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사람과 역사를 기록하다 - 개정증보판
배한철 지음 / 생각정거장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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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후기] '얼굴, 사람과 역사를 기록하다'

- 문화재 기자와 함께 읽는 초상화 속 흥미로운 한국사 -

 

 

 

 

 

 

지은이 : 배한철

펴낸곳 : 매경출판(주)/생각정거장

발행일 : 2020년 3월 20일 개정증보판1쇄

도서가 : 19,500원

 

 

  

 

 

 

어디에서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우리민족은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라 하여 부모에게서 물려 받은 신체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 효의 시작이라는 말을 금과옥조로 여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유효한 말이겠지만 그만큼 자신의 몸을 소중히 여기란 의미겠죠. 지금은 외모를 가꾸다 못해 성형으로 뜯어 고치는 세상이 되었다지만 나이가 들어가니까 신체에 칼을 대면 댈수록 나이 들어 고생이란걸 느끼게 되더랍니다. 

서양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초상화가 그다지 전해지는게 많지 않은 줄 알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읽게 된 책을 통해 그렇지만도 아니더란 걸 알게되었죠. 그것은 영정을 위해 제작된 초상화가 가문에 전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랍니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왕실의 화가들에 의해 그려진 초상화들이 많이 제작되었다더군요. 이러한 사실은 <얼굴, 사람과 역사를 기록하다>라는 책을 통해 알게 되었구요. 이 책은 2016년에 처음 발간되었던 것을 이번에 개정증보판으로 새로이 출간된 책이었는데 흥미로운 내용들이 꽤 많았습니다. 초상화들도 꽤 많이 수록되어 있었는데 눈에 익은 것도 있었지만 생소한 초상화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저자는 역사학도를 꿈꿔왔지만 경제학으로 학사를, 경영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한 분이랍니다. 1995년 언론사에 입사하여 정부 부처를 출입하면서 정책기사를 주로 써왔다는데 우연한 기회로 문화재 관련 취재를 맡게 되면서 꿈을 일부 이룰 수 있었다고 하는군요. 지금도 언론사와 포털에 한국사와 문화재, 고전을 주제로 다양한 칼럼을 쓰고 있다 하구요. 역사는 늘 대중과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는 그 말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책은 머리말과 본문 8부, 그리고 참고문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본문부는 각 부마다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제목을 보면 어떠한 초상화들을 보여줄지 감이 잡히는 것 같았죠. 그 본문부의 타이틀은 다음과 같습니다.

1부. 다른 각도로 보는 초상화     2부. 임금의 얼굴, 어진     3부. 시대와 위인을 담은 초상화      4부. 조선의 아웃사이더

5부. 화폭에 담긴 불멸의 여인들     6부. 얼굴 없는 위인들    7부. 초상화 속 숨은 역사 찾기       8부. 거장들의 숨겨진 얼굴

 

 

  

 

 

 

본문의 내용들 중에는 참 흥미로운 내용들이 꽤 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라 그런거 같은데 예를 들자면 조선시대 대표적인 음담패설집이라는 '고금소총'에 대학자들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나 걷는 것도 버거울 정도로 거구의 위인들을 초상화를 통해 살펴보는 것들이 그러했죠. 각 부마다 마지막에는 '초상화 다르게 읽기'라 하여 초상화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면들을 설명해주는 코너가 특히 재밌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초상화 인물들과 관련된 다양한 기록들을 조사했다는걸 여실히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서점에 게재된 책 소개내용을 봄 '초상화 이면에 깃든 역사를 설명해 주는 책'이라 하는데 그것보다는 '초상화에 얽힌 에피소드들을 소개해주는 책'이라 하는게 좀 더 정확한 표현 같단 생각이 듭니다. 역사를 설명해준다는 거창한 말보단 그게 더 맞는거 같았죠. 많은 초상화들을 살펴보면서 많은 얘기를 언급하려다 보니 불가피하단 측면이 없진 않겠지만 아쉬운 생각이 드는건 어쩔 수가 없네요..

 

 

  

 

  

 

 

 

책의 내용을 요약하기 보다는 개인적으로 뇌리에 남을 것 같은 초상화 위주로 소감을 남기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초상화는 보물 제1483호로 등재된 이재라는 분의 초상화입니다. 무엇보다 그간 보았던 우리나라 선현들의 초상화, 정면에서 약간 좌우측에서 바라본 시각으로 그려진 초상들과는 전혀 다르게 느껴졌던 초상화였습니다. 정면에서 바라보는 초상화는 극히 드물다고 하는데 좌우가 정확하게 대칭되는 느낌을 주는 이재의 초상화는 마치 사진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전달하더랍니다. 이런 초상화가 있었다는게 놀라웠죠. 물론 윤두서 자화상도 책에는 나오긴 합니다만 제 시각으론 윤두서 초상화보다 미학적으로 뛰어난 초상화라 여겨졌습니다. 뭐 아님 말구요.^^

책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인데 조선의 화공들은 초상화에 있어서는 '일호불사 편시타인(一毫不似 便時他人)'이라 하여 중국의 화풍을 계승해 극사실주의 초상화를 추구하였다 합니다. '터럭 한올이라도 같지 않다면 다른 사람'이라는게죠. 후손들은 이러한 조상님의 영정을 실제 조상님과 동일시하면서 지극 정성으로 모셨다 합니다. 

 

 

 

 

 

 

책에는 표준영정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언급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표준영정에 대해서 ​의아했던 부분이 많았는데요. 책은 그에 대해 명쾌하게 말해주고 있었죠. 현대에 제작된 표준영정은, 물론 입수한 다양한 자료들을 근거로 제작했다지만, 모두 화가의 상상으로 그려진 초상화라고 저자는 단언하면서 과연 그것이 실제 모습일까 의문시 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리 생각했었구요. 그러면서 기록으로 전해지고 있는 초상화에 나오는 인물들의 외관에 대한 표현들과 표준영정과의 차이점을 보여주고 있는데 의외라 여겨지는 내용들이 많더군요..  보이는데로 믿으면 안된다는 말, 여기에서도 적용되는 것 같았습니다.

