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고고학
정한덕 지음 / 학연문화사 / 200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의 고고학. 제목을 일단 보면 얼마나 딱딱하고 재미없는 책일지 기대가 간다.
주인장 역시 고고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고구려를 중심으로 한 역사고고학을 전공하는 입장이다 보니 일본이나 중국 고고학까지 공부할 여력을 내지 못했던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오셔서 부산대에서 백제사를 전공하고 계시는 야마모토 타카후미 선생님이라는 분이 이번 학기에 '동아시아 고고학'이라는 이름의 수업을 개설해서 그 수업을 듣다보니 자연스레 이 책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 말고는 우리나라에서 일본의 고고학에 대해 쓴 책이 없다는 사실도 자연스레 알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 고고학이 어디에서 전해졌는지는 흔히들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오늘날 배우고 있는 근대 학문들은 대부분 서양에서 직접 받아들인 것보다는 일본을 거쳐 들어온 것이 대부분인데 그 중에서도 역사학과 고고학이라는 학문은 정치, 역사, 사회, 문화적인 면에서 일본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역사학과 달리 고고학은 자연과학이나 계통학 등 기타 학문과 연계되어 발전되었기 때문에 역사학과 또 다른 길을 걸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고고학계의 발전도를 가늠해보자면 솔직히 말해서 아직도 유아기 수준이며 그러다보니 학문적 발전을 위해서 계속 다른 나라의 학문적 영향을 받게 되는게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곳이 바로 일본의 고고학계라고 할 수 있다.

흔히 고고학적인 시기구분을 나눌때 석기-청동기-철기시대로 구분하는 것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지역적, 문화적인 구분을 하지 않은 일부 특수한 경우를 보편화시킨 것이기 때문에 문제점이 많고 실제 요즘에는 그런 시기 구분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이 늘었다. 하지만 일본과 한국의 경우는 아직도 이런 시기 구분을 하고 있으며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적합한 시기구분법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여러가지 상황을 종합해봤을때 한국과 일본 고고학계의 연관성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또 일본 고고학계가 대중성, 전문성 등에 있어서 한국의 경우보다 앞서는 점이 있기 때문에 고고학을 공부하는데 있어서 일본 고고학을 공부하는 것 또한 대단히 중요하고 큰 의이가 있다 하겠다.

하지만 주인장은 지금까지 일본 고고학에 대해서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며 이번 학기에 동아시아 고고학이라는 수업을 들으면서 중국이나 일본, 한국 고고학에 대해서 공부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이 책을 읽은 것이었기 때문에 아직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한다. 더군다나 일본의 고고학 중에서 그나마 주인장이 이전부터 관심을 갖고 본 부분이라면 고분시대에 등장하는 거대한 전방후원분 정도였는데 그것마저도 모르고 있던 부분이 너무나 많았다는 생각에 공부는 정말로 끝이 없구나~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책에는 일본의 고고학을 시기적으로 구분하고, 개략적인 내용을 소개하면서도 동시에 전문적인 학계의 의견까지 세세하게 정리해놓고 있었다. 물론 이 책 말고는 한국에서 일본 고고학을 소개한 개설서가 없기 때문에 이 책이 그만큼 대단하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번에 동아시아 고고학이라는 수업을 들으며 이것저것 공부를 해봤는데 역시 이 책에 들어있는 내용만으로도 상당한 수준의 정보들을 얻을 수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거기다가 우리가 흔하게 접할 수 없는 각종 유구, 유물들에 대한 사진과 도판 자료들이 330페이지 중 1/5 정도에 달할만큼 많은 양이 실려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설명만 주욱 나열된 학술서적보다는 훨씬 입체감있게 공부할 수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주인장같은 경우는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한번 보여주고 지나갔던 PPT 자료를 책에서 다시 확인하면서 공부할 수 있었던 부분이 좋았던 것 같다.

물론 이 책이 3년전에 출간되었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들었던 최신 정보나 학설 등이 소개되지 않은 부분도 있긴 했다. 특히나 역사학과 달리 고고학은 발굴 1건을 통해서 기존의 학설이 뒤집어질수도 있는데, 더더구나 개발이 계속 진행되어 구제발굴이 외국에 비해 극히 많은 한국이나 일본 같은 경우는 고고학이 짧은 기간에 많은 발전을 이루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고 김원룡 선생님의 어떤 서적이 90년대부터 여러판쇄를 거듭하며 대학 교재로 활용되었던 점을 상기해본다면 이 책을 통해서 일본 고고학을 공부하는데 있어 큰 문제는 없다는 것이 주인장의 생각이다.

아직, 한국에서 고고학이라는 학문은 일반인들에게 대중성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역사학이라는 것보다 더 이질감있게 다가서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고고학이 갖고 있는 의미는 문헌사학이 갖고 있는 의미나 가치보다 결코 모자라지 않고 오히려 더했으며 더할 것이라고 주인장은 생각하고 있다. 그런만큼 한국의 고고학이 더욱더 학문적 발전을 이뤘으면 하는 바램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 고고학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과 일본의 고고학자들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더 학문적인 교류를 많이 하고 있고, 주목할만한 학문적 결과 역시 많이 얻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주인장 역시 대학원에 들어가기 전에 일본어 공부를 어떻게 할까 고민 중이기도 하다.

아직 한국 고고학에도 관심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일본의 고고학까지 관심갖기란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고고학에 뜻이 있거나, 아니면 일본의 역사나 문화를 공부하기 위해서 무엇인가 도움이 될만한 책을 고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정말로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며 적극 추천하고자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