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3
조지 오웰 지음, 김병익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우연히 문예출판사에서 나온 89년판 <동물농장>을 얻었다. 누런 종이에, '~읍니다'표기, 오래된 책냄새까지 그리 마음에 들진 않았으나, 언제 한번 <동물농장>을 읽을 계획이었기에 고문서 뒤적이는 기분으로 읽었다. 만만하게 읽기 시작했다. 분량도 얼마되지 않는데다 학창시절 대충 스토리를 배웠기 때문에 쉽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앞부분 수록되어 있는 조지 오웰의 서문을 시작으로 그리 만만하진 않았다. 저런 심오한 뜻을 가진 작품이라니.

'~읍니다'표기만 빼곤 문장이나 맞춤법도 큰 차이가 없었고, 오래된 책을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특히 뒤에 수록된 상세한 작품해설은 조지 오웰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내용이나 작품의 의미는 직접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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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도 밀리언셀러 클럽 69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코로나도>로 '데니스 루헤인'을 처음 접했다. 처음 접하는 작가의 작품이 언제나 그렇듯 문체도, 스타일도 낮설기만 하다. 그의 문체는 딱딱하고 건조하다.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한 작품만으로 '데니스 루헤인과는 맞지 않아'라고 단정짓기는 무리다. 데니스 루헤인만의 '뭔가'는 확실히 느꼈다.

이 작품은 5편의 단편과 1편의 희곡이 수록된 작품집이다. 분량은 얼마되지 않지만 그리 편하게 읽히지는 않았다. 덧붙이자면 마지막 희곡은 서론만 읽고 말았다. 가장 흥미롭게 읽은 건 '들개사냥'이다. 베트남 참전 경험을 가진 엘진 번, 개사냥꾼인 그의 친구 블루가 펼쳐내는 인간궁상극. 나머지 작품은 평범했다. 강렬한 스토리도 아니고 문체도 건조해 전체적으로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찬찬히 되짚어보면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다. 하드보일드 특유의 매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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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8-02-14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니스 루헤인의 다른 작품들을 권하고 싶어요. 이 책은..^^;

쥬베이 2008-05-31 12:45   좋아요 0 | URL
아하 그렇군요^^ 어쩐지 명성에 비해 약한감이 있더라니...
<살인자들의 섬> 읽어야 겠어요ㅋㅋ
 
가스등 이펙트 - 지금 누군가 나를 조종하고 있다!
로빈 스턴 지음, 신준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학창시절 난 아무도 믿지 않았으며, 모두를 증오했다. 어설픈 증오를 품은 바보같은 고슴도치, 그게 바로 나였다. 시간이 흐르고, 그때의 나를 돌아보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허전함을 느낀다. 그때 난 왜 그랬을까? 무엇이 그토록 힘겨웠을까? 마음을 할퀴고 간 생채기는 시간처럼 마냥 흘러가진 않았다.

<가스등 이펙트>를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머리속이 텅빈듯 어지럽고, 힘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난 가스등 이펙트의 가해자(gaslighter)이자, 피해자(gaslightee)였다. 그간 이해하지 못했던 아픔의 원인을 우연히 접한 책에서 찾게 되다니…내가 느낀 충격과 아쉬움을 그 누가 알까? 이 책을 당시에 접했더라면 뭔가 달랐을 것이다. 나만이 그런 고통을 받는게 아니란 걸 이해했을 것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영화대사같은 뻔한 생각이 교차한다.

'가스등 이펙트'란 용어의 유래인 영화 '가스등'에는 '폴라'라는 여성이 등장한다. 폴라는 아무 이유없이 가스등이 희미해졌다 밝아지는 현상을 목격하지만, 주위 그 누구도 그녀를 믿지 않는다. 유산을 가로채려는 남편은 그녀를 정신병자로 몰아가고 폴라는 점점 자신에 대한 믿음마저 잃어간다.(p.29,30참조) 폴라의 심리를 이용해 완벽하게 그녀를 조종하는 남편, 폴라를 조금씩 미치게 하는 음모, 고통받는 그녀의 맘을 그 누가 이해해줄까? 다행히 수사하던 형사가 자신도 같은 현상을 목격했다고 말하고 폴라는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된다.