책엔 현재 초상화가 전해지지 않는다고 알려진 위인들 초상화가 여럿 수록되어 있습니다. 일제시대 촬영되어 제작된 도록에서 발굴된 자료에서부터 일본인들이 소유하고 있던 그림들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확보할 수 있었던 자료라 합니다. 김유신, 원효, 왕건, 이순신, 정약용 등 그간 알려진 초상(물론 표준영정이지만)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기에 놀라웠죠. 물론 그 초상화의 진위 여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다고 하구요.  

 

 

 

 

 

 

미인도에 대한 다채로운내용들. 꽤 재미있습니다. 이 부분은 책을 통해 접해보시길 바랍니다.^^

 

 

  

 

 

 

책은 초상화를 통해 그 인물들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꽤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였지요.

현재까지 전해지는 초상화는 대부분이 조선시대 제작된 것들이고 극히 일부 고려시대의 것이 있다고 합니다. 보통 초상화는 종이나 비단에 그려지다 보니 오래 보관하기가 쉽진 않았었겠지요.. 지금도 가문 종가댁에 보관되어 전해지는 초상화들이 많이 있을거라 합니다. 책에 수록된 초상화 중에도 종가댁에서 기증하였다는 것들이 꽤 많이 나와있었구요. 아쉬운건 일제시대 당시 일본인들에 의해 많은 초상화들이 반출되었다는 점과 6·25전쟁 당시 창덕궁 선원전에 전해내려 오던 조선 왕실의 어진들을 부산국악원으로 옮겼는데 화재가 발생하여 4점만 남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수록되어 있는 철종의 어진을 보니 절반 가까이 불에 타 소실되었던데 참 안타까울 뿐이었죠..

이러한 이야기들, 초상화와 인물, 역사가 믹스된 이야기에 관심 있으신 분이라면 이 책 적극 추천할 만 하다고 생각됩니다. 제 보기엔 깊이있게 역사를 살펴 본다기 보단 초상화라는 특이한 주제를 가지고 그와 연관된 역사적 사실과 그 이면에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로 구성된 흥미와 재미를 주는 책이라 여겨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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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 보고서 - 법조계의 투명가면
안천식 지음 / 옹두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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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후기] 법조계의 투명가면 '전관예우 보고서'

- 사람들은 왜 전관 변호사, 대형로펌을 찾는가! -

 

 

 

  

 

 

지은이/펴낸이 : 안천식

펴낸곳 : 도서출판옹두리

발행일 : 2020년 2월 12일 초판1쇄

도서가 : 13,000원

 

 

 

2019년 1월 우리나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前 대법원장이 구속되었습니다. 그 일은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한 것으로 일명 양승태 사법농단 사건이라고 불리죠. 시작은 대법원 특별조사단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자체조사로 시작되었지만 특정 판사들에 대한 블랙리스트 감시 명단 작성과 재판 거래, 비자금 조성과 횡령 등 여러가지 의혹들로 인해 검찰로 인계, 수사가 시작되면서부터 그 의혹들이 세상에 노출되게 되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었던 사법부 비리들이 실제로 법원 내에서 자행되고 있었다는 사실에 우리나라 국민들을 큰 충격에 빠지게 한 사건이지요. 지금도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인 사건입니다.

 

흔히 법적 다툼에서 이기려면 법조계에는 전관예우와 연고주의가 있기에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사실 연고주의는 법조계 뿐만 아니라 정관계는 물론 학계, 예체능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뿌리 깊이 내린 병폐라는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죠. 지금은 그나마 많이 사라진 듯 하지만 아직도 유효해 보이긴 합니다.

 

최근 읽었던 <전관예우 보고서>라는 책을 통해 우리나라에 만연해 있다는 전관예우와 연고주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지게 되었어요. 전관예우나 연고주의와는 무관한 변호사가 부동산 소유권 관련 소송을 수임하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이건으로 인해 대기업을 상대로 한 15년간의 법정 다툼이 이어지더랍니다. 책은 그러한 법정 다툼에 대한 저자의 분석과 그 뒷 이야기들로 채워진 내용의었죠. 비록 한쪽 주장만으로 채워진 내용이지만 저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게 바로 적폐라 여겨지더군요. 책을 읽다 보니 저자는 이 고소·고발·소송들로 인해 법조계의 어두운 면을 절실하게 깨닫게 된 것 같아 보이는 씁슬한 내용이었는데요. 왜 반드시 이기는 싸움이더라도 소송으로 이기려 하지말고 손해를 좀 보더라도 합의보는게 훨씬 낫다는 세간에서 말하는지를 알 것 같았습니다.. 

 

1966년생인 저자는 그 이력을 보면 보통 볼 수 있는 법조계 인사들 경력과는 좀 다르게 보입니다. 공업고등학교 기계정비과를 졸업하고 법학과에 진학하여 졸업한 후에 세무전문대학원까지 졸업했다는 점이 이채로왔죠. 그와 동시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왠만한 노력으로는 사법고시 1차 통과하기도 어렵다는걸 잘 알기 때문이죠. 저자는 사법고시 합격후 사법연수원 34기로 수료하여 현재는 서초동에 법무법인 씨에스 소속의 변호사로 활동 중에 있으며 배심제도 연구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고 합니다. 책도 몇몇권 출간하셨던데 그중 2권은 이 책에 수록된 소송사건과 관련된 책들이라고 책 서두의 '들어가며'에 언급하고 있습니다.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부터 9장까지는 진행된 고소와 소송이 발생된 순서대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지막 장에는 저자가 대한민국 사법제도를 보다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주장한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각 장별 소제목들은 각 소송마다 저자가 느꼈던 핵심적인 내용을 타이틀화 한 것 같습니다.

