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스 켈리와 유럽 모나코 왕국 이야기 - 안드레아 왕자, 몬테카를로, 지중해의 햇살을 품은 꼭 가고싶은 나라
유은유.정은우 지음 / 아이네아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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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그레이스 켈리와 유럽 모나코 왕국 이야기'

- 몬테카를로, 지중해의 햇살을 품은 꼭 가고 싶은 나라 -

 

 

 

  

 

저자 : 유은유(유정희), 정은우

발행처 : 아이네아스

발행일 : 2019년 12월 15일 2판1쇄

도서가 : 15,800원

 

 

세계에서 제일 작은 나라는 어디일까요?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그건 바티칸시국입니다. 국토 면적이 불과 0.44㎢ 밖에 안되는 나라로 경복궁(0.432㎢), 창덕궁(0.435㎢)면적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랍니다.

그럼 두번째로 작은 나라는 어디일까요? 주변에 이에 대해 아는 사람 별로 없던데요. 그건 바로 모나코로 지중해 연안에 프랑스와 이탈리아 접경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면적이 2㎢ 정도인 나라랍니다.

참고로 3위는 남태평양에 자리하고 있는 섬나라 나우루(21㎢)이고, 4위도 남태평양에 위치한 투발루(26㎢)이며, 5위는 이탈리아반도 중부에 위치한 산마리노(61㎢)라는군요.

 

뜬금없이 국토 면적 타령을 하는 이유는 이중 2위에 해당하는 나라인 모나코와 관련된 책을 읽었기 때문인데요. <그레이스 켈리와 유럽 모나코 왕국 이야기>라는 좀 긴 제목의 도서로 영화배우로 활동 중에 모나코 국왕과의 결혼하여 전세계 여성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던 그레이스 켈리와 모나코 왕국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진 책으로 2014년 첫 출간된 것을 개정 증보하여 출간된 책입니다. 

읽어 보니 현지 답사와 자료 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실 관계를 검증하는데 고심하였다는게 많이 엿보이는 인상적인 책이었죠. 책은 그레이스 캘리라는 필라델피아의 평범한 소녀가 전세계 여성들의 아이콘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하게 담고 있고, 유럽 모나코 왕국에 대해서도 왕국의 성립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상세한 역사와 함께 가볼만한 현지 여행 정보들을 상세하게 담고 있답니다.

책에선 그레이스 켈리와 모나코에 대해서 이렇게 자세하게 수록된 책으론 국내 최초라 합니다. 그러고 보니 모나코에 대한 책을 본 기억이 없네요. 모나코 왕궁 모습도 처음 보는 것 같구요.^^

 

저자는 대구에서 출생하여 미국의 대학교에서 Global Studies를 전공하고 한국의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고고학과 동양고대사를 전공한 분입니다. 예전 이분이 집필(해제)한 책 몇 권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 한국 고대사, 특히 고조선에 상당히 깊이 있는 내용의 책이어서 기억에 남는 분이었지요.

이번에는 그것들과는 전혀 다른 분야의 도서인지라 의외라 생각되었는데요. 고대사보다 이쪽이 더 전공분야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생생하면서도 자세한 내용이라서 무척 흥미롭게 읽었답니다.

 

책은 서론부와 다섯개의 챕터, 그리고 에필로그와 질문과 답변, 모나코 역대 군주 리스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론부에는 <2019년 개정판 서문>, <들어가며(2014년 초판본 서문)>, <일러두기>, <레니에 3세와 그레이스 켈리 가계도>, <19세기 중엽 유럽 모나코 왕국>, <오늘날 유럽 모나코 왕국>까지 좀 많아 보이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본론부인 다섯개의 챕터는 <Chapter 1. 그레이스 켈리 Ⅰ ; 할리우드의 별을 꿈꾸는 필라델피아의 소녀>, <Chapter 2. 그레이스 켈리 Ⅱ ; 할리우드의 연인, 모나코의 사랑이 되다>, <Chapter 3. 유럽의 마지막 로맨틱 왕국 모나코. 그 옛 이야기 (1) ; 지중해의 바위산, 그리말디 가문의 성지가 되다>, <Chapter 4. 유럽의 마지막 로맨틱 왕국 모나코. 그 옛 이야기 (2) ; 왕비들의 모나코, 유럽 지중해 문화의 꽃이 되다>, <Chapter 5. 모나코, 그곳으로 떠나는 여행>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어서 <에필로그. 영화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2014)를 보고>, <질문과 답변, 군주 리스트>로 마무리됩니다.

목차에서도 알 수 있듯이 챕터 1~2는 그레이스 켈리에 대한 이야기이고, 챕터 3~4는 모나코 왕국의 역사 이야기이며, 챕터 5는 모나코 여행에 도움이 될 정보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특이한건 에필로그인데 일반적인 에필로그들과는 달리 이 책에선 저자가 영화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를 보고 저자 자신이 확인한 Fact와 영화의 극적 긴장감을 위해 창작되고 변형된 부분을 비교하며 짚어 주는 내용들이 주였습니다. 또 하나 독특한 구성이라 할 <그레이스 켈리, 그리고 모나코 ; 질문과 답변>은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거나 궁금해 하는 것들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내용들인데 질문과 답변이 50개나 됩니다. 개인적으론 마치 논문이나 학술서 형태 구성과 유사해 보였습니다.^^

 

 

  

 

  

 

 

책의 구성처럼 그레이스 켈리와 모나코 왕궁에 대해 먼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929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출생한 그레이스 켈리는 1956년 유럽 모나코 국왕 레니에 3세와 결혼하여 왕비에 오른, 신데렐라와 같은 전세계 여성들의 꿈꾸는 삶을 여성입니다. 1951년 영화계에 데뷔한 그녀는 영화 '컨트리걸'로 1955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여 할리우드의 별로 우뚝 서게 됩니다. 같은해 이 작품으로 칸영화제 초청을 받아 참석하였다가 모나코 국왕의 초대로 모나코 왕궁을 방문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모나코 국왕 레니에3세와 세계적인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가 가까워지기 시작하였다네요. 그해 크리스마스에는 국왕이 미국을 방문하여 그녀의 고향집에서 만나기까지 했다는데요. 다음해 1월에 전격적인 약혼식이 열리고 4월에 결혼식이 거행되었답니다. 물론 결혼식 이면에는 모나코의 왕위계승문제나 국왕의 정치적 입지 문제 등을 해결하고자 한 측면도 있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그들은 결혼을 하였고 그녀가 1982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날까지 순탄한 결혼생활을 이어갔답니다. 

