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7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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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후기] '걸리버 여행기(Gulliver's Travels)'

- 환상적인 모험에 숨겨진 인간과 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 -

 

 

 

 

 

지은이 : 조너선 스위프트(Jonathan Swift)

옮긴이 : 이종인

펴낸곳 : (주)현대지성

발행일 : 2020년 4월 20일 1판 3쇄

도서가 : 11,500원

 

 

 

 

 

어렸을 적 누구나 한번쯤은 재미나게 읽었을 아동용 동화전집. 그 전집에는 많은 서양의 전래동화들이 포함되어 있었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것은 별로 없고 대부분 서양의 전래동화들이었던게 생각나네요. 그런데 십여년 전쯤 그 서양 전래동화들 원전에 대한 정보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원작의 내용들이 아동들이 보기엔 너무나도 잔인한 내용이라는 것인데요. 실제 원전 번역한 내용들을 보니 행복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결말이 아니라 철저하게 악인을 징벌하는, 도끼로 발목을 자르거나, 끓는 물에 빠뜨려 죽이는 등 일제 강점기때 일본 순사들이나 저질르던 그런 잔인하게 한 결말들이었더랍니다.. 권선징악도 좋지만 그렇게나 잔인한 이야기들을 아동용 동화로 둔갑시키다니.. 참 어이가 없었죠..

 

이번 서평후기는 아동용 명작 동화로 널리 알려졌지만 앞에서 말한 잔혹동화와는 달리 당시 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한 소설이라고 명망 높던 <걸리버 여행기>가 그 대상입니다. 개인적으론 지금까지 완역된 소설 전체를 읽어보지 못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완독하게 되었네요. 그간 일본 애니메이션에 영감을 주었다는 '라퓨타' 이야기가 어떤 내용인지 무척 궁금했었는데 소원풀이 했습니다.^^

 

이 책은 현대지성 출판사에서 동서양의 고전을 완역한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로 27번째 출간하였다는데 책에는 19세기 출판 당시 수록된 원전의 삽화도 같이 수록하였답니다. 그런데 그 삽화의 그림체가 어딘지 모르게 좀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더랍니다. 그리고 빈틈없이 빼곡히 들어찬 어마어마하게 긴 산문체 문장들이라 초반엔 집중해서 읽기가 좀 어려웠었지만 읽다 보면 그 세세한 표현들과 흥미로운 내용에 몰두하게 되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더군요. 내용중 당시 시대상황을 부연 설명해주어 이해에 도움을 두던 하단부의 주석들이 참 유용하다 느꼈구요.

 

1667년 아일랜드 더불린에서 유복자로 출생하였다는 저자는 아일랜드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잉글랜드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영국 국교회의 사제 서품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행보가 좀 이상해 보이긴 하지만 내전을 피하기 위해 잉글랜드의 유명 정치가의 비서로 취직한 것이라니 일면 이해가 되기도 하죠. 더우기 정치가의 사망으로 다시 아일랜드로 돌아갔다는 것과 잉글랜드에 있을 당시 종교와 학문의 부정부패를 통렬하게 비판하고 풍자하는 글을 발표했다는걸 보면 우리네 친일파 같은 유형의 사람은 아니었다고 볼 수 있겠죠. 소설의 제3부 제7장 마지막 문장 부분을 봄 저자의 성향을 극명하게 알게 해주는데 그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주로 폭군과 찬탈자를 무너뜨린 사람들과 억압받고 피해를 입은 나라에 자유를 되찾아 준 사람들을 보며 내 눈을 만족시켰다."

 

책은 소설 시작 전에 수록되어 있다는 <걸리버 선장이 사촌 심슨에게 보내는 편지>와 <발행인이 독자에게>로 시작됩니다. 본격적인 소설에 해당하는 부분은 제1부에서 제4부인데요. 걸리버 여행기 소인국편으로 잘 알려진게 <제1부. 필리펏(소인국) 여행기>입니다. 이어지는 것이 바로 거인국 여행기로 알려진게 <2부. 브롭딩낵(거인국) 여행기>이구요. 3부와 4부는 소개로만 얼핏 들었던 부분이기에 여기를 중점적으로 읽어 보았습니다. 세번째 이야기 <제3부. 라퓨타(날아다니는 섬), 발니바비, 럭낵, 글럽덥드립, 일본 여행기>이고 네번째 이야기는 <제4부. 후이늠국(말의 나라) 여행기>입니다. 마지막으로 <조너선 스위프트 연보>와 <해제>, 그리고 이해에 도움을 주는 <작품 해설>로 책은 마무리됩니다. 책에는 지역명 등 고유명사의 원문 영어가 따로 부기되어 있질 않아 어렵게 찾아볼 수 밖에 없더란 점이 좀 아쉬웠습니다. 그 단어들에는 당시 사회에 대한 풍자가 담겨져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죠..

 

 

 

앞에서도 말했듯이 걸리버 여행기는 보통 아동문학으로 그 내용이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아동문학에 나오는 이야기는 총 4부 중 1부인 소인국과 2부인 거인국 여행기만 나오는게 대부분이죠. 이 부분은 어른 아이 할거 없이 다 아는 내용이니까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조금만 부연한다면 소인국의 국명은 릴리펏(Lilliput)으로 평균 키가 15㎝인 소인들이 세운 나라이고, 거인들이 살고 있는 곳의 이름은 브롭딩낵(Brobdingnag)이라는 북아메리카에 붙어 있는 반도로 평균 키가 30m인 거인들이 살고 있답니다. 전 이 완역본을 통해 국명과 지역명을 처음 알게 되었네요.

