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티의 <살롱의 세계>로 알게 된 사학자 Marc fumaroli. 

고전이 되었다는 그의 책, <세계가 불어로 말했을 때>. New York Review of Books Classics에서 2011년에 나왔다. 책 소개를 보면 "루이 14세 사후부터 혁명 전까지, 18세기 프랑스는 유럽 전체를 위한 문화의 표준이었다. 스페인,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러시아와 독일에서, 왕가와 외교관들에게, 군 장교들과 작가들과 예술가들에게, 불어는 정치와 지성의 삶을 위한 보편 언어였다. (......)"고 하고 있다. 


불어판은 이런 표지다. 

원제는 <유럽이 불어로 말했을 때>다. 





정치, 지성의 삶을 위한 표준. 

여기 밑줄 긋고 생각하게 된다. 한국에 이게 있나? 있나요? 있은 적은 있나요. 

삼십대 초반 인문학자에게 뛰어난 저술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일은 표준이란 게 있는 문화에서만 가능한 거 아닌가? 그게 없는 곳에서는, 청년학자는 물론이고 중견, 노학자도 모두 그냥 그렇게 살고 있고 그냥 그렇게 쓰고 생계를 유지하고 버티다가 끝나지 않나. 


지성의 표준은 "탁월성"이 문화의(민주주의의) 원리일 때만 수립되고 합의되고 유지되는 거 아닌가. 

탁월성의 이념이 혼탁한 ㅎㅎㅎㅎㅎ 곳에서, 그 혼탁함의 이유는 지배의 공고화에 있지 않나. 아주대 의대 J모 교수 (아들을 아빠찬스로 의대 교수 취직시켜줬다던가 트위터에서 자랑했다가 잠시 그게 스캔들로 비화했던 인물. 아주 잠시) 사건 보면서, 이건 내 생애 동안엔 끝나지 않을, 끝이 없을 일이라 생각했었다. 


불어 공부 하면서 특히 완전 기초 어휘, 기초 문법을 배우고 익혀야 할 때, 언어의 시작으로 가는 거 같아지고 그렇게 "다시 시작하기"가 가능할 거 같아지는 느낌이 강하게 들 때 있다. "아무말 대잔치"가 없었던 곳으로 가기. 아무말 대잔치를 부정하고 극복하기. ㅎㅎㅎㅎㅎㅎ 아 내가 살아야 했던 그 끝이 없던 아무말 대잔치들이여. 하면서..... 삶의 현장 전부가 아무말 대잔치라면, 거기서 어떤 글이 쓰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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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받은 책 중엔 이것도 있다. 

파리 사회과학 고등 연구원(이라고 표기하나요. École des Hautes Etudes en Sciences Sociales) 소속인 앙투완 릴티의 책. 18세기 파리에서 살롱은 무엇을 했는가. 릴티는 이 책으로 알게 된 저자인데 이 책은 영어판은 15년에 나왔지만 불어판은 05년. 72년생이다. ㅎㅎㅎㅎㅎ 젊. 젊으심. 삼십대 초반이면 저런 책을 쓰는 것이다. 그들은. ㅎㅎㅎㅎㅎ 


19년에 나왔고 아직 영어 번역되지 않은 책이 있는데 






왼쪽 이미지의 책. <계몽의 유산: 모더니티의 양가성>. 

미리보기 조금 보았는데, "우리는 볼테르의 시대에 살고 있다. 광신과 이성의 대립은 그의 시대만큼 지금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이런 얘기로 시작한다. 샤를리 엡도 사건을 기억하면서. 


계몽시대 유산의 재고. 복습. 

전공이 이쪽인 학자들은 늘 해오던 일이었겠지만, 그들을 넘어 인문학 이곳저곳에서 

이 주제 작업이 앞으로 꽤 있을 거 같다. 꼭 필요한데 그런데다 유망하겠다 예상되는 주제. 



저 위의 책 <살롱의 세계> 보면, 혁명 전 18세기 파리에서 귀족들은 

참으로...... 달콤한 삶을 살았던 게 맞으며, 그렇긴 한데 그러면서 또한 지적인 추구 또한 맹렬했다는. 