 

 

  

 

 

 

책의 주 내용은 2005년 저자가 부동산 소유권 이전 소송사건을 수임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이 소송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2019년 11월 15일 재심청구 각하 판결이 선고되기까지 장장 15년에 걸쳐 수많은 고소와 소송이 진행되어 왔더랍니다. 복잡해 보여 책에 수록된 소송건을 정리해 보니 다음과 같이 정리가 되는데요. 이것이 1장부터 9장까지 수록되어 있는 소송건들로 각 소송 내용 중간 중간 전관예우와 연고주의 의혹 내용들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보기엔 그것보단 검사의 불기소처분이나 판사의 판결 선고에 대해서는 어떠한 오류도 인정될 수 없다는 그들만의 조직 논리가 적용된게 아닌가 싶습니다..

2005년 11월 부동산 소유권 이전 1심 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2005가합99041호 제1심사건) - H건설(원고) vs 기을호(피고) : 2006년 12월 H건설 승소 판결

2007년 1월 부동산 소유권 이전 2심 소송(서울고등법원 2007나5221호 제2심사건) - 기을호(원고) vs H건설(피고) : 2007년 10월 항소 기각

2007년 10월 부동산 소유권 이전 3심 소송(대법원 2007다74607호 상고심사건) - 기을호(원고) vs H건설(피고) : 2008년 1월 심리불속행 기각

2007년 2월 사문서위조 및 행사, 사기죄 증인 A,B,H건설 대표이사 고소: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불기소처분

2007년 6월 사문서위조 및 행사, 사기죄 증인 A,B,H건설 대표이사 항고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불기소처분

2007년 10월 사문서위조 및 행사, 사기죄 증인 A,B,H건설 대표이사 재항고 : 2008년 2월 서울고등검찰청 항고 기각

2008년 3월 사문서위조 및 행사, 사기죄 재정 신청(서울고등법원 2008초재733호 재정신청) : 2008년 6월 위증죄 기소 명령

2008년 6월 재정결정에 따른 기소(서울중앙지방법원 2008고단3739 피고인A의 위증형사사건) : 2009년 5월 위증죄 일부 유죄 판결

2009년 6월 위증죄 확정에 따른 부동산 소유권 이전 재심 신청(서울고등법원 2009재나372호 제1차 재심사건) : 2010년 3월 재심청구 기각

2010년 5월 위증죄 확정에 따른 부동산 소유권 이전 재심 상고(대법원 2010다32085호 제1차 재심 상고심사건) : 2010년 7월 심리불속행 기각

2012년 2월 위증죄 2차 재심 신청(서울고등법원 2012재나235호 제2차 재심청구사건) : 2012년 9월 재심청구 기각

2012년 10월 위증죄 2차 재심 상고 신청(대법원 2012다86437호 제2차 재심청구 상고심사건) : 2014년 7월 재심 상고 기각

2019년 3월 위증죄 3차 재심 신청(서울고등법원 2019재나111호 제3차 재심청구사건) : 2019년 11월 재심청구 각하

 

 

  

 

 

 

책의 마지막 장인 제10장에서는 현행 사법제도의 문제점과 그 대안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사법발전위원회가 조사한 전관예우와 연고주의에 대한 실태조사 내용이 수록되어 있었죠. 사법계에 종사하는 판검사는 물론 변호사와 일반 행정직원에게 설문조사한게 나옵니다. 그런데 그들 조차도 그러한게 있다고 응답한 자가 적지 않다는게 놀랍더군요.. 판사만 놓고 보자면 전관예우가 실제 존재한다고 응답한 인원이 전체 271명중 63명(23.2%)이고 연고주의가 존재한다고 동의한 인원은 91명(33.6%)나 됩니다.. 이런 응답을 보면 법관으로서 공명정대하게 재판에 임하려는 판사들이 아직은 다수라 여겨지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그 양심적인 법관들 조차도 사법부 조직의 논리에 휘둘리게 된다면 법관의 양심도 묻혀지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저자는 재판과 판결에 대한 모든 것을 오직 애매모호하고 불명확한 '법관의 양심'에 맡기고 따라야 한다는 것부터가 권위적이고 전근대적이며 비민주적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미국 사법제도의 '배심제도'를 보여주면서 법관의 재판 독점적 권한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재판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배심원들이 유무죄 평결과 양형 의견을 제시하는 국민참여재판 제도가 도입되어 있긴 하지만 배심원 평결이 권고적 효력만 지닐 뿐 법적 구속력이 없기에 법관들의 재판권을 견제하지는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개인적으론 아무래도 법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일반인들로 구성된 배심원들이기에 잘못된 판단을 내릴 가능성 또한 염려됩니다. 배심원 각자 지니고 있는 가치관과 습득한 정보들을 가지고 판단함에 있어서 중세시대 마녀사냥처럼 가짜뉴스나 여론몰이로 잘못된 판단을 내릴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요. 어찌됐던 누군가를 공명정대하게 심판한다는건 참으로 어려운 문제입니다.. 책에 나온 소송사례는 일방의 주장만으로 판단하기에는 위험하단 생각이 드는게 그 상대방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될 것 같네요.

 

여하튼, 대다수의 법조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문구인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일처리를 할 것이라 믿고 싶어지는데요. 최근 코로나19로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보던 사태가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데, 법조계에서도 그와 같이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실제로 발생하질 않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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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어서 끝까지 읽는 한중일 동물 오디세이
박승규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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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후기] '재밌어서 끝까지 읽는 한중일 동물 오디세이'

- 역사라는 씨줄과 동물이라는 날줄에 얽히고 설킨 한중일 3국 -

 

 

 

 

 

 

지은이 : 박승규

펴낸곳 : (주)은행나무

발행일 : 2020년 2월 19일 1판1쇄

도서가 : 17,000원

 

 

 

 

 

 

 

현재 지구상에는 100만종 이상의 동물들이 살아가고 있다고 추정된다 합니다. 45억년전 지구가 탄생한 이래 수많은 생명체들이 발생하고 진화해 가면서 그중 일부는 소멸하고 일부는 지금까지 이어져 왔을텐데요. 4백만년전 유인원에서부터 갈라져서 진화해 온 현생인류 역시 그러한 과정들을 거쳐 왔을 겁니다. 물론 공룡과 같이 한때 번성하였지만 지금은 멸종되어 사라져 버린 종들도 무척 많겠죠.

