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심연 뫼비우스 서재
막심 샤탕 지음, 이혜정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악의 심연>은 막심 샤탕의 '악의 3부작'중 두번째 작품이다. <악의 영혼>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그가, 한층 깊어진 전율로 돌아왔다. 머리가죽이 벗겨진 여성이 발가벗고 도망치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여형사 '에너벨 오도넬'을 비롯한 형사들은 사건해결에 나서고, 용의자는 모습을 드러낸다.  

이어, 전직형사이자 심리 프로파일러인 '조슈아 브롤린'이 등장(p.84)한다. 현재 사립탐정으로 활동하는 그는 실종여성인 '레이첼 폴릿' 부모의 의뢰로 사건해결에 나서고, 에너벨을 찾아가 협조를 요청한다. 조슈아 브롤린, 에너벨 오도넬 환상의 콤비의 첫만남. 이들의 묘한관계는 작품의 한 축이다. 연인도 아니며, 형사 동료도 아니지만, 둘 사이를 이어주는 정체모를 친밀감, 마치 X파일의 멀더와 스컬리를 연상시킨다. (X파일에선 멀더의 여동생이 외계인에게 납치되는데, <악의 심연>에는 에너벨의 남편이 실종된다. 물론 우연한 일치지만 흥미롭다.) 브롤린과 에너벨사이 알쏭달쏭한 감정은 작품 곳곳에 드러난다.(p.119,211,359,404 등) 이들의 관계에 주목하고 읽는 것도 이 작품을 읽는 하나의 방법이다.

브롤린은 놀라운 능력을 선보이며 사건해결에 한걸음씩 다가간다. 마침내, 스펜서 린치의 감방동료 '루커스 사피로'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는 브롤린(p.217). 브롤린과 에너벨은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영장없이 루커스의 집으로 침투한다. 루커스의 집으로 침투하는 장면(p.231이하) 그리고 이어지는 총격전은, 브롤린이 '기적의 궁전'을 찾아가는 장면(p.460이하)과 더불어 <악의 심연>의 백미다. 손에 어찌나 땀이 나던지…'손에 땀을 쥐게 한다'란 관용구의 탄생과정을 절절이 이해했다.  

'막심 샤탕' 특유의 속도감있는 구성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범죄자들의 정체를 초반부터 부각시키는 서술은 흥미를 한층 더한다. 스펜서 린치와 루커스 사피로를 초반부에 등장시키고, 다양한 단서를 제시한다. 또한 이들이 증언불가한 중상을 입었거나, 사망했다고 설정해 이들의 진술을 차단한다. 루커스의 여동생 '자닌 사피로'가 사건 막바지에 가서야 입을 여는 것도 이런 구성의 연장선상이다. 치밀한 막심 샤탕. 이런 일련의 서술은 배후에 있는 거대한 악의 근원에 관심을 집중시키는 역할까지 한다.

아무튼, '밥'이란 인물, JC115, 멜리샤 벤츠등 다양한 단서를 도대로 사건을 파헤쳐가지만, 사건의 배후는 쉽게 드러나지 않고, 악의 마수는 에너벨에게까지(p.394) 미치는데…한편, 브롤린은 '기적의 궁전'이란 단서를 잡고 직접 '기적의 궁전'을 찾기로 한다. 과연 '기적의 궁전'의 정체는? 사건의 진실을 밝혀질 것인가?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 악의 근원 '칼리반'의 정체, 충격적인 반전은 언급하지 않았다. 마지막에 밝혀진 칼리반의 배후와 그들의 범행동기는 그야말로 충격이다. 나아가 초반 프롤로그의 비행기사고와 이 사건과의 관련성은 혀를 내둘렀다. 

아쉬운게 있다. 느닷없이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 사건해결에 역할을 하는 것. 이런 우연적 설정은 작품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에너벨의 할머니와 아놀드 멕가스' 이들이 바로 우연적 설정의 대표인물이다. 갑자기 등장한 에너벨의 할머니 '매 자프'(p.385이하)는 어리둥절하다. '기적의 궁전'에 대한 비밀을 알고 있는 부두교의 여사제이자, 실력자 매 자프. 어떻게 그녀는 모든 악이 총집합한 지옥도 '기적의 궁전'에 대해 잘 알고 있을까? 뒷골목이나 전전할 뻡한 '네멕'과 그녀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기적의 궁전'을 조사하던 브롤린, 기적의 궁전을 알고 있는 에너벨 할머니, 아무리 이해해 보려해도 너무 우연적이다. 또한 체스와 철도전문가 아놀드 멕가스를 우연히 소개받아 JC115의 비밀을 풀어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연성. 지나친 우연성. 이 점은 막심 샤탕이 극복해야 할 중대한 과제다.

막심 샤탕은 이런 말을 했다. '밤이 되길 기다렸다, 어두워지면 스탠드를 켜고 이 책을 읽으라'고. 꼭 그의 말대로 하시라고 권하고 싶다. 어두운 밤, 스탠드를 켜고 읽는 <악의 심연>은 그야말로 블랙홀이다. 잠이고 뭐고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악의 심연>, 550페이지 가까운 두툼한 분량만큼이나, 묵직한 충격과 흥미를 안겨주었다. 악의 심연을 느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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