 

3부는 1~2부와는 그 결을 좀 달리 하는 여행기로 1~2부는 각각 소인국과 거인국에 대한 여행기인데 반해 3부는 라퓨타, 발니바비, 럭낵, 글럽덥드립 등 여러군데 여행기가 합쳐져 있다는 겁니다. 주인공 걸리버는 세번째 항해를 떠났는데 해적선을 만나 해적들에 의해 홀로 카누에 버려져 바다를 표류하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바위섬에 상륙하였는데 그곳에서 상공에 떠있는 섬을 만나게 됩니다. 그게 바로 라퓨타(Laputa)라는 것이죠. 라퓨타는 섬 중앙'에 있는 천연 자석의 힘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데 이 부분을 묘사한 글은 이해가 안되는게 머리가 좀 아프더군요.^^

 

주기에 따름 라퓨타는 '높다'란 의미의 'lap'과 '심사숙고하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puto'가 합쳐진 단어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합니다. 라퓨타에는 왕이 머무는 궁전이 있지만 왕이 통치하는 지상 위의 영토는 '발니바비(Balnibarbi)'라 불리며 왕국의 수도는 그 영토에 있는 '라가도(Lagado)'라고 합니다. 영토의 북쪽 태평양 연안에는 '말도나다(Maldonada)' 항구가 있고, 항구 북서쪽에는 '럭낵(Luggnagg)'이라는 커다란 섬이 있으며, 럭낵의 남서쪽에는 '글럽덥드립(Glubbdubdrib)'이란 작은 섬이 있는데 걸리버는 순차적으로 이곳들을 여행하게 되지요. 마지막에는 일본의 자모시라는 작은 항구 도시로 가고 에도와 나가사키, 암스테르담을 거쳐 5년 반 만에 고향으로 귀향하게 됩니다.

 

라퓨타人들은 클리메놀이라 불리는 치기꾼들이 주의를 일깨워주지 않으면 무엇을 하려는지 잊어버릴 정도로 깊은 생각에 빠지는 성향이 있답니다. 그 외에도 그들의 독특한 기질과 수학과 음악만을 중요시하는 문화, 계획자 학술원(Academy of PROJECTORS) 등 여러가지 이야기 내용들이 나오는데 기괴하지만 창의적이면서 신랄하더란 느낌이 들었죠. 글럽덥드립에서 표현하는 이야기들을 읽을 때는 SF영화에서 보던 장면들을 많이 떠오르게 하더랍니다. 생각해 보면 걸리버 여행기가 처음 나왔을 당시의 구독자들에겐 1970년대말 처음 개봉한 영화 '스타워즈'처럼 쇼킹했을 듯 한데요. 그렇다면 소설 역시 영화처럼 독자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을테죠. 아무튼, 이 책이 출간된게 1726년이란걸 생각함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닌 듯 싶네요.^^

 

라퓨타의 묘사도 인상적이었지만 그에 못지 않게 깊은 인상을 주었던 내용은 럭낵에서만 태어난다는 '스트럴드브럭(Stuldbrug)'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매우 드물게 태어난다는 스트럴드브럭은 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의 인간을 말하는데 점차 늙어가면서 변해가는 모습을 묘사하는내용들이 무척 공감되더랍니다. 노화가 진행될수록 신체능력은 물론 건강도 잃어가고 나중엔 최소한의 인간적인 존중 마저 받지 못하게 되더라는 내용이 참 슬프게 와닿더군요..

 

4부는 앞에 나온 3부의 기괴하면서 신랄한 풍자와는 좀 다른 식의 풍자였습니다. 좀 더 직접적인 풍자라 해야겠죠. 해제에서는 이 파트가 저자의 유토피아적 세계관이 표출되어진 장이라는데 일견 이해가 되더랍니다.

 

4부는 일본에서 돌아온 지 5개월이 지난 시점에 걸리버는 선장이 되어 다시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항해중 열사병으로 몇 명의 선원이 죽게 되어 새로이 선원들을 보충하는데 그 선원들의 반란으로 인해 어딘지도 모르는 육지에 걸리버는 버려지게 됩니다. 그 곳은 말(horse)이 지배하는 곳이었는데 놀라운건 걸리버처럼 인간의 외형을 지니고 있지만 유인원에 가깝게 묘사되고 있는 '야후(Yahoo)'를 가축처럼 키우고 있다는 것이죠.

 

'후이늠(Houyhnhnm)'은 이들 말로 말(馬)을 의미하는데 어원은 '자연의 완성'이랍니다. 후이늠들에게는 거짓말이나 허위라는 단어가 없고 의심이나 불신이란 개념도 알지 못하기에 의심이 들거나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모른다네요. 현실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이지만 에덴동산으로 상징되는 낙원이나 유토피아에선 있을 수 있는 얘기겠지요. 후이늠과 걸리버의 대화를 봄 누가 더 이성적인 존재인지, 인간의 본성이 과연 선한 것인지, 인간은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존재인지 혼란스럽기까지 합니다. 후이늠이 인간을 대변하는 야후들의 행태들을 설명하는 대목을 읽어 봄 같은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야후들을 묘사한 내용을 보면 저자가 경멸하는 인간은 어떤 모습이고,후이늠을 묘사한 내용을 보면 선망하는 인간은 어떤 모습인지 바로 알 수 있었죠. 상상하는 그대로 입니다.^^