이번 도서후기는 이러한 동물들 중에서 동아시아 3국의 역사기록과 신화, 전설 속에 나오는 동물 이야기들을 풀어낸 책에 대한 것입니다. '재밌어서 끝까지 읽는 한중일 동물 오디세이'라고 좀 긴 제목으로 한·중·일 3국에서 기록에 나오는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 내용이죠. 역사와 동물을 엮어서 풀어낸 이야기들이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었는데요. 우리나라 왕조의 임금 중에 애완동물을 키운 분들이 있었다는게 좀 놀라웠습니다. 

 

 

 

 

 

 

역사다큐 제작과 파워블로거 활동, 대학에서의 강의, 칼럼 기고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저자는 어릴 적부터 다양한 동물들과 지내면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합니다. 동물에 대해 알아보고자 책을 접하게 되면서 역사와 고전, 신화, 민담, 설화 등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그 기록들에 등장하는 동물이야기에 푹 빠지게 되었다네요. 연배가 어느 정도인지는 확실하겐 알 수 없지만 지역의 작은 도서관에서 주민들과 함께 인문 고전을 공부하는 모임을 운영하는게 꿈이라는 걸 보면 적지 않은 연배라고 추측되어 지네요.

 

 

 

 

 

 

책은 <서문. 역사 속 동물들의 파란만장한 연대기>, <1부. 태초에 동물이 있었다>, <2부. 한중일 전쟁에 얽혀 든 동물들>, <3부. 한중일을 사로잡은 동물의 왕국>, <4부. 동물원 밖 동물 이야기>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중일 각 나라별로 있었던 동물들 이야기만 있는게 아니라 각 나라간에 동물을 선물로 주고 받는 이야기, 동아시아에는 없었던 동물들이 어떻게 전파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건국신화이자 한민족의 기원을 보여준다는 단군신화에도 곰과 호랑이가 나오죠. 여진족의 시조 신화에는 신령스런 까치가 나오고 베트남 건국 신화에는 꼬리 아홉달린 여우가 등장한답니다. 중국의 경우엔 그들이 시조로 삼는 황제가 곰과 호랑이 군대와 힘을 합쳐 통일국가를 건설했다고 하구요. 이처럼 신화와 전설, 기록들을 보면 인간과 동물의 연대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참 많다고 하는데요.

저자는 이를 토테미즘이나 애니미즘 같은 원시 동물숭배 신앙으로 시작하여 점차 고대의 신화적 인물들의 신성성을 보여주는 증표로 작용되었다는 것으로 본다고 합니다. 게다가 동물은 신화와 전설에 얽혀 역사의 일부가 되기도 하고 역사의 장면장면에 끼어들어 결정적 순간을 탄생시키기도 했으며 때로는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기까지 했다네요. 저자는 한중일 3국의 역사, 더 나아가 세계 역사를 바꾼 첫번째 동물은 바로 메뚜기라고 단언하고 있어요. 성서에도 나오는 메뚜기의 습격을 생각함 그럴듯 해 보이죠.

 

 

 

책에 따름 곰에 대한 전승이 전세계적으로 매우 다양하게 전해지고 있다 합니다. 일본에서는 신사를 지키는 사자 모양의 용맹한 개를 '고마이누(犬)'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우리 고대 국어에서 '곰 웅(熊)'자에 대응되는 고유어인 '고마'에서 유래된 거라 합니다. 게다가 일본어로 신을 뜻하는 '카미(神)'가 우리 신화의 곰에서 유래된 말이라네요. 

서양의 경우에는 러시아, 헝가리, 터키, 스위스 등지에서 단군신화와 같이 곰과 사람이 맺어져서 아이를 밴다는 설화가 많이 전해지고 있답니다. 환태평양 일대의 경우네는 특이하게도 곰과 인간이 서로 교차 변신한다는 특징을 지닌 곰 설화가 전해진다 하구요.

석기시대에는 곰처럼 인류 역시 동굴 생활을 했었기에 곰이 반은 인간이란 생각을 당시 인류가 했던거라는게 저자의 생각인 듯 한데요. 나름 신빙성 있는 말이라 여겨집니다.

 

 

 

 

 

 

책에는 다양한 동물들 이야기가 나오는데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개입니다. '늑대개의 출현, 지금까지 이런 개는 없었다', 어쩐지 한국영화 대사처럼 느껴지는 부제에서는 개의 늑대에서부터의 가축화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는데 그 내용이 참 흥미롭더군요.

대부분의 유럽 지역에서 늑대는 미움과 혐오의 대상이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늑대에게 물려 죽거나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지만 그것보다는 기독교에서 늑대를 악마의 화신으로 인식한게 가장 큰 원인이었을 거라 하네요. 이에 반해 몽골 등 동북아 유목민족들이나 아메리카 인디언의 경우에는 토템으로서 늑대를 신성시한다고 합니다. 

늑대는 좀체 길들여지지 않는 동물이라고 하면서 어떻게 늑대가 개로 진화해 갔는지에 대한 내용이 이어지는데 문득 그 근거가 궁금해졌습니다. 늑대와 개는 유전자(DNA)상 거의 유사하다고 합니다. 지금도 유전자 분석 결과에 따름 진돗개와 풍산개가 늑대와 유전적으로 가장 흡사하고 시베리아에서 발견된 3만5천년전 늑대 뼈의 DNA를 검사한 결과 시베리안허스키와 가장 유사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답니다. 이렇듯 개와 늑대의 조상은 인류와 침팬지의 조상이 같듯이 하나라는 것이죠.

