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7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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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후기] '걸리버 여행기(Gulliver's Travels)'

- 환상적인 모험에 숨겨진 인간과 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 -

 

 

 

 

 

지은이 : 조너선 스위프트(Jonathan Swift)

옮긴이 : 이종인

펴낸곳 : (주)현대지성

발행일 : 2020년 4월 20일 1판 3쇄

도서가 : 11,500원

 

 

 

 

 

어렸을 적 누구나 한번쯤은 재미나게 읽었을 아동용 동화전집. 그 전집에는 많은 서양의 전래동화들이 포함되어 있었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것은 별로 없고 대부분 서양의 전래동화들이었던게 생각나네요. 그런데 십여년 전쯤 그 서양 전래동화들 원전에 대한 정보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원작의 내용들이 아동들이 보기엔 너무나도 잔인한 내용이라는 것인데요. 실제 원전 번역한 내용들을 보니 행복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결말이 아니라 철저하게 악인을 징벌하는, 도끼로 발목을 자르거나, 끓는 물에 빠뜨려 죽이는 등 일제 강점기때 일본 순사들이나 저질르던 그런 잔인하게 한 결말들이었더랍니다.. 권선징악도 좋지만 그렇게나 잔인한 이야기들을 아동용 동화로 둔갑시키다니.. 참 어이가 없었죠..

 

이번 서평후기는 아동용 명작 동화로 널리 알려졌지만 앞에서 말한 잔혹동화와는 달리 당시 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한 소설이라고 명망 높던 <걸리버 여행기>가 그 대상입니다. 개인적으론 지금까지 완역된 소설 전체를 읽어보지 못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완독하게 되었네요. 그간 일본 애니메이션에 영감을 주었다는 '라퓨타' 이야기가 어떤 내용인지 무척 궁금했었는데 소원풀이 했습니다.^^

 

이 책은 현대지성 출판사에서 동서양의 고전을 완역한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로 27번째 출간하였다는데 책에는 19세기 출판 당시 수록된 원전의 삽화도 같이 수록하였답니다. 그런데 그 삽화의 그림체가 어딘지 모르게 좀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더랍니다. 그리고 빈틈없이 빼곡히 들어찬 어마어마하게 긴 산문체 문장들이라 초반엔 집중해서 읽기가 좀 어려웠었지만 읽다 보면 그 세세한 표현들과 흥미로운 내용에 몰두하게 되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더군요. 내용중 당시 시대상황을 부연 설명해주어 이해에 도움을 두던 하단부의 주석들이 참 유용하다 느꼈구요.

 

1667년 아일랜드 더불린에서 유복자로 출생하였다는 저자는 아일랜드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잉글랜드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영국 국교회의 사제 서품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행보가 좀 이상해 보이긴 하지만 내전을 피하기 위해 잉글랜드의 유명 정치가의 비서로 취직한 것이라니 일면 이해가 되기도 하죠. 더우기 정치가의 사망으로 다시 아일랜드로 돌아갔다는 것과 잉글랜드에 있을 당시 종교와 학문의 부정부패를 통렬하게 비판하고 풍자하는 글을 발표했다는걸 보면 우리네 친일파 같은 유형의 사람은 아니었다고 볼 수 있겠죠. 소설의 제3부 제7장 마지막 문장 부분을 봄 저자의 성향을 극명하게 알게 해주는데 그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주로 폭군과 찬탈자를 무너뜨린 사람들과 억압받고 피해를 입은 나라에 자유를 되찾아 준 사람들을 보며 내 눈을 만족시켰다."

