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란 박사의 무인도 대탈출 저학년을 위한 스토리텔링 과학 1
게리 베일리 지음, 레이턴 노이스 그림 / 개암나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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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 『놀란 박사의 무인도 대탈출』은 놀란 박사 시리즈의 첫 번째 책입니다. 놀란 박사 시리즈는 <저학년을 위한 스토리텔링 과학>이란 부제가 달려 있습니다. 그러니 이 책이 지향하는 바는 분명하네요. 바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로 하여금 과학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랍니다. 그러니 이 책은 과학적 지식을 가득 전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저 딱딱하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을 통해, 마치 동화책을 읽듯 재미나게 접근하며 자연스럽게 과학에 대한 지식을 배우게 되는 좋은 책입니다.

 

평소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를 좋아하던 놀란 박사가 어느 날 로빈슨 크루소처럼 무인도에 홀로 남게 되었답니다. 이제부터 놀란 박사의 무인도에서의 생존이 시작되는 거죠. 과연 놀란 박사는 무인도에서 무사히 생존할까요? 그리고 이 무인도를 탈출할 수 있을까요?

 

앞에서 이 책은 <스토리텔링 과학>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니, 이 책은 과학적 정보를 우리에게 가르쳐 준답니다. 특별히 이 책은 섬에 연관된 과학적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섬이란 무엇인지, 과연 섬과 대륙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인지. 그리고 산호섬이 어떤 과정을 통해 생기게 되는지(놀란 박사가 무인도에 홀로 남게 된 이유가 놀란 박사의 배가 산호섬에 부딪쳤거든요). 그리고 섬에 사는 동식물들은 무엇이 있으며, 그 특징들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하나하나 잘 설명해 주고 있네요.

 

그리고 놀란 박사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혹시 만에 하나 홀로 섬에 표류하게 되었을 경우, 생존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를 친절하게 가르쳐주고 있답니다. 책의 뒤편에서는 여태 앞에서 설명한 과학적 지식에 대해 복습해보도록 풀이문제를 내주고 있어, 문제를 풀어봄으로 책을 제대로 잘 읽고 이해했는지를 평가해 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어 좋네요.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섬에 대한 과학적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참 좋은 책입니다.

 

책 내용 가운데 인상적인 내용은 씨앗은행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농업유전자원센터라고 하여 한 곳이 있다고 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약 1,750개 장소에 씨앗은행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곳에는 540여만 종에 이르는 씨앗들이 보관되어 있다고 하고요. 이 씨앗은 1,000년이 넘게 보관할 수 있데요. 그러니, 혹시라도 어떤 식물이 멸종하게 된다고 해도, 그 씨앗을 1,000년 넘게 보관함으로 다시 그 종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좋은 은행이네요. 조금은 우리의 마음을 놓게 해주는 좋은 대안, 좋은 노력이라 여겨집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를 잘 관리하고 보존함으로 씨앗은행에 보관 중인 씨앗들을 사용할 일이 없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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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학대사와 빠가사리 똥 파란하늘 전설 시리즈 1
유명은 지음, 김희남 그림 / 파란하늘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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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학대사와 빠가사리 똥』이라는 재미난 제목의 이 책은 경기도 여주시에 있는 신륵사와 그 주변 문화유산에 얽힌 전설들을 소개하는 이야기입니다. 경기도 여주에는 여주팔경이라 하여 여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내지 순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첫 번째가 바로 신륵사에 울려 퍼지는 저녁 종소리입니다. 그만큼 신륵사의 풍광이 아름답다는 의미겠죠. 우리나라 사찰 가운데서는 드물게 강변에 세워진 사찰이라는 희소성도 신륵사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해 줍니다.

 

이 책에서는 바로 이런 신륵사가 세워지게 된 배경에 얽힌 전설, 그리고 쇠락해 가던 사찰을 다시 중창하게 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네 번째, 다섯 번째 이야기). 이 외에도 여주에 있는 또 하나의 여주팔경에 속하는 영릉, 즉 세종대왕릉이 어떻게 여주까지 오게 되었는지도 소개하네요(첫 번째 이야기). 고려시대 원나라에 처녀들을 보내야만 했던 슬픈 이야기에 얽힌 이곡(목은 이색의 부친)의 이야기도 전해줍니다(세 번째 이야기).