3만 3천년전 무렵 늑대와 개의 중간쯤인 늑대개가 출현해 점차 개로 진화했고 1만5천년 쯤에는 인간과 개가 가까이 지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수렵채집생활을 하던 인류를 따라다니며 부산물을 얻어 먹으며 길들여지면서 가축화가 되어가다가 19세기 유럽 부르주아 계급에서 애완견을 만들면서부터 반려동물로서의 개의 역사가 시작되었답니다.

 

 

  

 

 

 

원숭이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그중 재밌는게 한중일 간 원숭이를 선물로 준 경우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원숭이가 없었다고 보통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랬는데 책에는 선사시대에는 한반도에 원숭이가 살았다고 하네요. 이후 어느 순간 자취를 감춘 원숭이가 다시 한반도에 나타나게 된게 바로 외교선물로 원숭이를 받으면서부터라는군요.

조선은 명과 일본, 유구국(오키나와)으로부터 원숭이와 공작 등을 선물로 받았답니다. 조선 태조(1394)때 일본은 유화책으로 왜구에게 잡혀간 백성들을 돌려보내면서 원숭이를 바쳤는데 이후로도 꾸준하게 원숭이를 보냈다고 합니다. 조선에 들어온 원숭이들은 주로 왕실 상림원에서 키웠지만 그 수가 많이 늘자 궁 밖으로 분양하기도 했다네요. 그중 탈출한 원숭이들이 야생화가 되었는데 세종때 제주도에서 원숭이를 사로잡아 바쳤다는 실록에 기록되어 있을 정도랍니다.

저자는 한반도에서 원숭이가 사라진 이유로 겨울이 춥고 길며, 표범이나 호랑이, 곰과 같은 상위 포식자가 많았기 때문일거라 합니다. 이에 비해 제주도에는 기후가 온화하고 맹수가 없었기에 제주에는 야생 원숭이가 서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네요.

 

 

 

 

 

 

마지막 이야기인 '한강과 부산, 동해에 인어가 나타났다'에서처럼 실존하지 않지만 실존하는, 인어라고 기록이 전해지지만 바다사자나 상쾡이를 의미하는 내용도 흥미롭지요. 우리 선조들은 바다사자나 상괭이를 '형사인(形似人)'이라 하여 사람과 닮은 인어모양으로 간주했다는데 정약전의 '다산어보'에는 이를 다섯가지로 구분해 놓았답니다. 그중 서해와 남해에 사는 '상광어(尙光魚 - 상괭이)'와 해돈어(海豚魚 - 돌고래)'를 인어처럼 여겼다네요. 상괭이 사진을 보니 미소짓는 모습의 돌고래로 보이더랍니다.

 

 

 

 

 

 

이외에도 책에는 제주도산 경주마가 1959년 미 해병대 하사관까지 진급한 군마 레크레스나 실존했던 동물은 물론 용이나 봉황, 해치와 같은 상상속의 동물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주로 한중일의 동물들 이야기를 주로 하고 있지만 간간히 다른 지역 동물 이야기도 하고 있어요. 가축화된 개가 거꾸로 야생화되었다는 호주의 '딩고'처럼 말이죠. 동물이야기에 흥미가 있는 분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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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규 2020-03-11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자 박승규입니다. 1964년 1월생이고요...ㅎㅎ. 저보다 책소갤 너무 잘해주셔서 황공무지로 소이다...감사합니다.
 
한 달의 교토 - 디지털 노마드 번역가의 교토 한 달 살기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2
박현아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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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한 달의 교토'

- 디지털 노마드 번역가의 교토 한 달 살기 -

 

 

 

  

 

 

지은이 : 박현아

펴낸곳 : 세나북스

발행일 : 2020년 2월 10일 초판1쇄

도서가 : 14,000원

 

 

 

  

 

 

 

최근 하루가 멀다하고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감염 우려로 인해 외부활동의 감소와 소비행태 변화 등 일상의 모습들이 확연히 바뀌면서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하지요. 더우기 이러한 변화와 문제들로 나라 경제가 급격하게 위축되어 앞날이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 하네요. 이러한 상황이 빨리 진정이 되어야 할텐데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이번 도서리뷰는 일본의 천년 고도라는 교토에서의 한 달 살기 후기에 대한 것입니다. <한 달의 교토>라는 책으로 일본어 여성번역가가 한 달 동안 교토에 머무르면서 체험하고 느꼈던 것들을 일기처럼 쓴 내용의 책인데요. 그 구성이 일기처럼 쓰여져 있기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죠. 감수성 넘치면서도 톡톡 튀는 듯한 느낌의 내용들이 참 인상적인 책이었습니다.

 

 

저자는 프리랜서 일본어 번역가로 대학 졸업후 1년간 회사에 적을 두었다가 퇴사를 결심, 일본으로 훌쩍 떠나 일본어 번역가로 새로운 직업을 가지게 된 분이라 합니다. 사진상으로 봄 젊으신 분 같은데요. 한 번 뿐인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다양한 경험들을 할 수 있어 보이는 직업을 가졌다는게 부러울 따름이죠.^^ 이 분이 집필,출간한 책들을 보니 프리랜서 번역가 관련 서적들이 꽤 있네요.

한동안 유행처럼 번졌던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 유목민(Nomad)처럼 일과 주거에 있어서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작업공간만 있으면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일 할 수 있는 프리랜서 번역가란 직업. 꽤 매력있어 보입니다.

