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점에서 본 우주 - 실험 천문학자들이 쓰는 새로운 우주 기록
김준한.강재환 지음 / 시공사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서평후기] '남극점에서 본 우주'

- 실험 천문학자들이 쓰는 새로운 우주 기록 -

 

 

 

  

 

지은이 : 김준한 · 강재환

발행처 : (주)시공사

발행일 : 2019년 11월 25일 초판 1쇄

도서가 : 16,000원

 

 

지구상 마지막 남은 원시 대륙이자 유일한 무인 대륙인 남극대륙(Antarctica)은 표면의 98%가 빙원으로 덮여 있고 지구상 민물의 90%를 보유하고 있으며 막대한 부존자원이 매장되어 있는 곳이지만 지구상 어느 국가도 소유할 수 없는, 영토권 주장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곳이기도 합니다. 연평균 영하 50도라는 추위와 지난 2백만년 동안 비가 거의 오지 않은 사막과 같은 환경을 가진 남극은 인간이 살아갈 수 없는 극한의 환경이지만 두터운 얼음층으로 표고가 평균 2천8백미터나 되고 건조하면서도 희박한 대기 환경은 천문 관측에 있어서는 최적인 환경이랍니다.

 

그러한 남극대륙에서 우주를 관측하는 두 한국인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여행가이드북으로 잘 알려진 출판사인 시공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서평단에 응모하여 접하게 된 이 책은 처음 기대와는 좀 다른 내용이었긴 하지만 남극과 천문 관측, 그리고 인류가 우주에 대해 어디까지 파악하고 있는지 잘 알게 해주었죠. 전문성 짙은 말들이 많이 나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긴 했었습니다만 잘못 알고 있었던 상식들을 깨우쳐 주고 잘 몰랐던 지식들을 알게 해주는, 의미 있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들은 남극에서의 천문관측을 위해 남극대륙 내 미국의 3개 기지 중 하나인 아문센-스콧기지에 다녀온 젊은 천문과학도들로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거나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친구들입니다. 한명은 초대질량블랙홀 연구가 전공이고 다른 한명은 우주배경복사 연구가 전공으로 공통적으로 연구활동을 위해 남극기지에 망원경을 설치하러 갔었다는 것이죠. 이 두 저자의 인연은 2004년 2월 고교1년 겨울방학이 끝나가던 때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한국천문올림피아드 겨울학교에 참가하여 만나게 되었고 이후 한국과 미국에서 공학과 물리학을 공부하고 각자 대학원에 진학하여 연구하던 중 우연히 같은 시기에 둘 다 남극기지로 파견을 가게 된 것이라는군요. 남극에서 같은 망원경 건물을 공유하는 연구를 했던 그 인연으로 이렇게 책까지 출간하게 되었나 봅니다.

 

책은 <책머리에>, <1부. 남극점의 여름>, <2부. 블랙홀 그림자를 찾아서>, <3부. 우주의 시작을 찾아서>, <참고자료/그림출처/찾아보기>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내용상 1부는 공동집필, 2부는 김준한, 3부는 강재환이 집필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책에 명시적으로 누가 어디 부분을 집필했는지는 나오진 않지만 각자의 전공분야가 좀 다르기 때문에 금방 알 수 있었죠. 내용을 보면 최신의 과학 연구 이야기만 나오는게 아니고 남극에서 실제 실험 천체물리 연구를 하는 사람들의 실생활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는데, 저자들은 남극에서의 생활들을 많은 분과 공유하기 위해 책을 내게 되었다 하고 있습니다.

 

 

 

 

 

책은 <책머리에>가 시작되기도 전에 남극대륙의 전도부터 수록되어 있습니다. 남극점 주변을 확대한 약도도 함께 보여주고 있는데요. 기념 남극점과 지리학적 남극점이란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더군요. 남극점이 이동한다는건 들어봤지만 이렇게 지도로 보니 그 개념 생생하게 바로 전달되더랍니다. 책에 따름 '기념 남극점(Ceremonial South Pole)'은 남극조약이 체결된 1959년 당시의 남극점으로서 붉은색과 흰색 줄무늬 막대기가 새워져 있고 그 주위에 남극조약에 처음 서명했던 열두 나라의 국기가 꽂혀 있답니다. '지리학적 남극점(Gorgraphic South Pole)'은 지구 자전축이 지나는 진짜 남극점으로서 아문센과 스콧이 남극점에 처음 도달했을 때 각각 남겼던 말들과 해발고도를 알려주는 표지판이 미국 국기와 함께 세워져 있답니다. 그런데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요? 그건 남극 대륙의 빙하가 1년에 대략 10m씩 움직이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매년 새해에 남극점 표지를 옮기는 행사가 있다고 하네요.