 

책 제목이기도 한 「무학대사와 빠가사리 똥」은 이포리에 있는 삼신당에 얽힌 전설이랍니다(두 번째 이야기). 제목이 대단히 재미나서 과연 무슨 이야기일까 궁금증을 유발하게 되는 이야기죠. 궁금증을 풀어 드릴게요. 무학대사가 여주까지 배를 타고 강을 따라 가는데, 점심 때가 되어 사공 최씨는 배 위에서 빠가사리로 생선국을 끓여 점심을 대접하게 됩니다. 스님은 고기를 먹지 않지만, 대접할 것이 그것밖에 없었거든요. 그런데, 무학대사는 생선국을 너무 맛나게 드시는 거예요. 그 모습에 최씨의 아들이 어찌 살생을 금하는 스님이 생선죽을 그토록 잘 먹느냐고 따집니다. 이에 무학대사는 배 위에서 엉덩이를 까고 똥을 싸는데, 엉덩이에서 살아 움직이는 빠가사리들이 나왔다네요. 진짜 전설답죠? 물론, 이때의 인연으로 무학대사는 최씨 부자에게 번영의 축복을 내려주었고, 장차 어떠해야 하는지 가르쳐줬다고 하네요.

 

참, 재미난 이야기죠? 이게 전설이 갖는 매력인 것 같아요. 전설에는 초자연적인 이야기들이 가득하죠. 한 마디로 판타지죠. 하지만, 전설이 갖는 진짜 매력은 재미만은 아닌 것 같아요. 이 책에 실린 5가지 이야기들 모두가 갖고 있는 공통점은 이야기의 끝이 충만함을 지향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여러 가지 힘겹고 어려운 순간들이 있죠. 위기의 순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러한 과정들에 때론 신비한 힘이 개입하게 되고, 결국에는 충만함을 누리게 되죠. 번영하게 되기도 하고, 위기가 사라지기도 하고, 잘되는 모습들을 보이는 겁니다. 이것이 전설이 오늘 우리에게 부여하는 선물이 아닐까 여겨지네요. 따라서 전설 이야기를 읽고 듣는 독자들에게 그러한 충만함의 축복이 임하길 소망해 봅니다.

 

또 하나 이 책이 주는 선물은 이제 경기도 여주 지역에 대한 특별한 의미가 부여되었다는 점입니다. 이 책을 읽은 독자가 앞으로 경기도 여주 지역을 여행을 하게 된다면, 그 여행이 더욱 풍성해지리라 여겨지네요.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까요.

 

책 뒤편에서는 <신륵사 주변 가볼 만한 곳>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여주 지역의 문화유산을 알고, 관심을 갖게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단지 아쉬운 점은 가볼 만한 곳을 소개하는 부분이기에 그곳 사진들을 함께 실었더라면 더욱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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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 시집보내기 문학동네 동시집 37
류선열 지음, 김효은 그림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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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 시집보내기』란 재미난 제목의 동시집을 만났습니다. 저자인 류선열 시인의 소개를 살펴보니, 1980년대에 활동하시다 37세의 젊은 나이로 타계하신 분이라고 합니다. 70여 편의 동시와 1편의 동화를 그 흔적으로 남겨 놓고 떠나셨기에 더욱 안타깝고 아쉬움이 가득하게 남게 되네요.

 

먼저, 시인의 동시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기 전, <시인의 말> 가운데 동심을 잃은 오늘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글귀가 있네요.

 

장난감 수갑을 보란 듯이 내걸고 파는 문방구 주인아줌마와 희한한 비디오를 보여 주는 만화 가게 아저씨를 위해 동심을 일으키자.

그리고 이 세상에 아이들의 마음 밭을 가꾸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고 믿는 어른들과 무엇보다도 아이들을 사랑할 줄 모르는 나 자신을 위해 글을 쓰자.

 

시인이 어떤 마음으로 동시들을 적어나갔을지 알게 해주는 구절이네요. 아이들의 마음 밭을 가꾸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시인, 그 마음 밭을 가꿈에 동시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는데, 시인의 활동 기간이 너무 짧음이 다시 한 번 아쉬움으로 남게 되네요.