결혼 당시에는 왕실 사람들은 물론 모나코 국민들까지도 외국인인데다가 상스러운 느낌을 주는 영화배우 출신인 그녀를 결코 호의적으로 대하지 않았답니다. 하지만 1남 2녀를 출산하여 왕위 계승자와 국가 존속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고 프랑스와의 불편한 외교관계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탁월한 수완을 보였으며 그녀의 열정과 명성으로 모나코의 관광수입이 몇배로 증가하는 등 모나코의 성장과 발전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그녀를 1960년대부터 점차 자신들의 여왕으로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무척 많은 내용이 나오지만 여기에 다 요약하는건 무리라고 생각되네요..

 

 

  

 

 

지중해 연안에 위치하고 있는 모나코는 프랑스에 둘러싸여 있는 자그마한 나라입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국토 면적이 우리나라 경복궁 면적 정도에 불과한 나라이기에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2016년 총인구 38,000여명)랍니다. 지중해 연안에 삼면이 낭떠러지로 둘러싸여 바다로 툭 튀어나와 있는 바위산을 12세기말 이탈리아의 제노바정부가 처음 자국 영토로 편입시키면서 요새가 건설한 것이 그 기원이랍니다. 카톨릭 교회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이 요새는 이후 이탈리아의 황제파와 교황파의 파벌 다툼에 휩쓸리게 되는데 그 와중에 황제파인 제노바 집정관 집안의 프란체스코 그리말디가 이 요새를 점령하게 됩니다. 이 사람이 현 모나코 왕가의 시조라는데 불과 몇년후 교황파의 공격에 요새를 버리고 탈출하였다네요. 하지만 이후 그의 후손들이 그 바위산을 다시 획득하였다 빼앗게 되는 등 여러번 주인이 바뀌게 되는데 15세기 에스파냐 아라곤 왕국과 협상을 통해 매수하여 획득하게 되죠. 하지만 이후에도 불안한 상황이 지속됩니다. 

모나코를 유럽의 보석으로 만든 사람은 왕이 아닌 왕비였답니다. 19세기 모나코의 국왕이었던 플로레스탕 1세의 아내인 까롤린은 타고난 비즈니스 감각을 발휘하여 무능한 남편 대신 모나코 왕국의 국정을 이끌면서 몬테카를로 카지노를 세우고 프랑스 니스와 연결되는 철도를 건설하여 지리적 고립을 해결하였으며 오페라 하우스를 건설하여 모나코를 유럽 최고의 휴양지로 탈바꿈시켰답니다. 그런데 1차 세계대전의 포화는 비켜갔지만 2차 세계대전에서 모나코는 국가 생존이 걸린 시험대에 서게 됩니다. 그것은 모나코를 보호해주던 프랑스가 나치 독일에 항복하면서 성립된 비시 괴뢰정부에 협조했기 때문인데요. 다행스럽게도 왕세손인 레니에가 자유 프랑스군에 합류하여 여러 개의 무공훈장까지 받는 등 큰 공적을 남기에 전후처리에서 국가로 살아 남을 수 있었답니다. 그러나 국가경제는 파탄상황에 이르게 되었죠. 왕위계승 문제에 국가경제 부흥까지 겹친 상황에 그레이스 켈리는 모나코의 왕비가 되었고 이는 모나코의 부흥에 크나큰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책에는 꼭 가봐야 할 모나코 Best 10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살아생전 가볼 일 있을까 싶지만 글과 사진들로 접해보고 나니 가보고 싶어지긴 하더군요.ㅎㅎ 그 장소는 다음과 같답니다.

 

1. 모나코 왕궁   2. 성 니콜라스 성당   3. 해양박물관

4. 오페라하우스   5. 몬테카를로 카지노의 정원

6. 오텔 드 파리와 카페 드 파리   7.일본식 정원

8. 우표 · 주화 박물관   9. 루이2세 스타디움

10. 퐁베이유 조경공원과 왕비 그레이스 장미원

 

 

  

 

 

이와 같이 책은 그레이스 켈리와 함께 그녀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모나코 왕국에 대해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간 모나코에 대해서는 카지노만으로 국가가 운영되는 줄로만 알았었는데 그게 아니었네요. 19세기말부터 유럽의 휴양지로 명망이 높았던 나라였다는 것, 가볼만한 명소 적지 않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하긴 모나코 왕국과 아프리카 북부에 자리한 모로코란 나라와 헷갈려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니 이 정돈 문제도 아니겠죠.^^

모로코라는 한 나라의 역사와 대표적인 인물, 여행지, 그리고 세계적인 여배우이자 모나코의 왕비 그레이스 켈리까지 두루 살펴 볼 수 있는 참 좋은 책이라 생각됩니다. 그레이스 켈리와 모나코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일독을 권해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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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의 한국의 사찰 답사기
신정일 지음 / 푸른영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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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후기] '신정일의 한국의 사찰 답사기'

- 누구에게나 문을 열고 기다리는 사찰을 찾아서 -

 

 

 

  

 

글쓴이 : 신정일

펴낸곳 : 푸른영토

발행일 : 2019년 12월 9일 초판1쇄

도서가 : 14,800원

 

 

우리나라에는 불교가 전래된 삼국시대 이래 많은 절들이 창건되어 지금까지 많은 사찰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국 각지엔 사찰이 모두 몇개나 있는지 헤아릴 수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곳곳에 많이 자리하고 있지요. 우리나라 문화재를 보면 불교 관련 문화재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걸 생각하면 우리 선조들 삶에 불교가 차지한 비중이 어떠한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고려시대까지만 하더라도 국가적으로 불교를 장려하였으니 당연하다 하겠지만 조선의 숭유억불정책과 수많은 외침들로 인해 조선 이전에 지어진 사찰 건물들 지금까지 온전하게 보존되어 것은 거의 없는게 현실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그러한 사찰들을 두 발로 답사하여 기록한 책이 최근 출간되었답니다. <신정일의 한국의 사찰 답사기>란 책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사찰들은 아니지만 한번 방문해 만한 사찰들을 답사하고 기록한 책입니다. 사찰 탐방을 좋아하는 저로썬 놓칠 수 없었던 책이었지요. 책을 읽어보니 도보답사 전문가가 낸 책답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요. 조금 아쉬운 점은 사찰 경내 사진이 좀더 수록되었음 더 좋았을 것 같더란 점입니다. 직접 찾아가 그 모습 보고 싶단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저자는 문화사학자이자 우리나라 도보답사의 선구자이신 분으로 현재 사단법인 '우리 땅 걷기' 이사장과 '황토현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분입니다. 몇 달 전에 읽었던 '신정일의 동학농민혁명 답사기'로 저자의 스타일이 어떠한지 약간은 알고 있었는데요. 이 책 역시 저자가 직접 답사하여 보고 느낀 점을 사진과 함께 잘 보여주고 있는 책이었죠. 저자 소개에 나오는 저자께서 출간한 책들 중 '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와 '두 발로 만나는 우리 땅 이야기'란 시리즈 책 내용이 무척 궁금하던데 언젠간 꼭 한번 읽어 보고자 마음 먹게 되었습니다. 

