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이 분 채널이 있는 걸 며칠 전 알았다. 

강의 중독 초기에 알았던 교수. 말 속도가 빠르고 그런데 강의 내내 주제에 대한 집중을 잃지 않는 게 인상적이었던 분. 채널에 다수 강의들이 올라와 있다. 오늘 아침엔 니체 주제 이 강의 들었는데 7:10 지점에서 이런 말을 한다. 


"<즐거운 학문>엔 이런 단장이 있어. "신비주의적 해명은 심오하다고 여겨진다. 아니다. 그것은 심지어 얕지도 않다. Mystical explanations are thought to be profound. In fact, they are not even superficial." 전율을 일으키는 말이다. 철학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한 줄 문장에 속할 것이다. 이 말이 가한 충격으로 서구의 신학 도서관 전체가 무너졌다고 해도 된다." 



......... 조용히, 감사히, 들었다. 

영어 이미 잘하신다면 이 분 채널 확인해 보시면 좋겠고 

아니라면 영어 공부를 이 분 채널로. 이 분 영어 오나전 이것이 지식인 영어.... ㅎㅎㅎㅎ 좀 그렇습니다. 


시카고 대학 학부, 콜럼비아 대학 박사, 프린스턴 교수. 이러셨던 분이라 

그러니까 이력이 화려한 편인데, 그리고 강의를 들어보면 이력이야 어떻든 "지적 재능" 이것이 비범한 분이었을 것인데 

그러나 철학에 별 기여를 하지는 않은 것 같다는 것. 그걸 생각하게 되기도 합니다. 아. 이런 분도, 이런 강의를 남기신 분도 실제로 철학, 인문학에 남긴 기여는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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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1-25 2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빨려 들어 가게 만드는 능력!
말의 속도 만큼 스스로 호흡을 적절하게 조절 하는 능력 까지! ㅎㅎ

몰리 2022-01-26 11:53   좋아요 1 | URL
어떻게 저렇게 다 기억을 할 수 있나도 놀랍!
니체 한 사람만 강의한 거라면 몰라도 강의 범위가 저렇게 넓은데 누구 주제로 뭘 말하든 흔들림이 없어요. (한숨....)
 



요즘 산 책 중 이것도 있다. 독일에서 위의 시기 동안 이론이 어떻게 저항하는 삶을 이끌었는가, 이런 내용. 표지 마음에 들고 제목도 마음에 들고 .... 했는데 책은, 읽은 몇 페이지 한정해서, 별로. ㅎㅎㅎㅎㅎ 별로임. 저자의 역량이 약하다. 뭔가 좀 '기회주의'적. 팔리게 쓰겠다.... 는 심정이 그에게 있었다고 느껴진다. 그 심정에 따라 이렇게 생각하고 저렇게 따지고. 그게 아예 없으면서 지성의 에너지가 압도하는 책. 그런 책이 좋은 책 아닙니까. 아도르노의 책. 바슐라르의 책. 니체의 책. 저자 자신 자각하면서, 의도적으로 (정말 작정하고 "팔리는 책을 쓰겠어") 그랬을 거 같지는 않고, 요즘 책을 쓰는 모두가 그러는 그 방식으로 썼을 뿐인 거 같기도 하지만 하튼, 독자로서는 '에이 아도르노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책이라면 아도르노처럼 쓰셨다면 좋았을 것을.....' 



저자는 젊고 (40대 중반, 후반?) 

그러니 위의 저 연대에서 마지막 몇 년 제외하고 저자 자신의 삶에서 회고하는 내용이 들어갈 만한 책은 아니다.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도입부를 보면 저 연대 동안 독일 출판계에서 주어캄프와 함께 이론서로 유명했던 출판사, 그 출판사를 운영했던 이들의 삶, 그들의 삶에서 이론이 했던 역할에 대한 얘기가 있다. 그런데 이 얘기를 저자의 삶과 연결해서 쓴다. 자기가 왜 그 출판사에 관심이 있었는가. 등등. 그렇다 보니, 저자의 회고록으로도 보이게 되던 느낌. 사실 저자는, 자기 회고록을 쓰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아도르노가 <문학노트>에서 소설이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말하면서, "인간이 서로에게서, 스스로에게서, 분열되게 하는 이 사회에 대해, 인간이 인간에게 수수께끼가 되게 하는 객관적 힘들에 대해" 소설은 파고 들 수 있다고 하는데, 그가 그렇게 말하던 시대엔 아니었겠지만 지금은, 우리의 지금 이 시대는, 소설보다 회고록이 저것을 하기에 적합한 장르가 아닌가, 하게 되기도 한다. "악마적 객관 정신" 이것의 탐구. 