 

시인의 동시들을 살펴보며, 무엇보다 두드러진 시의 형식면에 있어서의 특징이 있네요. 그건 많은 동시들이 운문시와 산문시가 혼합된 형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랍니다. 또한 그 내용들은 목가적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동시들도 많고, 무엇보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들, 특히 자연을 벗 삼아 뛰놀던 동심을 느끼게 하는 시들이 많답니다. 참새 집에 손을 넣어 참새를 살며시 만져보고 놓아주던 일, 잠자리 꽁무니에 짚을 꽂아 날려 보내며 놀던 일, 개구리 엉덩이에 바람을 넣고 놀던 일, 개울에서 멱을 감다 귀에 물이 들어가면 따뜻한 조약돌을 귀에 대 물을 빼던 일 등을 시인은 잘 묘사하고 있답니다. 이런 동시들을 읽으며, ‘그래, 나도 이렇게 놀던 때가 있었는데.’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떠오르게 되네요. 그러니, 동시를 통해, 자연스레 동심의 시대,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하게 된답니다. 물론, 아이들에게는 부모님 세대들이 어떻게 놀았는지를 살며시 엿볼 수도 있겠고요.

 

어린 시절 소풍가기 전날에 잠을 잘 못 이루었지요. 설레는 마음에 뒤척이다 늦게 잠들었는데도, 어느 날보다 일찍 눈이 떠지던 소풍날. 소풍날에 빠질 수 없는 게 보물찾기였죠. 그런데, 시인도 저처럼 보물찾기에 재능이 없었나 봐요. 저도 보물찾기를 하면 잘 찾지 못했거든요. 친구들은 그토록 잘 찾던 보물을 난 왜 그리 못 찾았던지. 시인은 그런 보물찾기에 대해 이렇게 노래하네요.

 

내게 보물은 그저 ‘찾기 전의 설렘’ 그것뿐인가 봐요.

< 보물찾기 > 일부

 

맞아요. 보물을 찾지 못해도 즐거웠던 건, 언제나 이 설렘이 가득했기 때문이죠. 이 동시집 『잠자리 시집보내기』에는 바로 이런 설렘으로 가득합니다. 옛 추억에 대한 설렘 말입니다. 또한 풋풋하던 이성을 향한 설렘도 엿보이고요. 꿈속에서 결혼식을 하게 되는데, 자기 옆에 있는 신부의 얼굴을 보니, 이빨 빠진 짝꿍이네요. 또한 갓 전학 온 여자아이에게 남자답게 보여야 하는데, 진눈깨비 내리는 고갯길을 걸어 하교하는데, 갑자기 날아오른 새 때문에 깜짝 놀라는 귀여운 모습, 그리고 콩닥거리는 사내아이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동시도 있네요. 이런 내용이에요.

 

둘이서 막 내리막길로 내려설 때여요. 발밑에서 수리부엉이 한 마리가 갑자기 “푸드덕”하고 우리를 놀래 주지 않겠어요. 얼마나 간이 오그라들던지, 우리는 그만 와락 안고 말아요. 왜 이렇게 맞닿은 가슴은 콩닥거릴까요? 구부러진 길 저쪽으로 마중 나오는 형의 호롱불빛이 아른거려요.

< 진눈깨비 > 일부

 

공부보다는 동심의 세계를 동경하는 시인의 노래들도 있는데, 그 가운데 이렇게 예쁘고 따뜻하면서도 유쾌하고 재미난 동시가 있네요.

 

시작이 나쁘면 끝까지 나쁜가 봐요.

어제는 선생님이 늦으셨고

오늘은 내가 늦었는데

말은 안 했지만 길에서 우는 아이를 달래다가 늦었는데

회초리는 선생님 것이고

매 맞은 빨간 자국은 내 것이었어요.

아무래도 생각이란 건 안 하는 쪽이 편해요.

< 꼴찌 만세 > 일부

 

선생님, 나빠요~^^. 길에서 우는 아이 달래다가 지각한 이 아이의 마음, 그 온도만은 단연코 일등이네요.

 

시인이 선물하는 동심의 세상, 동시를 읽고 묵상하는 시간은 너무나도 따뜻하고, 순수한 동시들을 만나 행복한 시간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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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숲 속의 서커스
강지영 지음 / 예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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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영 작가의 신작 『어두운 숲 속의 서커스』는 페인플루라는 감기가 중국과 한국에서만 만연한 가운데 시작된다. 페인플루는 치사율 0 퍼센트에 불과하지만, 문제는 아무도 이 감기에서 낫게 된 사람이 없다는 것. 과연 이 페인플루는 어떤 위험성을 가지고 있을까?

