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어서 끝까지 읽는 한중일 동물 오디세이
박승규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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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후기] '재밌어서 끝까지 읽는 한중일 동물 오디세이'

- 역사라는 씨줄과 동물이라는 날줄에 얽히고 설킨 한중일 3국 -

 

 

 

 

 

 

지은이 : 박승규

펴낸곳 : (주)은행나무

발행일 : 2020년 2월 19일 1판1쇄

도서가 : 17,000원

 

 

 

 

 

 

 

현재 지구상에는 100만종 이상의 동물들이 살아가고 있다고 추정된다 합니다. 45억년전 지구가 탄생한 이래 수많은 생명체들이 발생하고 진화해 가면서 그중 일부는 소멸하고 일부는 지금까지 이어져 왔을텐데요. 4백만년전 유인원에서부터 갈라져서 진화해 온 현생인류 역시 그러한 과정들을 거쳐 왔을 겁니다. 물론 공룡과 같이 한때 번성하였지만 지금은 멸종되어 사라져 버린 종들도 무척 많겠죠.

이번 도서후기는 이러한 동물들 중에서 동아시아 3국의 역사기록과 신화, 전설 속에 나오는 동물 이야기들을 풀어낸 책에 대한 것입니다. '재밌어서 끝까지 읽는 한중일 동물 오디세이'라고 좀 긴 제목으로 한·중·일 3국에서 기록에 나오는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 내용이죠. 역사와 동물을 엮어서 풀어낸 이야기들이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었는데요. 우리나라 왕조의 임금 중에 애완동물을 키운 분들이 있었다는게 좀 놀라웠습니다. 

 

 

 

 

 

 

역사다큐 제작과 파워블로거 활동, 대학에서의 강의, 칼럼 기고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저자는 어릴 적부터 다양한 동물들과 지내면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합니다. 동물에 대해 알아보고자 책을 접하게 되면서 역사와 고전, 신화, 민담, 설화 등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그 기록들에 등장하는 동물이야기에 푹 빠지게 되었다네요. 연배가 어느 정도인지는 확실하겐 알 수 없지만 지역의 작은 도서관에서 주민들과 함께 인문 고전을 공부하는 모임을 운영하는게 꿈이라는 걸 보면 적지 않은 연배라고 추측되어 지네요.

 

 

 

 

 

 

책은 <서문. 역사 속 동물들의 파란만장한 연대기>, <1부. 태초에 동물이 있었다>, <2부. 한중일 전쟁에 얽혀 든 동물들>, <3부. 한중일을 사로잡은 동물의 왕국>, <4부. 동물원 밖 동물 이야기>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중일 각 나라별로 있었던 동물들 이야기만 있는게 아니라 각 나라간에 동물을 선물로 주고 받는 이야기, 동아시아에는 없었던 동물들이 어떻게 전파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건국신화이자 한민족의 기원을 보여준다는 단군신화에도 곰과 호랑이가 나오죠. 여진족의 시조 신화에는 신령스런 까치가 나오고 베트남 건국 신화에는 꼬리 아홉달린 여우가 등장한답니다. 중국의 경우엔 그들이 시조로 삼는 황제가 곰과 호랑이 군대와 힘을 합쳐 통일국가를 건설했다고 하구요. 이처럼 신화와 전설, 기록들을 보면 인간과 동물의 연대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참 많다고 하는데요.

저자는 이를 토테미즘이나 애니미즘 같은 원시 동물숭배 신앙으로 시작하여 점차 고대의 신화적 인물들의 신성성을 보여주는 증표로 작용되었다는 것으로 본다고 합니다. 게다가 동물은 신화와 전설에 얽혀 역사의 일부가 되기도 하고 역사의 장면장면에 끼어들어 결정적 순간을 탄생시키기도 했으며 때로는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기까지 했다네요. 저자는 한중일 3국의 역사, 더 나아가 세계 역사를 바꾼 첫번째 동물은 바로 메뚜기라고 단언하고 있어요. 성서에도 나오는 메뚜기의 습격을 생각함 그럴듯 해 보이죠.

 

 

 

책에 따름 곰에 대한 전승이 전세계적으로 매우 다양하게 전해지고 있다 합니다. 일본에서는 신사를 지키는 사자 모양의 용맹한 개를 '고마이누(犬)'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우리 고대 국어에서 '곰 웅(熊)'자에 대응되는 고유어인 '고마'에서 유래된 거라 합니다. 게다가 일본어로 신을 뜻하는 '카미(神)'가 우리 신화의 곰에서 유래된 말이라네요. 

서양의 경우에는 러시아, 헝가리, 터키, 스위스 등지에서 단군신화와 같이 곰과 사람이 맺어져서 아이를 밴다는 설화가 많이 전해지고 있답니다. 환태평양 일대의 경우네는 특이하게도 곰과 인간이 서로 교차 변신한다는 특징을 지닌 곰 설화가 전해진다 하구요.