 

이 소설은 조지 오웰이 세상에 여섯권 책만 남긴다면 그 중 하나로 이 책을 고른다 할 만큼 극찬했다던 풍자소설이랍니다. 하지만 그것은 언어와 인종, 민족에 따라 다가오는 풍자에 대한 감흥은 전혀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감안해야겠죠. 그리고 지금의 세상이 아닌 당시의 시대상을 감안해서 봐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라 여겨집니다. 여행기의 형식을 빌려 당시 백인 사회의 모순과 난맥상들을 비꼬아 통렬하게 비판했다는 풍자소설 걸리버 여행기. 이야기들이 매우 독특하고 무척이나 흥미롭긴 하지만 그 속에 내포된 의미들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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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오치 도시유키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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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후기] '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

- 성욕을 억제하기 위한 청어가 경제적 욕망을 자극하며 세계사를 바꾼 이야기 -

 

 

 

  

 

지은이 : 오치 도시유키

옮긴이 : 서수지

펴낸곳 : 사람과나무사이

발행일 : 2020년 5월 7일 1판1쇄

도서가 : 17,000원

 

 

 

세계사 흐름의 중요한 순간에는 그 순간을 주도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간 위인들이 있습니다. 그러한 순간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말들, "주사위는 던져졌다.",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 등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꽤 많이 전해지고 있지요. 그런데 최근 물고기가 세계사를 바꾸었다는, 의외의 내용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란 책을 통해서 알게 된 내용으로 주 내용은 청어와 대구가 서양의 역사 흐름을 바꾸었다는 내용이었답니다. 저자가 조사한 내용들로 37가지 사례를을 보여 주는 책이었지요.

 

저자는 1962년생 일본인으로 문학연구와 영문학을 전공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런 사람이 물고기를 통해 본 세계사의 변화 흐름 이야기를 썼다니 이색적이라 여겨졌죠.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세익스피어 작품 중에 물고기에 비유한 표현이 많다는걸 알게 되었는데 저자가 바로 세익스피어 문학을 전공했다는 점에서 접점을 찾을 수가 있었답니다. 서문에는 저자 자신이 역사 전공자도 물고기 전문가도 아니지만 문학에서 출발한 역사 매니아라고 표현하면서 세계사에서 물고기가 자주 등장하더란 걸 발견하고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렇게 책까지 집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책은 <서문. 청어의 회유 경로 변화가 국가의 운명을 바꾸고 유럽사와 세계사의 물줄기를 돌려놓았다고?>, <01. 유럽의 세력 판도를 바꾼 작지만 위대한 물고기, 청어 이야기>, <02. 청어, 잉글랜드와 네덜란드의 운명을 바꾸다>, <03. 신항로 개척시대를 열어준 주인공, '스톡피시'와 '소금에 절인 대구'>, <04. 식민지 미국이 잉글랜드에서 독립하고 강대국이 된 원동력, 대구>, <05. 청어와 대구는 중세 유럽의 기독교 사회를 어떻게 지배했나>, <06. 물고기는 어떻게 기독교에 스며들고 강력한 영향을 미쳤을까>, <맺음말. '피시 앤드 칩스'가 이 책에 등장하지 못한 이유/참고문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목차를 봐도 청어와 대구가 유럽과 미주의 역사에 미친 영향을 중심으로 하고 있단걸 알 수 있죠.

 

  

 

책에는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물고기로 두 어종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바로 <청어>와 <대구>죠. 책에 따름 서양 음식문화에 고기가 중심에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육류를 상시 공급하는 시스템이 확립되었던 18세기 농업혁명 이후라 합니다. 하지만 육류소비량보다 생선 소비량이 훨씬 많았었다고 하는데요. 그것은 당시 중세시대가 기독교 사회였던 탓으로 부활절 이후 사순절까지 거의 한해의 절반 가까이 되는 기간을 단식일로 지정했었기 때문이랍니다. 처음엔 단식이 잘 지켜졌지만 시간이 갈수록 단식일에도 생선 먹는걸 허용되어 가더니 아예 단식일이 '피시데이(Fish Day)'로 재탄생되었다고 하는군요. 이러한 관습은 엄청난 생선의 수요가 발생하게 하였고 이로 인해 관련 시장 확대가 이어지면서 복합적 경제시스템이 구축되게 하였는데 이러한 시스템을 장악한 동맹과 국가가 등장하게 되었답니다. 이처럼 13세기에서 17세기에 이르기까지 청어와 대구는 유럽,미주 국가들의 부의 원천이자 중요한 전략자원이었다고 하네요.

 

1장과 2장은 청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회유어인 청어는 그 이동 경로가 바뀌는 경우가 있었다는데 그러한 이동경로가 바뀔 때마다 유럽에는 세력 판도가 크게 바뀌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제일 처음 청어로 인해 흥성했던 곳은 13세기 발트해 연안의 귀베크 근해로 어부들이 거대한 청어 떼를 발견하는게 시초였답니다. 이 일대에 청어 무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도시들은 막대한 부를 쌓기 시작했고 청어 시장 규목가 급속히 커짐에 따라 한자동맹의 원류가 되었다는 1241년 뤼베크와 함부르크 간 동맹결성이 체결되었다고 하는군요. 한자동맹은 점차 수십개의 도시가 참여하는 거대 조직으로 성장하여 유럽의 경제적 패권을 장악하게 되었고 200년 가까이 패권이 이어졌지만 청어 떼가 이동경로를 발트해에서 북해로 바꾸게 되면서 동맹은 급격히 쇠퇴하였답니다. 청어 떼 발견과 이동이란 사건만로도 이렇게나 커다란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는걸 보니 브라질에서 나비의 작은 날개짓으로 미국에 토네이도를 유발할 수 있다는 나비효과의 예로 딱 들어맞는거 같네요.