 

책에는 목록 기준으로 보자면 총 29개의 사찰이 나오고 있습니다. 단락으로 보자면 20개의 단락이지만 고달사나 상원사 같이 절터만 남아 있는 곳도 포함하고, 2~3개 사찰을 한 단락에 묶어서 집필한 부분이 몇몇 있어서 그렇답니다. 먼저 <머리말. 누구에게나 문을 열고 기다리는 사찰을 찾아서>로 들어간 뒤 다음으로 저자가 직접 답사한 사찰 이야기들이 이어집니다. 개인적으로 보자면 아직까지 가보지 못한 사찰들이 대부분인데요. 책에 수록된 순서대로 나열해 봄 다음과 같은 사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화암사, 태안사, 청량사(봉화), 관룡사, 용문사, 상원사, 사나사, 미황사, 청량사(합천), 장곡사, 삼화사, 청평사, 천관사, 운주사, 남장사, 북장사, 수종사, 고달사, 신륵사, 동학사, 갑사, 봉서사, 송광사, 위봉사, 회암사, 무위사, 도갑사, 청룡사, 석남사. (가보았던 사찰들은 굵은 글씨로, 절터만 남은 사찰들은 붉은색으로 표시)

 

 

  

 

 

책에 수록된 사찰들을 살펴보면 창건연대는 오래된 곳들입니다만 폐사되거나 소실되어 다시 재건된 사찰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우선 개인적으로 가보았던 사찰부터 살펴보았죠. 그래도 가본 곳이니 설명이나 느낌에 대한 공감이 빨리 되더군요. 그래봤자 4개 사찰 밖에 안되었지만요.^^ 책에 나오는 아직 가보지 못한 사찰들 전부 다 가보고는 싶지만 현실적으로 단기간 내 이루기는 어려우니 가까운 곳부터 차근차근 탐방하려 가야겠단 마음을 먹었지요. 일단 전부터 집사람이 가보자던 수종사부터 갔다 오자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는 정약용 생가와 다산 생태공원, 두물머리도 들릴 수 있으니 수도권 거주자에게는 당일 나들이 코스로 좋은 것 같았죠.

 

 

  

 

 

책에 나오는 사찰들, 어느 하나 빠뜨리기 아까운​ 곳들이지만 제일 먼저 가보고자 하는 곳을 고르라 한다면 일단 가까운 수종사이고 그 다음은 청평사가 될 것 같습니다. 청평사는 예전에 소양호에서 배를 타고 청평사 가는 길 초입까지는 가보았지만 정작 사찰에 들리진 못했던 아쉬움이 있기 때문이죠. 청평사로 가는 길에는 소양호에서 배를 타고 가는 길 말고도 산을 넘어서 가는 길도 있다는데 저자는 이 산길로 답사를 했었답니다. 청평사 주변에는 독특한 명소가 있는데 바로 명승 제70호로 지정된 '춘천 청평사 고려선원'이랍니다. 이것은 고려 현종에서 인종에 이르기까지 열명의 임금들과 혼인관계를 맺어 백년의 세도를 누렸던 가문의 이자현이란 사람이 청평사 주변의 구천평에 이르는 넓은 땅에 꾸민 방대한 규모의 선원으로 여기엔 구성폭포와 적석, 연못, 인공석실, 정자 터로 꾸며진 서쪽 냇가의 중원과 묵희암과 연못, 동굴, 석실, 좌선대, 수만식 돌정원 주변의 남원, 정자와 적석군, 계곡으로 이루어진 동원, 해탈문에서 적멸보궁이라 불리는 인공석실과 청평식암 등 선경을 이루는 북원까지 짜임새 있게 꾸며졌다네요. 실제 그 모습이 어떠한지 가보고 싶어지더랍니다.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아직 가보지 못한 곳 가보고 싶게 만듭니다. 희한한건 이미 가보았던 곳이지만 제대로 보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걸 일깨워줘 또다시 가보고 싶게 만들더라는 것이죠.^^ 강진의 무위사가 그 예인데요. 책에 사진과 함께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극락전 삼존벽화를 보니 그간 대여섯번 방문하였음에도 제대로 본 기억이 나질 않더랍니다. 이번 주말에 이곳에 갈 예정이니 빼먹지 말고 제대로 보고 와야겠다고 다짐을 했다지요.^^

 

 

  

 

 

바람에 스치는 풍경소리와 독경소리, 그와 함께 사찰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 책, 정말 마음에 들거라 생각이 듭니다. 학구적이거나 현학적인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여행 답사기 같은 글이기에 더욱 그렇게 느껴졌죠. 전에 읽었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산사 순례'와는 느낌이 조금 다른 것 같은데요. 여튼, 전 둘 다 참 마음에 드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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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5대 소설 수호전·금병매·홍루몽 편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이나미 리쓰코 지음, 장원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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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후기] '중국 5대 소설 ; 수호전·금병매·홍루몽 편'

- 중국 소설의 방대한 세계를 간결하면서 깊이 있게 안내하다! -

 

 

 

 

 

 

저자 : 이나미 리쓰코

번역 : 장원철

펴낸곳: (주)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발행일 : 2019년 11월 15일 초판1쇄

도서가 : 11,800원

 

 

 

 

 

중국은 예로부터 시문학이 발달하여 한당시대에 극성기를 이루어 지금까지도 많은 중국인들이 시 한수 읊는게 일상사라고 합니다. 소설은 당(唐)의 전기(傳奇)와 송(宋)의 화본(話本)을 거쳐 명청시대에 본격적인 소설로 발전하였다지요. 명(明)대 출현한 4대 기서인 삼국연의(삼국연의(三國演義), 수호전(水滸傳), 서유기(西遊記), 금병매(金甁梅)로 본격 소설이 싹트기 시작하여 청(淸)대에 나온 홍루몽(紅樓夢)으로 중국 소설이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이 다섯 작품을 중국 5대 소설이라고 하지요.

 

이번 도서후기 대상은 이 중국 5대 소설 중 3개의 작품(수호전,금병매,홍루몽)에 대해 분석하고 해설해 주는 책으로 이와나미 시리즈로 유명한 AK커뮤니케이션즈에서 출간한 <중국 5대 소설 ; 수호전·금병매·홍루몽 편>입니다. 책을 감싸고 있는 겉표지를 벗겨내니 이와나미 시리즈만의 독특한 디자인, 주황색 색깔은 그대로이지만, 좀 바뀌었더랍니다. 전에는 고전적인 느낌이었다면 이번 디자인은 가로로 책 제목과 출판사, 이와나미 이니셜이 새겨진게 심플하면서도 스타일리쉬하게 느껴집니다.

