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오치 도시유키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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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후기] '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

- 성욕을 억제하기 위한 청어가 경제적 욕망을 자극하며 세계사를 바꾼 이야기 -

 

 

 

  

 

지은이 : 오치 도시유키

옮긴이 : 서수지

펴낸곳 : 사람과나무사이

발행일 : 2020년 5월 7일 1판1쇄

도서가 : 17,000원

 

 

 

세계사 흐름의 중요한 순간에는 그 순간을 주도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간 위인들이 있습니다. 그러한 순간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말들, "주사위는 던져졌다.",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 등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꽤 많이 전해지고 있지요. 그런데 최근 물고기가 세계사를 바꾸었다는, 의외의 내용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란 책을 통해서 알게 된 내용으로 주 내용은 청어와 대구가 서양의 역사 흐름을 바꾸었다는 내용이었답니다. 저자가 조사한 내용들로 37가지 사례를을 보여 주는 책이었지요.

 

저자는 1962년생 일본인으로 문학연구와 영문학을 전공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런 사람이 물고기를 통해 본 세계사의 변화 흐름 이야기를 썼다니 이색적이라 여겨졌죠.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세익스피어 작품 중에 물고기에 비유한 표현이 많다는걸 알게 되었는데 저자가 바로 세익스피어 문학을 전공했다는 점에서 접점을 찾을 수가 있었답니다. 서문에는 저자 자신이 역사 전공자도 물고기 전문가도 아니지만 문학에서 출발한 역사 매니아라고 표현하면서 세계사에서 물고기가 자주 등장하더란 걸 발견하고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렇게 책까지 집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책은 <서문. 청어의 회유 경로 변화가 국가의 운명을 바꾸고 유럽사와 세계사의 물줄기를 돌려놓았다고?>, <01. 유럽의 세력 판도를 바꾼 작지만 위대한 물고기, 청어 이야기>, <02. 청어, 잉글랜드와 네덜란드의 운명을 바꾸다>, <03. 신항로 개척시대를 열어준 주인공, '스톡피시'와 '소금에 절인 대구'>, <04. 식민지 미국이 잉글랜드에서 독립하고 강대국이 된 원동력, 대구>, <05. 청어와 대구는 중세 유럽의 기독교 사회를 어떻게 지배했나>, <06. 물고기는 어떻게 기독교에 스며들고 강력한 영향을 미쳤을까>, <맺음말. '피시 앤드 칩스'가 이 책에 등장하지 못한 이유/참고문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목차를 봐도 청어와 대구가 유럽과 미주의 역사에 미친 영향을 중심으로 하고 있단걸 알 수 있죠.

 

  

 

책에는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물고기로 두 어종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바로 <청어>와 <대구>죠. 책에 따름 서양 음식문화에 고기가 중심에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육류를 상시 공급하는 시스템이 확립되었던 18세기 농업혁명 이후라 합니다. 하지만 육류소비량보다 생선 소비량이 훨씬 많았었다고 하는데요. 그것은 당시 중세시대가 기독교 사회였던 탓으로 부활절 이후 사순절까지 거의 한해의 절반 가까이 되는 기간을 단식일로 지정했었기 때문이랍니다. 처음엔 단식이 잘 지켜졌지만 시간이 갈수록 단식일에도 생선 먹는걸 허용되어 가더니 아예 단식일이 '피시데이(Fish Day)'로 재탄생되었다고 하는군요. 이러한 관습은 엄청난 생선의 수요가 발생하게 하였고 이로 인해 관련 시장 확대가 이어지면서 복합적 경제시스템이 구축되게 하였는데 이러한 시스템을 장악한 동맹과 국가가 등장하게 되었답니다. 이처럼 13세기에서 17세기에 이르기까지 청어와 대구는 유럽,미주 국가들의 부의 원천이자 중요한 전략자원이었다고 하네요.