 

3장과 4장은 대구에 대한 장으로 북미대륙과 관련된 내용들이 주입니다. 대구는 청어와 달리 회유어가 아니기에 일년내내 같은 장소에서 조업이 가능한데 산란기가 되면 얕은 해역으로 모인다고 합니다. 대구는 성장 속도가 서식 장소에 따라 제각기 다르고 개체 크기에 따라 보존 가공 방법도 다르기에 같은 생선임에도 어장에 따라 상품은 물론 시장자체가 크게 차이난다고 하네요. 말린 대구라는 스톡피시(Stockfish)는 대구를 햇볕에 바짝 말린 것으로 5년은 거뜬히 보관할 수 있다는 뛰어난 보존성이 장점이랍니다. 게다가 소금에 절인 뒤 햇볕에 말린 염장 대구는 적도를 지나도 상하지 않는 몇 안되는 귀중한 식량이었다고 하네요. 스톡피시와 염장대구의 이러한 뛰어난 보존성은 대륙을 넘나드는 원거리 항해에서 당연히 중요 필수품이 될 수 밖에 없었고, 이게 있었기에 아메리카 신대륙 발견이 가능했으며, 신항로 개척시대를 가능하게 한 주요 물품이었답니다. 스톡피시는 우리나라의 명태나 북어와 유사해 보이는데 보존성을 늘린 생선이라면 간고등어가 비슷한 사례 같아 보이네요.

 

5장과 6장은 청어과 대구, 물고기가 어떻게 중세 유럽 기독교 사회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 보여주는 장입니다. 지금의 시각으로 보자면 황당한 내용인데 가장 큰 이유가 육류는 '뜨거운 음식'이고 어류는 '차가운 음식'인데 쾌락을 유발하는 뜨거운 음식은 억제하고 쾌락을 억제하는 차가운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당시의 지식 때문이라는거죠. 중세 기독교는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를 먹었다는 원죄로 낙원에서 추방되었기 때문에 단식을 통해 저주받은 육체를 올바른 상태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인식했답니다. 식욕이라는 간접적 쾌락을 극복하여 육체를 극복하고 성욕의 원천인 육식을 거부함으로써 성욕을 억제하려던 목적의 기독교의 단식일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단식일에 차가운 음식인 생선을 먹는 것이 허용되었고 한발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생선을 먹는 날로 변화해 갔다고 합니다. 그 변화의 배경으로 많은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책은 이처럼 청어와 대구가 서양사에 미친 사례와 그 원인들을 나름의 논거를 가지고 보여주고 있습니다. 청어 떼의 이동경로 변화라는 어찌 보면 자연생태계의 사소한 변화로 인해 세계사의 주요 흐름을 바뀌게 되었다는 것이 무척 흥미로운 내용이었죠. 비전문가가 쓴 글이라 그런지 더 맛깔스런 내용인 듯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스토리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서점에 가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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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여행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 - 책과 드라마, 일본 여행으로 만나보는 서른네 개의 일본 문화 에세이 책과 여행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 1
최수진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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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책과 여행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

- 책과 드라마, 일본 여행으로 만나보는 서른네 개의 일본 문화 에세이 -

 

 

 

 

 

지은이 : 최수진

펴낸곳 : 세나북스

발행일 : 2020연 4월 13일 초판1쇄

도서가 : 12,000원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이 최근 코로나19로 곤욕을 치루고 있다고 합니다. 올림픽과 선거를 의식한 일본 정부의 늑장 대응으로 뒤늦게 코로나 검진이 진행되어 최근에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고 하지요. 그간 일본 정부가 하는 짓들을 봄 괘씸하지만 그러한 정부와는 무관하게 선량한 많은 일본국민들을 생각함 얼른 잠잠해졌음 좋겠습니다. 그럴리 없겠지만 전쟁범죄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는 일본 정부가 이를 계기로 변화되어 한일관계까지 개선되어짐 더욱 좋겠네요.

 