악마적 객관 정신. demonic objective spirit. ㅎㅎㅎㅎㅎㅎ 이거 헤겔적 용어. 아도르노가 자주 쓰십니다. ㅡㄱ게 뭐죠? 하다가 계속 접하다 보니 서서히 나도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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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많이 사고 있다. 

살 때는 오 이거, 이거 사야해. 이것도 사야지. 이것도! 이러다가 

책 박스가 도착하면 그냥 밀어두고 (안에 뭐가 있는지 아니까...) 이틀 뒤에 열어보면서, 그러면서 부지런히 사고 있다. 


연초에 이런 결심 했었다. 

올해 연말에, 아도르노와 바슐라르가 나눈 가상의 대화... 를 써야겠다고 작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그런 작정이 가능해지면 올해는 너에게 최고의 해일 것이다. 

매일 저녁이 되면, 저 목표를 위해 오늘은 무엇을 했나 생각해야 한다. 

그들의 대화를 위해 오늘 네가 한 일은 무엇인가. 


아직까지는 그들의 대화를 위해 매일 무얼 하고 있기는 하다. 

아주 그냥 두 사람 책들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 생각해 보니, 사실 이건 아주 너무 매우 좋은 일이 아닌가. 모니터에서 좌우, 심지어 등 뒤, 어딜 봐도 두 사람의 책들이 보인다는 건. 



그랜드 심연 호텔. 

아도르노가 어떤 강의록에서 '방향이 근원적으로 틀렸으나 장엄하게 틀린 책, 틀림과 무관하게도 장엄한 책, 역사 철학의 위대한 시도' 정도로, 비꼬는 게 아니고 사실 굉장한 상찬으로 루카치 <소설의 이론> 얘기를 꺼내더니 "이제 이 책의 재판이 나왔으니 여러분 모두 이 책을 읽기를 권합니다. 그가 이 책 서두에서 나를 강하게 공격한 걸 알고 있지만 권합니다. 이 책에서 그의 성취와 나에 대한 그의 혹평 사이에 관계가 없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저런 말을 하는데, 웃기기도 했고 뭔가 감동적이기도 했다. 

리처드 로티 책들 감탄하면서 읽다가 아도르노를 읽으면, 가장 감탄스러울 때의 로티라 해도 아도르노와 비교하면 애들 장난이지 ("child's play", 헤겔이 좋아했던 거 같은 구절...), 같은 생각 든다. 



연말, 12월 27일 즈음 서재에 나타나 "허허허 제가 말입니다 <최악을 아는 것이 좋다>를 끝냈...!" 

.... 럴 수 있기를 소원하면서 오늘 서재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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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 쓸 계획이 없었다가 막상 써보니 좋아서 또 쓰고 싶어졌다. 

리처드 로티를 중요하게 다루는 방향으로다.  

이 책은 1979년에 나왔고 일부의 평가에선 (과장스럽긴 한데) "전기충격" 같았던 책. 

유명한 책이면, 그걸 누가 읽든 말든 현실의 일부다... 안 읽었어도 이미 현실의 일부였다, 같은 생각 들게 한다. 철학 관심 독자라면 다 그렇게 체험할 거 같은 책. 




요즘은 pdf가 구해지는 책들은 그 파일을 워드로 전환해서 워드 파일과 종이책을 같이 보는데, 여러번 읽어야 하고 인용도 해야 하고 그렇게 '뽕뽑아야' 하는 책이라면 이 방법 꽤 쓸만한 방법 아닌가 생각한다. 일단 워드 파일로 전환이 완전히 잘되지 않기 때문에 깨진 글자등을 수정하면서 파일을 내가 고쳐서, 고쳐 가면서, 써야 한다. 이 과정이 의외로 좋다. 대가의 책을 "원고" 형태로 만드는 일. 원고 형태로 마주 보는 대가의 책은, 아주 다른 느낌. (이 책에도 이런 시작이 있었겠군요...). 또 본문 검색은 pdf로 하는 게 더 편리한 면이 있지만 워드의 경우엔 본문과 함께 내가 보탠 내용을 검색할 수 있다는 것이 아주 큰 장점. 워드의 "메모" 기능 활용하여 노트를 달아두면 이것들만 따로 모아서도 볼 수 있는데, 종이책에 덕지덕지 붙이는 포스트잇 메모를 찾아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편리함. 


