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1
김진명 지음 / 해냄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미국 정부의 어떤 공무원도 다른 나라 지도자의 암살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
- 특별명령 11905

1976년 美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한번, 1981년 레이건 대통령이 재차 되풀이한 명령이다. 대개의 역사 소설의 추론이 그러하듯 이 책 역시 이 한줄의 명령에서 새로운 역사 재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바로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과 현재까지 내려오는 한-미간의 관계에 대해서 말이다. 10.26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쾌하면서도 빠른 펜터치로 그려내고 있는 이 소설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아류작 정도로 생각하면 부담없이 즐길 수 있지 않나 한다.

자주국방을 외치던 박정희 대통령, 그런 그의 독재를 끝마친 김제규, 그 이후 집권한 전두환-노태우 등의 신군벌 세력, 마침내 문민정부를 외친 김영삼과 김대중까지 지난 수십년전의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격변의 한국史를 이룩했다. 그리고 지금 한반도는 다시금 긴장 속에서 하루하루 역사를 장식 중이다.

내용은 기존의 역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저자는 미국과 당시 한국의 관계를 보다 세밀하게 그려낼 뿐이다. 미국의 사주를 받은 김제규는 박정희를 죽인다. 이후 자주국방과 미사일, 핵에 대한 언급이 대한민국에서 사라지고 강력한 정책 아래 대한민국은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 내용의 골자. 마지막은 희망적인 필체로, 김대중이 미대통령에게 자신의 확고한 의지를 내보이고 해피엔딩(?)으로 결실을 맺지만 어딘지 모르게 주인장이 보는 김진명 소설의 마무리는 늘 빈약하다.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은 내용을 독자가 부담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하려는데서 오는 유일한 오점이라고 해야 할까. 늘 마지막을 허무하게 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 참신한 소재로 고루한 내용을 재구성하는 건 분명 그만의 능력이리라.

주인장을 비롯한 한국 현대사를 조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박정희 통치하 대한민국과 미국에 대해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을 것이다. 이승만 이후 친선적 관계를 맺어온 미국. 한국의 생존과 그 뿌리를 같이한 것이 극동의 미국이었다. 냉전시대 미국과 함께 세계를 두고 다퉜던 구소련의 KGB는 미국 CIA와의 대결에서 패하고 세계를 CIA의 정보망 아래 두는 것을 방치했었다. 청와대 도청사건을 비롯해 그동안 한국이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박정희 시절 대한민국이 독재와 폭압으로 얼룩진 역사를 보낸 것은 사실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월남파병, 눈부신 고속 성장, 활발한 대외 활동, 자주 국방을 노력했던 것만은 사실이다. 혹자는 그를 뛰어난 지도자로, 혹자는 그를 다시없는 독재자로 규정하지만 객관적으로 한번 보자. 그는 분명 한국사에 한획을 그은 인물이다.

주인장은 그 시기 역사에 대해 그다지 잘 아는 편은 아니다. 김제규의 10.26 사건에 대해서도 막연히 미국이 공작을 꾸민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다. 정규, 비정규적으로 박정희 시절 한국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했었다는 건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 되어 버렸다. 이와 관련, 당시 한국은 전투기를 비롯한 각종 무기에 있어서도 미국의 뜻에 맞지 않는 자주국방을 실현시키려고 했었지만 모두 실패했고 이런 현상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 주인장에게 이 책은 비록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었지만 상당히 났曆?있는 역사 재해석의 장을 마련해 준 셈이었다. 그리고 그런 결과에 주인장은 물론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

그(저자)가 이처럼 현대사를 보고 있듯이 주인장도 나름대로의 현대사를 보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새삼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언젠가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무시무시한 영화였다. 주인장은 가끔 되새긴다. 전세계를 상대로 미국이 당찬 도전장을 내민다면? 100%의 승산이 없을 경우 강자는 모험을 하지만 약자는 확률 게임을 한다. 주인장이 보는 나름대로의 인생 철학이다. 전세계 국가가 쏟는 국방비보다 많은 국방비가 한해 미국이라는 帝國을 강력하게 덧칠해 주고 있다. 그리고 그런 미국과 맞설 수 있는 나라는 극히 드물다는 것 또한 주지해야 할 것이다.

왜 늘 역사는 아이러니할까? 일제의 극악무도한 칼날이 명성황후의 몸을 갈기갈기 찢을때 우리는 분노하고 치를 떨었다. 그런데 왜 미제의 사주를 받은 김제규의 총알이 박정희 대통령의 몸을 관통할 는 별말이 없는 것일까? 우리는 잊고 있는 사이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한번 되새겨보자.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또 어떻게 전개되야 옳은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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