 

 

 

 

 

저자는 1944년 일본 도야마현 출신의 중국문학을 전공한 여성분으로 예전에 읽었던 이와나미 시리즈 <중국사가 낳은 천재들>을 집필한 그 작가분이었죠. 전형적인 일본 여성스럽다고 느껴지던 분이었는데 상당히 많은 중국 문학 관련 저서들을 출간하셨다는게 이채로왔던게 새롭네요.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여성이라는걸 극명하게 보여주는 글들이 상당히 많이 나옵니다. 페미니즘 성향이 짙은 분 같단 생각이 좀 들었지요.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수호전과 금병매, 홍루몽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소설을 그대로 올려놓은게 아니라 소설의 구성상 중요 내용들을 해설해가면서 보여주고 있기에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가 있었지요. 수호전의 경우엔 소설은 물론 만화로도 많이 보았던 것이기에 생각할 것도 없이 금방 다 읽게 되었지만 금병매나 홍루몽의 경우엔 요약된 내용만 보았던지라 읽는데 시간이 좀 걸리더랍니다. 아무리 해설이 잘되어 있더라도 그건 어쩔 수가 없네요..

 

 

 

 

 

먼저 각각의 소설들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책에는 내용중 수시로 소설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데 꽤 자세하고 깊이 있는 설명이었지요.

 

<수호전(水滸傳)>은 중국 5대 소설 또는 중국 4대 기서 중 하나로 인정받는 고전소설로 '삼국지연의'나 '서유기'와 같은 재담꾼의 설화에서 비롯된 중국 최초의 백화문으로 쓰여진 <장회소설>입니다.

'장회소설(章回小說)'은 중국의 통속 장편소설의 통칭으로 장 또는 회로 나누어 서술한 연속강담식 소설을 말하는것으로 이 소설 형식은 원명시대에 삼국지연의,서유기,수호지 등에 의해 완성되었고, 청대의 홍루몽을 거쳐 견책소설에까지 답습되었답니다.

수호전은 현재 다양한 판본들이 전해지고 있는데 현존하는 가장 오랜 텍스트가 간행된 것은 명나라 말기 만력 연간에 간행된 100회본으로 1~71회까지는 호걸들이 양산박에 집결하는 내용이고, 82회에서는 양산박 군단이 조정 관군과 전투를 벌이면서 정식으로 귀순하는 과정이며, 83회부터 100회까지는 요 정벌과 방납의 난 진압에 출전하여 결국 군단이 괴멸하기까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답니다.

이 외에도 90회 이후에 왕경의 난 진압과 전호의 난 진압 대목 등 20회 분이 추가된 120회본도 후대에 간행되어 널리 유통되었답니다.

수호전의 저자로는 삼국지연의로 유명한 '나관중'과 '시내암', 그리고 둘의 합작이라는 세개의 설이 있는데 책에 따름 '시내암(施耐庵)' 단독저자설이 유력한 편이라고 합니다.

내용은 다들 잘 아시리라 믿고 간단명료하게만 책에 수록된 걸 기준(100회본)으로 언급하겠습니다. 수백년 동안 지하 땅속에 갇혀 있던 천강성 36인과 지살성 72인, 도합 108 마왕들은 어느날 우연히 풀려나게 되어 천공 저멀리 날아가게 됩니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흘러 108 마왕들은 지상에 환생하였는데 양산박에 모인 108명의 호걸들이 바로 그들이라는거지요. 이후 하나하나 호걸들이 등장하여 양산박에 모이게되는 스토리가는 전개되지요.

 

<금병매(金甁梅)>는 수호전에서 벌어진 내용과 연결되어 이야기가 전개되는 소설로 이 역시 중국 5대 소설(4대 기서) 중 하나라 인정받는 고전소설이자 장회소설입니다. 주인공 반금련과 서문경은 잘 알려진 인물들이죠. 

북송 말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신흥 졸부 상인 서문경을 둘러싼 욕망의 세계를 에로틱하고 강렬하게 묘사한 소설이지만 저자는 이 소설이야말로 중국 소설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 획기적인 위대한 소설 작품이라고 극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이전의 소설들은 저잣거리에서 재담꾼이 공연한 설화를 모태로 한 작품들이었지만 금병매는 처음부터 저자가 구상하여 창작한 작품이기 때문이랍니다. 이 작품에서부터 '이야기되는 설화'에서 '창작되는 서사물'로의 대전환을 이루게 되었다네요.

금병매 역시 다양한 판본이 있지만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간행본은 만력 연간에 간행된 100회본 <금병매사화>로 추정된다고 하면서 이것을 토대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홍루몽(紅樓夢)>은 금병매가 나오닌 150년 후인 18세기 중엽 청대의 조설근(曹雪芹)이 지은 중국 백화소설의 금자탑인 작품입니다. 신흥 졸부 상인이 활개치는 속취가 물씬 풍기는 세태를 묘사한 금병매와는 달리 홍루몽은 세련의 극치라고 할 대귀족 가씨 집안을 무대로 화려한 건축, 가구, 기물 등에 둘러싸인 수준 높은 생활 양상을 생생히 묘사하면서도 복잡한 인간 군상의 상호 관계를 빼어나게 묘사해낸 작품이죠.

주인공인 소년 가보옥 주변에는 미소녀들이 여러 명 있는데 금병매의 서문경 주변의 여인들과는 달리 왠만한 문인들 뺨칠 정도의 수준 높은 교양을 지닌 여인들입니다. 이 작품은 앞의 작품과는 달리 저자가 명확하지 그 저자가 완성한 것은 아니랍니다. 몰락한 귀족 집안의 자제였던 조설근은 전체 120회 중 80회까기 집필하였지만 어려운 삶에 지친 나머지 병사하였고 나머지 40회 분량은 원작자의 구상을 바탕으로 고악(高鶚)이란 사람이 집필한 것으로 추정된답니다.

 

 

 

 

 

책은 이 세편의 중국 고전소설들의 작품 세계를 주요 장면마다 저자의 해석과 해설을 통해 구체적으로 찬찬히 살펴보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이야기되는 설화에서 창작되는 서사물로의 이행과 재미있는 이야기로부터 정치한 소설로 정밀도를 높여갔던 중국소설사의 흐름을 파악해보려는 목적을 가지고 집필하였답니다. 저자도 말하고 있듯이 이 소설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통독하는데 배전의 열정과 각오를 요하는 대작들이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에 비례하여 이들 작품을 끝까지 독파하였을 때의 성취감은 그만큼 각별하다 하고 있지요. 이 책은 그정도는 아니지만 분량이 좀 많기는 합니다. 어렵지 않게 잘 풀어쓰고 있기에 읽는데 지루할 틈이 없죠. 게다가 금병매나 홍루몽은 삼국지연의나 서유기, 수호전에 비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인기있는 소설이 아니기에 읽을 기회가 별로 없는 것 같기에 더욱 각별한 책이라 여겨집니다. 관심 있는 분이라면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이라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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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이야기 1 - 전쟁과 바다 일본인 이야기 1
김시덕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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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일본인 이야기 1.전쟁과 바다'

- 16세기 일본은 조선,중국과 어떻게 다른 길을 걷게 되었나? -

 