일본인에게는 그들만의 독특한 성향이 있다고 하죠. 혼네(本音)로 대변되는 그 성향 잘 알려져 있습니다.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놓고 말하는 것은 위험하고 성숙치 못하다고 여긴다는 의미라는 혼네와 그 혼네를 감추고 주변과의 조화를 고려하려 하는 타테마에(建前)는 정말 독특한 일본인들만의 성향인 듯 싶은데요. 최근 도서카페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과 여행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란 책을 읽다 보니 이러한 부분 새삼 느끼게 되었어요. 일본인들은 왜 그런 성향들이 체화되었을까요? 아마도 사무라이(武士)라는 독특한 일본의 계급 때문 아닐까 싶지만 글쎄요.. 그런데 책에는 이러한 내용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저자는 세나북스 출판사의 대표로 2015년부터 1인 출판사를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이 출판사에서 발간된 에세이들을 몇 권 읽은 적이 있는데요. 감수성 풍부한 내용에 공감까지 쏙쏙 되는 그런 공통점들이 인상적이었었죠. 이 책 역시 그러했는데 저자가 일본에 머무르고 거주할 당시에 체험하고 느꼈던 내용들을 후기처럼 기술한 내용들인지라 개인적으로는 일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책은 <들어가며>로 시작되어 <1장. 일본의 책문화와 서점>, <2장. 일본을 걷는다>, <3장. 책과 드라마로 만난 일본>, <4장. 일본의 장인 정신>, <5장. 일본 문화 체험>, <6장. 일본 문화 에세이>로 마무리됩니다. 내용 중에는 일본 관련 많은 인용글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넓고 많은 지식(정보력)에 감탄하게 되더랍니다. 감칠 맛 나는 글솜씨 또한 대단하다 여겨졌구요. 그런데 저자는 '들어가며'에서 "제가 품고 있는 지식과 통찰의 부족함이 끝내주는 에세이를 못쓰는 본질적인 이유"라 말하고 있습니다. 겸손의 표현이라 이해해야겠죠?ㅎㅎ  

 

 

  

 

 

책은 20대 후반 1년동안의 일본 어학연수와 17번의 일본 여행, 3년간 일본 거주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경험과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었던 정보들을 가지고 8년에 걸쳐 틈틈히 써왔던 글들을 모아 출간한 것이랍니다. 2012년 7월에서부터 2019년 10월에 이르기까지 모두 34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는 각 글 마지막마다 작성한 년월을 표시하고 있어서 알 수가 있었어요.

 

 

 

 

 

일본에서 전철을 타면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고들 합니다. 저 역시 출퇴근시 전철 안에서 책 읽곤 하지만 일본사람들은 대부분 만화를 보는거라 생각했었죠. 이 책의 첫 이야기가 바로 <일본인과 만화>로 저자도 그런 말들이 사실인지 궁금했었는지 2000년 어학연수 갔을 때 직접 확인해 보았답니다. 아침 출근 시간 통학길에 전철을 타고 관찰한 결과 많은 일본인들이 책을 읽고 있었는데 대부분 만화를 읽고 있었다네요. 머리 희끗한 할아버지 마저 만화 보고 있는 모습에 저자는 문화 충격을 받기도 했답니다.

 

이러한 원인으로 저자는 두가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하나는 일본 출판계의 상황이고 또 하나는 일본어에 대한 분석이죠. 일본 출판계는 만화가 많이 팔리는 덕분에 기존에 발행했던 잡지 중에서 특정주제에 대한 내용들을 발췌하여 단행본처럼 묶어 내는 출간하는 '무크지(잡지의 전권특집)'란 책이 간행될 수가 있답니다. 올 컬러에 내용도 수준급이지만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무크지가 자주 출간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일본인들의 만화 사랑으로 출판물 전체 판매부수의 30% 이상 차지하는 만화 시장 덕분이라네요. 우리나라의 열악한 도서출판업계 상황을 생각함 출판사 대표의 입장에선 엄청 부러울 만한 내용이라 여겨집니다.

일본인의 만화 사랑은 일본어와 관련 있다는 의견이 많다면서 이어령 교수의 '축소 지향의 일본인 그 이후'를 예로 들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럴 듯 하긴 한데 그렇다면 우리나라 문자도 그러한데 왜 일본과 다를까 하는 의문이 생기더군요.

 

 

  

 

 

각 장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발적 프리터를 들어보셨나요?>였습니다. 프리터란 말 많이 들어보았고 단순히 아르바이트하는 사람을 뜻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조금 더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더군요. 우리나라는 비정규직과 취업준비자들을 뜻한다는 '프리터(Freeter ; free + arbeiter)'를 일본에서는 비정규직인 아르바이트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일본의 경우 프리터가 2004년에 217만명이나 되었고 2011년에도 176만명이나 된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프리터에 해당하는 젊은이들을 그다지 좋게 보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일본에선 조금 다르다고 합니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조직에 몸과 시간이 묶이게 되는 정규직 대신 프리터로 생활고를 해결하고 하고 싶은 일은 한다는 풍조가 있다는 것이죠. 2013년 일본 최고 권위 신인문학상 수상자는 75세인 프리터라는데요. 중고교 교사였지만 글 쓰기 위한 시간이 부족해 교사직을 그만 두고 프리터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글을 썼다고 했다는군요.

 

 

  

 

 

우리나라 역시 일본처럼 고령화, 저출산, 정규직 되기 어려운 사회상으로 희망을 잃어버린 젊은이들이 점차 늘어가는 추세라고들 합니다. 책에는 일본 젊은이들이 사회에 대한 불만은 커녕 성공에 대한 욕심조차 없어 보이는 원인을 "일본의 젊은이들은 행복하기 때문이다."라 하고 있어요. 그것은 '희망적인 미래'를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현재가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것이라네요. 이루어지기 어려운 미래의 목표는 접어두고 현재 상황을 즐기자는 생각이 지금의 일본 젊은이들의 생각이랍니다. 우리나라도 젊은이들이 이런 생각 가지고 있는건가라고 생각해보니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울해지는 것 같습니다.. 심각한 사회문제 아닌가 싶구요..

