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고구려 건국신화연구
이복규 지음 / 집문당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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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난 학기, 부여의 건국신화(본까페 [뿌리아름]열국시대 게시판에 게시되어 있음)에 대한 글을 쓰면서 참고했던 책 중 하나다. 저자는 역사학자가 아니라 국문학자이며, 고로 책의 내용 역시 역사학적인 입장에서 쓰여진 것이 아니라 국문학적인 입장, 즉 글자와 원문 자체의 내용을 갖고 논지를 전개하고 있다. 본래 이러한 신화의 경우는 신화학(?)이라고 불릴만한, 신화만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에 의해 연구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인류학, 사회학, 국문학, 역사학, 민속학 등 여러가지 분야에 걸쳐져 있기 때문에 어느 한 분야의 전공자가 독점할 수 없는 연구 분야가 되어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국문학자의 입장에서 쓴 이 책 역시 신화를 공부하는데 있어서는 참고해야 하는 자료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 부여와 고구려의 건국신화를 연구하는데 있어 국문학적 연구만이 아니라 그 외 참고해야만 하는 연구성과는 굉장히 많다. 문헌사학적 연구와 고고학적 연구는 물론 인류학적 연구, 사회학적 연구까지 골고루 참고해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신화라고 하는 거시적인 틀에서 봤을때 근본적으로 신화가 기록되어 있는 문헌, 그 자체를 파악하지 않고서는 신화에 대한 이해를 다 했다고 하기는 어려운 것 역시 사실이다. 그렇게 봤을때 국문학적인 입장에서 파악하고 있는 부여와 고구려의 건국신화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책은 꼭 참고해야할 기본적인 텍스트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기실, 고구려의 경우는 관련 서적은 물론 연구성과 역시 폭발적이라 할 정도로 증가하고 있고 또한 최근 중국의 동북공정 때문에 그 관심과 수요가 더할나위 없이 늘어나고 있지만 부여의 경우는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현재 학계에 부여사 관련 통사 혹은 개론서 하나 없는 것만 보더라도 부여사 연구가 어느정도로 미진한지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부여의 건국신화 분야 역시 마찬가지 현상이다. 하물며 부여의 건국신화는 고구려의 건국신화와 모티브나 구성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고구려의 것에 비해 찬밥 신세를 받기 마찬가지였으므로 부여의 건국신화에 대한 연구성과가 많이 나오기도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그나마 남아있는 부여 관련 문헌 기록 중 건국신화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전체 부여사에서 건국신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것만은 아니라 할 수 있다.

앞서 얘기했지만 부여의 건국신화는 고구려의 그것과 상당히 유사한 점이 많이 있지만 반대로 차이점도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다. 이는 아마도 고구려가 부여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어떤 필요성에 의해 부여 건국신화의 잔재를 고구려 건국신화에서만 약간 찾아볼 수 있게끔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즉, 부여의 멸망과 함께 부여 건국신화 역시 망국의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고구려의 건국신화에만 그 모습이 잠깐 남아있게 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 상황 속에서 저자는 이 책에서 부여와 고구려 건국신화에 대해 상당히 자세하고 논리적으로 비교 · 분석하고 있다.

일단 부여와 고구려의 건국신화가 그 전승 양상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여 양자간의 차이점을 알아보고 그 안에서 '동명'이라는 인물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확인하고 있다. 특히나 부여 건국신화와 고구려 건국신화의 관계 연구사를 총 정리하는 것은 물론 부여 건국신화를 두고 삼국시대부터 근 · 현대에 이르기까지 어떤 식으로 인식했는지 시대순으로 정리한 것은 부여 건국신화를 공부하는데 있어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거친 이후 저자는 부여와 고구려의 건국신화는 엄연히 다른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는 주인장 역시 똑같은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부여 건국신화와 고구려 건국신화가 기록된 모든 문헌을 총정리하고 있어 이쪽 분야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부록으로는 부여 · 고구려 건국신화를 연구한 초기의 일본 논문 4편까지 번역하여 수록하고 있어 부여와 고구려 건국신화에 대한 총체적인 부분을 파악할 수 있게끔 해 놓았다. 고로 이 책에 실린 각종 내용들은 부여와 고구려 건국신화에 대해 이해하는데 있어 충분한 기초자료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밑바탕 위에 역사학적인 시각으로 신화를 재해석한다면 부여와 고구려 건국신화를 이해하는데 있어 상당히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서 기억해야 할 것은 이 책은 어디까지나 국문학자가 그 분야의 시각에서 서술한 책이라는 점이다. 고로, 문헌에 정리된 신화의 내용을 통해서 역사를 복원하고 고고학적 성과와 함께 지명 비정, 연대 편년 등을 시도하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이 책의 내용은 이런 후속 작업이 이뤄지기 전에 문헌에 정리된 신화를 기본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끔 도움을 준다는 점이다. 바로 그 점이, 주인장이 앞서 이 책을 두고 부여, 고구려 건국신화를 공부하는데 있어 텍스트처럼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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