 

 

  

 

지은이 : 김시덕

펴낸곳 : (주)메디치미디어

발행일 : 219년 11월 22일 초판1쇄

도서가 : 20,000원

 

 

 

 

 

동아시아 3국인 한국,일본,중국 이 세 나라는 오래전부터 서로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받는 그런 관계라고 합니다.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도 많았겠지만 우리의 역사를 살펴보면 부정적인 영향, 전쟁과 침략에 시달린게 훨씬 많은거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 옛 선조들을 보면 그러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대해선 알아보려는 사람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아마도 근세 이전의 일본(왜)에게는 얻을 것이 없는 낙후된 곳이라 여겨 무시해 왔기에 그런게 아닐까 생각됩니다만 그러한 일본이 언제부터 강해졌는지가 문득 궁금해집니다.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해 줄 책을 최근 접하게 되었죠. 서평단에 참여하여 입수하게 도서로 근세 일본 역사는 어떻게 흘러갔고 어떻게 발전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들을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책이었습니다. 도서제목이 <일본인 이야기1>로 부제는 <전쟁과 바다>인데요. 저자의 말에 따름 일본의 1540년대 초부터 1940년대 말까지의 역사를 다섯권의 시리즈로 다루려고 계획했는데 그 중 첫번쩨로 출간하게 된 책이랍니다.

 

책은 근세 일본의 역사적 사건들과 그 상황들을 보여주고 있기에 4백여 페이지가 빼곡하게 채워질 정도로 상당히 많은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일본말로 된 수많은 사건과 인물들이 등장하기에 읽어 나가는게 그리 쉽진 않았는데요. 독파하는데 며칠이란 시간은 소요되었지만 어찌됐든 완독하게 되었고 덕분에 15세기부터 17세기까지의 일본 역사는 어떻게 흘러갔고 어떻게 근대화에 이르게 되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가 있었답니다. 읽으면서 조선이 이리 했더라면 역사는 어떻게 흘러갔을까 하는 부분들이 꽤 많더군요..

 

저자는 1975년 서울 출생으로 우리나라에서 일문학을 전공하고 일본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분으로 현재 규장각 한국학 연구원 교수로 재직중인 분입니다. 저자 소개를 보니 꽤 많은 역사 서적들을 출간하였던데 경력 중 이채로운 건 외국인 최초로 일본 고전문학 학술상을 수상했다는 것이죠. 보수적이라는 일본에서, 그것도 그들의 고전문학 학술상을 수상했다는 것을 보니 깊이있는 일본 전문가라 여겨졌습니다.

 

 

  

 

 

책은 서론부인 <들어가며>로 시작하여 본론부인 <1장. 대항해시대 유럽과 동부 유라시아>, <2장. 바다와 일본>, <3장. 조총과 십자가>, <4장. 일본·중국·유럽>, <5장. 조선과 카톨릭>, <6장.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선택>으로 이어지고 결론부인 <나오며>로 마무리됩니다. 마지막에는 부록과 주석등이 삽입되어 있구요. 부제에서도 나타나 있듯이 16세기 일본의 동향이 주 내용이지만 전후 시대 이야기도 꽤 많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근세 일본이 어떻게 발전하기 시작했었는지가 궁금했기에 그 위주로 살펴보았지요. 조총이 왜구에 의해 들여왔다는게 좀 놀라웠어요.

 

 

 

 

 

책 표지를 넘기면 바로 나오는 간지에는 1590년대 일본열도의 권력분포도가 나옵니다. 흐흠.. 이렇게 보니까 당시 일본열도의 실세들이 한눈에 파악되네요. 그런데 일본에는 수 많은 쇼군과 다이묘들이 출현했었다 들었는데 이게 전부인가 싶어서 알아보니 제가 잘못 알고 있었더군요. 쇼군과 다이묘에 대해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쇼군(將軍)'은 일본의 역대 무신정권인 막부(幕府,바쿠후)의 수장을 가리키는 말로서 12세기말 가마쿠라 막부에서 처음 호칭이 사용되었답니다. 13세기말 가마쿠라 막부가 무너지고 14세기초 무로마치 막부가 등장하게 되는데 16세기 쇼군 옹립을 둘러싼 갈등과 전쟁, 다이묘들에 대한 통제력 상실 등으로 점차 쇠락하다가 무너지고 17세기초 도쿠가와 막부로 이어집니다. 이 막부가 19세기까지 일본을 통치했구요.

'다이묘(大名)'는 10세기말에 등장하여 19세기 후반까지 이어져 왔던 일본 각 지역을 다스렸던 지방의 유력자를 말한답니다. 초기에는 우두머리 무사 정도의 지위였지만 12세기부터 점차 지위가 상승하기 시작했답니다. 이처럼 다이묘의 지위와 권한은 시대별로 많은 차이가 있었는데 15세기 후반부터는 빈번한 전쟁으로 막강해진 다이묘들이 출현하게 되었고 이때부터 연간 1만석 이상의 영주만이 다이묘라 불렀다네요. 17세기초 에도시대(도쿠가와 막부)가 시작되면서 대부분의 다이묘가 서약을 통해 쇼군 아래로 편입되기 시작했었답니다.

 

 

 

 

 

<1장. 대항해시대 유럽과 동부 유라시아>는 15세기 유럽에서 시작된 대항해시대가 동아시아에 어떤 영향을 끼쳤고 일본은 이를 어떻게 대처했는지 보여주는 장입니다.

1장은 네덜란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1장의 부제이기도 한 "전투 없이 거래 없다"란 구호를 저자는 네덜란드에서 열린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세계'라는 전시회에서 처음 보았답니다. 이 구호가 당시 유럽국가들이 내세운 근본원리이자 유럽문명권이 세계를 지배하게 된 원동력이며 지금의 글로벌 질서를 만들게 된 핵심이라고 저자는 확신했다네요. 뭐. 지금도 강대국들의 행태를 보면 그 근본에는 별다른 변화가 있는거 같아 보이진 않습니다.

일본은 이러한 방침을 가지고 접근하던 유럽국가들과 관계 맺는데 있어서 처음에는 다른 아시아국가들처럼 소극적이었지만 17세기 도쿠가와 막부에서부터 네덜란드를 무역 상대국으로 선택했고 19세기까지 유지해 왔답니다. 종교는 받아들이기도 하고 탄압도 하게 되지만 무역만큼은 지속적으로 유지해 왔다는 점이 조선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죠. 일본은 이를 통해 서구의 문물을 보다 빨리 흡수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게 된 듯 합니다.

