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사실과 허구를 말하다
뤄지푸 지음, 양성희.이지은 옮김 / 아리샘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이건 뭐 1년에 책 1권 서평 쓰기를 힘드니...보아하니 작년에 책 1권 서평 쓴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그동안 필자가 많이 게으르긴 했나보다. 오늘 간단하게 소개할 책은『삼국지』에 대한 교양서 1권이다(독서에 흥미를 돋구는 에피타이저 같은 소재로는 역시 삼국지 만한게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책을 읽은 소감을 전율, 감동, 매력이라는 세 마디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듯한 군사, 정치, 문화적 증거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이 책은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보다 깊이 있고 흥미로우며, 격조 있게 과거 영웅들의 숨 가쁜 이야기를 담고 있다.

 

- 린중빈(林中斌) 타이완 전 국방부 차관

 

먼저 책 뒷면을 보면 타이완 전 국방부 차관은 이렇게 극찬을 하고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 정도의 찬사를 받을 책은 아니다. 하지만, 왜 저런 찬사를 받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기도 한다.

 

책 표지를 펼치면 먼저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자인 뤄지푸 말고도 그림을 그린 로버트 잉펜, 만화를 그린 종멍순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일러스트화가야 그렇다 쳐도 왜 만화가가 이 책을 집필하는데 참여한거지? 라는 의문이 들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고 책장을 넘겼다. 그리고 목차부터 살펴봤다. 목차는 크게 '프롤르그 - PART 1 삼국지 현장산책 - PART 2 사실과 허구 - PART 3 삼십육계 - PART 4 용병과 계략'으로 이뤄져 있다.

 

맨 앞에서는 먼저『삼국지』에 대해 말하기 전에 삼국시대 야전 진영, 성지 공방전, 수전의 포진 등등 당시 군사문화와 관련된 내용들이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다. 3세기 무렵 중국의 병종과 포진, 포진에서 피해야 할 지형, 공성전과 공성용 무기, 삼국시대 전함과 수전의 포진 방식 등등이 올컬러 일러스트와 함께 친절하게 실려 있다. 개인적으로는 제갈량이 고안했다고 알려져 있는 '팔진도'를 일러스트로 그려서 표현한 것이 참신했었다. 기본적으로 삼국시대가 전쟁이 많았던 전란의 시대라는 점에 착안하여, 실제 역사서든, 소설이든 그 안에 많이 나오는 군사 분야 내용들을 정리한 셈인데 전공자에게는 다소 밋밋할 수도 있겠지만, 초보자들에게는 아주 유용한 사전 정보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왜 전한시대가 아닌 후한시대가 종영을 고하면서 삼국시대가 도래했는지에 대한 시대적 차이점에 대해서도 언급해 줬으면 더 좋았을껄~이라는 가벼운 생각도 해봤다.

 

그 뒤에는 보다 상세하게 삼국시대의 배경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삼국시대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한대 문관과 무관제도, 구품중정제, 봉록과 인수, 삼국시대의 군제와 무장, 선박과 함대, 우역제도와 봉화, 전쟁 시의 보급창고 등등 다소 대중없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후한-삼국시대를 다룬 다른 책들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한대 관제와 군제, 삼국시대때 쓰였던 무기류 등을 설명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우역제도와 봉화', '전쟁 시의 보급 창고', '산과 계곡을 넘어가는 잔도', '장판교는 어떤 모형이었을까?' 등 세밀한 부분까지 짚고 넘어간 점이 좋았다. 봉화제도에 대해서는 '거연한간'을 토대로 일러스트와 자세한 설명을 곁들였으며, 군대에서 쓰인 곳간에 대한 설명을 곁들임으로써 오소 전투(관도대전의 승패를 가른 전투)에 대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잔도는 여러가지 형태와 축조상의 장단점을 들어가며 이야기하고, 장비가 조조군을 막으면서 유명해진 장판교는 사실 아치형태 다리였다는 사실(재료가 나무인지, 벽돌인지, 돌인지는 잘 모르지만)도 전하고 있다.

 

전체 1/3이 넘는 분량을 삼국시대의 주변 환경(?)에 대해서 서술한 저자는 비로소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삼국지』와『삼국지연의』를 비교하면서(주로 正史를 기반으로 하였지만) 사실과 허구에 대해 논하기 시작했다. 이 부분은 다른 책에서도 많이 언급된 바 있었고, 인터넷 상에서도 여러번 논의된 내용들이었는데 관련 내용들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흥미를 느끼면서 읽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내용은 병법 36계를 제시하고,『삼국지』내에서 그와 관련된 일화를 하나씩 소개하는 것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의미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앞에 만화가가 왜 필요할까? 하는 의문이 여기에서 해결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해당 파트에서는 일러스트 뿐만 아니라 10여컷 내외의 만화를 통해서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을 이해하기 쉽게 소개하고 있었다. 병법 36계 관련해서는 중국사 속의 다양한 사실들을 비교하면서 서술한 책들이 많지만,『삼국지』속의 이야기만 골라서 언급한 경우는 많이 보지 못 했기에 상당히 참신한 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은 만화를 삽입한 이유는 전체적인 내용 중 그림으로 소개하면 더 잘 이해할 수 있거나, 글보다 그림이 이해가 더 쉬운 경우, 시각적인 효과가 두드러지는 장면 등이 있었기 때문일텐데 만화를 보고 그런 점들을 느끼기 쉽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조금 나쁘게 말하면 만화가 오히려 蛇足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은 '용병과 계략'이라는 이름으로 꾸며져 있지만, 그 내용을 하나씩 살펴보면 그닥 와닿지 않았다. 무슨 기준으로 이 장 속의 개별 에피소드들을 묶었는지 알기도 어려웠을 뿐더러 전체적인 목차 순서상 어색하기까지 했다. 차라리 파트 2 뒤에 바로 이어져 병법 36계를 설명하기 전에 나열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으며, 파트 1과 내용이 연결되는 것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전체적인 내용과 파트의 제목 또한 어울리지 않았다. 그 뒤에 에필로그없이 바로 책이 끝나버렸기 때문에 뭔가 '어? 어? 이거 뭐지?' 하면서 책을 읽다가 '어?! 뒤에 내용이 더 없네?' 하면서 바로 끝나버린 듯한 좀 허무한 느낌까지 들었다. 이상 전체적인 책에 대한 총평을 남기고 글을 마무리하겠다.

 

분명 이 책은 기존『삼국지』관련 서적과 다른 장점을 많이 지닌 책이었다.

 

1.『삼국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제반사항들을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2. 일러스트와 만화, 삽화 등 시각장치를 많이 준비하여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3. 병법 36계와 연결시켜『삼국지』속의 전략전술을 이해하기 쉽게 했다.

 

하지만 그와 달리 단점도 눈에 띄어 이 책의 장점을 깎아내려 안타까운 점도 많았다.

 

1. 전체적인 목차와 구성, 편집 등에 있어서 부족함이 보인다.

2. 내용 전개에 일관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으며, 전문성과 흥미 사이의 균형감각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데 부담이 없고 의미있는 책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물론 린중빈 타이완 전 국방부 차관이 감탄할 정도의 책은 아니었지만 말이다(하물며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랑 비교할 정도는 더더욱 아니고). 필자도 오랜만에 답사를 가면서 비행기 안에서 가볍게 읽을만한 책이 없나~하고 골랐던 책인데 짧은 시간을 투자해 이 정도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적인 책의 평점은 별 7점을 주면서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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