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의 그 많던 수레는 다 어디로 갔을까 - 고구려인들의 삶의 원형을 찾아서
김용만 지음 / 바다출판사 / 1999년 11월
평점 :
품절


오늘은 또 하나의 김용만 선생님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을텐데 제목이 상당히 길어서 솔직히 주인장도 가끔 헤깔리는 책이다. 제목만 보면 누구나 뜬금없이 왠 수레? 이럴 반응이 나올법한데 책을 읽다보면 왜 타이틀에 '수레'를 내걸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주인장이 얼마전에 문명사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생각했던 것이 수레에서부터 자동차까지 인류가 사용한 교통수단이 문명사를 설명하는 가장 대표적인 매개체가 되지 않을까 했었다. 왜냐하면 특정 지역에서만 모여살던 인류가 지구 곳곳으로 퍼져나간 계기가 바로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인장은 이 책의 제목을 상당히 마음에 들어한다. 교통수단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곧 문명사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이며, 그것은 아울러 생활사에 대해 말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니나다를까, 이 책은 앞서 저자가 '고구려의 발견'에서 언급했던 생활사 부분, 노태돈 선생님이 '고구려사 연구'에서 미처 언급하지 못했던 생활사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룬 책이다. 아시다시피 가격도 저렴하고 분량도 많지 않아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대중서라고 생각한다. 미리 말하지만 주인장은 이 책을 상당히 오래전에, 아마도 고구려의 발견을 사고 얼마 안 있어 샀던 것 같다. 그런데 아는 분에게 이 책을 추천해드리고 빌려드렸다가 전역할때까지 3년이 흘렀건만 결국은 받지를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샀는데 '예스24'에서는 물량이 없어서 '알라딘'에서 샀다. 얼마전에 선생님을 만나 여쭤봤는데 이보다 더 새로운 업그레이드판이 나올꺼라고 하시면서 일부러 재고물량 이외에는 새로 책을 찍어내지 않게 됐다고 하셨다.

아무튼, 주인장은 오늘 이 책에 대해서 간단하게 서평을 쓰고자 한다. 우선 이 책은 주인장이 갖고 있는 여러 역사책 중에서 유일하게 주인장 여자친구에게 권해서 읽게끔 한 책이다. 평소 주인장이 보는 역사책들이 딱딱하고 재미없다고 하면서 쳐다보지도 않던 여자친구였는데 이 책만은 정말 봐도 후회하지 않을 꺼라고 해서 읽게 했는데 반응은 물론 A+였다. 지금은 주인장 여자친구도 선생님의 열렬한 팬이 되어버렸다.

책의 구성은 전체적으로 국초에 집중되어 거론되는 복잡한 정치사나, 전쟁사에 대한 부분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문헌이나 여러 사료에 나타나있는 세세한 부분들을 놓치지 않고 생활사 부분을 언급하고 있다. 예를 들면, 고구려인의 장례문화, 놀이문화, 교통수단, 사회풍조, 국민 스포츠, 일반인의 생활모습 등에 대해서 짚고 넘어갔다는 사실이다. 물론 책을 보고나면 '이런 것쯤이야 뭐, 고구려인이라고 뭐 달랐나?'하면서 별거 아니라는듯이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학술적인 뒷받침 아래 고구려인의 생활 모습을 이 책에 담고 있다는 사실이다. 단순한 상상이나 추정에 의한 언급은 '소설'이 되지만 역사적 근거가 담겨지게 되면 그건 소설이 아닌 '역사'가 되는 것이다.

주인장이 이 책을 보면서 주목해서 본 부분은 딱 두가지다.