유럽의 여러나라들이 식민지 쟁탈전을 벌이던 16세기의 일본은 수백수천 단위로 쪼개져서 서로 싸우고 있던 전국시대였답니다. 당연히 군사력 증강과 무기 개량에 관심이 많을 수 밖에 없던 상황이었는데 그 시기에 포르투갈인을 통해 유럽의 조총이 들어오게 되고 1555년에는  자체적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할 수준까지 발전하게 되었다는군요.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총을 활용, 화력을 극대화하는 전술을 개발하여 군사들을 이끌고 전국시대의 분열을 끝내고자 하나하나 통합하기 시작하였답니다. 그에 반해 유럽의 카톨릭 세력들은 그 이후에서야 일본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네요. 이처럼 일본은 시기가 잘 맞물리고 운이 좋아 유럽의 군사세력이 진출하기도 전에 내부적으로 군사력이 강해질 수가 있었답니다. 그리고 그러한 군사력으로 일본의 권력자들은 대륙으로 진출하겠단 꿈을 꾸게 되었다죠. 그 결과 발생한 것이 동아시아 3국의 국제전이라 할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입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죽음으로 왜란은 종결되고 도쿠카와 막부로 이어지는데 이후 19세기 초반까지 정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점차 쇄국의 길에 들어서게 되고 근대화로의 이행은 중단되었답니다.

 

 

 

 

 

<2장. 바다와 일본>은 "네덜란드에서 배를 타면 에도의 니혼바시까지 올 수 있다"란 부제가 붙어 있는데 동아시아 3국중 유일하게 태평양에 접해 있는 일본의 지리적 요인이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보여주는 장입니다. 일본은 중화 문명 영향력 아래에 있었지만 자신들에게 다가오던 유럽 문명을 접하게 되면서 필요한 것을 선택하는 상대주의적 자세를 취하였답니다. 이것이 바로 조선과는 가장 다른 점이었고 그 결과는 역사가 말해주고 있지요.

일본에게 있어서 바다는 문명을 받아들이는데 방해되고 제한하는 존재이면서도 외부의 침략을 막아주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일본은 활발한 해상활동을 펼치게 되었지만 이에 반해 중국이나 조선은 바다에 대해 관심 밖이었다죠. 이는 정화의 원정대 말고는 장기간 대규모 해상활동이 거의 없다는 중국의 사례를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18세기 후반 일본에서도 "더이상 바다는 일본에 평안을 주지 못한다"란 선언이 나오고 러시아와 영국과의 군사적 충돌에서 패배하면서 일본의 무사계급들이 서양의 군사기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답니다. 19세기 중반에는 막부 군대가 유럽 군대와의 전쟁에서 잇따라 패배하면서 쇄국정책을 폐기하고 개국과 동시에 매이지 정부 수립이 이루어게 되지요.

책은 '왜구'에 대해서도 자세히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알고 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내용이었어요. '왜구(倭寇) '는 여몽연합군의 일본원정 이후인 13세기 후반부터 활동을 시작했는데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의 학계에서는 활동시기에 따라 '전기 왜구'와 '후기 왜구'로 분류한다고 합니다. 13세기부터 활동하던 '전기 왜구'들은 일본 내부의 정치적 혼란으로 생존과 생계를 위해 해상으로 진출해 약탈행위를 일삼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 왜구들을 말하지만, 16세기부터 출현하는 '후기 왜구'들은 일본인과 중국인, 포루투갈인 등이 섞인 혼성 해적집단이었다 합니다. 그런데 '후기 왜구'의 주요 세력이 일본인이 아니었다고 하네요. 일본인은 소수였고 중국인이 대다수였는데 중국측 기록에도 그렇게 나온답니다(일본인 3, 중국인 7). 심지어 류성룡 기록 중에는 왜구 중에 조선인이 있었단 기록도 있다고 합니다.. 일본에 조총을 전해준 포르투갈인도 이러한 후기 왜구에 속했던 사람이라네요..

저자는 유럽인들은 '전투 없이 거래 없다'라 한다면 일본인들은 '거래하거나 전투하거나'로 표현할 수 있답니다. 유럽인들은 상대를 제압하고나서 거래를 시작한 반면, 일본인들은, 심지어 왜구까지도 왠만하면 평화롭게 무역하되 어쩔 수 없으면 전쟁을 불사한다는 정도였다네요. 이 역시 알고 있던 상식과는 배치되는 내용이었습니다..

 

 

 

 

 

<3장. 조총과 십자가>는 부제가 "중화 문명권에서 글로벌 세계로의 도약"입니다. 이 장은 일본에 많은 영향을 끼쳤던 카톨릭 포교와 관련된 내용들이 많이 나옵니다. 여기에서 파생되고 영향을 미치게 된 사건들이 참 많더군요.

저자는 16세기 이후 동아시아 역사를 살펴볼 때 유럽세력과 어떻게 교류하고 갈등했는지를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생각한답니다. 그중에도 유럽세력이 가져온 조총과 십자가로 상징되는 신무가와 새로운 종교를 각기 어떻게 받아들이고 배척했는지 살피는게 중요하다고 하네요. 도구가 바뀌면 생각이 바뀐다면서 저자는 많은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대표적인게 인쇄술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장에서 처음 보는 단어인 잇코잇키(一向一揆)이란 말이 처음 나오는데요. 이것은 일본 불교 종파인 정토진종 중 혼간지파에 속하는 승려와 신도, 무사들이 주도하여 일으킨 무장봉기라고 합니다. 카톨릭이라는 새로운 종교집단이 세력을 서서히 키워 나가던 1564년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잇코잇키를 평정하였다는군요. 기존에는 유력한 영주들 간 세력 다툼으로 전국시대 일본이 분열에서 통일로 향하는 과정을 설명하였지만 요즘에는 경제적으로 성장한 피지배층이 중심이 되어 일어난 잇코잇키와 같은 봉기를 무사 계급이 진압하면서 쇼군 권력이 탄생했다고 설명하는게 최근의 추세라고 합니다. 흐흠.. 동학농민혁명이 생각나네요..

 

 

 

 

 

<4장. 일본·중국·유럽>의 부제는 "오다 노부나가 앞에 놓인 세 개의 천하"입니다. 일본 전국시대의 3영걸 중 한명인 오다 노부나가는 유럽에서 온 카톨릭 신부들을 추방하라는 덴노(天皇)의 명령을 사실상 무산시켰답니다. 그가 유럽 카톨릭 세력과의 접촉을 통해 기존의 중화 문명 중심적인 세계관을 폐기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관과 신식 무기를 얻는데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는군요. 이 장에선 일본 전국시대의 꽤 많은 역사적 사건들이 나오는데 명시적으로 기재된 것만 보더라도 에이쿠로의 변, 이나바야마성 전투, 혼고쿠지 습격 사건, 아네가와 전투, 미카타가하라 전투, 나가시노전투, 이시야마 전쟁, 혼노지의 변, 시즈가타케 전투, 세키가하라 전투가 나옵니다.