 

책은 잘 모르던 우주공학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읽다가 떠오르던 것도 있었죠. 그것은 안드로메다 은하에 대한 이야기였는데요. 지구에서 250만 광년 정도 떨어져 있는 이 은하를 예전에는 안드로메다 성운이라고 불렀었답니다. 그때 불현듯 ​80년대 초반 TV상영 당시 폭발적 인기를 얻었던 '은하철도 999'에서 나오던 말이 생각났어요. "은하철도 999의 종착역은 안드로메다 성운의 프로메슘 행성입니다" 말이죠. 책에는 <성운(星雲,Nebula)>은 먼지나 가스가 구름처럼 모여 있는 천체들을 말하는 것이고, <은하(銀河,Galaxy)>는 수많은 별들이 모여 있는 별들의 집단을 말한답니다.

 

 

  

 

 

<1부. 남극점의 여름>은 천문학자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천체물리학자라고 불리기도 하는 천문학자는 관측 천문학자와 이론 천문학자, 실험 천문학자로 구별된다며 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면서 자신들은 실험 천문학자이자 전파 천문학자라고 합니다. 다음으로 남극기지와 남극점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남극으로 가는 길은 상상만큼 멀다고 하네요.ㅎㅎ 미국에서 출발하여 20시간 쯤 경과해 뉴질랜드의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 도착하면 거기서 다시 미국 공군 수송기를 타고 8시간을 날아가 윌리엄스필드 활주로에 내린답니다. 거기서 다시 맥머도 기지까지 셔틀차량을 타고 1시간을 가야 하고 기지에서 다시 수송기에 탑승하여 3시간을 날아가야 비로소 남극점에 자리하고 있는 아문센-스콧기지에 당도하게 된다네요. 미국에서 출발할 경우 경유시간을 감안하지 않으면 32시간이 들테지만 실제로는 경유지마다 날씨 상황에 따라 기약 없이 대기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에 최종 목적지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답니다..

 

<2부.​ 블랙홀 그림자를 찾아서>는 천체물리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전파망원경 간섭계를 이용한 초대질량블랙홀 연구가 세부 전공이라는 김준한이 집필한, 블랙홀과 그 연구과정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인 장이고, <3부. 우주의 시작을 찾아서>는 우주배경복사의 편광 신호를 관측하여 빅뱅 우주의 초기에 가까운 모습을 연구하는 강재환이 집필한, 빅뱅과 우주배경복사, 그리고 그 연구과정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진 장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상대성이론 등 대부분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가스러운 내용들이 많이 나오는지라 읽으면서도 눈이 갑작스레 침침해지고 잠이 쏟아지던 부분이 참 많았던 장들이었지요.ㅎㅎ 뭐라 요약하기도 어렵지만 이해한 부분만 간단하게 언급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얼마전 블랙홀 이미지를 공개하여 대서특필된 적이 있었죠. 책에는 2019년 4월 10일 EHT 과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인류 최초로 획득한 블랙홀 이미지를 공개했다고 합니다. 저자도 워싱턴 D.C 프레스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나갔다 하구요. 여튼, 그 이미지를 얻어내는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고 그 과학적 기반은 무엇인지 자세히 보여주고 설명하는게 바로 2부의 내용입니다. 블랙홀 이미지를 얻어내는데까지 정말 지난하고 고단한 과정의 연속이었더군요. 전 세계 각지의 전파망원경을 통해 하나의 천체에 대해 관측한 자료들을 하나로 통합하여 마치 거대 전파망원경으로 측정한 것 같은 효과를 얻어낸다는게 대단하더랍니다. 그간 듣긴 했지만 무슨 원리인지 몰랐는데 이번 기회에 조금은 이해할 수가 있게 되었어요.

 

3부는 우주의 기원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많이 익숙한 빅뱅 이론이 나옵니다. 하지만 대부분 복잡스런 우주론(Cosmology)들로 채워져 있지요. 언제부터인가 천문 관측의 데이타들을 분석한 결과 우주는 현재 가속팽창 중이라 밝혀졌답니다. 이를 토대로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전 우주가 한 점에 모이는 순간이 있었을 것이고(그게 대략 138억년 전일거라네요), 이로부터 폭발적으로 팽창하여 우주가 탄생되었다는 대폭발이론, 이른바 빅뱅이론(Big Bang Theory)이 등장하게 되었죠. 이러한 우주론을 검증하는데 필요한 연구 및 관측대상이 바로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이고 보통 줄여서 '우주배경복사(CMB)라 부른답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접하다 보면 종교인들이 흔히 하는 말이 떠오르는데요. 그건 "무조건 믿어라.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입니다. 내용들이 어찌보면 뜬 구름 잡는 이야기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만 과학적인 연구와 객관적인 검증의 결과를 거쳐 발표된 것들임에도 새로운 증거가 출현하면 순식간에 뒤집어지는 일 종종 목격하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드는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그건 그거고 아무도 알 수 없는 미지의 우주를 연구한다는게 쉬운 일은 아닐겁니다. 책에는 그러한 과학적 사실들을 밝혀 내기 위해 보이지 않은 곳에서 무수히 많은 연구자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게 해주죠. 현대 과학의 빛나는 금자탑 뒤안길에는 보이지 않은 곳에서 묵묵히 직무를 수행해 온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들이 숨어있다는걸 일깨워줍니다. 과학도 또는 그 길을 지망하는 분이라면 한번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은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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