'가스등 이펙트'란 용어는 생소하지만, 실상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가스등 이펙트의 진행양상과 해결책을 제시한다. 남자친구와 케이티, 직장상사와 리즈, 여자친구와 미첼등. 지나치게 남녀관계를 중심으로 풀어간 것은 아쉽지만,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차근차근 접근해가는 서술방식 자체는 인상적이다.

처음 <가스등 이펙트>를 읽고, 가스등 이펙트의 개념부터 시작해 각 사례들, 진행양상, 해결책등을 전부 정리해 리뷰를 쓰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건 아무짝에 쓸모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약, 정리하려는게 아니지 않은가? 표지에 이런 글이 적혀있다. '인간관계의 숨겨진 역학관계를 통찰한 획기적인 심리서'. 절대 과언이 아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고통받는 사람들, 다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고민에 빠진 사람들, 그들은 어쩌면 가스등 이펙트의 피해자일지 모른다. 그들에게, 이 책은 단순한 책이상의 의미를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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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여행자
윤대녕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세상사에 대한 고민없이 시간만 흐르길 바랬던 때, 이 책을 처음 읽었다. 감동했다. 환상적인 눈 이미지가 어찌나 뇌리에 강하게 남았던지, 두고두고 읽어야지 읽어야지 여러차례 다짐했었다. 삶의 한페이지를 함께 했던 친구같은 책. 

저작권관리 에이전시 직원인 K의 방문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정체불명의 소녀와 함께, 평소와는 다른 조급한 모습으로 소설가인 화자를 찾은 K. 그는 에이전시로 보내진 '숫자놀이 책'과 편지를 전하며 일본으로 갈것을 청한다.

'선생님은 언젠가 눈雪에 관한 소설을 쓰겠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기억하시겠죠? 그렇다면 이 편지가 어쩌면 선생님께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중략) 숫자놀이 책에 적혀 있는 메모는 보름 동안 눈을 다라다니며 기록한 것들입니다. 제가 눈을 따라 여행한 곳은 일본 동북부에서도 특히 눈이 많이 내리는 곳들입니다. 하지만 저는 끝내 눈 속에 버려진 아이를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터무니없이 들리겠지만, 혹시 선생님이라면 그 아이를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편지를 써 보냅니다.'(p.22,23)

이제부터 본격적인 일본여정의 시작이다. 숫자놀이책에 적혀있는 메모를 따라, 눈과 아기 울음소리를 따라. '기린 한마리, 코끼리 두마리…'식의 목차는 숫자놀이책에 적힌 메모를 따라 일본을 누비는 여정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메모에 적힌 여정대로, 선 루트 호텔에 투숙(p.42)하고, 술집 '설의 음'을 찾고(p.49), 얼음장같은 오가호텔 306호에도 투숙(p.60)하며 화자는 여성과 아기의 흔적을 더듬는다. 이런 여정은 상당히 흥미롭다. 동시에 메모속 여성의 행적을 뒤쫒는 모습에서 추리소설적 향취를 강하게 느꼈다. 숫자놀이 책을 보낸 여성의 정체, 그녀가 들었다는 미스터리한 아기울음소리의 비밀, 환상적 분위기까지 자아낸다.