오다 노부나가는 이나바야마성 전투에서 승리한 뒤 이 성으로 거점을 옮기고 지명을 기후로 바꾸면서 공식적으로 일본 통일을 지향하고 있음을 드러냈답니다. 이 전투에서 노부나가는 적군의 내부 분열과 배신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는데요. 이 대목에서 저자는 정치는 도덕이 아니며, 우연이 찾아오기를 끈질기게 기다렸다가 책략을 부려서 이를 행운으로 바꾸는 것에 주저함이 없는 것이 16~17세기 일본 역사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느꼈던 모습들이었다고 합니다. 마치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말하던 권모술수와 유사하게 보였습니다.

 

 

 

 

 

<5장. 조선과 카톨릭>에서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동일본(규슈)을 평정한 이래고 조선 침략과 사망하기까지의 내용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장은 부제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해결하지 못한 두 가지"인데 저자는 그것이 조선 침략과 유럽과의 문제라 합니다. 조선 침략이야 다 아는대로 그가 전쟁 도중 사망하였기에 이해가 되지만 유럽과의 문제는 정확히 뭘 말하는건지 좀 아리송했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동일본을 평정하고 규슈분할령을 발표한 뒤에 카톨릭 신부 추방령을 내렸답니다. 저자는 이를 일본 역사에서 하나의 결정적 순간이라고 생각한다는데요. 처음 권력 잡았을 당시 히데요시는 카톨릭 보호정책을 펼쳤는데 갑작스레 돌변하였지만 왜,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정확히 알려주는 자료는 없다면서 여러가지 설들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히데요시는 카톨릭 세력이 정권에 정치,군사적으로 위협이 되지 않는 한 유럽과의 관계를 끊지 않았는데 그 근간에는 신앙과 무역을 분리하는 히데요시의 독창적인 정책이 있었기 때문이랍니다. 이는 이후 도쿠가와 막부에 이어지게 되었고 이 점이 조선과는 크게 다른 점이랍니다.

 

 

 

 

 

<6장.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선택>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으면서 남긴 두가지 과제에 대해 어떻게 해결해 나갔는지 그 내용들을 보여주는 장입니다. 조선 침략은 도요토미의 사후에 군사들을 철수시키면고 이후 국교를 재개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 갔고, 유럽 문제는 교역 상대국을 이베리아 반도의 카톨릭 국가인 스페인,포르투갈에서 프로테스탄트 국가인 네덜란드,영국으로 교체하는 방향을 선택하여 해결해 갔답니다. 도쿠가와의 이 두가지 선택은 향후 3백년간 일본의 대내외 관계를 결정하게 되었고, 이와 함께 도쿠가와의 에도막부는 무사집단의 권력 독점을 추구하게 되면서 메이지유신 때까지 일본이 근대국가로 성장하는 길이 막혀버리게 되었답니다. 책에는 이와 관련된 카톨릭 세력들의 움직임에 대한 내용이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요. 이 장에서 나오는 종교 관련 이야기들은 일단 논외로 하렵니다. 

 

 

 

 

 

<부록>에는 책에 나오는 수많은 등장인물들 중 일부를 추려서 그들에 대해 간단히 약술하는 부분인 <등장인물>이 있고, <수도회>라 하여 예수회와 탁발수도회(프란치스코회,도미니크회)에 대해서 설명하는 부분이 이어서 나옵니다. 이어지는 <일본과 대항해시대>에서는 연도별 주요 발생 사건들을 간략하게 언급하고 있고, <주석>과 <찾아보기>을 마지막으로 책은 마무리 됩니다.^^

 

전반적으로 책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일본의 근세시대인 전국시대부터 에도막부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개화되어 성장 발전해 나갔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선과 명나라, 그리고 유럽세력과의 다양한 접촉들도 다양하게 설명해주고 있구요. 일본의 근세시기에 대해 자세히 알고싶다면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리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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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점에서 본 우주 - 실험 천문학자들이 쓰는 새로운 우주 기록
김준한.강재환 지음 / 시공사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서평후기] '남극점에서 본 우주'

- 실험 천문학자들이 쓰는 새로운 우주 기록 -

 

 

 

  

 

지은이 : 김준한 · 강재환

발행처 : (주)시공사

발행일 : 2019년 11월 25일 초판 1쇄

도서가 : 16,000원

 

 

지구상 마지막 남은 원시 대륙이자 유일한 무인 대륙인 남극대륙(Antarctica)은 표면의 98%가 빙원으로 덮여 있고 지구상 민물의 90%를 보유하고 있으며 막대한 부존자원이 매장되어 있는 곳이지만 지구상 어느 국가도 소유할 수 없는, 영토권 주장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곳이기도 합니다. 연평균 영하 50도라는 추위와 지난 2백만년 동안 비가 거의 오지 않은 사막과 같은 환경을 가진 남극은 인간이 살아갈 수 없는 극한의 환경이지만 두터운 얼음층으로 표고가 평균 2천8백미터나 되고 건조하면서도 희박한 대기 환경은 천문 관측에 있어서는 최적인 환경이랍니다.

 

그러한 남극대륙에서 우주를 관측하는 두 한국인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여행가이드북으로 잘 알려진 출판사인 시공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서평단에 응모하여 접하게 된 이 책은 처음 기대와는 좀 다른 내용이었긴 하지만 남극과 천문 관측, 그리고 인류가 우주에 대해 어디까지 파악하고 있는지 잘 알게 해주었죠. 전문성 짙은 말들이 많이 나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긴 했었습니다만 잘못 알고 있었던 상식들을 깨우쳐 주고 잘 몰랐던 지식들을 알게 해주는, 의미 있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들은 남극에서의 천문관측을 위해 남극대륙 내 미국의 3개 기지 중 하나인 아문센-스콧기지에 다녀온 젊은 천문과학도들로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거나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친구들입니다. 한명은 초대질량블랙홀 연구가 전공이고 다른 한명은 우주배경복사 연구가 전공으로 공통적으로 연구활동을 위해 남극기지에 망원경을 설치하러 갔었다는 것이죠. 이 두 저자의 인연은 2004년 2월 고교1년 겨울방학이 끝나가던 때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한국천문올림피아드 겨울학교에 참가하여 만나게 되었고 이후 한국과 미국에서 공학과 물리학을 공부하고 각자 대학원에 진학하여 연구하던 중 우연히 같은 시기에 둘 다 남극기지로 파견을 가게 된 것이라는군요. 남극에서 같은 망원경 건물을 공유하는 연구를 했던 그 인연으로 이렇게 책까지 출간하게 되었나 봅니다.

 

책은 <책머리에>, <1부. 남극점의 여름>, <2부. 블랙홀 그림자를 찾아서>, <3부. 우주의 시작을 찾아서>, <참고자료/그림출처/찾아보기>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내용상 1부는 공동집필, 2부는 김준한, 3부는 강재환이 집필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책에 명시적으로 누가 어디 부분을 집필했는지는 나오진 않지만 각자의 전공분야가 좀 다르기 때문에 금방 알 수 있었죠. 내용을 보면 최신의 과학 연구 이야기만 나오는게 아니고 남극에서 실제 실험 천체물리 연구를 하는 사람들의 실생활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는데, 저자들은 남극에서의 생활들을 많은 분과 공유하기 위해 책을 내게 되었다 하고 있습니다.

