 서울에 중독되었나.
1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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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밤, 세상이라는 광야에서 펼쳐졌던 꿈 이야기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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