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연애
우메다 미카 지음, 오세웅 옮김 / 북애비뉴 / 2008년 4월
절판


"젊음은 그런 거 같아. 자신이 갖고 있을 때는 전혀 눈치 채지 못하다가 막상 그 빛을 잃기 시작하면 갑자기 탐이 나는…."-2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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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연애
우메다 미카 지음, 오세웅 옮김 / 북애비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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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연하연애>는 여성작가에 의한, 여성들의 이야기다. 그것도 10살 가까이 어린 연하와 사랑을 나누는 30대여성들의 이야기. 이런 생각이 들지 모른다. '아, 그럼 여성을 타킷으로 한 책이네. 남자는 볼별일 없겠는걸.' 아니다. 물론 여성들이 더 많은걸 느끼고 공감하겠지만 남성들 역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사랑은 남녀노소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기에.

<연하연애>는 미나코, 아사코, 미호, 세 30대 여성이 주인공이다. [미나코] 35세, 두 살된 딸 사키를 키우는 세련된 싱글맘. [아사코] 36세, 외국인투자  IT벤쳐기업 과장. 이혼녀. [미호] 31세, 성실한 출판사 편집자였음. 프랑스 유학계획. 이야기는 세 여성의 시끌벅쩍한 수다(^^)로 시작된다. 프랑스로 유학가는 미호의 송별회로 세 여성이 뭉친 것이다. 남자 셋이 모이면 여자얘기, 음담패설이 오간다더니 여자들도 셋이 모이니 남자얘기를 하는구나. 최대 이슈는 아사코가 이상형이라며 공개선언했다는 부하직원 노부유키.

세 여성이 주인공이라고 했지만, 정확하게는 미나코, 아사코가 중심이고 미호는 조미료같은 역할이다. 미나코와 아사코의 연하연애를 살펴보자. [미나코] 프리터인 연하남 에이타와 연애중이다. 그가 바텐더로 있던 바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을 나누게 된 것. [아사코] 8살이나 어린 부하직원 노부유키에게 호감을 느낀다. 연애라 해야할지 아직은 애매한 상황. 이후 진행되는 양상을 보면, '미나코 >>> 에이타', '아사코 <<< 노부유키'로 중심이 쏠려 있다. 에이타가 딸까지 딸린 미나코와 결혼하고 싶어하는 반면, 아사코는 싱싱한 노부유키에 몸이 달아있기 때문이다.

연하연애의 문제점이 부각된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경제력이었다. 노부유키는 계약직이고 연봉도 아사코의 절반밖에 안되는 현실에 컴플렉스를 느낀다. 이는 가까스로 연애관계에 다다른 이들에게 시한폭탄같은 것이다. (p.185이하 갈등의 근본원인은 바로 이것.) 또한 에이타 역시 경제력이 문제다. 프리터인 그는 스타벅스 커피값도 없어 쩔쩔맨다.(p.198) 경제력있는 연상녀와 경제력없는 연하남, 이들은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까?

구성상 주목할 것은, 다양한 여성들을 등장시켜 여성들의 다양한 가치관과 선택가능성을 부각한다는 점이다. 인기절정의 만화가로 남편에게 가사일을 전담시킨 진정한 커리어 우먼 '마키하라 아츠키'(p.176), 남성의 경제력에 의존하는 모델출신 '스즈키 마리에'(p.191),  광고대리점에서 일하는 '사에구사 나오미'(p.42), 프리랜서 작가 '이노우에 사오리'(p.50)등등 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마리코와 아사코는 미래를 고민한다.

저자가 의도했던 아니건, 이 소설은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연결된다. 당당하게 사랑을 꿈꾸고 미래를 설계하는 그녀들에게 남자는 '필수'가 아닌 '선택'일 뿐이다. 갈등하고 절교위기(p.287)까지 몰리지만, 결국 영원한 건 미나코와 아사코의 우정뿐이었다.(p.152이하,277이하) 노부유키의 승진과 예견된 이별, 그리 놀랍지 않다. 힘겨운 가면극이 드디어 끝났구나. <연하연애>, 당당한 여성들의 우정, 고민, 갈등,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소설이다. 20,30대 여성은 반드시 읽을 것! (연상녀와의 연애를 꿈꾸는, 혹은 연애중인 남성도 반드시!^^)

 

* 광개본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쫙쫙 갈라지진 않을까 읽는내내 조마조마했다. 제작단가가 더 비싼 광개본이 값어치를 못하는 것 같다.