 

 

  

 

 

 

책은 교토에서 한달을 살아가면서 일자별로 모두 22회차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4월 5일 간사이공항 도착을 시작으로 5월 5일 귀국 전까지 총 30일간의 기간인데 그 날들 전부를 쓴 것은 아니고 중간 며칠은 건너뛰고 있구요. 아마도 간간히 휴식을 취하느라 별다른 에피소드가 없었던 날인가 봅니다. 저도 몇 년 전 교토에 여행 간 적이 있는데 책 내용 중에는 눈에 익은 정경들이 있었습니다. 그 여정지들을 묘사한 글들을 보니 잠시 회상의 시간을 가지게 되더군요. 많은 부분이 가물가물했지만 당시의 촬영해 둔 사진들을 찾아 보니 생생하게 떠오르데요.^^

 

 

  

 

 

 

책의 첫 머리인 <프롤로그>는 간략하게 전반적인 책을 소개하는 내용과 저자의 감사인사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 중에는 놀라웠던 내용이 하나 있었는데요. 그것은 저자가 결혼 4개월차 임에도 혼자 교토로 한 달 살기를 떠났다는 말이었죠. 신혼의 단꿈에 젖어있을 시기에 왜 혼자 타국에 한달이나 살러 갔는지가 궁금했는데 그 이유는 이어지는 <교토에 가기로 했습니다>에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었어요. 번아웃 증후군과 우울함이 그 이유라지만 여튼, 이를 응원해주고 지지해준 남편분이 대단한거 같네요.^^

 

 

앞에서도 말한 것과 같이 책은 일기와 같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도서리뷰에서 이 모든 걸 보여줄 순 없기에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사진이 수록된 날 중 일부를 간략하게 소개해 보렵니다.

먼저 8일차. 이날은 저자가 기요미즈데라(淸水寺)에 간 날이랍니다. 제가 교토에 가서 본 것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기도 하지요. 저자도 이곳을 일컬어 "신선들의 별장인가 선녀들의 쉼터인가"라고 하고 있는데요. 방문시기도 저와 비슷해 그런지 책에 수록된 사진들이 제가 담아온 모습들과 매우 비슷하게 보이더군요. 방사능 오염으로 여행가기 좀 겁나는 일본이지만 이곳 정경만큼은 참 좋은 곳 같습니다.

 

 

  

 

 

 

11일차와 14일차. 이 날 저자가 간 곳들은 저는 가보지 못한 곳들이지만 사진으로 보여지는 모습들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던 곳입니다.

11일차에 가보았다는 엔토쿠인(圓德院)은 정원을 즐기며 차를 마실수 있는 일본 사찰로 기요미즈데라에서 가깝고 고다이지(高台寺) 바로 옆에 있답니다. 엔토쿠인은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아내, 네네가 남편과 살았던 후시미성의 저택과 정원을 옮겨온 것으로 저택은 다시 지어진 것이지만 정원은 4백전 전 그대로 지금까지 남아 있는거라 하네요. 저자는 이곳에서 옛 일본승려가 하던 수행을 상품화한 선사체험을 했는데 그 체험 내용들을 보니 저도 한번 해봤으면 하는 마음이 들더랍니다.

14일차에 갔다는 교토고쇼(京都御所)는 일본왕들이 1331년부터 1869년 도쿄로 수도 이전하기 전까지 5백년간 거주했었던 왕궁이랍니다. 지금의 궁은 1854년 대화재로 전소되고 복원된 것들이라 하구요. 19세기부터 이곳에 왕이 살지는 않았지만 한동안 일왕 즉위식 행사 등이 이곳에서 열렸다고 하네요. 궁궐 안쪽 첫번째 영역에는 자전거를 타고 다닐만큼 굉장히 넓지만 관광객이 들러볼 수 있는 곳은 한정적이고 안으로 들어서는 입구가 어디인지 미리 확인하지 않으면 한참을 뱅뱅 돌아서 걸어 다녀야 하니 사전에 반드시 입구 위치를 확인하고 걸으라 합니다.^^

 

 

  

 

 

 

16일차와 29일차는 일본의 유명한 금각사와 은각사 방문기입니다. 당시 아깝게도 시간/일정상 가보지 못했던 곳이라 더 눈여겨 보았죠.

16일차에 방문하였다는 금각사(金閣寺)의 금각은 저자의 말로도 무조건 찍어야 할 정도로 대단하고 볼만하더랍니다. 관람할 수 있는 동선도 자세히 관찰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가까운 편이랍니다. 부처님의 사리가 모셔져 있다는 금각사는 원래 절이 아니었답니다. 12세기 가마쿠라 시대에 사이온지 긴츠네라는 사람의 별장으로 지어졌고 14세기경 무로마치시대의 쇼군 아시카가 요시미츠가 자신이 은퇴 후에 살 별궁으로 만들면서 금각을 세웠다 하네요. 이후 쇼군이 죽은 뒤에 선종사원, 로쿠온지(鹿苑寺)라는 사찰이 되었다 합니다. 이 로쿠온지 안에 있는 정자가 바로 금각이랍니다. 그리고 지금의 금각사는 1950년 화재이후 1955년 재건된 것이라 하구요. 책에는 많은 금각 사진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참 아름다와 보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의외로 금각사에는 금각 외에는 기억에 남는게 그다지 없을 정도로 볼게 없다고 합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한 달 살기 막바지인 29일차에 들렸다는 은각사(銀閣寺)에선 금각에서의 찬탄했던 것과는 다른 의미로 은각을 본 순간 감탄했다고 합니다. 화려한 금칠로 도배된 금각의 모습과 달리 은각은 아무런 치장이 없지만 기품이 느껴지는 고고한 모습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은각은 이름과 달리 은칠이 되어 있지 않은데 그것은 처음 지었던 아시카가 요시마사가 은으로 된 은각을 지으려 했지만 재정문제로 실현시키질 못했기 때문이라 하구요. 이외에도 긴샤단과 코게츠다이, 대나무숲 산책로, 정원의 모습이 매우 좋았다고 합니다. 어떤 느낌일런지.. 가보고 싶네요..