.... 그럴 수도 있었구나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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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중고로 받은 책 중엔 이것도 있다. 

영국 비평가 프랭크 커모드의 회고록. 표지 중간 이미지 안에, 바로 확 보이지 않지만 A Memoir 이렇게 적혀 있다. 

<랩걸>이 베스트셀러 되는 걸 보면서 궁금해지던 것. 인문학계에서 나온 회고록은 무엇이 있는가. 어떤 회고록이 만인에게 호소했는가. 그래서 알아보다가 커모드가 쓴 이 책 알게 됐었다. 아주 유명한 책으로는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가 있. 


오프닝이 이렇다: 


Frank returns to Douglas. 

-- Times crossword puzzle clue. 


Between these origins and that ending is where the weather is, fair or foul: the climate of a life. Not, as some have said, a dream, but a climate, a microclimate, le temps qu'il fait


이 네 줄. "번역불가"라는 게 꼭 대단한 책, 대단한 문장에 해당하는 게 아님을 알게 하는 네 줄. 

원문의 한 80%는 보존하는 내용으로 번역 해보려고 애를 써보았는데, 계속 포기하게 된다. "이 시작과 저 끝 사이, 삶은 거기 있다. 삶이라 우리가 부르는 날씨가, 혹은 기후가 거기 있다. 화창하고 혹은 끔찍한 기후가. 그것은, 그걸 그렇게 부른 사람도 있었지만, 꿈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살았던, 우리 각자의 기후다. le temps qu'il fait." 대강 이렇게 번역해 봅니다. 


그런데 불어를 공부했던 행운이 있는 사람이라면 

저 끝의 한 구절에 눈이 반짝일 문단이기도 하다. le temps qu'il fait. 흐흐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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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8-27 2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짝. le temps perdu

몰리 2021-08-27 21:22   좋아요 1 | URL
알라 르세르셰 ㄷ토ㅗㅇ 페ㄷㅠ ㅎㅎㅎㅎㅎ

스탠포드 불문과 조슈아 랜디가 ㅎㅎㅎㅎㅎ (아 맥주 마시면서 취해서 계속 혼자서도 웃게 돼요) Entitled Opinions 출연해서 프루스트 얘기할 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불어로는 이런 제목이죠.... 말하던 거 바로 생각나서 웃게 돼요.

프루스트. 조롱도 하면서 더 깊이 덕질해 드려야겠다는 다짐도 다시 하게 되고.

유부만두 2021-08-27 21:55   좋아요 1 | URL
프루스트는 자학적 유머도 잘 쓰니까 놀리기도 좋아요. 변태에 찌질인데 부자라 싫은데 또 은근 귀엽고요.

근데 저 entitled opinions 저 부분 찾아 들었는데 조슈아가 후루룩 제목 얘기하네요. 얘도 좀 프루스트 같나요. 살로옹 발음이 웃기고요.
오늘은 캔 몇 개나 여셨나요? ㅎㅎ

몰리 2021-08-28 10:15   좋아요 0 | URL
조슈아 랜디는 말로 들을 때는 뭐랄까 발랄하달까 ㅎㅎㅎㅎ 영국 억양이 매력적으로 들린다는 걸 알고 있는 영국 남자의 허세? 같은 게 좀 귀엽게 있으신데, 책은......... (책은 좀 많이 별로였어요). 아 그래도 Entitled Opnions 전성기의 에피였어요 그가 출연해서 프루스트 얘기하던 에피. 한국의 Entitled Opinions가 있어야 하는데..... ㅜㅜ 잃시찾. 불어로 다 사둔지 오래임을 수시로 기억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꼭 불어책을 사고 싶으면 그거나 읽어라, 기억하지만 그러나 또 삼.

반유행열반인 2021-08-27 22: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방금 카를로 로벨리 책에서 temps가 시간이면서 날씨라고 배우고 이 글을 보게 되어 반가웠어요 ㅎㅎㅎ

몰리 2021-08-28 10:19   좋아요 1 | URL
프랭크 커모드도 아주 딱 적절하게 짧은 한 문단의 끝에 저 구절을 배치해서, 독자에게 하.... 얕은 한숨 쉬게 만들고. 이제 우리에게 날씨와 시간은 분리가 안되겠지요? ㅎㅎㅎㅎ 우리는 불어를 배운 사람.