 

 

  

 

 

책은 가벼운 주제는 가벼운 주제대로, 무거운 내용은 무거운 내용대로 이해하기 쉽고 공감도 잘 되게 쓰여져 있습니다. 이것을 글재주라면 재주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무척 부러운 마음이 들더군요.^^ 일본 여행은 물론 다양한 책들의 글들을 함께 버무려서 하나의 주제를 향해 풀어낸다는 것, 쉽지만은 않을텐데 참 맛깔나게 쓰셨네요. 가볍고 작은 책이지만 들고 다니면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러한 에세이 도서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적극 추천하고픈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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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명연설 - 역사의 순간마다 대중의 마음을 울린 목소리의 향연
에드워드 험프리 지음, 홍선영 옮김 / 베이직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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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후기] '위대한 명연설'

- 역사의 순간마다 대중의 마음을 울린 목소리의 향연 -

 

 

 

  

 

엮은이 : 에드워드 험프리

옮긴이 : 홍선영

펴낸곳 : 베이직북스

발행일 : 2020년 4월 7일 초판1쇄

도서가 : 17,500원

 

  

 

70~80년대 초반 국민학생 시절을 보낸 분이라면 주산/암산학원, 서예학원, 웅변학원 같은 학원들이 기억날 겁니다. 당시에는 초등생들이 예체능이 아닌 한 학원 다닐 일 없었었죠. 당시엔 그런 학원들이 그렇게 유행했었는지 지금도 의아하지만 아무튼 그땐 그랬었습니다. 웅변이나 연설은 대중들을 설득하고자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을 말하는 걸 뜻하죠. 요즘에는 웅변이나 연설이란 단어는 거의 쓰이질 않고 대신 스피치란 말을 많이 쓰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번 서평후기는 연설과 관련 있는 주제의 책으로 <위대한 명연설>이란 책이 그 대상입니다. 유사 이래 많은 연설들이 있었겠지만 책에 수록된 것은 1601년' 엘리자베스 1세의 황금의 연설'에서부터 2008년 '버락 오바마의 당선 연설'에 이르기까지 모두 34명, 41개 연설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책엔 영어 연설문은 수록되지 않고 번역된 우리말만 수록되어 있는데 그 대신 영어 연설문 파일과 육성 파일을 인터넷에 내려 받을 수 있게 URL과 ID, PW가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파일들을 내려 받아 보니 영어 연설문은 책과 유사한 형식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총 212페이지에 연설문 원문만 있고 인물과 연설문에 대한 영문 해설 내용들은 없었어요. 번역본도 470여 페이지나 되니까 이 모두를 한 권에 모두 수록하기엔 무리겠단 생각이 들었죠. 옛날 사람인 엘리자베스 1세나 찰스 1세와 같이 근세시대 사람의 연설들도 있었는데요. 들어보니까 성우들이 녹음한 것이었습니다.

 

 

 

 

책은 머리말로 시작되어 이 책의 핵심인 34명의 위인들이 연설한 41개의 한글로 번역된 연설문과 인물과 연설문에 대한 배경 해설들이 이어집니다. 마지막으로 참고문헌이 두페이지에 걸쳐 수록 되어 있고 책은 마무리되죠. 

 

  

 

 

먼저 익숙한 연설, 에이브러햄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부터 찾아 보았습니다. 구성은 연설자의 생애와 연설의 배경과 의의, 그리고 연설의 특징이 간략하게 두페이지에 걸쳐 요약되어 있고 이어서 번역 연설문이 나오며 마지막으로 한페이지 추가설명이 나오는데 이러한 형식은 모든 본문 연설부에 동일하게 적용되어 있습니다. 

게티즈버그 연설은 of the people, for the people, by the people(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이란 명문구로 유명한 연설이죠. 시험 에도 많이 출제되던 이 문구는 늘 그 순서가 헷갈렸었던게 기억나네요. 남북전쟁 당시 게티즈버그에서 연설했던 거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 연설의 배경, 게티즈버그 전투 결과 전사한 군인들의 공동묘지 준공식에서 이 연설을 했었다는걸 알게 되었고. 원문을 접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원문이 길지 않아서 다행이었어요.^^

 

  

 

 

인터넷 동영상으로 보았던 마틴 루서 킹 주니어의 명 연설, "나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도 듣기만 했었지 문장 전문으론 처음 접해봤습니다. 내려 받은 파일은 육성만 들을 수 있는 파일이었는데요. 소리로만 들어보니 글로 읽는 것과는 그 느낌이 너무나 다른거 같았죠. 동영상에서 봤던 그 울부짖는 듯한 모습 기억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요. 번역문과 원문, 육성을 번갈아 보고 듣는다는게 쉽지는 않았어요.

 

여성의 연설문으로는 모두 여섯개의 연설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집권자였던 엘리자베스 1세와 마거릿 대처와 영부인인 엘리너 루스벨트, 그리고 여성인권 신장을 위해 헌신한 소저너 트루스, 수잔 B.앤서니, 에멀린 팽크허스트가 그들인데요. 그 중 1851년 5월 29일 오하이오주의 애크론 대회장에서 소저너 트루스가 연설하였다는 "나는 여성이 아닌가요?(Ain't I a Woman?)"의 내용은 처절함까지 느껴질 정도로 인상적이었어요. 흑인 노예로 문자 해독도 못하던 여성이었지만 여성의 인권을 주장하기 위해 이틀에 걸쳐 열렸다는 애크론 대회에 흑인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참가하여 둘째날 이 연설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중 처절하게 느껴진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호소력이 엄청납니다.