이보다 더 선진적인 방식들이 있을 거 같다. 논문노동자들의 이런저런 추천들을 본 거 같다. 

그런데 이 방식도 괜찮음. 특히 논문, 학업 노동자에게, 전자 파일로 책들을 이렇게 '내가 만들어서' 갖고 있는게 좋지 않나 생각한다. 이 집에 이사하고 나서 컴 수리했을 때, 기사님이 ms워드 2020 깔아주고 가셨는데 아주 너무 잘 쓰는 중이다.   


켁. 그래서 저는 또 논문 노동의 눈물의 계곡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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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12-31 15: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포스팃은 머에요? ㅋ 79년도의 포스팃일이는 없는디요..ㅎㅎㅎㅎㅎㅎ
내가 쓰고 있는 워드는 20인가 아닌가 궁금해지네요.(노트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기능이 있다니..., 심히 혹하네요). 지금 컴은 맥이니...나중에 확인해 바야겄스요.

몰리 2022-01-01 04:52   좋아요 1 | URL
아앗 저건 걍 구글 이미지가 구해준 이미지. 크리스마스 선물로 철학책! ㅎㅎㅎㅎ 하면서.

제가 워드02를 쓰고 있었는데 (11년에 02로 깔고 10년 내내 그걸로) 기사님이 보시며 무슨 이런 동굴인간이 있나... 혀를 참. 02 버전 워드에서는 안되던 많은 것들이 20에서는 되더라고요. 파일 열었을 때 직전 작업에서 정지한 대목으로 가기. 이거 옛날 버전으로는 안되던 건데 그게 되는 것도 너무 좋고 메모들을 별도로 볼 수 있는 것도 아주 굿굿. 진작 업그레이드 했더라면 그것만으로도 작업 효율이 달랐을 텐데... 고작 컴퓨터 워드 프로그램도 업그레이드 못/안하며 살았던 지난 세월! ㅎㅎㅎㅎ

한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2년엔 우리가 소원하는 여러 중요한 것들이 모두 성취되기를 기원합니다!


han22598 2022-01-08 04:31   좋아요 1 | URL
이미 22년을 살고 있는 우리.

몰리님도..눈물의 계곡에서 많은 결실을 거두시길 바랍니다!!
 





아래 포스트 쓰고 나니

"의미론의 영구 혁명" 바슐라르의 이 말 이거 별도로 기리고 싶어졌다. 너무 좋음. 

과학 개념들이 겪는 운명에 대한 논의에서 나오는 말인데, 그 자신의 글들도 의미론의 영구 혁명 하는 글들. 



중고책 검색하다가 저런 책이 찾아졌었다. 

프랑스, 프랑스인들의 arrogance. 이 주제로 구글 이미지 검색을 하면 

이런 것도 찾아진다. 







의미론의 영구 혁명. 

이 구절 말고도 바슐라르 과학철학엔 곳곳에 혁명의 반향이 있다. 

"혁명" 이 말 자체가 자주 쓰이기도 하지만 이 말이 없이도, 과학하는 삶과 혁명, 프랑스 혁명의 의의를 연결하는 대목들. 


불어 학습서 모제 불어책에서 프랑스 철학 다루는 부분 보면 

프랑스 철학이 얼마나 이 세계에 새로운 사유를 주었는가, 등등 예상 가능한 자화자찬이 있는데 

바슐라르 과학책들 보면서, 그 말들이 자화자찬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공허한 말이 아니었... 생각했었다. 

혁명을 했으니까 혁명에 대한 반향이 넘실거리는 과학철학도 하고.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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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24 1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몰리님 !
프랑스 철학적 사유가 넘치는 만큼 사람들 전부 수다쟁이들 ㅋㅋㅋ


가족 모두 행복 가득! 하시길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 ℳ𝒶𝓇𝓇𝓎 𝒞𝓇𝒾𝓈𝓉𝓂𝒶𝓈 🎅🏻
。゚゚・。・゚゚。
゚。  。゚
 ゚・。・゚
⠀()_/)
⠀(。ˆ꒳ˆ)⠀
ଫ/⌒づ🎁

몰리 2021-12-24 14:11   좋아요 1 | URL
아이구야 감사합니다. 스콧님도 성탄절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