* 각주가 보충되었으면 한다. p.102 '없네없네 게임'. p.118 아사코와 노부유키의 '마이 보디가드 사건'.(각주도 아니고 '참고'라고 간략히 언급된 건 부족하다.) 친절한 각주는 독자에 대한 예의다. 또한 미나코와 아사코가 속옷가게에서 브래지어를 입어보는 것을 '시착'한다고 표현(p.97이하)하고 있다. 브래지어를 '입는다'고 표현하는 것이 어색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상당히 거부감드는 표현이다.

* 책 뒤쪽에 광고가 실려있다. 정말 실망이다. '1장짜리 광고가 뭐 그리 대수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책을 정말 소중히 여기는 이에겐 천인공노할 일이다. 정말 화가난다. 얼마전 와타야 리사의 신작도 광고가 실려있어 분노했던 적이 있다. 이런 책을 또 보다니. 그렇게 광고가 하고 싶었단 말인가? 돈주고 구입한 독자들에게 이는 원치않는, 강요된 전단지다. 전단지는 버리면 그만이지 이건 뭐 버릴수가 있나. 난 돈 안냈으니 여기서 그만하겠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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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사진을 위한 접사의 모든 것 포토 라이브러리 6
조나단 콕스 글.사진, 김문호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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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사진사인 시대다. 밖을 나가보면 서로가 서로를 찍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을 보고 아쉬웠던 적이 있는가? 손이 흔들려 심령사진이 되어 버리거나^^, 빛조절이 안돼 기껏 찍은 사진을 버리거나, 한두번은 경험했을 것이다. 사진은 일상이 되었지만, 사진기술은 아직 어렵게만 느껴진다.

<뛰어난 사진을 위한 접사의 모든 것>은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을까?'에 대한 시원스런 해답이다. 사진, 특히 '접사'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풀어간다. 장비부터 카메라 조작법, 빛과 색, 사진구성까지 빼어난 사진을 찍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한다. 특히, 어려운 용어를 자세히 설명한 '어휘해설'(p.157이하)과 알아두면 편리한 사진 관련 웹사이트를 정리한 부분(p.159)은 초보자들이 한층 더 사진에 가까이 가도록 돕는다.

저자는 장비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장비 사용법을 익혀두는 일은 접사 이미지의 촬영 기술을 연마하는 데 기초가 되며, 현장에서 장비를 사용해보아야만 장비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p.18) 왜 장비이야기가 목차 제일 앞에 왔는지 이해된다. 장비를 이해하고 사용법을 제대로 익혀야 사진촬영(특히 접사) 기술을 용이하게 습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지 모른다. '장비? 장비라니, 그런 거창한건 전문가만 가지고 있는거 아냐? 난 소형디카밖에 없다고.' 그러나 소형디카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한다. '소형 디지털 카메라는 접사사진에서 놀라운 위력을 발휘한다. 때에 따라서는 DSLR 카메라보다 소형 카메라를 선호하는 경우가 있다.'(p.15) 한마디로 누구나 한개씩 가지고 있는 디카로도 멋진 접사를 찍는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장비의 기본을 이해했으면, 본격적으로 '카메라의 기능과 기법'(p.46이하)을 배울 차례다. 조금 전문적인 부분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찬찬히, 뒤에 있는 어휘해설을 참조해가면서 읽는게 좋다. 이어 빛과 색, 사진구성을 이야기한다. 사진을 찍으며 가장 힘들었던 것이 빛조절이었기에 빛부분을 특히 집중했다. 놀랐다. 빛에도 종류가 있다니…그리고 빛의 방향역시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정면광, 역관, 측광등등, 빛의 종류와 방향에 따라 적절하게 사진기술을 구사해야만 빼어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초보자를 배려하는 구성이다. 즉, 저자는 어려운 기초이론을 장황하게 늘어놓지 않고, 자신이 찍은 사진을 통해 사진기술을 설명한다. 그러다보니 빼어난 사진을 직접 접할 수 있고, 초보자들도 구체적인 기술을 체득할 수 있다. 또한 저자의 멋진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수록된 수백장의 올컬러 사진은 하나같이 빼어났지만 특히 인상적인 것이 있다. 야생당근 꽃 위에 거미(p.17), 표범거북(p.21), 서리내린 야생당근(p.46), 잘생긴 천둥오리(p.67), 꽃 위에 사마귀(p.84)등등. 특히 꽃 위에 사마귀를 보고는 기절할 뻔 했다. '저토록 생생한 사진이 가능하다니'하면서 말이다.