 

1장과 2장은 청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회유어인 청어는 그 이동 경로가 바뀌는 경우가 있었다는데 그러한 이동경로가 바뀔 때마다 유럽에는 세력 판도가 크게 바뀌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제일 처음 청어로 인해 흥성했던 곳은 13세기 발트해 연안의 귀베크 근해로 어부들이 거대한 청어 떼를 발견하는게 시초였답니다. 이 일대에 청어 무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도시들은 막대한 부를 쌓기 시작했고 청어 시장 규목가 급속히 커짐에 따라 한자동맹의 원류가 되었다는 1241년 뤼베크와 함부르크 간 동맹결성이 체결되었다고 하는군요. 한자동맹은 점차 수십개의 도시가 참여하는 거대 조직으로 성장하여 유럽의 경제적 패권을 장악하게 되었고 200년 가까이 패권이 이어졌지만 청어 떼가 이동경로를 발트해에서 북해로 바꾸게 되면서 동맹은 급격히 쇠퇴하였답니다. 청어 떼 발견과 이동이란 사건만로도 이렇게나 커다란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는걸 보니 브라질에서 나비의 작은 날개짓으로 미국에 토네이도를 유발할 수 있다는 나비효과의 예로 딱 들어맞는거 같네요.

 

3장과 4장은 대구에 대한 장으로 북미대륙과 관련된 내용들이 주입니다. 대구는 청어와 달리 회유어가 아니기에 일년내내 같은 장소에서 조업이 가능한데 산란기가 되면 얕은 해역으로 모인다고 합니다. 대구는 성장 속도가 서식 장소에 따라 제각기 다르고 개체 크기에 따라 보존 가공 방법도 다르기에 같은 생선임에도 어장에 따라 상품은 물론 시장자체가 크게 차이난다고 하네요. 말린 대구라는 스톡피시(Stockfish)는 대구를 햇볕에 바짝 말린 것으로 5년은 거뜬히 보관할 수 있다는 뛰어난 보존성이 장점이랍니다. 게다가 소금에 절인 뒤 햇볕에 말린 염장 대구는 적도를 지나도 상하지 않는 몇 안되는 귀중한 식량이었다고 하네요. 스톡피시와 염장대구의 이러한 뛰어난 보존성은 대륙을 넘나드는 원거리 항해에서 당연히 중요 필수품이 될 수 밖에 없었고, 이게 있었기에 아메리카 신대륙 발견이 가능했으며, 신항로 개척시대를 가능하게 한 주요 물품이었답니다. 스톡피시는 우리나라의 명태나 북어와 유사해 보이는데 보존성을 늘린 생선이라면 간고등어가 비슷한 사례 같아 보이네요.

 

5장과 6장은 청어과 대구, 물고기가 어떻게 중세 유럽 기독교 사회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 보여주는 장입니다. 지금의 시각으로 보자면 황당한 내용인데 가장 큰 이유가 육류는 '뜨거운 음식'이고 어류는 '차가운 음식'인데 쾌락을 유발하는 뜨거운 음식은 억제하고 쾌락을 억제하는 차가운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당시의 지식 때문이라는거죠. 중세 기독교는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를 먹었다는 원죄로 낙원에서 추방되었기 때문에 단식을 통해 저주받은 육체를 올바른 상태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인식했답니다. 식욕이라는 간접적 쾌락을 극복하여 육체를 극복하고 성욕의 원천인 육식을 거부함으로써 성욕을 억제하려던 목적의 기독교의 단식일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단식일에 차가운 음식인 생선을 먹는 것이 허용되었고 한발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생선을 먹는 날로 변화해 갔다고 합니다. 그 변화의 배경으로 많은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책은 이처럼 청어와 대구가 서양사에 미친 사례와 그 원인들을 나름의 논거를 가지고 보여주고 있습니다. 청어 떼의 이동경로 변화라는 어찌 보면 자연생태계의 사소한 변화로 인해 세계사의 주요 흐름을 바뀌게 되었다는 것이 무척 흥미로운 내용이었죠. 비전문가가 쓴 글이라 그런지 더 맛깔스런 내용인 듯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스토리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서점에 가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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