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 구하기
조나단 B. 와이트 지음, 안진환 옮김 / 생각의나무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우선, 이 책은 신문에서 처음 접했다. 신간 도서를 매주 정리하는데 그때 봤던 책이었다. 그 뒤에 군대 선임병 한명이 구입해 보던 것을 빌려봤는데 책을 빌려주며 하는 말이 '재미가 별로 없다. 그래도 볼래?' 였었다. 중간에 내용 전개가 억지스러운 면이 많고, 억지로 짜맞춘듯한 내용 때문에 별로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글쎄, 주인장은 일단 직접 보지 않았으니깐, 하면서 책을 펼쳤다. 이유는 애덤 스미스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이 소설을 통해서 뭔가 새롭다고 할만한 지식을 얻어보기 위해서였다. 또한 경제 소설이라고 할만한 것도 처음이었고, 그게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애덤 스미스에 대한 것이어서 더욱 그랬다.

책을 보면 볼수록 주인장이 느꼈던 것은 뭐가 그렇게 대단하길래 세간에서 이 책에 대해서 떠드는걸까? 하는 것이었다. 신문에서 이 책에 대해 말하길, 애덤 스미스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책이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장은 그게 과연 무엇일까 궁금했다. 그리고 첫장을 열면서부터 이 책은 주인장에게 흥미롭게 다가왔다. 경제 소설이라는 것이 과연 어떤 구성으로 이뤄진 것일까? 하는 주인장의 의문점에 대해서 이 책은 신선하게 다가온 것이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애덤 스미스, 즉 18세기에 살았던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대학자의 혼(魂)이 21세기로 넘어와 어떤 차량 정비사의 몸에 빙의된다는 설정에서 시작된다. 물론 왜 하필, 경제학과 전혀 상관없는 차량 정비사의 몸에 빙의되었을까 하는 점, 대체 자신이 현재로 넘어와 자신의 업적을 현대인이 잘못 이해하는데서 오는 문제점들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뭘 얻으려고 하는 것일까 하는 점, 자신의 과거 친구들 - 루소, 볼테르, 흉 등 당대의 지식인들 - 이 다 현대인에게 빙의되어 한자리에 모여 포커를 치고 예전처럼 정기적인 만남을 갖는다는 점 등이 물론 내용 전개상에서 어설픈 점은 있다.

애덤 스미스의 혼이 해럴드라고 불리는 사람에게 들어가 있는 동안 해럴드는 심각한 체력 소모를 겪으면서 힘들어한다. 하지만 후에는 아예 애덤 스미스가 해럴드의 몸을 완전히 지배해 마치 자신의 몸인 마냥 행동하며 그의 친구들 역시 마찬가지로 행동하는 것이었다. 소재는 참신할지 몰라도 내용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미흡한 면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내용 전개의 미흡한 부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들은 충분히 그런 약점을 보완할만큼 흥미롭고, 또 재미있다. 더구나 음모를 꾸미고 있는 한 단체에서 이 해럴드 몸 속에 있는 애덤 스미스를 노리고 있다는 설정 또한 흥미로웠다. 즉, 이 책은 단순한 경제 소설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모험 소설의 요소도 적절하게 갖추고 있는 셈이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이 책은 여러 약점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재미가 있었다.

일단, '국부론(An Inquiry into the natu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으로 너무나 유명한 애덤 스미스의 책 중에 '도덕감정론(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이라는 책이 또 있다는 사실 자체가 주인장에게는 충분히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경제 활동,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철저한 자유 시장 경제 체제를 주장하고 국가의 간섭을 최소화하라는 너무나 유명한 얘기를 했던 그가, 실상은 그보다 덕과 양심이라는 부분에 대해 더 주장하고 중요시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일단은 지금까지 배워왔던 것과 전혀 다른 내용에 사람들은 충분히 신선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리고 책을 읽어가면서 점점 빠져들게 된다.

이 책을 쓴 저자 조나단 B. 와이트(Jonathan B. Wight)는 워싱턴 D.C.에서 태어나 밴더빌트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댄포스(Danforth) 특별연구원을 역임했다. 리치먼드 대학의 로빈스 경영 대학원에서 경제학 및 국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같은 대학에서 우수 교육자상과 우수 봉사가상을 수상했으며 논문 '애덤 스미스에 대한 불충분한 이해는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로 2001년 팍스톤 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던 인물이다. 그는 그의 논문에 이어 이 책을 쓰면서 애덤 스미스 바로보기에 열성을 다 했다. 풍부한 자료들을 인용했으며 실제 소설은 역사에 근접한 상황에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그 사실감에 읽는 사람들은 더욱더 빠져들고 말이다.