<뛰어난 사진을 위한 접사의 모든 것>, 정말 좋은 책이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사진기술을 쉽고도 정확하게 알려준다. 사진 초보자들도 찬찬히 읽어가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디카가 있지만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이 책은 필독서이다. 당신도 놀라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세계적인 사진전문가이자 사진작가인 조나단 콕스, 그의 책을 접하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뛰어난 사진을 위한 접사의 모든 것>, 강력 추천한다!

 

* 저자는 장비관리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장비를 보험에 드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p.45)고 말한다. 고가의 장비를 가진 전문가만 해당하는 것이지만 상당히 공감이 갔다. 또한 장비보험에 든 디카나 기타 장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떠한 보험관계가 전개될 것인지도 한번 생각해 봤다.

* 청어람미디어의 '포토 라이브러리 시리즈' 목록을 보니, <뛰어난 인물사진의 모든 것>과 <뛰어난 자연사진의 모든 것>이 있었다. '만족스런 시리즈 도서는 전부 구입하자'는 주의라 사고야 말았다. 멋진 사진을 접하니, 나 역시도 사진을 잘 찍고 싶은 욕구가 솟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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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zydevil 2008-05-28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책읽을 시간도 없이 바쁘시다며 사진은 언제 찍으시려구요^^* 얼마전 축구중계를 보는데 해설자가 이런 명언을 하더군요. '남는 건 사진 밖에 없슴다~~' 맞는 말같아요. 프레임 안에 내가 있건 없건 간에 사진은 순간의 기억을 담으니까요. 좋은 사진 많이 찍으세욤.

쥬베이 2008-05-28 22:23   좋아요 0 | URL
ㅋㅋㅋ 뭐 사진을 꼭 찍는다는건 아니고^^
사실은 디카도 없어요ㅠ.ㅠ
하지만, 기회가 되면 멋진 사진 찍고 싶습니다ㅋㅋㅋ
 
행복한 만찬 - 공선옥 음식 산문집
공선옥 지음 / 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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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행복한 만찬>은 음식산문집이다. 보리밥, 다슬기탕, 토란같이 작가가 어린시절 함께하던 먹(을)거리를 이야기한다. 작가가 풀어내는 음식이야기는 그 자체로 인상적이었지만, 진하게 베어있는 유년의 향수야말로 이 책의 묘미다. 쌀이 귀해 하루 한끼는 고구마로 떼워야 했던 그때, 계란을 들고 가게에 가 학용품을 사던 그때, 아련하고 애잔한 느낌이 든다.

이 책엔 음식과 먹거리 사진이 올컬러로 큼지막하게 실려 있다. 사진만 봐도 아련한 향수를 느낄 수 있다. 대롱대롱 말려지는 감(p.55,59), 메주(p.93), 그리고 늙은 호박(p.185)등등. 음식산문집이라 읽기전에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침이 하나가득 고인 사진도 있다. 부추부침개(p.168), 메밀돌돌이(p.242)가 바로 그것이다. 고향이 강원도인 부모님덕에 어릴적부터 즐겨 먹던 음식이라, 정말 먹고 싶었다. (한가지 궁금증. 강원도 부침개하고 전라도 부침개하고 맛이 비슷할까. 보기엔 비슷해보이는데^^)

구수한 사투리가 많이 등장한다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딸랑구, 단쭈시, 외, 묵게크롬 등등. 이는 유년의 향수와 잇닿아 있다. 한번 생각해 보라. 전부 표준어로 제대로 쓴다면 구수한 맛이 살겠는가? 유년시절이 제대로 추억되겠는가?

인상적인 몆부분을 보자. [동부. 돈부죽 끓이다 집시랑 태워먹은 가시내야](p.174) 동부는 강낭콩과 비슷하게 생긴 콩이다. 초등학교때 사먹던 불량식품중에 동부랑 똑같이 생긴, 이름마저 동부인게 있었다. 동부하면 실제 동부보다는 불량식품이 먼저 생각난다. 멋적지만 사실 동부콩을 실제로 본적이 없다. 작가역시 불량식품 동부를 알고 있었다. "밀가루 과자이긴 하지만 어찌 돈부라는 말을 알아서 그렇게 돈부과자를 다 만들었을까, 소위 '불량식품'계보에 속하는 그 과자가 왈칵 반갑기까지 하더라니!"(p.175)

마치 드라마같은 이야기도 등장한다. 동부죽을 끓이다 초가집 태워먹을 뻔한 가시나 이야기. 동부죽을 하도 많이 끓어 이골이 난 가시나, 화덕 불이 기어나는 줄도 모르고 밀가루반죽만 치대고 있었단다. 그러다 초가집에 불이 붙자 어떻게 해보려다 결국 동생만 업고 도망갔다는 전설과 같은 이야기^^(p.180참조) 저자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돈부죽 쑤다 집시랑 태워먹은 가시내야, 모든 것을 용서할 테니 이제는 집으로 돌아오거라. (중략) ...본 적이 있으신 분은 가시내한테 지금 돈부죽 다 끓었으니 빨리 집으로 돌아오라고 전해주시면 후사하겠씀다아!"(p.181) 하하. 이게 공선옥표 유머구나.