'학의 탕'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일본여성 '사와구치 아이'(p.98). 전형적인 일본여성인 그녀와 무뚝뚝한 화자가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흥미롭다. 이들의 관계는 아기울음소리를 확인하기 위해 함께 숲으로 가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 정점에 오르는데, 소설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이들이 더 깊은 관계로 이어지지 못하는게 아쉬웠음. 또한 이 부분은 서정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절정으로,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

화자의 '외사촌 누이와 수'는 구성상 하나의 축이다. (화자와 외사촌 누이의 관계등은 언급하지 않겠음) 주목할 것은, '숫자놀이 책 메모속 여성'과 '외사촌 누이와 수'가 묘하게 오버랩된다는 점이다. 화자는 메모속 여정을 쫒으며, 외사촌 누이와 수의 여정을 생각한 건 아닐까? 그들이 겪은 어려움을 느낀 건 아닐까? 둘 사이의 관련은 깊게 생각할 부분이다. 이런 관점에 힘을 실어주는 부분이 있다. 사와구치 아이가 "'당신아이' 꼭 만나고 가요"(p.195)라고 하자 얼어붙는 화자의 모습, 메모속 여성이 아이의 이를 각지에 묻는 것처럼, 수를 만난 다음 빠진 이를 눈속에 묻는 장면(p.276)이 그것이다. 마지막 장면인, 빠진 이를 눈속에 묻는 행동의 상징성은 역시 더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메모속 의문의 여성은 '남원집'이 등장(p.147)하면서 서서히 정체를 드러내는데, 나중에 읽으실 분을 위해 남겨두겠다. (결국 p.224이하에서 명확한 정체가 드러나며, 사건의 비밀등 모든 의문이 밝혀진다.)

'눈을 소재로 소설을 쓰겠다'던 저자의 의도는 멋지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환상적이며, 신성하게까지 느껴지는 눈이미지를 절절히 느꼈다. 정말 아껴두고 읽고 싶은 책, 나아가 눈의 여행자가 되어 책속 여정을 따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든다. 겨울철에 읽는다면 한층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꼭 한번 읽어보시길.


* 한국계 일본작가 '사기사와 메구무' 이야기(p.99이하)가 등장한다. 흥미로운건 저자의 다른 소설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에서도 사기사와 메구무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관심작가?^^ <웰컴 홈>이나 읽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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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zydevil 2008-02-11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대녕, 꽤 오래전에 즐겨 읽던 작가입니다. 여행, 우연히 만난 여인, 여관, 엇갈림, 환 그리고 일상 속에 비죽 고개를 내미는 환타지... 윤대녕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아이콘이었는데... 여전한 것 같군요. 아이쿠~ 그리고 보니 이 작품은 2003년작이네요. 오랜만에 이 작가의 책이 궁금해지네요.

쥬베이 2008-02-12 09:21   좋아요 0 | URL
<눈의 여행자> 참 멋진 소설이에요.
윤대녕작가 좀 읽어볼려고요^^ <사슴벌레 여자>도 읽었는데, 소재가 충격이네요ㅋㅋ
 
악의 심연 뫼비우스 서재
막심 샤탕 지음, 이혜정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악의 심연>은 막심 샤탕의 '악의 3부작'중 두번째 작품이다. <악의 영혼>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그가, 한층 깊어진 전율로 돌아왔다. 머리가죽이 벗겨진 여성이 발가벗고 도망치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여형사 '에너벨 오도넬'을 비롯한 형사들은 사건해결에 나서고, 용의자는 모습을 드러낸다.  

이어, 전직형사이자 심리 프로파일러인 '조슈아 브롤린'이 등장(p.84)한다. 현재 사립탐정으로 활동하는 그는 실종여성인 '레이첼 폴릿' 부모의 의뢰로 사건해결에 나서고, 에너벨을 찾아가 협조를 요청한다. 조슈아 브롤린, 에너벨 오도넬 환상의 콤비의 첫만남. 이들의 묘한관계는 작품의 한 축이다. 연인도 아니며, 형사 동료도 아니지만, 둘 사이를 이어주는 정체모를 친밀감, 마치 X파일의 멀더와 스컬리를 연상시킨다. (X파일에선 멀더의 여동생이 외계인에게 납치되는데, <악의 심연>에는 에너벨의 남편이 실종된다. 물론 우연한 일치지만 흥미롭다.) 브롤린과 에너벨사이 알쏭달쏭한 감정은 작품 곳곳에 드러난다.(p.119,211,359,404 등) 이들의 관계에 주목하고 읽는 것도 이 작품을 읽는 하나의 방법이다.