 

 

  

 

 

 

책은 저자가 교토 한 달 살기 하면서 가본 교토의 명소들을 느낌있게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주말이면 어쩔 수 없이 방콕하고 있는 이 때 여행 에세이 읽는게 참 좋네요. 교토로 여행간다면 어디를 어떻게 방문할건지 상상해 가면서 읽는 것도 나름 재미있습니다. 요즘 같은 시기에 집에서 쉬면서 이러한 여행에세이 읽어 보시는건 어떨까 싶네요. 언제 여행 갈 수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조만간 이러한 상황들이 정리되고 기지개 펴는 날 오긴 오겠죠? 그런 날 빨리 오길 기대하면서 도서리뷰 마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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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청으로 보는 세계사 - 자르지 않으면 죽는다!
진노 마사후미 지음, 김선숙 옮김 / 성안당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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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후기] '숙청으로 보는 세계사'

- 숙청을 알면 세계사가 보인다! -

 

 

 

 

 

 

지은이 : 진노 마사후미(神野正史,じんの まさふみ)

옮긴이 : 김선숙

펴낸곳 : (주)도서출판 성안당

발행일 : 2020년 2월 13일 초판1쇄

도서가 : 15,000원

 

 

 

  

 

 

인간에게 있어서 처세술이란 세상 살아가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세상 살아가다 보면 어떻게 처세하느냐에 따라 꽃길만 걷게 될지 지옥도로 빠져버리게 될지 판가름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죠. 정해진 정답은 없겠지만 독불장군처럼 살아가든 파리처럼 손이 발이 되도록 비비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다 처세의 한 방편들이겠죠. 한 개인의 삶에서 처세란게 중요하듯 왕조나 정권에 있어서도 그와 유사한 것이 있는 듯 합니다. 그 중 하나가 숙청인 것 같습니다. 이번 도서후기는 숙청에 대해 중국과 유럽의 사례를 살펴보고 냉혹한 사회 현실과 조직 상태를 파악하여 어떻게 해야할 지 그 비결을 터득하게 하는 책이 그 대상으로 제목은 <숙청으로 보는 세계사>입니다. 책 표지 제목 위에 쓰여진 <자르지 않으면 죽는다!>란 부제가 섬뜩하게 느껴집니다..

 

저자는 1965년 일본 나고야 출신의 입시학원가의 세계사 강사로서 세계사 전문 온라인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답니다. 저자는 교단에선 스킨 헤드, 선글라스, 콧수염, 블랙수트를 항상 고수하고 있다 합니다. 참 희한하고 독특한 캐릭터죠. 사진을 보니 조폭스러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저자 이름이 일본어로는 じんの まさふみ이지만 한자로는 神野正史이란 점도 독특하게 느껴집니다. 바른 역사의 신? 대충 그런 의미겠지만 그와는 딴판으로 책 내용 중에 저자도 별 수 없는 일본인이란걸 알게 해주더군요. 편협해 보이는 가치관을 지닌 듯 한 저자에게서 배우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역사관을 지니게 될런지 심히 우려되더랍니다.. 이런 생각 역시 일부만 보고 잘못 판단한 것일 수도, 편견일 수도 있겠지만, 여튼 그렇습니다.. 그 해당 내용은 마지막에 언급, 정리하도록 하지요.

 

 

  

 

 

책은 <들어가며>, <서장. 역사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 <1장. 중국의 처참한 숙청사>, <2장. 유럽에서 벌어진 숙청의 실상>, <3장. 숙청 괴물의 탄생>, <4장. 숙청이 남긴 교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들어가며'에는 왜 숙청을 논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보여줍니다. 좀 독특한 논리였는데요. 그것은 지금의 국제 외교 상황은 약육강식의 험난한 환경이기에 이에 대해 미숙한 대응은 국가의 존망과 국민들의 고통과 직결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외교 환경에 대응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민족의 특성(민족성)을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죠. 민족성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들의 역사와 정치, 경제, 전통, 문화 등을 총체적이고 구조적, 유기적으로 이해하여야 한답니다. 저자는 이 모든 것을 다 논하기가 지면상 불가능하기에 그중 <숙청>을 주제로 선택했다 하구요. 독특한 논리죠?

 

'서장. 역사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패권국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지구상 패권국가는 보통 3개 나라를 얘기합니다. 지중해의 고대국가 로마와 19세기의 영국, 20세기의 미국이 그것들이죠. 영원불멸한 것은 없다는 말처럼 이들 국가 역시 시작과 성장, 번영, 그리고 쇠퇴에 이르게 되었답니다. 저자는 미국 역시 전형적인 선동정치인이 나타났기에 민주정이 기능을 하지 못하는 중우정치로 그리스 도시국가처럼 망국의 길을 걷고 있다고 보고 있고, 21세기 패권국이라 자화자찬하는 중국 역시 독재체제 강화로 진행되고 있어 케이사르(시저)나 나폴레옹, 스탈린 처럼 망국의 길에 접어들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강대국에 자격지심이 있는 걸까요? 좋은 점은 전부 빼버리고 나쁜 점만 부각시키는 것 같습니다. 하긴.. 숙청이 주제니 그럴 수 밖에 없겠네요.ㅎㅎ

 

숙청(肅淸)은 보통 정치단체나 국가 등에서 정책이나 조직의 일체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반대파를 처단하거나 제거하는 것을 말합니다. 책은 이러한 숙청의 사례들로 중국의 왕조 초기에 발생한 사례들과 유럽의 사례를 들고 있는데요. 중국은 이해가 갑니다만 유럽의 사례는 좀 이상했습니다. 아리아계 민족이 인류 최초로 피부색으로 인종차별을 하면서 벌였던 대대적 숙청과 아메리카 대륙에서 인디오들과 아프리카 흑인들을 대상으로 행했던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 보기엔 그건 숙청이라기 보다 학살이라 하는게 맞을 것 같더군요. 학살 역시 숙청의 정의와는 내용 대부분이 부합되지만 숙청은 그 대상이 동등한 지위의 반대파이지만 학살은 약자들이나 피지배층이 그 대상이란 차이점이 있겠죠..