공선옥표 유머라…이런 부분도 있다. 저자는 먹거리들 대부분이 여자들에 의해 거두어진 것이고 남자들이 유일하게 거둔 미꾸라지 역시 여자들에 의해 요리된다며, "그러니 결과적으로 남자들, 더군다나 머시매들은 여자들 아니면 굶어죽게 생겼다. 그래도 머시매들은 어떡하든 안 굶어 죽으려고 그랬는지, 언젠가 보니까 뱀을 잡아다가 신문지에 싸가지고 불에다 구워 먹더라니. (중략) 하긴, 즈이 엄마나 누나나 여동생이 추어탕 안 끓여주면 미꾸라지도 그냥 불에 그슬려 먹을 놈들이다."(p.226) 하하. 이 부분 읽으며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맞다. 예나 지금이나 남자들은 여자 없으면 못살 인간들이다. 궁상맞아 진다니까.

<행복한 만찬>으로 공선옥 작가와 처음 만났다. 뒤늦은 만남엔 다 이유가 있었다. 유년시절을 추억한 애틋하고도 아름다운 이 작품으로 공선옥 작가를 알아가라는 신의 계시^^ 감히 말하겠다. <행복한 만찬>은 지금까지 읽은 산문집중 최고다! 유년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준 고마운 책. 꼭 한번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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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zydevil 2008-06-01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여성작가들이 대거 등장한 때가 있었죠. 몇몇 여성작가들의 자의식 과잉, 자기 과시적이며, 지나치게 날이 선 태도에 불편함을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공선옥 작가는 조용하면서도 존재감있는 몸짓으로 묵묵히 자기 글을 썼던 게 떠오르네요. 서평만 읽어봐도 '공선옥'다운 문체가 물씬 느껴지니 반갑네요^^*

쥬베이 2008-06-01 16:14   좋아요 0 | URL
lazy devil님께선 이미 공선옥작가님 작품을 읽으셨군요
저는 이 작품말고는 읽은게 없어요.
어떤분은 공선옥작가 문체가 '촌스러워 싫다'고 하시던데ㅋㅋㅋ
얼른 읽고 싶어요^^
 
단원의 그림책 - 오늘의 눈으로 읽는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
최석조 지음 / 아트북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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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자 소개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저자는 그림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다. '풍속화 전문가 교수님의 그림해설서'쯤으로 생각했기에 이는 의외였다. 저자도 말한다. "전 '그림 까막눈'입니다. 교육대학원에서 한국미술사 한 과목을 수강한 게 그림에 관한 이력의 전부입니다. 여전히 미술은 제게 너무 낯선 세상입니다. (중략) 하지만 이게 장점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 같은 그림 까막눈에게는, 보통 사람들이 무얼 어려워하고 무얼 재미있어하는지, 그게 보이기 때문입니다."(p.14) 맞다. 그림 전문가가 아니기에 일반인의 눈높이에 근접한 이야기가 쉬울 수 있다. 그림을 전공했는지 여부는 절대적인 문제가 아니다. 정말 중요한 건 얼마나 그림에 대해 깊은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느냐이다.

