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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왕세자들 - 왕이 되지 못한
홍미숙 지음 / 글로세움 / 2019년 11월
평점 :
[도서리뷰] '왕이 되지 못한 비운의 왕세자들'
- 조선 왕세자들의 눈물을 훔쳐보다 -
지은이 : 홍미숙
발행처 : 글로세움
발행일 : 2019년 11월 1일 초판1쇄
도서가 : 16,000원
우리나라 마지막 왕조는 조선입니다. 일제에 의해 국권이 침탈되기 전에 잠시 대한제국이었던 시기가 있었지만 보통 합쳐서 조선왕조 시기라 하지요. 1392년 건국된 이래 한반도를 다스렸던 조선왕조는 모두 27명의 왕이 승계하면서 518년간 지속되었답니다. 그런데 이 시기 동안 왕이 되지 못한 왕세자들에 대해 자세하게 풀어낸 책이 출간되었답니다. 서평단 모집을 통해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읽기 쉽고 자세한 내용이 인상적인 책이었죠. 제목은 <왕이 되지 못한 비운의 왕세자들>로 폐세자와 요절한 왕세자, 단명한 왕세손 등 총 14명의 비운의 인물들에 대해 저자가 답사하고 추적한 이야기들로 채워진 도서입니다.
저자는 1959년 경기도 화성 출생의 여류작가로 1995년 수필로 문단에 데뷔하신 분이라고 합니다. 수필을 통해 작품활동을 주로 하신 분이었는데 요즘은 역사공부를 하면서 역사책을 쓰고 있다는군요. 저자가 집필한 역사주제의 책들을 살펴보니 2015년 이래로 지금까지 총 4권을 집필하셨던데요. 도서제목들을 보니 이 책처럼 조선왕실 이야기 중에서 우여곡절이 있는 것을 주제로 한 책들이었습니다.
책은 <서문. 왕위 서열 1위가 물거품이 되어버리다니...>로 시작하여 <1장. 폐세자의 삶이란 억울하기 짝이 없나니>, <2장. 요절한 왕세자를 만나다>, <3장. 폐세자 된 후 복위된 왕세자>, <4장. 대한제국 최초이자 유일한 황태자>, <5장. 단명한 왕세손> 등 총 5장의 본문과 <글을 마치며. 간추린 조선왕조 이야기>로 글은 마쳐집니다. 하지만 부록으로 이어지는 내용들이 꽤 유용한 자료인데요. '조선왕계도'와 '조선의 왕릉 42기, 원 14기, 대원군 묘 3기, 태조의 4대조 왕릉 4기'의 정보, '조선왕릉 상설도'까지 자세한 정보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조선왕조에서 처음으로 왕위에 오르지 못한 왕세자는 누구일까요? 그것은 바로 조선을 건국한 태조(이성계)의 8번째 아들이었던 의안대군(이방석)이랍니다. 아시는 분은 다 아는 내용이겠지만 태조는 첫번째 왕후(원비)에게서 출생한 6명의 장성한 아들이 있었음에도 두번째 왕후(계비)인 신덕왕후 강씨에게서 태어난 막내 이방석을 불과 11세가 되던 해 왕세자로 책봉했답니다. 조선 건국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이방원(태종) 등 이복형들이 이를 두고 볼리가 만무하겠죠. 결국 왕자의 난이 일어나 이복동생들(방번,방석)이 전부 살해되는 참극이 일어납니다. 책에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을 저자들이 답사한 각종 자료 사진들과 함께 자세하면서도 흥미롭게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어요.
두번째로 왕위로 오르지 못한 왕세자는 세종대왕으로 인해 폐세자가 되었던 태종의 장남인 양녕대군(이제)이고, 세번째는 세조의 의경세자(이장)입니다. 책은 폐세자, 요절한 왕세자, 폐세자 후 복위된 왕세자, 단명한 황태자와 왕세손으로 묶어서 쓰여져 있는데 순서대로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간단히 내용 요약한 것도 포함시켜 봅니다.