 

답을 알려준다면, 이 페인플루라는 감기에는 놀라운 비밀이 있었으니, 치사율 0 퍼센트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치사율 100퍼센트인 엄청난 질병이다. 왜냐하면, 감기인 줄 알았는데, 모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좀비로 변해버리기 때문. 이 엄청난 질병 앞에 국가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페인플루 환자들을 격리 치료한다고 데려가지만, 실상은 격리하여 방치하거나 살처분한다. 아무런 치료 백신이 없기 때문. 그러니, 좀비 바이러스는 대책 없는 무시무시한 바이러스였던 것이다. 과연 이 대책 없는 좀비 바이러스에서 국가를 구할 방법은 없을까?

 

걱정하지 마시라. 대책 없는 좀비 바이러스보다 더 대책 없는 가정이 있으니, 이들이 좀비 바이러스로부터 세상을 구원할 백신으로 인도할 것이다. 좀비 바이러스보다 더 대책 없는 가정은 바로 숙영의 가족. 첫째인 아들 근대는 심각한 틱 장애로 인해 잘 나가는 회사에서 영원히 나가버렸다. 지금은 애니메이션에 빠져 있는 반 백수. 둘째인 딸 초희는 시집가 출산을 앞두고 있는 평범한 주부이지만, 지금은 페인플루에 감염되어 엄마 숙영을 사지로 몰아가게 한다. 마지막 초과는 삼류 소설가이자 이 소설의 주인공. 그리고 이들 삼남매를 억척스럽게 기른 숙영씨가 바로 대책 없는 가족이다.

 

이들이 왜 대책 없을까? 이들 가정은 좀비 바이러스의 창궐로 인해 집에서 두문불출해야 마땅하지만, 모두 세상으로 나간다. 초과는 자신의 딸 유이가 미국에서 자신을 길러준 엄마와 함께 수술을 받기 위해 한국에 들어왔는데, 희귀 혈액인 Rh-이기에 자신이 수혈을 해야만 하는 상황. 그렇기에 초과는 딸을 만나기 위해 좀비로 가득한 곳을 뚫고 지성대학병원으로 향한다. 초과를 돕는 문단 후배이자 애인인 윤재(사실, 이 윤재에게 모든 문제의 Key가 있다.)와 함께.

 

또한 철없는 장남 근대는 자신이 만든 애니메이션 상영을 위해 외장하드를 가지고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한다. 그리고 이들의 엄마 숙영은 페인플루에 감염되어 있는 딸 초희를 살리기 위해 지성대학병원으로 향한다. 과연 이들 앞에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 소설, 『어두운 숲 속의 서커스』는 무엇보다 재미있다. 좀비 바이러스라는 설정. 그것도 평범한 듯 보이는 감기 바이러스를 통해 좀비로 변하게 되는 설정이 참신하다. 또한 이런 바이러스 이면에는 중국과 한국의 깜짝 놀랄만한 합작 연구가 도사리고 있으며, 이 프로젝트를 통해 좀비바이러스를 딛고 도리어 영원한 젊음과 생명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한 남성이 있으며, 이 남성이 초과와 연결된다는 설정도 흥미롭다.

 

뿐 아니라, 어쩌면 세상에서 루저 취급을 받을 수 있는 초과 가정, 아니 숙영 가정이라 부르는 것이 좋겠다. 이들 숙영 가정으로 인해 결국엔 세상이 구원받게 되는 놀라운 결말은 오늘 우리에게 이들 평범한 사람들, 아니 평범 이하의 사람들을 통해 세상이 구원받을 수 있다는 작가의 메시지가 전달된다.

 

아울러, 재미난 소설 전개를 통해, 또 한편으로 무능한 정부, 더 나아가 무능하면서도 냉혹하기만 한 리더들의 모습을 고발하기도 한다.

 

마치 좀비처럼 하루하루를 패배자로 살아가는 이들, 삶에 별다른 기쁨이 없는 자들에게 이 소설을 추천한다. 아마, 이 소설을 읽는 가운데 삶의 생기가 돌게 될 것이다. 너무나도 신나는 이야기 속에 금세 빠져들게 될 뿐더러,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 치명적 바이러스, 대책 없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한 동안 초과, 근대, 숙영, 그리고 신비한 사내 윤재와 함께 좀비 바이러스의 백신을 찾아 모험을 떠나게 될 것이다.

