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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서로를 돌고 돈다
인간관계의 고민은 서로가 서로 사이에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는 날들로 인해 생긴다
지구와 달의 거리가 가장 가까운 밤에
맨발바닥에 모래가 서걱대는 소리를 들으며
땅이 아주 가깝게 발바닥에 달라붙어 있는 것을 느낀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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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은 백 년 후는커녕 십 년 후,
아니 바로 다음 주의 일도 계획하지 못했다. 수몰사태 이후 사람은 자신이 가진 것만큼만 미래를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 P271

"어느 시대에도 서점이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으니 억울한 것도 없어요."
- P277

"그쪽에 살고 있잖아요. 이쪽을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내지말라고요. 캐러멜로 달래질 수 있는 슬픔도 아니라고요."
- P278

완전한 고요와 평화라니. 지금까지 읽은 소설 속 인물 중가장 욕망이 크다. 그 평화와 고요를 쟁취하기 위해 얼마나 고단한 싸움을 해야 할까.
- P288

서점 옆에는 아틀리에가 있었다. 이젤과, 어지럽게 놓인 붓과 물감, 완성한 그림과 완성하지 못한 그림이 뒤섞여 있었다. 영원히 팔리지 않을 책들이 있는 서점과 영원히 완성되지 않을 그림들이 있는 아틀리에 앞에서 수경은 불가능한 세계를 바라는 자신의 소설 속 인물들을 떠올렸다. 여자의 말대로 인물들은 완전한 고요와 평화를 원했다. 다만 싸우지 않고 얻길 바랐다. 
- P289

수경은 그 무덤의 주인들이 누구인지 알것 같았다. 그쪽에서 파헤치고 있을 때 이곳에서는 묻고 있었다. 양쪽의 욕망은 닮은 듯 다르다.
- P290

여덟 편의 소설은 상실의 자리를 그리고 있지만 결코 황폐하지 않았다. 그 자리를 살아가는 인물과 그들의 삶을 그리는 작가의 시선이 항상 그 너머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정선임의 소설에는 무엇을 잃었든 정확하게 슬퍼하고다음으로 갈 수 있다는 의지가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정선임은 이 의지를 소설만의 것으로 남겨두지 않았다. 우리가 우리였던 시간과 존재한다는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부름, 맞잡은 두 손과 따뜻한 바람, 응시하는 눈, 고작 그것뿐이지만 고개를 들게 만드는 것, 그리고 다행이었지, 하는 중얼거림까지 읽는 이에게도 믿음의 증표를 하나 둘, 여러 번 나눠주었으니 말이다. 
- P310

 이미 잃어버렸다 해도 잃지 않았다고 미련하게 믿으며, 잃어버리는 일이 예정되어 있다 하더라도 잃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오래도록 쓰고 싶다. 계속 쓰겠다. 다시 쓰겠다. 애쓰겠다.
어디에 있든 한 사람도, 한 마리도 춥지 않았으면 좋겠다.
-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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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대상을 가장 많이 생각하고 가장 많이 말하는거라면,

나는 너를 다섯 번 생각했다
- P52

나도 너처럼 습관적으로 한숨 쉬지만
네가 얼굴 뾰루지랑 새치를 걱정하면서도
솟아오르는 웃음을 터트리면 좋겠어

어쩌면 삶에 의미가 있을지도 몰라
사는 걸 꽤 좋아하면 좋겠어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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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파잔은 언제 어디서부터인가

초식동물로 자라났다

세상은 나에게 관심이 없고
나는 유일한데
자의식과 꿈만이 다리를 만진다
- P18

잃는다
내가 태어난 숲의 이름

잊어야 한다

나의
이름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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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하자는 주장은 어느 순간부터 인간으로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도덕적·종교적 논란으로부터 중립적이지 않다. 연구를 허용하자는 주장은 그러한 논란에 대해 배아 줄기세포연구에서 파괴되는 착상전 배아는 아직 인간이 아니라는 답을 전제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 P370

정의로운 사회는 단순히 공리를 극대화하거나 선택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삶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이견을 기꺼이 수용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 P380

정의는 올바른 분배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올비른 가치 측정의 문제이기도 하다.
- P381

이들은 대부분 공동체주의자라는 호칭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특정 공동체가 규정하는 것은 무엇이든 정의가 될 수 있다는 상대주의적 견해를 주장하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는 한가지 중요한 면을 시사한다. 공동체가 주는 부담은 억압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자유는 카스트나 계급 신분이나 서열, 관습이나 전통, 타고난 지위로 사람들의 운명이 결정되도록 하는 정치론에 대한 해결로 발전했다. 그렇다면 공동체의 도덕적 중요성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인간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단 말일까? 
- P420

자유주의란 자유를 중심적 가치로 삼는 입장을 말하며, 자유란 주로 선택의 자유를 말한다. 자유주의자란 근대에 들어서면서 등장한 사회계약론자들을 포함하며, 이 책에서 많이 다루고 있는 자유지상주의자 로버트 노직과 평등을 강조하는 자유주의자 존 롤스 로널드 드워킨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공리주의자인 벤담과 밀 또한 마찬가지다. 
- P421

샌델과 같은 현대의 공동체주의자들은 이러한 원래의 공동체주의에 반대하며, 공동체의 중심성을 인정하더라도 보편적 가치 혹은 전 세계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가치가 존재할 수 있다고 믿는다. 보편적 가치의 존재를 줄곧 주장해 온 대표적인 학자가 이마누엘 칸트이며, 존 롤스는 칸트의 정신을 이어받아 현대의 평등적 자유 노선을 자신의 <정의론>을 통해 개진했다. 자유주의가 아니면서도 그런 가치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말은, 샌델 교수가 롤스에 대한 비판과 수용을 동시에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 P422

개인은 공동체와 전통이 주는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날수 없으며 나아가 그에 적극적으로 응대하는 것이 필요한 존재이다.
이를 설명하는 근거가 인간은 이야기하는 존재, 혹은 서사적 존재라는주장이다. 개인은 공동체가 역사적으로 이루어 온 것에 대해 부담을 지고 있다. 이는 다른 말로 우리가 하는 선택이 역사적으로 완전히 중립적일 수 없다는 의미다. 우리의 생각과 우리의 존재는 가치와 역사, 전통 등으로 이미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에,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런 것으로부터 완전히 부담을 덜어 버린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예 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 P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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