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고구마를 능가하는 에피소드는 없지만, 최근 멘탈의 연금술과 비즈니스 경제관련 책들을 읽었던지라, 그 반대되는 책이 균형을 잘 잡아주었다. 적당히 게으르고 소심한 작가의 모습이 멘탈의 연금술의 작가가 보면 한탄?하겠지만, 그 자체로 사랑스럽다.
아, 이 책의 장점은 하루 이틀이면 다 읽을 수 있다는 것. 뭔가 작은 성공을 하고 싶을 때, 완독의 기쁨을 줄 수 있음. 이번에 알게된게, 한게 없는것 같을 때 서점에서 그림책 사지말고 앉은 자리서 읽으면, 그 달에 책 한권 완독이 되며, 무언가 뿌듯한걸 완성한 느낌이 아주 좋았다.
이런 소심한 그러나 의기양양하고 싶은 작가와 친구가 되고싶다.
인생이 온통 실패한 것처럼 느껴진다면, 스스로에게 쏟고 있던 열띤 관심을 잠시 접는 게 좋다. 그리고 맛있는 것을 먹읍시다….
177p
기껏 복숭아가 되었으나 맛없는 복숭아도 있는 것이다. 복숭아의 삶도 그런 식이다. 사람의 삶과 다를 것이 없다. 저마다힘든 시기를 견디고 살아남아 무언가를 이루더라도 그게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모두가 대단한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것이아니다. 결국 그게 삶이다. 나에게만 닥치는 유난한 시련이 아니라, 그냥그게 삶인 것이다.
179p
알고 지내던 어느 분이 모든 일엔 의미가 있고 배울 게 있다. 지금 힘든 시기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라고 하셨다. 긴 얘길 나누고싶은 기분이 아니던 때라 네, 네 대답하고 말았지만....
나는 모든 일엔 의미가 없을 수도 있으며 차라리 겪지 않는 편이훨씬 나은 일도 많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럴 수도 있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이 시기가 나중에 돌아봤을 때아무 의미 없대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사실 비교적 최근까지도 내가 정말 그럴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어 때로는 무섭기도 했지만, 이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일에 쏟은 내 시간과 정성과 노력이 아무 의미 없었다고 판명이 되더라도, 나는 그걸 받아들이고 다시 다음 일을 시작할 것이다.
실패했을 때 오래 기죽지 않고 흠, 그렇단 말이지‘ 하고 다음 일을 계속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182p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전혀 좋지 않은 상황에 있는 사람이 그럼에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일 때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긍정적이에요?˝라고 묻는다. 그러나 오히려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지않고는 버티기 어려운 시기가 있는 것이다. 219p
멀리서 봐야 빛나는 달과 별처럼, 우리는 멀리서 서로를 아름답다고 느끼며 위로받는다. 저마다 다른 슬픔을 가진 채, 단지 밤이라는 이유로 서로에게 빛나는 존재가 된다. 어느 밤 내가 서러운 일로 목 놓아 울고 있던 순간에도, 누군가는 내 방의 불빛을보며 위로받았을 것이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는 서로에게 반짝이는 위로가 되는 순간이 있는 것이다.
234p
그제야 깨달았다. 평소 나의 평온한 마음은 나 혼자서 유지하는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매일 마트나 식당을 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택배기사나 이웃들과 마주치면서도 그럭저럭 평온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건 그들이 예의 바른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일일이 의식하지 못하고 살고 있지만, 나의 평온한 일상은 누군가의 예의 바름 때문이다. 그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235p
인생이라는 고단한 여정 가운데서도 어떤 사람들은 기어이 아름다운 것들을 남기고 죽는다. 아름다운 것을 찾고 보고 들어한다. 세상에 아름다운 것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인간은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내는 존재란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238p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선생님 돌아가신 후에 보니 같이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는 거예요. 여러분, 좋은 사람이 있으면 찾아가세요. 좋은 사람들과 웃으면서 사진 많이 찍고 지내시길 바라요.˝
그 말을 듣고 울컥하고 말았다. 나도 미처 잘 나온 사진 한 장 함께 찍지 못하고 먼저 떠나보낸 사람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물론 사진이 없어도 떠난 이들에 대한 기억이야 잊지 않지만, 그럼에도 사진 한 장 찍지 않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안타까웠다. 그것은 어쩌면 사진이라는 물건에 대한 아쉬움이라기보다 사진을같이 찍는 행위를 함께하지 않았다는 아쉬움에 가까우리라.
239p
사진만이 아니라 아마도 우리는 서로가 사라진 후에 많은 것이아쉬워질 것이다. 사진을 많이 찍을걸. 함께 여행을 갈걸. 고맙다고 할걸, 맛있는 것을 먹을걸, 또 저마다의 사연이 얽힌 아쉬움이 남겠지. 그중에는 그때 당근 케이크 한 조각을 사다 줄걸쳐럼 지극히 개인적인 아쉬움도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대부분은 그렇게 사적인 사연의 아쉬움일지도 모른다.
살다보니 그렇다. 지금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일들 대부분은지금 하지 않아도 사실 괜찮았다. 대체로 당시에 생각도 못한 일이 나중에 무척 아쉬워진다.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오늘도 사소하고 중요한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
240p
어려움을 이겨내는 사람들은 그저 자기 삶을 살아가고있는 것이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용기를 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243p
바늘에 찔리면 바늘에 찔린 만큼만 아파하면 된다. 왜 내가 바늘에 찔려야 했나, 바늘과 나는 왜 만났을까, 바늘은 왜 하필거기 있었을까. 난 아픈데 바늘은 그대로네‘, 이런 걸 계속해서생각하다보면 예술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사람은 망가지기 쉽다. 예술가들에겐 미안하지만 예술가는 망한 것이다.
250p
우리는 서로를 꼭 완전히 이해해야 할 의무도, 이해시켜야 할 의무도 없다. 그냥 서로를 바라보며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 된다.
걔는 그런 사람인가 보구나‘ 하며,
253p
해파리에 대해 찾아보니 헤엄치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수면을떠돌며 생활한다고 나와 있었다.
어쩐지 울컥했다. 헤엄치는 힘이 약하면 수면을 떠돌며 살면 된다. 죽어버리는 게 아니라.
255p
그럴싸한 무엇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어릴 때 누군가 해주었으면 좋았을 테지만, 늦더라도 살면서 스스로 깨달았으니괜찮다. 저 생각을 한 그 밤, 나는 펑펑 울었다. 서운한 감정 한편무거웠던 마음이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남은 삶을 좀 더 가볍게, 그러나 착실히 살 수 있을 것도 같다.
257p
아, 별이 쏟아지는 곳에서 매일 밤 다른 모든 것들이 저 별들에 비해 얼마나 시시한지 떠올리며 살고 싶다.
26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