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에서 애리냥이 추천한 책인데 상당히 두꺼웠다. 책은 두꺼움에도 분명 스릴 감도 있고 이야기도 잘 풀어나가서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보는 책이라 두꺼움은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을 만한 책이었으나... 실제 처음 100페이였나 200페이지였나.. 진도가 잘 나가진 않았다.

책은 세 곳의 배경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콩고, 르완다 등의 아프리카와. 백악관을 중심으로 한 미국, 그리고 주인공의 실험실을 중김으로 한 일본이다. 이 세곳에서 신인류라 부르는 아키리를 도울만한 각 등장인물들이 있으며, 각각의 등장인물들은 혼자인 듯 외롭지만 서로 조력자가 있었고, 연결되어 있었다. 이 연결이라는 부분이 참 흥미롭다. 우리는 각자인듯 하지만 연결 되어 있으며, 이런 연결이 없었다면 안전한 탈출도, 신인류의 보전도, 인간성을 지키는 것도 아무것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이 나와 다 설명하기 어렵고, 각자의 입장과 상황이라는 게 있었고, 생각 보다 어느 정도 반전의 인물도 있었다. 지금은 하나하나 설명하기 어렵지만 한 명 한 명이 없어서는 안될 사람들 이었다. 방대한 배경과 줄거리, 등장인물에 줄거리를 만들기도 어려운 책이다. 그럼에도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은 깔끔함도 있다.

제노사이드의 뜻이 인종, 이념들을 이유로 대학살 하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현재에 살며 그런 일이 없다는 점에 상당한 안도감을 느낀다. 미안하게도 그런 상황에 처해 있는 자들에 대한 미안함이나 도움이 될까 라는 생각 보다는, 안도감을 먼저 느끼고, 그 안도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이 같은 사람에게도 그러하고, 다른 종에게 그리 잔인해 질 수 있다는 점에 부정을 하지 못하겠다. 그 잔인한 것도 사람이며, 희생을 하는 것도 사람이다. 잘 만들어지 할리우드 영화가 될만한 이야기이면서, 상당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이다. 차마 그 방대함은 말로 글로 표현하기 어렵다.


<마음에 남은 구절, 내 맘대로 pick. 그리고 덧붙이는 내 느낌>

[불행이라는 존재는 그것을 보는 타인 입장인지, 직접 겪는 당사자 입장인지에 따라 완전히 견해가 달랐다.
- P29]

세상 모든 일에 대한 냉정하지만 현실 적인 말인 것 같다. 얼만 큼 타인에 대한 공감도가 높은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그래서 이 책에서 탈출을 돕기 위해 결성된 네 명이나 많은 등장인물들이 타인의 입장이지만 관여할 수 있는 상황의 사람들이 많이 구성되어진다. 그럼에도 어떤 인간들은 공감도가 높아 오랜 시간 힘들어도, 본인의 성향에 따라, 과학자의 호기심 등 여러가지 이유로 돕기도 하고, 희생하기도 한다.


[ 상대에게 던진 공격의 칼끝이 같은 날카로움으로 자신에게도 파고들었다. 그럴수록 서로가 불행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출수 없었다.
- P46]

이 구절이 어느 부분에서 나왔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만약 서로를 죽이는 아프리카의 상황에서 나온 거라면, 그렇다면 참 답이 없다. 각자의 현실에서도 그 정도의 위험은 아니지만 서로가 불행해지는 공격이 있을 때가 있다. 그럴 땐 멈추자.