브롤린은 놀라운 능력을 선보이며 사건해결에 한걸음씩 다가간다. 마침내, 스펜서 린치의 감방동료 '루커스 사피로'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는 브롤린(p.217). 브롤린과 에너벨은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영장없이 루커스의 집으로 침투한다. 루커스의 집으로 침투하는 장면(p.231이하) 그리고 이어지는 총격전은, 브롤린이 '기적의 궁전'을 찾아가는 장면(p.460이하)과 더불어 <악의 심연>의 백미다. 손에 어찌나 땀이 나던지…'손에 땀을 쥐게 한다'란 관용구의 탄생과정을 절절이 이해했다.  

'막심 샤탕' 특유의 속도감있는 구성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범죄자들의 정체를 초반부터 부각시키는 서술은 흥미를 한층 더한다. 스펜서 린치와 루커스 사피로를 초반부에 등장시키고, 다양한 단서를 제시한다. 또한 이들이 증언불가한 중상을 입었거나, 사망했다고 설정해 이들의 진술을 차단한다. 루커스의 여동생 '자닌 사피로'가 사건 막바지에 가서야 입을 여는 것도 이런 구성의 연장선상이다. 치밀한 막심 샤탕. 이런 일련의 서술은 배후에 있는 거대한 악의 근원에 관심을 집중시키는 역할까지 한다.

아무튼, '밥'이란 인물, JC115, 멜리샤 벤츠등 다양한 단서를 도대로 사건을 파헤쳐가지만, 사건의 배후는 쉽게 드러나지 않고, 악의 마수는 에너벨에게까지(p.394) 미치는데…한편, 브롤린은 '기적의 궁전'이란 단서를 잡고 직접 '기적의 궁전'을 찾기로 한다. 과연 '기적의 궁전'의 정체는? 사건의 진실을 밝혀질 것인가?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 악의 근원 '칼리반'의 정체, 충격적인 반전은 언급하지 않았다. 마지막에 밝혀진 칼리반의 배후와 그들의 범행동기는 그야말로 충격이다. 나아가 초반 프롤로그의 비행기사고와 이 사건과의 관련성은 혀를 내둘렀다. 

아쉬운게 있다. 느닷없이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 사건해결에 역할을 하는 것. 이런 우연적 설정은 작품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에너벨의 할머니와 아놀드 멕가스' 이들이 바로 우연적 설정의 대표인물이다. 갑자기 등장한 에너벨의 할머니 '매 자프'(p.385이하)는 어리둥절하다. '기적의 궁전'에 대한 비밀을 알고 있는 부두교의 여사제이자, 실력자 매 자프. 어떻게 그녀는 모든 악이 총집합한 지옥도 '기적의 궁전'에 대해 잘 알고 있을까? 뒷골목이나 전전할 뻡한 '네멕'과 그녀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기적의 궁전'을 조사하던 브롤린, 기적의 궁전을 알고 있는 에너벨 할머니, 아무리 이해해 보려해도 너무 우연적이다. 또한 체스와 철도전문가 아놀드 멕가스를 우연히 소개받아 JC115의 비밀을 풀어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연성. 지나친 우연성. 이 점은 막심 샤탕이 극복해야 할 중대한 과제다.

막심 샤탕은 이런 말을 했다. '밤이 되길 기다렸다, 어두워지면 스탠드를 켜고 이 책을 읽으라'고. 꼭 그의 말대로 하시라고 권하고 싶다. 어두운 밤, 스탠드를 켜고 읽는 <악의 심연>은 그야말로 블랙홀이다. 잠이고 뭐고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악의 심연>, 550페이지 가까운 두툼한 분량만큼이나, 묵직한 충격과 흥미를 안겨주었다. 악의 심연을 느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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