 

 

 

 

 

책은 <책머리에>가 시작되기도 전에 남극대륙의 전도부터 수록되어 있습니다. 남극점 주변을 확대한 약도도 함께 보여주고 있는데요. 기념 남극점과 지리학적 남극점이란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더군요. 남극점이 이동한다는건 들어봤지만 이렇게 지도로 보니 그 개념 생생하게 바로 전달되더랍니다. 책에 따름 '기념 남극점(Ceremonial South Pole)'은 남극조약이 체결된 1959년 당시의 남극점으로서 붉은색과 흰색 줄무늬 막대기가 새워져 있고 그 주위에 남극조약에 처음 서명했던 열두 나라의 국기가 꽂혀 있답니다. '지리학적 남극점(Gorgraphic South Pole)'은 지구 자전축이 지나는 진짜 남극점으로서 아문센과 스콧이 남극점에 처음 도달했을 때 각각 남겼던 말들과 해발고도를 알려주는 표지판이 미국 국기와 함께 세워져 있답니다. 그런데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요? 그건 남극 대륙의 빙하가 1년에 대략 10m씩 움직이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매년 새해에 남극점 표지를 옮기는 행사가 있다고 하네요.

 

책은 잘 모르던 우주공학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읽다가 떠오르던 것도 있었죠. 그것은 안드로메다 은하에 대한 이야기였는데요. 지구에서 250만 광년 정도 떨어져 있는 이 은하를 예전에는 안드로메다 성운이라고 불렀었답니다. 그때 불현듯 ​80년대 초반 TV상영 당시 폭발적 인기를 얻었던 '은하철도 999'에서 나오던 말이 생각났어요. "은하철도 999의 종착역은 안드로메다 성운의 프로메슘 행성입니다" 말이죠. 책에는 <성운(星雲,Nebula)>은 먼지나 가스가 구름처럼 모여 있는 천체들을 말하는 것이고, <은하(銀河,Galaxy)>는 수많은 별들이 모여 있는 별들의 집단을 말한답니다.

 

 

  

 

 

<1부. 남극점의 여름>은 천문학자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천체물리학자라고 불리기도 하는 천문학자는 관측 천문학자와 이론 천문학자, 실험 천문학자로 구별된다며 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면서 자신들은 실험 천문학자이자 전파 천문학자라고 합니다. 다음으로 남극기지와 남극점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남극으로 가는 길은 상상만큼 멀다고 하네요.ㅎㅎ 미국에서 출발하여 20시간 쯤 경과해 뉴질랜드의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 도착하면 거기서 다시 미국 공군 수송기를 타고 8시간을 날아가 윌리엄스필드 활주로에 내린답니다. 거기서 다시 맥머도 기지까지 셔틀차량을 타고 1시간을 가야 하고 기지에서 다시 수송기에 탑승하여 3시간을 날아가야 비로소 남극점에 자리하고 있는 아문센-스콧기지에 당도하게 된다네요. 미국에서 출발할 경우 경유시간을 감안하지 않으면 32시간이 들테지만 실제로는 경유지마다 날씨 상황에 따라 기약 없이 대기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에 최종 목적지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답니다..

 

<2부.​ 블랙홀 그림자를 찾아서>는 천체물리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전파망원경 간섭계를 이용한 초대질량블랙홀 연구가 세부 전공이라는 김준한이 집필한, 블랙홀과 그 연구과정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인 장이고, <3부. 우주의 시작을 찾아서>는 우주배경복사의 편광 신호를 관측하여 빅뱅 우주의 초기에 가까운 모습을 연구하는 강재환이 집필한, 빅뱅과 우주배경복사, 그리고 그 연구과정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진 장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상대성이론 등 대부분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가스러운 내용들이 많이 나오는지라 읽으면서도 눈이 갑작스레 침침해지고 잠이 쏟아지던 부분이 참 많았던 장들이었지요.ㅎㅎ 뭐라 요약하기도 어렵지만 이해한 부분만 간단하게 언급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얼마전 블랙홀 이미지를 공개하여 대서특필된 적이 있었죠. 책에는 2019년 4월 10일 EHT 과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인류 최초로 획득한 블랙홀 이미지를 공개했다고 합니다. 저자도 워싱턴 D.C 프레스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나갔다 하구요. 여튼, 그 이미지를 얻어내는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고 그 과학적 기반은 무엇인지 자세히 보여주고 설명하는게 바로 2부의 내용입니다. 블랙홀 이미지를 얻어내는데까지 정말 지난하고 고단한 과정의 연속이었더군요. 전 세계 각지의 전파망원경을 통해 하나의 천체에 대해 관측한 자료들을 하나로 통합하여 마치 거대 전파망원경으로 측정한 것 같은 효과를 얻어낸다는게 대단하더랍니다. 그간 듣긴 했지만 무슨 원리인지 몰랐는데 이번 기회에 조금은 이해할 수가 있게 되었어요.

 

3부는 우주의 기원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많이 익숙한 빅뱅 이론이 나옵니다. 하지만 대부분 복잡스런 우주론(Cosmology)들로 채워져 있지요. 언제부터인가 천문 관측의 데이타들을 분석한 결과 우주는 현재 가속팽창 중이라 밝혀졌답니다. 이를 토대로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전 우주가 한 점에 모이는 순간이 있었을 것이고(그게 대략 138억년 전일거라네요), 이로부터 폭발적으로 팽창하여 우주가 탄생되었다는 대폭발이론, 이른바 빅뱅이론(Big Bang Theory)이 등장하게 되었죠. 이러한 우주론을 검증하는데 필요한 연구 및 관측대상이 바로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이고 보통 줄여서 '우주배경복사(CMB)라 부른답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접하다 보면 종교인들이 흔히 하는 말이 떠오르는데요. 그건 "무조건 믿어라.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입니다. 내용들이 어찌보면 뜬 구름 잡는 이야기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만 과학적인 연구와 객관적인 검증의 결과를 거쳐 발표된 것들임에도 새로운 증거가 출현하면 순식간에 뒤집어지는 일 종종 목격하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드는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그건 그거고 아무도 알 수 없는 미지의 우주를 연구한다는게 쉬운 일은 아닐겁니다. 책에는 그러한 과학적 사실들을 밝혀 내기 위해 보이지 않은 곳에서 무수히 많은 연구자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게 해주죠. 현대 과학의 빛나는 금자탑 뒤안길에는 보이지 않은 곳에서 묵묵히 직무를 수행해 온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들이 숨어있다는걸 일깨워줍니다. 과학도 또는 그 길을 지망하는 분이라면 한번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은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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