<단원의 그림책>은 단원 김홍도의 그림 16편을 이야기한다. 꼭지 도입부에 이야기할 그림을 큼지막하게 수록하고, 이어 그림속 인물, 사물, 사건등을 집중 분석한다. 저자의 관심은 그림의 미술사적 의의내지 전문적인 기법이 아니라, 그림속에 녹아있는 조상들의 삶이다. 예를 들어, [새참](p.154)에선 큼지막한 밥사발에 주목한다. 왜 밥사발이 세숫대야만한 걸까? 저자는 프랑스인 선교사 앙투안 다블뤼의 글(p.158)까지 인용하고,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등을 언급하면서 조상들의 대식습관과 그 이유를 설명해 나간다. 설명을 듣고 다시 그림을 바라보면 뭔가 다르다. 인물들의 숨소리가 들리는듯 하다.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첫째, 이야기내내 저자의 입심이 만발한다. 사실, 그림에 대한 해설은 지루해지기 쉽다. 강의와 비슷한 성격이기 때문에 특별히 그림에 관심이 없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 책은 지루하지 않다. 왜? 유머와 해학을 총 동원해 돌려치고 눙치는 저자의 입심이 만발하기 때문이다. 한 부분을 보자. [우물가](p.82)에 등장하는 저고리를 풀어헤친 남성을, "꼴에, 근육 자랑이라도 하려는 걸까. 옷은 죄다 풀어헤쳤다. 요즘도 셔츠 단추 한두 개는 몰라도 저렇게 훌쩍 벗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  단추를 다 잠그면 '지성', 한 개 풀면 '개성', 두 개 풀면 '야성'……다 풀면? '실성'이라던데. 이 양반이 그 짝이다. 반쯤은 정신이 나갔나보다."(p.86)라고 이야기한다. 웃음이 절로 난다. 이러한 저자의 입심은 끝까지 계속된다.

둘째, '쉬어가기'란 항목의 흥미로움. 중간중간 '쉬어가기'란 항목이 있다. 중심 그림과 관련된 다른 그림을 살펴보기도 하고, 다른 주제나 화가 이야기도 풀어내는 말그대로 쉬어가는 부분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주 놀랍게도 대단히 흥미롭다. 쉬어갈려고 쭈욱 훑어보다 놀라버렸다. 디저트인 '쉬어가기'가 이렇게 흥미로워도 되는거야?^^ 한 부분을 보자. '퓨전 아티스트 김홍도'(p.35)에서는 단원 김홍도의 자화상, 그의 얼굴을 찾아 나선다. 마치 역사추리를 보는듯 김홍도의 얼굴을 발견하려는 저자의 시도는 흥미진진함 그 자체다. 단원의 모습으로 추정되는 평양 조선미술박물관 소장의 [자화상](p.38)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림은 단원의 모습이라기엔 뭔가 어색하다. (학자-오주석,유홍준-들 사이에서도 이 그림의 정체성에 대해 논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김홍도는 과연 어떻게 생겼을까?

한마디만 더하겠다. 이 말을 할까 말까 망설였지만, 하겠다. 아쉬웠던 부분에 대한 것이다. 위에서 저자의 입심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단했고 글을 따분하지 않게 해주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몇몇 부분에선 도를 넘어서고 있다. 오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이것은 독자에 따라 관점에 따라 상대적인 문제이다. 나 자신도 이중적인 느낌을 받았으니.) 정말 큰 문제는 이런 과도함이, 독자가 작품에 대해 생각하고 음미할 여지를 줄여버리고, 글을 산만하게 한다는 것이다. 중용, 중용의 덕목을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단원의 그림책>, 일반인 관점에서 단원 김홍도의 그림을 해설한 흥미로운 책이다. 올컬러로 실린 수많은 그림, 통쾌하고 대중적인 해설, 책의 깊이를 더해준 '쉬어가기'까지, 일반인과 호흡하는 그림 해설서의 새장을 열었다. 삶이 묻어있는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를 보고 싶은가? 박물관도 전시회도 필요없다. <단원의 그림책>, 이 책이면 족하다.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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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zydevil 2008-05-23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원의 그림을 만나는 것이 무척 즐거우셨나봐요. 저자는 물론 단원도 쥬베이님에게 고마워할 듯 합니다.^^* 그리고, '단원의 그림책'이라... 책제목도 참 마음에 듭니다.

쥬베이 2008-05-24 07:47   좋아요 0 | URL
아, lazy devil님^^ 저도 '단원의 그림책'이란 제목이 정겨웠어요.
저자가 왜 단원의 그림책이라 이름붙였는지 도입부에 설명 되어 있어요
서평에 인용하려다 말았음ㅋㅋㅋ
단원의 풍속화, 좋더라고요^^

칼리 2008-05-27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단원의 그림책" 이 쥬베이님의 서평을 만나 또다시 훌륭한 그림책이 된듯한 느낌이예요. 저 역시 그림에는 도를 넘어서는 까막눈인데 서평을 보니 "나도 한번 ?" 하는 의욕이 샘솟네요^0^

쥬베이 2008-05-27 23:24   좋아요 0 | URL
그림책 재밌어요^^
저는 오주석작가님 '그림읽기의 즐거움'?인가 읽고 그림의 세계를 알게됐어요
최석조 작가님글도 괜찮으니 한번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