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의 소원
SPRING‘s WISH
양버터/루미칠리 (지은이), 이음서가, 2025-04-01, 140쪽
🦋 누가 봄이 따뜻하다고 했는가. 봄은 겨울보다 쌀쌀하지 않아도 겨울보다 시리다. 다섯 편의 짧은 소설이 ‘봄‘으로 묶였다. 다섯 편은 장르가 미묘하게 다르면서도 닮았다. 그리고 모두 봄과는 저끝에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봄의 다른 모습을 보게한다. 봄이라고 하면 떠오로는 것. 희망, 포근함, 따듯함, 새싹... 그런데 책의 이름은 <봄의 소원>인데 표지가 심연을 바라보 듯 깊은 검정이다. 글을 읽기 전에 다섯 개의 단편 소설의 끝마다 간지처럼 있는 그림을 먼저 보았다. 색감이 가득한 그림이 가벼우면서도 묵직하다. 이 얇은 책에서 상반되는 마음을 계속해서 느끼며 읽어나갔다. 꼭 우리의 삶이 양가적인 것처럼.
🦋 첫 번째 단편 <흔한 살인>은 신혼부부의 알콩달콩에서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 장르가 디스토피아로 바뀐다. 갑작스런 재난으로 사람들은 집 안에 머무른다. 미루가 상처가 생기면서 밖으로 나갈 때 들려오는 호준이의 목소리. 사실 이 때 인터스텔라 마냥, 나는 너를 보는 데 너는 나를 못 보는 그런 상황인가 했는데... 음... 한 편의 단편이 끝나면서 잊고 있었던 ‘쾅‘이 생각났다. 그리고 얼음비 같이 하늘에서 쏟아지던 것들의 정체도. 왜 제목이 <흔한 살인>이었을까? 코로나 이후 많이 바뀌었지만, 이전 시절 술을 잘 마시는 건 능력이고 못 마시는 건 사회성이 부족한 걸로 이해되던 시절이 있었다. 술에 그런 개념과 제목을 중첩되었다. 한 챕터가 끝나고 murder위에 취소선을 긋고 love가 있는 표지를 다시 한 번 찬찬히 보았다.
🦋 이어지는 나머지 네 편의 짧은 소설도 그렇다. 봄은 다시 희망하는 계절. 이 봄 누군가는 어처구니 없는 독백을 내뱉으며 ‘끝‘을 꿈 꾼다. 봄은 희망일까, 절망일까? 표지 gray spring이 이해가 되는 <봄의 소원>. 따뜻한 봄 날 사라진 소년들이 차라리 어딘가에서 용사가 되었다고 믿고 싶은 <다섯 용사>, 그리움 가득한 과거의 연인과 엇갈린 인연 <그리움x2>. 그리고 개인적으로 기획이 참신했던 <내셔널 스탠다드 메리지>. 5월의 신부라는 말처럼 봄과 결혼은 ‘시작‘을 뜻하면서 하나로 묶이는데, <내셔널 스탠다드 메리지>는 그 모든게 아니라고 한다. 작가는 소설을 시작하기 전에 ‘재미‘를 강조했다. 다섯 편의 소설을 나는 가볍게 읽었다. 그러나 절망, 그리움, 안타까움이 뒤섞인 이 신숭생숭은 가볍지만 가볍지가 않았다.
🦋 이 단편소설을 읽게 된 건 작가님들의 전작, 에세이 <낭만을 팝니다>의 낭만, 허세가 어쩌면 많은 사람의 삶에서 놓친 것들이 아닐까 하며 읽었던 설렘때문이었다. 작년 겨울 몸도 마음도 지쳐있을 때, 누군가는 철 없어 보인다고 할 수도 있는 낭만과 허세가 설레게 다가왔었다. 그래서 이번 단편 소설집이 궁금했었다. 아니 그런데!! 익살스러우면서도 따뜻하지만, 전반에 깔린 이 ‘다크‘함은 생각치도 못했다. 물론 짧은 소설은 우연도 있고 탄탄한 논리는 부족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왜 거기서 미루가, 라는 논리를 들이대지 말자. 왜 거기에서, 왜 하필 같은 일. 비일상이 일상에 들어오는 순간 우리는, 나는 나만의 서사가 만들어지고 감정을 확인하게 된다. 어차피 삶이란 것 자체가 일상에서 많은 비일상을 만들고, 다양한 서사에서 상반되는 것들을 만들어 가는 게 아닌가. 마치 ‘봄‘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