"난 남성만큼 일하고, 음식이 넉넉할 때는 남성만큼 먹을 수 있었습니다. 채찍질도 남성만큼 참아냈습니다. 그럼 난 여성이 아닌가요? 나는 아이를 열세 명 낳았고, 그들이 모두 노예로 팔려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내가 어미 된 사람으로서 슬퍼 울부짖을 때 그리스도 말고는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럼 나는 여성이 아닌가요?"

"I could work as much and eat as much as a man – when I could get it – and bear the lash as well! And ain’t I a woman? I have borne thirteen children, and seen most all sold off to slavery, and when I cried out with my mother’s grief, none but Jesus heard me! And ain’t I a woman?"

 

이 외에도 많이 들어본 문구들 꽤 나옵니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Give me liberty or give me death!)", "유럽을 가로지르는 철의 장막(Iron curtain which lies across Europe)"처럼 말입이죠. 사람들을 앞에 두고 자신의 주장을 설득하려면 이러한 명연설들을 정독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정치인들이라면 필수과정 아닌가 싶네요. 연설이란 이렇게 해야겠구나란 생각이 들게 하는 좋은 내용의 책이라 생각되기에 필요하신 분들은 한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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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보루 -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유족과의 교류
야마카와 슈헤이 지음, 김정훈 옮김 / 소명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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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후기] '인간의 보루'

-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유족과의 교류 -

 

 

 

  

 

 

지은이 : 야마카와 슈헤이(山川修平)

옮긴이 : 김정훈

펴낸곳 : 소명출판

발행일 : 2020년 3월 30일 초판

도서가 : 17,000원

 

 

 

최근 인공지능(AI)과 로봇 산업이 활발해지면서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인간다움이 과연 무엇인가란게 얘기되곤 합니다. 

오랜 옛날부터 인문학의 주요 논제 중 하나였던 인간다움은 수많은 의견과 주장들이 제시되어 왔죠.

예전에 읽었던 '인간다움의 조건'이란 책에서 인간을 인간이게 만드는 감정으로 10가지(공포,분노,혐오,슬픔,질투,경멸,수치,당황,놀람,행복)를 들었던게 생각나는데요.

사실 동물 중에도 이러한 감정들, 공포나 분노, 슬픔, 행복들을 노출하는 경우 볼 수 있기에 의문스러웠던 기억이 새롭네요.

얼마 전에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를 다시 볼 일이 있었는데 외형상 인간과 전혀 다를 바가 없지만 수명이 4년 밖에 안되는 리플리컨트(복제인간)들이 끊임없이 자기는 어디에서 왔고 어떤 존재인지 의문스러워 하던 것도 생각납니다.

제 생각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건 경험에서 파생되는 공감능력과 진실에 대한 양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한 인간적인 공감과 인간으로서의 양심을 생각케 하는 책이 최근 출간되었습니다.

일본인이 집필한 이 책의 원 제목은 "人間の砦"으로 우리나라에는 <인간의 보루>란 제목으로 번역된 책이죠.

검색해 보니 일본과 한국에서 출간된 책의 표지가 좀 다르던데요.

한국판 표지는 일본 군인들이 조선의 소녀들을 이끌고 가는 정면에서 촬영된 사진이 사용된데 반해 일본판 표지는 소녀들을 맞이하고 있는 일본군인과 민간인의 뒷모습을 촬영한 사진이란 차이가 눈에 띱니다.

책표지 사진들을 보니 한국판은 일본군이 소녀들을 강제로 연행하여 이송했다고 보여주는 것 같았고, 일본판은 자발적으로 참가한 소녀들을 일본군과 미쓰비시 관계자들이 환영하는 사진 같아 보이네요..

일본인 중에는 한국인을 위해 인간 양심에 따라 활동하는 분들 꽤 있다고 들었지만 그러한 분이 집필한 책을 접해본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읽다 보니 한국인 중에도 타국민을 위해 양심적으로 행동하는 분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가 궁금해지더군요.

 

  

 

 

저자는 1936년 일본 이와테현 출신으로 출판업과 주택산업을 거쳐 정년퇴직후에는 문필활동 중에 있는, 일생동안 많은 곡절이 있었다는 분입니다.

17세 때인 고교 2학년 재학중 폐결핵에 걸려 4년동안 요양생활을 하게 되었고 21세 되던 해에 다시 고교 1학년부터 다시 시작했다는군요.

대학 졸업후에는 출판사에 취직하였고 5년 후 독립하여 영세 출판사를 설립했지만 3년 만에 막대한 부채만 남기고 실패하게 되어 자살하기 직전까지 갔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생에 걸쳐 이 정도 수준의 우여곡절 겪은 이는 수도 없이 많겠지요.

버블경제 초기시절에는 주택산업계에 투신하여 정신없을 정도로 일에 열중하였답니다.

그러다 1990년 한국 여행을 처음 가게 되었고 이후 한국의 문화, 풍속, 역사, 민족성에 홀려서 70회가 넘게 방한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많은 한국인들을 알게 되었고 우연한 만남 또한 많았었다는데요.

그중 제주도에서의 이 책 주인공과의 우연한 만남이 가장 드라마틱하고 중요하게 느껴진답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책 본문 1장에서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구요.

 

책은 <서문>, <1. 반도 여자정신대 근로봉사대>, <2. 조선반도 · 냉전의 틈새기에서>, <3. 추도, 그리고 제소>, <4. 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 <5. 인간의 보루>, <부기/미주>, <후기/역자 후기>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읽다 보면 두 주먹을 수시로 불끈 쥐게 하는 내용들이 꽤 나오는데 특히 3장과 4장이 그러했죠..

