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보는 한국사 - 세계전쟁사 001
김성남 지음, 노경민 그림 / 수막새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우선 성남이형의 책이 나온 것에 진심으로 축하의 말을 전하며 그간 형의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생각하니 주인장이 직접 책을 쓴것마냥 기쁘다. 그동안 전쟁사, 군사학에 있어 주인장에게 많은 조언을 해주고 새로운 시각을 넓혀줬었던 형의 책은 애초 기대만큼이나 주인장에게 많은 것을 안겨준 책이었다.

일단, 전쟁이라고 하는 분야를 역사의 한 종속물, 다른 학문의 하위개념으로 보지 않고 독자적인 개념으로 이해해 서술한 부분이 와 닿았다. 몽고메리가 쓴 '전쟁의 역사'라는 책에서도 그는 비슷한 생각을 내비쳤는데 거기서 그는 전쟁이라는 부분을 살아있는 유기체들의 집합체, 생동하는 존재로 언급했었다. 똑같은 하나의 전쟁이 지휘관의 입장과 부하의 입장에서 봤을때 각각 다르다는 것과 전쟁이라는 것을 다양한 시각에서 보려고 했었다. 다음의 그의 생각에서 우리는 그가 전쟁이라는 대상에 대한 막연한 기존 관념에 일침을 가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 전쟁은 왜 일어나는가? 더러는 전쟁이 문명의 소산이라고 말할 테고, 더러는 전쟁이 인간의 타고난 본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즉 합의를 도출할 다른 방법이 없을 때 항상 중재자 역할을 한 것은 다름 아닌 전쟁이었다는 것이다. 전쟁이 내린 판결은 정의보다 힘에 기초한 것이었다 --

이처럼 '전쟁으로 보는 한국사'에서도 역시 전쟁이라는 개념에 대해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우쳐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에 대비하라'는 로마 격언으로 시작한 책은 '당신은 전쟁에 관심이 없을지 몰라도 전쟁은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라는 트로츠키의 말로 끝맺는다. 전쟁이라고 하는 부분이 인류 문명사에 있어 차지하는 비중이 지대했으며 결코 다른 학문의 종속물이나 하위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이 책에서 특히 돋보이는 것이 몇가지가 있는데,

우선, 시대별로 역사를 구성하지 않고 몇몇 테마별로 단락을 나눈 것이 눈에 띄었고 마치 역사스페셜의 3D를 보는듯한 자세하고 신선한 전장 지도가 인상깊었다. 아울러 기존에 알고 있던 몇몇 전투에 대해 새로운 해석, 합리적인 해석을 도출해내는 점이 돋보였다.

이 3가지 특징만으로도 이 책이 가지는 의의는 대단히 크다고 생각한다. 기존에도 몇몇 장수와 정복군주에 대한 전략전술을 소개하는 책이나 고구려나 백제의 정복 과정을 국력의 변화, 국제적인 질서와 연계해 총체적으로 언급한 논문이나 책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개개의 전투를 중심이 갖는 의미를 되살리고 그 전투가 당시 미쳤던 파급효과에 대해서 언급했던 책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군사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학문과 접목한 전쟁사가 우리에게 밀접하게 다가설 수 있는 이유가 이런데 있지 않나 싶다. 독자들이 그동안 느끼고 있던 갈증감을 해소해줬다고나 할까?

주인장이 특히 주의깊게 봤던 부분은 황산벌 전투, 천문령 전투, 탄금대 전투, 성양 전투 부분이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황산벌 전투는 이전에 주인장도 글을 몇번 쓸만큼 관심이 높았던 부분이었다. 결사대라는 단어에 주목해 계백이 이끌었던 부대가 죽음을 불사한 자살부대가 아니라 계백의 사병적 성격을 지닌 정예병이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주인장에게 당시 황산벌에서 계백이 이끈 5천군이 전부가 아니었을 것이라는 해석은 참신한 것이었다. 전투의 규모가 달라지면서 당시 나당 연합군의 백제 원정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으며 백제 멸망에 대한 이해도 달리할 수 있었다. 당시 백제는 국경을 돌파한 신라군에게 제대로 된 병력도 내보내지 못할 정도로 국력이 허약한 나라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발해 건국의 기반이 된 천문령 전투는 기존에 단편적인 사료들을 통해서 당군에게 쫓겨가던 여러 유민들이 천문령 골짜기에서 매복과 기습으로 적을 무찔렀다,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다양하고 자세한 전장 지도와 함께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어 주인장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정착군대의 힘과 유목세력의 용병적 군대의 차이점에 대해서 일정한 개념을 잡을 수 있었고 천문령 전투가 전쟁사적 관점에서 바라봤을때 어느 정도로 중요하고 대단한 전투였는지에 대해서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로 인해 발해가 건국하고 동북방에 또 하나의 통일된 집단이 형성되는 것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당의 입장에서 봤을때 천문령 전투가 얼마나 뼈아픈 패배였겠는가 싶기도 하다.

탄금대 전투는 주인장이 1차 조일전쟁에서 가장 미스테리로 여겨졌던 부분이었다. 주인장의 선조이기도 한 신립 장군이 당시 야인들과 오랜 세월 겨뤘던 당대 명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천하의 요새를 버리고 왜 하필 탄금대로 갔을까에 대한 오해를 풀게 해주었다. 강병이 아니기에 배수진을 치고 싸울수 밖에 없었다는 기록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적의 전력을 무시한채 북방 야인들을 상대하듯 기병을 앞세우고 강제징집된 병력들의 전의를 불러일으키려고 배수진을 쳤다가 대패했다고 알고 있었는데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성양 전투 부분은 남아있는 사료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이렇게 새롭게 재현해냈다는 것이 우선 대단하다고 여겨지고 당대 백제의 군사력이 어느 정도였으며 성양 전투로 인해 동아시아에 어떤 국제 질서가 성립되었는지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백제군이 적을 유인해 안심시키고 전략적 후퇴를 하였다가 다시 들이쳐 적을 대파했다는 대목은 전혀 생각치 못 했던 것이라 더 새로웠던 것 같다. 백제의 대륙진출에 대해서는 앞으로 이런 식으로 다양하고 새로운 내용들이 자꾸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조선의 숭문천무 사상을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다가오는 냉정한 국제 사회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를 반문한다. 보다 많은 전투에 대해서 실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이 있지만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전투에 대해서도 잘 몰랐었기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전쟁이라고 하는 주제를 갖고, 전쟁사와 군사학이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본 한국사가 주인장에게 새롭게 다가온 계기를 마련해준 책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밝히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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