[겐토는 하늘에 대고 전화 상대에게 들키지 않도록 작게 신음했다. 그후의 각오를 정하고 인생 최대의 도박이 될 말을 꺼냈다.
˝제가 약속합니다. 반드시 당신의 아이를 구하겠습니다.˝
- P349]

약속이라는 말이 얼마나 무거운 말이며, 반드시 라는 말은 또 얼마나 무거운 말인가. 인생 최대 도박이 된 말이며 이로 인해 소설은 계속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럼 우호적인 거라든가 박애 정신 같은 건가?˝
˝그렇게 아름다운 것은 아니고, 정은 안 좋은 일에도 생길 수 있어. 싫은 상대와도 정으로 이어지기도 하니까. 그러니까 우리는 다른 사람을100퍼센트 거절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거지. 한국 영화나 드라마의 대부분은 이 정에 대해서 다루고 있어.˝
- P362]

아프리카, 미국, 일본 세곳을 배경으로 하여 각자의 스토리가 풀어지고 서로 얽히면서 방대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이 소설에서.. 갑자기 일본에서 한국 유학생이 나오고 그 한국 유학생이 순수하게 돕고, 정을 얘기하는데.. 이 모든 것이 뜬금없는 게 아니라, 그런 뜬금없고 그런 인간의 마음이 있었기에 이 방대한 이야기가 만들어 졌던 건이 아닌가 한다. 한국 사람을 좋게 표현한 작가에게 고마웠다. 한국사람이니까.


[겐토는 의자에서 일어나면서 반드시 ‘정‘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 P363]

일본 소설에서, 주인공이 한국사람의 정을 아는 사람이 되고싶다니. 지금 현재의 많은 한국 사람들도 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데. 그 정을 아는 게 상당히 피곤해지는 일이지만, 참 따뜻한 일이다.


[동료를 위험에서 구해야 해. 이 세상에는 그런 인간도 있다는 것을 아키리에게 보여 주만 해.
- P392]

이런 조건 없는 인간의 정과 희생, 우정이 없었다면 이런 무서운 이야기는 그냥 무서운 이야기에서 그쳤겠지.


[무서운 것은 지력이 아니고, 하물며 무력도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가장 무서운 것은 그것을 사용하는 이의 인격입니다.
- P415]

만약 다른 책도 이런 마음이라면, 이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또 얼마나 무서운 이야기를 풀어나갈까 하면 당분간은 읽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이 세상에 무서은 것은 그것을 사용하는 이의 인격이지.


[인간으로 태어나지 말 것을, 새나 짐승으로 대어나서 아빠와 엄마, 형, 여동생과 함께 맞대고까지나 사이좋게 살고 싶었다.
- P522]

이 구절을 보며 상당히 착잡했다. 책을 다 읽고 르완다나 콩고의 역사나 현재에 대해 말해주는 유튜브 영상을 보았는데 도저히 그 역사가 이해되지도 가늠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의 일이라니. 지금의 아프가니스탄도 그렇고 이 모든 것이 2021년에 벌어지는 일이라니. 난 가늠 조차도 안된다.


[그리고 평생 사라지지 않을 죄책감이 느껴져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생명이란 것이 너무나 여려서, 인간의 소름끼치도록 끔찍한 부분 때문에, 선(善)의 무력함에, 그리고 선악의 판단조차 할 수 없는 자기 자신에게, 예거는 화가 나서 소리를 죽인 채 비통하게 울었다.
- P536]

선의 무력함과 선악의 판단조차 할 수 없다는 말이 무섭다. 또한 우리는, 나는 과연 선에 설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그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그러나 여기서 그런 현실을 아파하고 무엇이라도 하고, 상당한 희생을 하는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이었다. 생명이란 것이 너무 여리다. 어쩌다 생명은 이리 여리게 되었을까.


[진화한 인류가 한 명 더 있었다.
- P583]

완전 반전이었지.


[한 가지만 말해 보자면 실패 없는 인생 따위는 있을 수가 없으며, 그 실패를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하기 나름이라는 말이다. 인간은 실패한 만큼 강해진다. 그것만은 기억해 두렴.
- P660]

정확한 기억은 아닌제, 무언가 이 부분이 겐토 아버지의 유서였던 것 같다. 하기 나름이다. 인생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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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9-03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그것을 사용하는 이의 인격!!!
방점을 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