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Social Research and Its Language : Paul F. Lazarsfeld : 9780226469638



폴 라자스펠드. 

Princeton Radio Project 책임 연구자였고 그 프로젝트에 아도르노를 고용했던 분. 1930년대. 

아도르노를 알았던 이들이 남긴 기록 중 ㅋㅋㅋㅋ... 웃게 되는 것들이 있는데, 라자스펠드도 그런 기록을 남겼다. 라자스펠드 자신 오스트리아에서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유태인이었다. 그는 미국에, 미국적 삶과 연구 방식에 잘 적응했다. 적응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도르노는 아니었고 아도르노와 일을 같이 하면서 라자스펠드는 점점 그에게 화나게 된다. 라자스펠드를 특히 화나게 한 건 아도르노의 한결같이 난해한 문장, 충분히 영어 단어로 쓸 수 있는데 꼭 라틴어, 그리스어 포함 외국어로 쓰는 그의 어휘 선택이었다. 라자스펠드는 이 점에 대해 그를 질책하는 긴 편지를 썼다. 사회학 논문과 보고서에 sine qua non, prima facie, 같은 말은 필요 없다는 게 라자스펠드의 믿음이었다. 


긴 편지로 질책 후 라자스펠드는 (자기 입장을 아도르노가 충분히 이해했으며 그들 프로젝트의 방침에 순순히 따를 것으로 예상하면서) 아도르노에게 요약 보고서를 지시했다. 프로젝트에서 아도르노가 하는 역할의 요약. 상부 보고에서 그 역할을 옹호할 수 있게. 이 지시에 아도르노는 싱글 스페이스로 160 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라자스펠드가 화가 나기도 했고 (날만도......) 

곧 아도르노는 Princeton Radio Project에서 그만 일하게 된다. 그리고 캘리포니아로 가게 된다. 그런데 나는 저 "싱글 스페이스 160 페이지" 보고서, 이거 너무 좋음. 라자스펠드가 원한 건 길어야 10페이지 분량이었을 것인데 받은 건 160페이지. 이 보고서는 실물의 보존 여부가 불확실한 거 같다. 프린스턴의 문서 보관소 어딘가에서 발굴을 기다리는 중이거나 아니면 유실되었거나. 어쨌든 보고서의 내용에 대한 언급은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아마 단 한 문장도 쓸데 없는 문장이 없었을 것이다, 그 저자 자신의 관점에서 보면. 그가 프로젝트에서 하는 일이 무엇이고 어떤 기여를 할 수 있고 그 기여는 사회학에 대한 어떤 이해에서 비롯하고.... 등의 주제들을 그보다 더 진지할 수 없는 방식으로 논의하는 글이었을 것이다. 왜 미국 방식의 경험 연구에 보태어 유럽 방식의 이론 연구가 필요하고 등등. 구유럽의 전통을 일거 청산할 것이 아니면 라틴어와 그리스어, 프랑스어를 사회학 논문에서 써야 하고... 


그 보고서는 그 아닌 우리는 상상은 하더라도 쓰지 못할 보고서, 오직 그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인간의 정신과 지성, 서구의 지적 유산을 강력히 옹호하는 내용이었을 것이다. (....) 그랬을 거라 상상하면, 모든 기관에 (대학, 연구소 등등은 물론이고) 적어도 1인의 아도르노가 요구된다. 요구되는 바입니다. 요구합시다. 



요약 보고서 내라고 했더니 싱글 스페이스 160 페이지로. 오나전 그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 그런 사람이 가까이 있으면 불편하거나 화가 날 수도 있을 것이긴 한데 그런가 하면 그가 그런 사람으로 언제나 그답게 행동했기 때문에 지켜진 자유, 옹호된 존엄성, 수립된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선례, 기준, 후대를 위한 초자아... (묵념).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라로 2022-04-14 17: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싱글 스페이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대학 숙제도 다 더블스페이스입니답. 아~~아도르노여~~~!!ㅋㅋㅋㅋ

근데 그런 ()류의 사람,,, 저도 좋아하는 타입이라 문제에요.. 왜 쉬운 사람을 좋아할 수 없을까요?
근데 몰리님은 더 하심.ㅋㅋㅋ 어쨌든 같이 묵념.

몰리 2022-04-14 18:29   좋아요 0 | URL
이 단행본 분량 보고서를
주어진 시간 안에 썼을 걸 상상하면
헐.............. ㅋㅋㅋㅋㅋ 아휴.......
복잡한 감정 되기도 해요. 아 정말 아도르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