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타자기에서 한발짝도 떠나지 않고도 깔끔하고 아름다운 책을 구할 수 있는데, 뭐하러 저 17번가까지 내려가 그 더럽고 못난 책들을 사겠어요? 여기 이 자리에서는 런던이 17번가보다 훨씬 가깝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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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초판이라서가 아니라 이렇게 아름다운 책은 난생 처음 보기 때문이에요. 이걸 제가 소유한다는 사실에 살짝 죄책감마저 들어요. 은은하게 빛나는 가죽과 금박 도장과 아름다운 서체는 영국 어느 시골 가정의 소나무 책장에나 어울릴 만한 품격이에요. 이 책은 벽난로 옆에 놓인 가죽안락 의자에서 읽어야 제격이지 이런 누추한 단칸방의 다 망가진 적갈색 장식벽 앞에 놓인 중고 침대 겸용 소파에서 읽을 것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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