책에 나오는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 관계자들의 주장들을 보면 참으로 가관입니다.

그들에게 양심이란게 있는건지.. 인간이 인간다워 질 때가 과연 언제일까요?

 

  

 

 

책 전반적인 내용을 보면 가슴 아픈 우리의 과거 역사와 현재의 모습들이 투영되는데요.

서문에도 약간 언급되어 있지만 책내용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이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1944년 10대 중반의 소녀 3백여명이 일본인들의 감언이설속아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나고야 항공기제작소로 강제 이송되어 군용기 생산작업에 투입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녀들의 가혹한 운명과 저자가 우연히 만나게 된 근로정신대 유족으로 인해 알게 된 한국과 일본과의 관계, 그리고 '조선여자근로정신대'전후 배상을 둘러싼 투쟁과 지난한 재판 과정들을 저자의 양심에 따라 담담하게 그려 낸 에세이"

 

  

 

 

에세이는 2인을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저자'와 제주도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조선여자근로정신대의 유족 '김중곤'입니다.

1992년 여름, 버블경제가 극에 다다라 내리막에 접어든 시기에 저자는 영업 관련 친목회를 통해 제주도로 골프여행을 가게 됩니다.

둘째날 복통으로 홀로 호텔에 남은 저자는 주변을 산책하다 약속다방에 들어갔는데 그곳에서 김중곤을 만나게 되었답니다.

1924년 전북 순창에서 8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김중곤은 그중 여동생인 순례가 14세 되던 1944년 여학교에 보내주고 급료도 받을 수 있다는 일본인의 거짓에 혹하여 일본 미쓰미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 도토쿠공장으로 가게 됩니다.

하지만 여학교나 급료는 볼 수도 없었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중노동에 시달리게 되었다죠.

불과 5개월이 지난 때 도난카이 대지진이 나고야를 강타하면서 공장에서 일하던 여동생 순례는 무너지는 벽돌에 깔려 숨지고 친구 복례는 그 모습을 목격하고 필사적으로 탈출하여 생존하게 됩니다.

복례는 다시 다도야마현의 다이몬 군수공장으로 재배치되어 종전때까지 중노동을 하게 되었고 종전후 빈손으로 귀국하게 된답니다. 

이러한 사실은 살아서 귀국한 순례의 절친이자 김중곤과 혼인하게 되는 김복례 여사와 당시 기숙사 사감 등 여러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되었다네요.

 

일본 정부는 1965년 조인된 <한일청구권 경제협력 협정>의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되었음을 확인한다"라는 한 문장을 근거로 모든 법적 책임은 종결되었다 주장하고 있고, 이에 따라 일본법원은 피해자들이 일본국가와 일본전범기업들을 상대로 제기한 모든 개인 배상청구소송은 기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일본 정부 관계자나 전범기업 관계자들로부터 사죄나 사과는 받아 본 적이 없다고 하구요.

책에는 일본이 주장하는 근거가 협정의 내용은 물론 국제법상으로도 근거가 미약하다고 보여주고 있습니다만 그들에게서 사죄와 배상은 지금도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지요..

 

가장 궁금했던게 왜 일본인이 한국인의 입장에 서서 그렇게 열심히 활동하는지였습니다.

책에는 그에 대한 답으로 "그것은 가해국의 시민으로서 해야 할 당연한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라 하면서 그게 바로 인간의 보루이자 양심이라고 제시하고 있는데요. 

저자는 일본에게 양심을 묻고자 일본의 가해 역사를 깊이 자성하고 인도주의와 현실주의 이념에 입각해 구원받으려는 화해의 시각으로 자전적 에세이를 집필하였답니다.

 

마르크스는 '헤겔 법철학 비판'에서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 인민에게 환상의 행복인 종교를 폐지하는 건 인민의 진정한 행복을 위한 필요조건이다"라 하면서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보다 종교가 주는 환상에 빠지게 될 위험성을 경고하는 말을 했다죠.

사이비 종교나 광신도들을 통해 그러한 위험성이 실제로 발현되어 사회문제가 되기도 하지요.

이데올로기나 신념 또한 이러한 종교가 가진 위험성과 비슷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듯한 그들 역시 이러한 위험과 다를게 없는 것 같은데요.

언젠간 국제적 문제를 일으키리라 여겨지는, 심히 우려스런 상황이라 여겨집니다..

 

 조선여자근로정신대(朝鮮女子勤勞挺身隊).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과 국내의 군수공장 등에 강압과 사기에 의해 강제노역에 동원된 조선의 여성들로서 그 인원은 약 7만여명으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정신대라는 단어가 일본군 위안부와 혼용되는 경우가 많았기에 피해자들은 그 피해사실을 숨겨올 수 밖에 없었답니다.

근로정신대라고 모집해 놓고 실제로는 위안부로 끌려간 경우가 있었기에 그렇다는군요.

지금은 명확히 일본군 위안부와 근로정신대는 분리되어 사용되고 있답니다.

 

가슴 아픈 우리의 과거이지만 언젠가는 청산해야 할 지난 일들입니다.

그것은 일본의 엄중한 사죄와 적절한 배상이 선행되어야 겠지요.

일부분이지만 근로정신대에 대해 알고 싶은 분이라면 이 책 한번 읽어보심이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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