 

책은 소설 시작 전에 수록되어 있다는 <걸리버 선장이 사촌 심슨에게 보내는 편지>와 <발행인이 독자에게>로 시작됩니다. 본격적인 소설에 해당하는 부분은 제1부에서 제4부인데요. 걸리버 여행기 소인국편으로 잘 알려진게 <제1부. 필리펏(소인국) 여행기>입니다. 이어지는 것이 바로 거인국 여행기로 알려진게 <2부. 브롭딩낵(거인국) 여행기>이구요. 3부와 4부는 소개로만 얼핏 들었던 부분이기에 여기를 중점적으로 읽어 보았습니다. 세번째 이야기 <제3부. 라퓨타(날아다니는 섬), 발니바비, 럭낵, 글럽덥드립, 일본 여행기>이고 네번째 이야기는 <제4부. 후이늠국(말의 나라) 여행기>입니다. 마지막으로 <조너선 스위프트 연보>와 <해제>, 그리고 이해에 도움을 주는 <작품 해설>로 책은 마무리됩니다. 책에는 지역명 등 고유명사의 원문 영어가 따로 부기되어 있질 않아 어렵게 찾아볼 수 밖에 없더란 점이 좀 아쉬웠습니다. 그 단어들에는 당시 사회에 대한 풍자가 담겨져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죠..

 

 

 

앞에서도 말했듯이 걸리버 여행기는 보통 아동문학으로 그 내용이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아동문학에 나오는 이야기는 총 4부 중 1부인 소인국과 2부인 거인국 여행기만 나오는게 대부분이죠. 이 부분은 어른 아이 할거 없이 다 아는 내용이니까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조금만 부연한다면 소인국의 국명은 릴리펏(Lilliput)으로 평균 키가 15㎝인 소인들이 세운 나라이고, 거인들이 살고 있는 곳의 이름은 브롭딩낵(Brobdingnag)이라는 북아메리카에 붙어 있는 반도로 평균 키가 30m인 거인들이 살고 있답니다. 전 이 완역본을 통해 국명과 지역명을 처음 알게 되었네요.

 

3부는 1~2부와는 그 결을 좀 달리 하는 여행기로 1~2부는 각각 소인국과 거인국에 대한 여행기인데 반해 3부는 라퓨타, 발니바비, 럭낵, 글럽덥드립 등 여러군데 여행기가 합쳐져 있다는 겁니다. 주인공 걸리버는 세번째 항해를 떠났는데 해적선을 만나 해적들에 의해 홀로 카누에 버려져 바다를 표류하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바위섬에 상륙하였는데 그곳에서 상공에 떠있는 섬을 만나게 됩니다. 그게 바로 라퓨타(Laputa)라는 것이죠. 라퓨타는 섬 중앙'에 있는 천연 자석의 힘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데 이 부분을 묘사한 글은 이해가 안되는게 머리가 좀 아프더군요.^^

 

주기에 따름 라퓨타는 '높다'란 의미의 'lap'과 '심사숙고하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puto'가 합쳐진 단어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합니다. 라퓨타에는 왕이 머무는 궁전이 있지만 왕이 통치하는 지상 위의 영토는 '발니바비(Balnibarbi)'라 불리며 왕국의 수도는 그 영토에 있는 '라가도(Lagado)'라고 합니다. 영토의 북쪽 태평양 연안에는 '말도나다(Maldonada)' 항구가 있고, 항구 북서쪽에는 '럭낵(Luggnagg)'이라는 커다란 섬이 있으며, 럭낵의 남서쪽에는 '글럽덥드립(Glubbdubdrib)'이란 작은 섬이 있는데 걸리버는 순차적으로 이곳들을 여행하게 되지요. 마지막에는 일본의 자모시라는 작은 항구 도시로 가고 에도와 나가사키, 암스테르담을 거쳐 5년 반 만에 고향으로 귀향하게 됩니다.

