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화의 연구
서대석 지음 / 집문당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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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국신화 연구에 있어 선구적인 연구를 해온 서대석의 연구서적이다.
한국의 신화는 건국신화와 무속신화로 나눠질 수 있으며 그 중에서 문헌으로 전해지는 건국신화의 경우는 문헌사학이나 고고학의 측면에서 상당히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무속신화의 경우는 제전을 통해서, 그 제전을 주관하는 무속인의 입에서 전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같은 신화라 하더라도 지역마다, 또 무속인마다 틀릴 수가 있으며 시대가 흐를수록 원본이 변형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고로 채록하기도 쉬운 일이 아닐 뿐더러, 그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솔직히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주인장 역시 이런 신화에 대해서 나름대로 공부를 해 왔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문헌에 기록된 신화에 한정되어 있었다. 각국 건국신화를 비롯한 신화가 아닌 거의 설화에 가까운 내용들을 살펴보는 것이 전부였었는데 이번 학기에 '한국신화의 세계'라는 수업을 들으면서 텍스트북으로 지정된 몇권의 책을 구입해서 보기 시작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서대석의『한국 신화의 연구』인 셈이다. 이 책은 일단, 제목 그대로 한국의 신화 그 자체를 수록하기보다는 그런 신화들을 저자가 연구한 연구서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화 원본을 미리 보지 않고 이 책을 본다면 아마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일단 책은 한국신화의 연구사를 정리하고, 자료실상과 연구관점 등에서 먼저 소개한 다음 건국신화와 무속신화를 각각 나눠서 연구 성과를 싣고 있다. 그리고 한국신화에 나타난 북이라든가 천신과 수신의 상관관계 등 한국 신화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특징들을 언급한 다음에, 마지막에는 한국신화와 주변 민족, 즉 만족이나 일본의 신화 등과 비교해놓은 장이 있어서 한국 신화를 체계적으로, 그리고 포괄적으로 이해하는데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다만, 건국신화를 소개한 부분에 있어서는 저자의 연구 성과가 크게 독창적인 흔적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미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기존 역사학계나 고고학계에서 관련 연구성과가 많이 나와있는만큼, 철저하게 문헌을 고증하지 않고 신화의 구조적인 성격 파악 위주로 이뤄진 신화 연구다보니까 이 부분에서는 기존 학계의 견해와 큰 차이도 없거니와, 그 전문성에서도 크게 주목될만한 것들이 없다고 생각한다. 기실 책을 보면 알겠지만 이 부분의 연구성과는 대부분 기존 역사학계의 견해를 많이 차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연구성과들을 자주 접해본 사람이라면 더욱 식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뒷부분의 무속신화의 경우는 확실히 주목해서 볼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나라에는 왜 창세신화가 없느냐는 말을 많이 한다. 즉,『성경』에 나오는 천지창조에 해당하는 부분이 우리나라에서는 찾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인장 역시 우리나라에 창세신화가 있다는 말은 잘 들어보지 못 했다. 그나마『부도지』에서 마고할미와 연관된 우리가 잘 모르는 신화가 전해지고 있다는 사실 정도만 인식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창세시조신화 혹은 천지개벽신화라고 불리는 서사무가에 대한 연구도 포함되어 있다.

가장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창세가와 천지왕본풀이, 셍굿, 삼태자풀이, 시루말, 당고마기 노래, 당금아기, 순산축원, 초감제 등 생각보다 많은 서사무가가 전해지고 있는데 그 내용 또한 창세신화로서의 기능을 다 하고 있어 더욱 주목할만 하다. 이런 창세신화의 특징을 꼽자면 제주도를 비롯한 동해안, 경기도, 함경도, 평안도 등 전국적인 분포를 보인다는 점인데 특히나 본토와 이질적인 문화양상을 보이고 있는 제주도에서 이런 신화가 가장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특히나 우리나라 무속신화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지만 전국에서 제주도에 가장 이런 우리나라 고유의 신화가 많이 남아있어서 차후 제주도에서의 신화 연구가 더욱더 활발해지기를 바라는 바이다.

우리나라 신화의 또 하나의 특징은 농경에 대한 언급이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는 점과 여성성이 지극히 강조된다는 점이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나타나는 요소이겠으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굉장히 심한 가부장적 사회구조를 겪었던 경험이 있었던터라 이러한 신화체계가 전해진 것이 더욱더 신기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이렇듯 우리나라 신화를 차근차근 읽어보면 이전에 몰랐던 부분을 아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고유의 사상체계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이 바뀔 것으로 보이는데 그럴때 이 책을 봐두면 그런 신화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저자의 연구서적이기 때문에 글자도 많고 책도 두껍고, 가격 역시 비싼 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신화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우리나라 신화 유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신화에 대해서 알고자 한다면 기본적으로 읽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아마 이 책을 읽고나면 우리나라 신화가 굉장히 흥미진진하다고 느낄 것이며 그리스-로마 신화만큼의 재미를 느낄 것이라고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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