반유행열반인 2021-08-28 12:44   좋아요 1 | URL
저는 우리에 안 들어가요 저는 학창 시절에 불어 까고 독어 선택하고 지금은 그나마도 까먹은 모노링궐입니당 ㅋㅋㅋㅋㅋㅋㅋㅋ
 








불어책은 꾸준히 사고 있어서, 오늘은 이 책을 받았다. 오사무상의 인간실격. 

앞의 몇 페이지 읽으면서 이십여년 전 영어 공부로 <달과 6펜스> 읽던 기억이 남. 

뭔가 둘이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느낌? 그보다는, 이제는 말해야겠다?

이제 나는 내가 되어야겠어. 더 늦기 전에 나는 나로 말하려고 해... 느낌? 오사무는 풀죽어서 그러고 

모옴은 오만하게 그러지만? 



며칠 전 받은 것 중엔 

사강의 이 책이 있다. 오사무 책은 알라딘 중고. 사강 책은 아마존 중고. 








다른 거 없이 오직 불어 공부 하는데만도 하루가 짧다. 하루가 정말 휙휙 지나간다. 

그런데 불어 공부 재미있고 (재미에 보태어 심지어) 보람도 있다. 내 경우엔 무엇보다 바슐라르 연구서들을 잘 읽고 싶은 게 우선이긴 했지만, 그것들 말고도 읽을 것들, 읽고 싶은 것들은 무궁무진. 콩도르세. 마지막 계몽사상가로 불리는 콩도르세. 영어로도 번역이 극히 미흡하게만 된 콩도르세. 그의 저술 중 <공교육을 위한 5개의 테제> 이런 책이 있는데,  이제 이 문장이 이해가 됩니다! 이제는 읽을 수 있습니다! (....) 감격했었다. 


오늘 금요일. 참으로 오랜만에 불금이란 걸 해보려고 

올해 6월 사랑했었던 공간, 그 즈음 막 개업했었던 편의점에 가서 맥주 사왔다.

그 사랑은 어디로 갔는가? 나는 왜 이 편의점에 거의 가지 않게 되었는가? 

"맥주가 좋아? 불어가 좋아?" 물으신다면 ........ 그야 당연 불어라고 답할 판이 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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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8-27 19: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보람! 그 귀한 것을 불어 공부에서 찾으셨다니 감축드립니다. 요샌 날이 좀 선선해져서 맥주의 가치가 불어에 밀려 살짝 떨어진 게 아닐까요?

몰리 2021-08-27 19:50   좋아요 3 | URL
What does it mean?을 불어로는 뭐라고 해?
유튜브 Learn French with Pascal, 이 채널에 저런 동영상이 있길래 봤더니 what does it mean?에서 mean은 불어로는 두가지 의미가 될 수 있는데 vouloir dire, signifier, 그렇다고.... 하는 걸 보면서도

아악 불어, vouloir dire, 이거 너무 좋아! ㅎㅎㅎㅎㅎ 아니 물론 영어로도 want to say, 그럴 수는 있지만 불어가 더 딱 꼭집는 느낌이잖아? 이러면서 좋아했어요....

알아갈수록 더 알고 싶어지고 ㅎㅎㅎ;;;; (오도방정) 신기하고 매력적인 언어! 스탕달은 불어로 읽으면 얼마나 오묘하고 심오할까. 발자크는 얼마나 더 재미있을까. (....) 사실 거의 읽은 적도 없는 작가들을 이렇게 상상하게 되고. ㅎㅎㅎㅎ 아이고.

얄라알라북사랑 2021-08-28 0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몰리님, 정말 공부를 즐기며 피부로 살로 만드시는 분인듯 합니다. 원전으로 읽고 싶으셔서 불어를 이리 재미있게 공부하신다니 크게 느끼고 갑니다!!!^^

몰리 2021-08-28 10:25   좋아요 0 | URL
단어들 뜻은 알겠는데 문장 구조가 이해가 안되어서

이게 뭔소리여? 아우.....