첫번째. 의안대군 이방석(1대 태조의 8남. 이방원에 의해 폐위된 뒤 살해)
두번째. 양녕대군 이제(3대 태종의 적장자. 폐위된 후 3남 충녕대군(세종)이 왕세자 승계)
세번째. 의경세자 이장(7대 세조의 적장자, 첫번째 추존왕(덕종), 왕세자로 책봉된지 2년 만에 요절(20세)하여 동생 해양대군(예종)이 즉위)
네번째. 폐세자 이황(10대 연산군의 적장자, 중종반정으로 연산군과 함께 폐위된 뒤 사사)
다섯번째. 순회세자 이부(13대 명종의 적장자, 왕세자로 책봉된지 6년 만에 요절(13세)하여 중종의 서손 하성군(선조)이 즉위)
여섯번째. 폐세자 이지(15대 광해군의 적장자, 인조반정으로 광해군과 함께 폐위된 뒤 자살)
일곱번째. 소현세자 이왕(16대 인조의 적장자, 청에서 8년만에 풀려나 귀국했으나 2개월 만에 의문사(33세)하여 동생 봉림대군(효종)이 즉위)
여덟번째. 효장세자 이행(21대 영조의 서장자, 추존왕(진종), 왕세자로 책봉된지 3년 만에 요절(10세)하여 이복동생인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가 즉위)
아홉번째. 의소세손 이정(21대 영조의 손자, 사도세자의 장남, 2세 때 왕세손으로 책봉되었으나 1년 만에 요절, 동복동생인 정조가 즉위)
열번째. 사도세자 이선(21대 영조의 서차자, 추존왕(장조), 효장세자 사후 7년후 출생, 2년 뒤 왕세자로 책봉되었으나 28세때 뒤주에 갖혀 죽어 아들 정조가 즉위)
열한번째. 문효세자 이향(22대 정조의 서장자, 왕세자로 책봉된지 2년 만에 요절(5세)하여 이복동생 순조가 즉위)
열두번째. 효명세자 이영(23대 순조의 적장자, 추존왕(문조), 왕세자로 책봉된 뒤 대리청정까지 했지만 22세에 요절, 아들 헌종이 즉위)
열세번째. 의민황태자 이은(26대 고종의 7남, 영친왕, 대한제국 최초이자 마지막 황태자이며 고종과 의친왕과는 이복형제)
열네번째. 황세손 이진(26대 고종의 손자, 의민황태자의 장남, 대한제국 유일한 황세손이나 출생 1년도 안되어 요절)
부록으로 수록된 내용 중 개인적으로 반가웠던 것은 조선의 왕릉과 원, 대원군 묘에 대한 자료였습니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서죠. 저자는 북한에 자리하고 있는 정종과 정안왕후 김씨의 후릉과 태조의 원비 신의왕후 한씨의 능을 제외하고는 모두 답사를 마쳤다 합니다. 조선왕실의 무덤은 모두 124기가 남아 있다는데요. 왕릉이 42기, 원이 14기, 묘가 64기, 그리고 태조의 4대조 왕릉 4기가 그것이랍니다. 참고로 조선왕족의 무덤은 왕과 왕비의 경우 '능(陵)', 왕세자와 왕세자빈, 왕세손, 그리고 왕을 낳은 후궁 등의 무덤은 '원(園)', 폐위된 왕과 왕비, 왕을 낳은 대원군 부부외 왕족의 무덤은 '묘(墓)'라고 칭했답니다.
책은 조선왕실에서 왕위에 오르지 못한 왕세자와 왕세손들 이야기를 자세하고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직접 답사한 왕릉과 원, 묘들의 자료와 사진들은 물론이고 그와 얽힌 각종 사료들이 책에는 빼곡히 수록되어 있지요. 묘지가 어디인지, 어디에 묻혀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연산군의 아들 이황과 광해군의 아들 이지의 이야기에서는 비정한 권력투쟁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구요. 여성분이니만큼 맛깔스럽게 표현하는게 역사라 하면 지루해하는 분들에게는 나름 괜찮게 읽힐 것도 같네요. 책을 참고로 왕릉 답사하는데에도 꽤 쓸모가 있을 것 같은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