특히나 주인공인 경제학자 번스는 애덤 스미스의 혼이 씌인 해럴드와 대화를 하면서 경제학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있게 성찰하기 시작한다. 앞서도 말했지만 오늘날 애덤 스미스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국부론'이다. 그러나 스미스 자신은 사람들에게 잘 읽히지 않는 '도덕감정론'을 최고의 작품으로 꼽고 있다. '도덕감정론'은 인간이 행복과 덕성의 근원을 탐구하는 고전으로서 시장에도 덕성은 존재한다는 기본 전제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는 자신이 주고 난 다음에 주욱 살면서 인간 관계보다 부를 우선으로 치는 세상에 환멸을 느끼곤 했다. 시장의 기본요소인 도덕 구조가 결여된 세상, 철저한 경쟁을 통한 시장 경제 체제를 숭배하는, 오늘날 전세계를 지배하는 절대 자본주의 세상! 즉,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말이다.

그처럼 이 소설은 오늘날의 우리 모습을 놀랍도록 날카롭게 묘사하고 있으며 또한 소설 속 애덤 스미스의 입을 빌려 통렬하게 비난하고 있다. 비판이 아닌, 비난이다. 그가 꿈꿨던 자유 시장 경제 체제는 이런 것들이 아니었다. 지금 그런 것들이 애덤 스미스의 이름으로 이 세상에 무절제하게 퍼져있는 것이다. 애덤 스미스가 만약 이 땅 위에 다시 태어난다면, 전 세계가 자신의 이론을 받들어 자본주의 체제가 이 땅위에 뿌리내린 것을 보고 기뻐하겠는가? 아니면 경악하겠는가? 하는 가장 기본적인 역사적 상상력 위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던, 누구나 당연하다고 여겼던 내용에 대해서 이렇게 반론을 펼쳤기에 소설이 더욱 빛나는 것이라고 주인장은 생각한다.

원래 동양에서의 상업 활동은 단순히 돈을 버는 행위가 아니라 사람 장사로 인식된지 오래였다. 사람 장사라고 해서 사람을 사고파는 그런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돈이 아닌, 사람과 인간 관계를 남기는 장사였다는 소리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쌓이는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한 상도(商道)를 중시하는 것이 바로 동양에서의 상거래의 기본 도리였었다. 그에 반해 애덤 스미스로 대표되는 서구주의 경제학자들은 철저히 원리원칙에 입각해 계산적이고도, 합리적인 사고 방식으로 상업 활동을 전개했었다. 동양에는 없는 서양의 길드나 조합같은 조직의 개념도 알고보면 독점적 상업활동을 위한 이기적인 집단의 발로나 마찬가지다. 즉, 서양의 합리주의와 동양의 덕리주의의 대립인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미국에서는 대학 경제학 수업의 교과서로도 쓰일 정도로 큰 호응을 불러 일으킬지는 몰라도 동양인이나, 한국에서는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쨌든 그런 동-서양의 이질적인 감정적인 면을 떠나서라도 이 책의 내용은 흥미롭다. 왜냐하면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서양 경제사에 대한 기존 개념과는 전혀 다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늘 느끼지만 고정 관념을 깨뜨리는 새롭고도 참신한 생각은 늘 그걸 접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기쁨을 주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분명 이 책을 읽는 이들로 하여금 기쁨을 충분히 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돈과 이득보다 사랑과 애정, 올바른 경영 윤리가 중요시되는 세상, 애덤 스미스가 진정으로 바라는 경제 사회는 바로 이런 것이었을 것이다. 주인장이 경제사나 기타 경제학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상태에서 이 책을 접해씨에 2번을 읽어야만 했었다. 내용을 읽는데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그 내용안에 나오는 경제학자의 의견을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뭐랄까? 주인장에게는 이 책이 어떤 시금석과도 같은 존재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흔히 알고 있는 시장 경제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직접 피부에 와닿게 했다고 할까? 그런 의미에서는 중요하고도 재밌는 책이었다고 볼 수 있다.

주인장이 다는 아니지만, 이 책을 통해서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애덤 스미스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것에 감사한다. 마지막으로 소설 속에 나오는 부분 중 애덤 스미스가 자신의 이념에 대해서 강렬하게 반론을 펼치는 부분을 한번 인용하고 글을 마치려고 한다. 이 부분만 보더라도 애덤 스미스가 오늘날의 자유 시장 경제 체제가 돌아가는 것을 보고 얼마나 통탄할지가 눈에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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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스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그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중요한 듯 힘주어 말했다. 엄습해 오는 피로가 오히려 그의 말에 힘을 실어 주는 것 같았다. "시장을 돌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은 바로 인간 본성이야. 그것이 자비심 및 정의와 균형을 이뤄야만 시민사회가 형성되는 것이고."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행동에 대한 도덕적 잣대가 무시된다면 어떻게 되겠나? 탐욕만이 넘처난다면 사람들이 자유시장이라는 체제를 변함없이 지지할까? 비인간적인 논리와 합리성을. 옳지 못한 결과를 정당화하기 위한 방패막이로 사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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