하다가, 설거지 하고 들어와서 다시 보면 구조가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하는 일. 그런게 ㅎㅎㅎㅎㅎ 특히 재미있다고 느껴집니다. 문장 단위로 퍼즐이 해결되는. 어휘도 참 신기한 어휘들이 많더라고요.

scott 2021-08-28 0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뽈리오 문고판 무지 사릉하는 1인! 🖐
뤼팡 시리즈 뽈리오 문고본으로 정복!
심농은 뛰엄, 뛰엄!

개인적으로 안나 가발다 구어체 프랑스어 좋아 합니다

근데 알라딘 중고에 다자이 오사무 불어판도 팔다니! 신기 방기 ㅎㅎㅎ

몰리 2021-08-28 10:22   좋아요 1 | URL
우리나라에 불어 전문적으로 읽는 독자들이 적지 않은 거 같기도 해요. 찾아보면 별별 책들이 다 중고로 나와 있고 꾸준히 나와요!

뽈리오 문고판도 좋고
푸코 Dits et Ecrits 이 책 낸 Gallimard Quarto 이 시리즈 책들도 감탄스럽.
거의 2천 페이지, 사전 재질 얇은 종이 페이퍼백인데 무진장 짱짱하고 형광펜 진하게 그어도 뒤로 비치지 않고.
 




집에서 둘레길 입구가 30초 컷이라고 쓴 적이 있는데, 사실 이건 과장이긴 하다. 

둘레길까지 150m라는 표지판이 집 앞에 있다. 아주 바로 앞은 아니고 한 10m 앞? 이 표지판까지가 아마 그러니까 집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가 도착하는데 약 30초. 이 30초에 보태어 둘레길 들어가기까지 느린 걸음으로 2-3분. 30초는 우사인 볼트 생각하면서. 우사인 볼트에게 이것저것 다 합쳐 넉넉잡아 30초. 


지척에 있으니 매일은 아니어도 자주 둘레길 걷겠다는 계획 있었으나 아직 그러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입구 근처에 비밀의 화원 느낌 공간이 몇 군데 있어서 거길 자주 간다. 숲에 폭 싸인 작은 놀이터. 혹은 작은 공터이자 배드민턴장. 자연적으로, 그냥 지형이 테라스인데 그 점 이용해 전망대처럼 만들어 놓은 곳. 등등. 이 비밀의 화원 느낌 공간들은 근처 아파트 단지와 직접 연결되는 다른 경로로도 갈 수 있다.   


이곳들이 좋은 건 그 조용함 때문에. 

차소리가 아예 들리지 않는다는 게 아주 너무 좋음. 

울창한 숲 속에 숨겨진 조용한 공간. 여기 가서 강의 이어폰 끼고 들으면 집중이 잘 된다. 

숲을 빠져 나오면 마을 입구의 어린이 놀이터에는 트램폴린이 있는데 (트램폴린 있는 놀이터 여기서 처음 봄) 트램폴린, 이거 은근히 운동되고 좋다. 이것도 마음의 안정에 도움되는 장치. 가서 몇 번 방방 뛰면 정신이 가뿐해지는 느낌 쌉 가능. 




이런 공간들이 (트램폴린도) 지척에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고 심지어 감사하다는 심정이 되기도 하는데

이보다 더 나은 환경도 물론 충분히 바로 당장 상상할 수도 있다. 이에 비할 바 없이 더 좋은 환경에 있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올해 남은 시간 동안 해보려고 하는 어려운 일들, 그것들을 그 무게에 눌려 시도도 못하게 할 나쁜 환경도 (물리적으로 나쁜 환경) 나는 충분히 바로 상상할 수 있다. (....) 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지금 처지가 다행스럽고 감사할만함 ;;;;; 그러나 그럴 수만 있다면 더 나은 환경으로! 어려운 일의 실행에 도움되는 환경으로! 그것이 너와 나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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