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내 생일선물로 무슨 책을 살까 하다가, 사노 요코의 책과 조승연 작가의 책 중 하나를 고민했었다. 조승연 작가의 책을 골랐으나, 사노요코의 책에도 미련이 있어 검색하던 중 원래 마음에 두었던 책이 아닌 그림동화책에 눈길이 갔다.

사노 요코 작가의 책을 한 번이라도 읽어봤던게 아니라, 온라인 누군가의 밑줄이 좋아 꼭 읽어 봐야겠다고 생각한거라... 그림동화책이 있는줄 몰랐다. 게다가 냥냥이라니..

주인공 냥님께선 죽다가도 다시 살아나며 여러사람을 만나고 어느 정도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듯한 만남을 이어간다. 그러다가 하얀 야옹이를 만나고 아이들이 태어나고,하얀 야옹이가 무지개를 건너가고, 그리고 그길을 따라가듯 주인공 냥님도 그렇게 무지개를 건너간다.

간단한 줄거리지만 툭툭 내뱉는 츤데레 냐옹이와 그림, 그리고 결말을 보며 따뜻해지고 슬퍼지고 먹먹하였다. 우리 포냥이들 생각도 많이했다. 한냥이 두냥이가 2012년 1월생으로 추정되니 벌써 중년의 나이. 마당이와 룩이의 정확한 나이를 알 수 없지만 그냥 세네살 정도로 추정한다. 건강은 괜찮은건지 문득문득 불안한 마음도 든다. 또또를 보냈고, 또순이를 보냈다. 그리고 회사 아롱이를 보내며, 동료의 샤샤와 나르가 떠나는 모습을 보았다. 이별은 익숙한것이 될 수 없는거란걸 알면서도, 나보다 생명이 짧은 아이들과의 헤어짐을 받아들여야하는 순간을 때때로 생각한다.

어느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롱이 샤샤 나르가 같은 해 가던 때였나보다. 먼저 보내는 것이 감당하기 어려운 아픔과 슬픔에도 그런 멋진 멍멍이와 냥이들과 함께한건 행운이란 처음 생각. 그리고 사랑하니까 이별도 내가 감당할 몫이라는 이어진 생각. 이어서 내가 먼저 떠나서 혹여라도 불행해질지 모르는 삶을 주는것보다, 아픔도 이별도 내가 마지막까지 함께해주리란 약속.내가 이리 아프게 될줄은 몰랐지만, 냥냥이들과의 약속도,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나아야겠지만.

책을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다 읽고 이런저런 생각들이 정리되지 않은채 그저 먹먹하기만 했다. 그래도 마냥 슬픈 책은 아니다. 슬픔을 준비하지만 따뜻해질 수 있는 동화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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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21-09-07 1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일을 맞아 기쁘고 들뜬 기분이어야 할 테지만 동고동락했던 고양이를 생각하며 측은지심과 희로애락을 넘나드는 글을 남기셨어요. 그저 지나치지 못하겠네요. 맞다… 생일 축하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