첫째는 고구려가 수레를 이용했기에 부국강병을 이룩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조선의 예를 들면서 고구려와 조선의 차이를 극명하게 언급하고 있다. 이 부분을 보면서 그동안 교통수단 하면 흔히들 '가마'를 떠올리던 주인장의 생각이 굉장히 큰 오류를 범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도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조선시대때 가마를 많이 썼을 뿐이지, 그 이전에도 가마를 타고 다녔던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선생님의 논문 '고구려 수레(車)연구-고분벽화를 중심으로'를 보면 당대 고구려인들의 화려하고 수준높은 교통문화를 알 수가 있다. 물론 '삼국사기' 등의 문헌기록만 보더라도 삼국시대 우리 선조들이 비효율적인 가마를 타고 다니지 않았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수레는 오늘날로 말하면 자동차다. 오늘날 일국의 국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경제력이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으며 그 경제력을 가늠할때는 발달된, 높은 수준의 산업 구조를 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봤을때 고구려는 자동차산업과 그에 따른 다양한 기간산업이 고도로 발달한 사회라고 볼수 밖에 없다. 흔히 고구려가 북방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말을 타고 다녔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여자들이 언제나 말만 타고 다닐 수는 없었을 것이다. 실제 벽화를 보면 남녀가 사용하는 수레의 차이가 있었으며 여자들은 수레를 타고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하고 그들 스스로의 문화를 즐겼음을 알수가 있다. 여자가 자동차를 끌고 밖에 나가면 아직까지도 '집에서 밥이나 하지~왜 운전도 못 하면서 나오냐'는 말이 가끔씩 나오는 세상이다. 그런데 이미 고구려에서는 수레가 보편화된 사회였다. 이런데도 그 누가 문명은 시간이 지날수록 발전되는 것이라 할수 있겠는가.

그 다음은 고구려에도 스타가 있다는 표현이었다. 스타(Star)라. 맞는 말이다. 활 잘 쏘고 강인한 체력과 뛰어난 상무정신을 지닌 인물이 고구려에서는 영웅, 요즘말로 치면 스타였던 것이다. 주인장이 늘 말하지만 주인장은 역사를 공부하는데 있어 두가지 방법을 즐겨 사용한다. 첫째는 요즘이나 옛날이나 다를바가 없기에 요즘 시대 일어나는 일은 과거에도 똑같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과, 두번째는 단지 시대적인 양태만 바뀌었기 때문에 이 부분만 바꿔주면 역사를 고증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주인장의 생각과 꼭 맞는 부분을 발견했으니 바로 이 부분인 것이다.

실제 고구려의 시조는 '광개토호태왕릉비'에도 나와있듯이 흔히 알고 있듯이 주몽이 아니라 추모가 맞다.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추모왕이라는 명칭보다는 동명성왕 주몽이라는 명칭이 더 자연스럽게 와닿는 것이 사실이다. 대체 이 주몽이라는 것이 뭐길래 이렇단 말인가. 주몽은 부여의 속어로서 '활 잘 쏘는 명사수'를 호칭한다고 한다. 요즘 쓰는 '탑건'이나 '탑 헬리건'이라는 말과 똑같은 명칭인 셈이다. 그리고 고구려의 역대 태왕들은 누구나 주몽이라 부를 정도의 활솜씨를 갖고 있었으니 고구려의 시조를 두고 주몽이라고 불렀던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 할 것이다. 이는 그만큼 고구려 태왕에 대한 특징을 알려주는 것과 동시에, 다른 나라 임금들과는 차별성을 두는 호칭일 것이다. 그 주몽이라는 명칭에서 스타라는 대중성까지 끌어내어 표현한 부분이 주인장은 정말 신선했다.

그렇다고 이 책에 이 두가지 내용만 괜찮고 나머지는 별볼일 없다는 것은 아니다. 고구려인의 모습부터 여러 복식, 화장 문화, 음식 문화, 사상적 체계 등등 고구려인에 대한 자질구레한(?) 부분들은 이 책에 모두 담겨있다고 해도 결코 거짓이 아닐 것이다. 특히나 선생님께서도 만족해하시는 부분이고 주인장 역시 재미있게 봤던 부분이 있는데 그건 5장도 채되지 않는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던 '역사다큐-사수촌 여인의 인생 역경'이라는 챕터였다. 미천태왕 을불의 어릴적 여정은 '삼국사기'에 잘 나와있으니 새삼 재론할 필요는 없겠지만 저자는 을불을 고생시킨 사수촌 여관 주인을 주인공으로 하여 당시 고구려 평민 여성의 삶을 그려냈던 것이다. 그때까지 나온 고구려 관련 서적에서 찾아볼 수 없던 시도였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주인장이 뭐 이렇게 떠들었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책 내용은 어렵지 않고 또 읽기에 부담될 정도로 많지도 않다. 하지만 역사소설처럼 허황된 내용을 담고 있지도 않기에 '고구려의 발견'을 읽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혹시 전호태 선생님의 고분벽화 관련 서적을 본 독자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 더 재미있게 이 책을 즐길수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는 어려운 것이 아니고 또 달달 외우는 것이 아니다. 주인장은 그 말을 가장 잘 실천한 고구려 서적을 꼽으라면 언제나 주저없이 이 책을 꼽는다는 사실을 밝히며 이만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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