 

라퓨타人들은 클리메놀이라 불리는 치기꾼들이 주의를 일깨워주지 않으면 무엇을 하려는지 잊어버릴 정도로 깊은 생각에 빠지는 성향이 있답니다. 그 외에도 그들의 독특한 기질과 수학과 음악만을 중요시하는 문화, 계획자 학술원(Academy of PROJECTORS) 등 여러가지 이야기 내용들이 나오는데 기괴하지만 창의적이면서 신랄하더란 느낌이 들었죠. 글럽덥드립에서 표현하는 이야기들을 읽을 때는 SF영화에서 보던 장면들을 많이 떠오르게 하더랍니다. 생각해 보면 걸리버 여행기가 처음 나왔을 당시의 구독자들에겐 1970년대말 처음 개봉한 영화 '스타워즈'처럼 쇼킹했을 듯 한데요. 그렇다면 소설 역시 영화처럼 독자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을테죠. 아무튼, 이 책이 출간된게 1726년이란걸 생각함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닌 듯 싶네요.^^

 

라퓨타의 묘사도 인상적이었지만 그에 못지 않게 깊은 인상을 주었던 내용은 럭낵에서만 태어난다는 '스트럴드브럭(Stuldbrug)'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매우 드물게 태어난다는 스트럴드브럭은 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의 인간을 말하는데 점차 늙어가면서 변해가는 모습을 묘사하는내용들이 무척 공감되더랍니다. 노화가 진행될수록 신체능력은 물론 건강도 잃어가고 나중엔 최소한의 인간적인 존중 마저 받지 못하게 되더라는 내용이 참 슬프게 와닿더군요..

 

4부는 앞에 나온 3부의 기괴하면서 신랄한 풍자와는 좀 다른 식의 풍자였습니다. 좀 더 직접적인 풍자라 해야겠죠. 해제에서는 이 파트가 저자의 유토피아적 세계관이 표출되어진 장이라는데 일견 이해가 되더랍니다.

 

4부는 일본에서 돌아온 지 5개월이 지난 시점에 걸리버는 선장이 되어 다시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항해중 열사병으로 몇 명의 선원이 죽게 되어 새로이 선원들을 보충하는데 그 선원들의 반란으로 인해 어딘지도 모르는 육지에 걸리버는 버려지게 됩니다. 그 곳은 말(horse)이 지배하는 곳이었는데 놀라운건 걸리버처럼 인간의 외형을 지니고 있지만 유인원에 가깝게 묘사되고 있는 '야후(Yahoo)'를 가축처럼 키우고 있다는 것이죠.

 

'후이늠(Houyhnhnm)'은 이들 말로 말(馬)을 의미하는데 어원은 '자연의 완성'이랍니다. 후이늠들에게는 거짓말이나 허위라는 단어가 없고 의심이나 불신이란 개념도 알지 못하기에 의심이 들거나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모른다네요. 현실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이지만 에덴동산으로 상징되는 낙원이나 유토피아에선 있을 수 있는 얘기겠지요. 후이늠과 걸리버의 대화를 봄 누가 더 이성적인 존재인지, 인간의 본성이 과연 선한 것인지, 인간은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존재인지 혼란스럽기까지 합니다. 후이늠이 인간을 대변하는 야후들의 행태들을 설명하는 대목을 읽어 봄 같은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야후들을 묘사한 내용을 보면 저자가 경멸하는 인간은 어떤 모습이고,후이늠을 묘사한 내용을 보면 선망하는 인간은 어떤 모습인지 바로 알 수 있었죠. 상상하는 그대로 입니다.^^

 

이 소설은 조지 오웰이 세상에 여섯권 책만 남긴다면 그 중 하나로 이 책을 고른다 할 만큼 극찬했다던 풍자소설이랍니다. 하지만 그것은 언어와 인종, 민족에 따라 다가오는 풍자에 대한 감흥은 전혀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감안해야겠죠. 그리고 지금의 세상이 아닌 당시의 시대상을 감안해서 봐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라 여겨집니다. 여행기의 형식을 빌려 당시 백인 사회의 모순과 난맥상들을 비꼬아 통렬하게 비판했다는 풍자소설 걸리버 여행기. 이야기들이 매우 독특하고 무척이나 흥미롭긴 하지만 그 속에 내포된 의미들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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