 

물론, 소설을 덮으면 이 신나는 모험에서 벗어나 또 다시 냉혹한 세상 속으로 좀비처럼 걸어 들어가야 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또 아는가! 나도 모르는 사이, 『어두운 숲 속의 서커스』안에 작가가 감춰놓은 백신을 맞아, 이젠 좀비 같은 세상에서 생명력 있게 살아가게 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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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생 자르기 Fired K-픽션 13
장강명 지음, 테레사 김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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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한참 ‘갑질’논란으로 진통을 겪어왔다. 물론, 이러한 갑질은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힘이 있으면 비행기도 회항시키고, 백화점의 직원들도 자신의 앞에 무릎 꿇릴 수 있는 세상에서 우린 살아간다. 그런 우리들에게 『알바생 자르기』란 제목은 상당히 불순하며, 도발적인 제목처럼 여겨진다.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치게 된다. 그런데, 사뭇 기대했던 내용과 다르게 이야기는 전개된다. 알바생은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라기보다는 왠지 알바생이 또 하나의 갑이 되어 횡포를 부리는 것은 아닌가 여겨지기도 한다. 심지어 읽는 내내 이런 못된 알바생을 어떻게 하면 잘 자를 수 있을까 생각하게 하기도 한다.

 

작은 회사의 중간관리자인 은영은 알바생 혜미로 인해 마음고생(?)이 많다. 일도 열심히 하지 않으며, 싹싹하기보단 찬바람이 쌩쌩 부는 알바생이 과연 부하인지 상전인지 구분이 안 된다. 공과사의 구분도 없이 업무시간에 한의원에 다니면서도 그 당당함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알 수 없다. 비정규직으로서 누릴 수 있는 혜택들을 모두 이야기하며 하나하나 다 받아내는 그 당돌한 모습에 은영은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이런 모습에 은영이 빨리 알바생 자르기에 성공해야 할 텐데 하는 심정이 들기도 한다.

 

결국 알바생으로 인해 마음 고생하였던 중간관리인 은영은 알바생 혜미를 자르는데 성공하게 된다. 그럼 홀가분한 마음으로 책장을 덮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불편함과 미안함, 안타까움, 부끄러움이 마음에 가득하다. 글은 이렇게 끝나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여자아이는 가방에 손을 넣어 봉투를 확인했다. 봉투를 땅에 떨어뜨리고 돈을 잃어버리게 되지 않을까 겁이 났다.(이렇게 주지 말고 계좌로 부쳐줬으면 좋을 텐데.) 건물을 나서자마자 은행을 찾아갈 참이었다. 학자금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해 독촉을 받고 있었다. 여전히 발목이 아팠다. 인대 수술을 받느라 퇴직금을 다 썼지만 별로 나아진 게 없는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고,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78쪽)

 

여태 독자들은 작가에게 속았다. 작가는 알바생의 부당한 모습들을 드러내며 자르기를 학수고대하는 은영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그렇기에 독자 역시 은영에게 동조하게 된다. 하지만, 마지막은 이렇게 반드시 잘라내야만 하는 나쁜 알바생이 알고 보니 그 안에 남들에게 밝힐 수 없는, 그리고 남들이 알아주지도 않는 수많은 아픔과 한숨, 삶의 무게가 가득한 약자 중에 약자에 불과하다. 그토록 맹랑하게 여겨질 만큼 자신의 권리를 찾아가며 손에 움켜쥐려한 이유 역시 혜미에게는 그만큼 절박하였기 때문이다. 그나마 그것들을 쟁취하였음에도 혜미는 여전히 빈손 인생이며, 곁에는 아무도 없는 외로운 인생, 미래가 불안한 인생에 불과하다.

 

이런 결말을 통해, 작가는 우리로 하여금, 나의 입장에서 쉽게 판단하고 몰아세우려는 대상 역시 그 안에 아픔과 설움을 간직한 인생이며, 그 아픔의 무게만큼 더욱 당돌해질 수밖에 없는 약자 중에 약자임을 생각하게 한다. 약자의 당돌함은 생존하기 위한 절박한 선택일 뿐이다. 짧은 글이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며, 타인을 향한 나의 자세를 돌아보게 하는 좋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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