석기시대에는 곰처럼 인류 역시 동굴 생활을 했었기에 곰이 반은 인간이란 생각을 당시 인류가 했던거라는게 저자의 생각인 듯 한데요. 나름 신빙성 있는 말이라 여겨집니다.

 

 

 

 

 

 

책에는 다양한 동물들 이야기가 나오는데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개입니다. '늑대개의 출현, 지금까지 이런 개는 없었다', 어쩐지 한국영화 대사처럼 느껴지는 부제에서는 개의 늑대에서부터의 가축화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는데 그 내용이 참 흥미롭더군요.

대부분의 유럽 지역에서 늑대는 미움과 혐오의 대상이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늑대에게 물려 죽거나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지만 그것보다는 기독교에서 늑대를 악마의 화신으로 인식한게 가장 큰 원인이었을 거라 하네요. 이에 반해 몽골 등 동북아 유목민족들이나 아메리카 인디언의 경우에는 토템으로서 늑대를 신성시한다고 합니다. 

늑대는 좀체 길들여지지 않는 동물이라고 하면서 어떻게 늑대가 개로 진화해 갔는지에 대한 내용이 이어지는데 문득 그 근거가 궁금해졌습니다. 늑대와 개는 유전자(DNA)상 거의 유사하다고 합니다. 지금도 유전자 분석 결과에 따름 진돗개와 풍산개가 늑대와 유전적으로 가장 흡사하고 시베리아에서 발견된 3만5천년전 늑대 뼈의 DNA를 검사한 결과 시베리안허스키와 가장 유사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답니다. 이렇듯 개와 늑대의 조상은 인류와 침팬지의 조상이 같듯이 하나라는 것이죠.

3만 3천년전 무렵 늑대와 개의 중간쯤인 늑대개가 출현해 점차 개로 진화했고 1만5천년 쯤에는 인간과 개가 가까이 지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수렵채집생활을 하던 인류를 따라다니며 부산물을 얻어 먹으며 길들여지면서 가축화가 되어가다가 19세기 유럽 부르주아 계급에서 애완견을 만들면서부터 반려동물로서의 개의 역사가 시작되었답니다.

 

 

  

 

 

 

원숭이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그중 재밌는게 한중일 간 원숭이를 선물로 준 경우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원숭이가 없었다고 보통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랬는데 책에는 선사시대에는 한반도에 원숭이가 살았다고 하네요. 이후 어느 순간 자취를 감춘 원숭이가 다시 한반도에 나타나게 된게 바로 외교선물로 원숭이를 받으면서부터라는군요.

조선은 명과 일본, 유구국(오키나와)으로부터 원숭이와 공작 등을 선물로 받았답니다. 조선 태조(1394)때 일본은 유화책으로 왜구에게 잡혀간 백성들을 돌려보내면서 원숭이를 바쳤는데 이후로도 꾸준하게 원숭이를 보냈다고 합니다. 조선에 들어온 원숭이들은 주로 왕실 상림원에서 키웠지만 그 수가 많이 늘자 궁 밖으로 분양하기도 했다네요. 그중 탈출한 원숭이들이 야생화가 되었는데 세종때 제주도에서 원숭이를 사로잡아 바쳤다는 실록에 기록되어 있을 정도랍니다.

저자는 한반도에서 원숭이가 사라진 이유로 겨울이 춥고 길며, 표범이나 호랑이, 곰과 같은 상위 포식자가 많았기 때문일거라 합니다. 이에 비해 제주도에는 기후가 온화하고 맹수가 없었기에 제주에는 야생 원숭이가 서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네요.

 

 

 

 

 

 

마지막 이야기인 '한강과 부산, 동해에 인어가 나타났다'에서처럼 실존하지 않지만 실존하는, 인어라고 기록이 전해지지만 바다사자나 상쾡이를 의미하는 내용도 흥미롭지요. 우리 선조들은 바다사자나 상괭이를 '형사인(形似人)'이라 하여 사람과 닮은 인어모양으로 간주했다는데 정약전의 '다산어보'에는 이를 다섯가지로 구분해 놓았답니다. 그중 서해와 남해에 사는 '상광어(尙光魚 - 상괭이)'와 해돈어(海豚魚 - 돌고래)'를 인어처럼 여겼다네요. 상괭이 사진을 보니 미소짓는 모습의 돌고래로 보이더랍니다.

 

 

 

 

 

 

이외에도 책에는 제주도산 경주마가 1959년 미 해병대 하사관까지 진급한 군마 레크레스나 실존했던 동물은 물론 용이나 봉황, 해치와 같은 상상속의 동물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주로 한중일의 동물들 이야기를 주로 하고 있지만 간간히 다른 지역 동물 이야기도 하고 있어요. 가축화된 개가 거꾸로 야생화되었다는 호주의 '딩고'처럼 말이죠. 동물이야기에 흥미가 있는 분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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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규 2020-03-11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자 박승규입니다. 1964년 1월생이고요...ㅎㅎ. 저보다 책소갤 너무 잘해주셔서 황공무지로 소이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