 

'1장, 중국의 처참한 숙청사'에 나오는 중국의 사례로 제일 먼저 언급되는 것은 의외로 공자(孔子)입니다. 중국에서 성인군자로 추앙받는 인물인 공자도 노(魯)나라 대사구가 되어 가장 먼저 한 일이 바로 숙청이었답니다. 공자는 부임한 지 7일만에 당대 대학자인 소정묘와 중신들을 전부 죽였답니다. 게다가 제후회의에서 무례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배우와 광대까지 죽이라고 명했다는군요. 다음으로는 한(漢) 고조(유방)과 당(唐) 태종(이세민), 명(明) 홍무제(주원장)의 숙청 사례와 송(宋) 태조(조광윤)의 숙청하지 않은 사례를 비교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중국에서 숙청은 산고(産苦)와 같아서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번영은 찾아오지 않는다고 하면서 반드시 정의가 승리하지 않고 승리한 자가 스스로를 정의라 위장해 그렇게 보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는 날조와 왜곡, 변조에 대한 내용이 잠깐 이어지는데 저자의 정체성이 의심되는 대목이었죠.

 

'2장. 유럽에서 벌어진 숙청의 실상'에서는 유럽의 사례를 설명하기에 앞서 일본의 오다 노부나가의 사례를 잠깐 보여줍니다. 그런데 중국의 수많은 숙청 사례들에 비하면 노부나가의 숙청은 온정 어린 그의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라고 하네요. 이는 말 그대로 견강부회이자 내로남불이라 여겨집디다. 아무튼 유럽의 경우에는 앞에서 말한 바 대로 백인종인 아리아계 민족들의 인종차별로 시작했답니다. 아리아인은 중앙아시아 초원지대의 유목민이었는데 기원전 2천년경 기후가 한랭건조해지자 민족 대이동이 시작되었답니다. 동쪽으로 이동한게 인도계 아리아인이고 남쪽으로 이동한게 이란계 아리아인, 서쪽으로 인동한게 유럽계 아리아인이랍니다. 인도로 이동한 아리안들은 원주민(드라비다)들을 차별하기 위해 바르나라는 차별제도를 시행했답니다. 유럽으로 이동한 아리안들은 한동안 별다른 차별이 없었으나 중세 들어 이슬람인들을 상대로 대대적 종교를 빙자하여 숙청(학살)을 했답니다. 이 역시 숙청이라 하기엔 좀 억지스럽단 느낌이 들었죠. 다음으로 인디오와 아프리카 흑인의 사례, 프랑스혁명과 러시아혁명 이후 독재정권의 대숙청 사례를 순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자에 대해 살펴보면서 언급했던 저자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내용을 마지막으로 도서후기 마무리하렵니다. 책 57페이지에는 <역사를 읽을 때는 언제나 '승자가 누구인가?'를 염두에 두어라>란 소제목으로 역사의 왜곡과 변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면 왜 저자가 별 수 없는 일본인이라 언급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겁니다. 그것은 "침략전쟁을 일으킨 일본이란 악을 미국이 정의의 철퇴를 내렸다"이란 진실을 교묘하게 왜곡, 변조하고 있기 때문이죠. 저자는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가를 생각하면 진실은 명백하게 드러난다면서 전쟁이 끝나면 승자는 패자를 폄훼하는 유언비어를 흘리고 널리 퍼뜨린다 하고 있습니다. 이건 현재의 일본 극우정권과 그 추종자들이 주장하는 것과 동일한 내용이죠. 19세기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아시아를 극한의 파탄에 빠뜨린 가해자 일본이 자신들의 죄악에 대한 사죄와 반성은 외면하고 구라파에 의해 원자폭탄에 피폭되었단 피해자 코스프레를 이어갈런지.. 어의가 없을 뿐입니다. 어떤 책에서 그러더군요. 일본은 독일과 달리 그들이 저지른 인류에의 범죄에 대해 철저한 단죄와 심판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책 뒷표지에는 이런 문구가 기재되어 있습니다. "로베스피에르, 레닌, 스탈린, 주원장, 마오쩌뚱... 역사상 뛰어난 권력자들은 왜 그렇게 많은 인명을 앗아갔을까" 거슬리는 표현이지만 권력을 비교적 장기간 유지했단 점에서 보자면 맞는 말 같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말과 비슷해 보이는 이 말은 이것입니다. "강한 자, 뛰어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다. 환경에 적응한 자와 유연성 있는 자가 살아남는다." 21세기에 살아 남을 수 있는 사람은 승자 그룹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 급속하게 변모하는 새로운 시대를 재빨리 이해하고 이에 적응하는 사람이란게죠. 맞는 말이긴 하지만 누구보다도 먼저 편승해야 한다는 기회주의자스런 의미 같아 좀 씁쓸합니다..

 

책은 중국과 유럽에 있었던 숙청의 역사를 조명하면서 숙청이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잔인한 숙청이 있던 왕조와 정권은 한동안 강한 국력을 유지하게 되었고 흐지부지 대충 숙청을 했던 왕조와 정권은 약한 국가로 나아가게 되었다고 말이죠. 물론 중국이나 중세이후 유럽에서는 3백년 이상 유지된 국가나 왕조는 없었답니다만 그정도라도 유지한 왕조는 창업과 이어진 대대적인 숙청이 있었다고 저자는 얘기합니다. 송(宋)처럼 숙청을 회피한 나라는 지리멸렬하게 숨통만 이어가다 소멸되었다면서요..

숙청. 불합리와 처참함을 떠오르게 하는, 결코 유쾌할 수 없는 주제로 쓰여진 책이지만 거꾸로 숙청의 대상에서 회피하기 위해서 필요한 처세에 대해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나름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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