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옮겨 다니며 살았나 - 인류의 이민 2만년 사
기 리샤르 지음, 전혜정 옮김 / 에디터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요 근래 책 1권을 읽는데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린 녀석이 하나 있다.
바로 이 책인데, 제목이 상당히 신선해서 구입했는데, 내용은 그에 비해 다소 지루한 면이 많았다.
전체 페이지는 뒤의 참고문헌을 제외한다면 367쪽 667g으로 그렇게 두꺼운 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왜 그렇게 오래 걸렸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책의 내용이 너무 설명식이어서 지루했던 것은 아니었나 싶다. 암튼, 책을 읽었으니 몇자 적어보기로 하겠다. 

이 책은 8명의 프랑스 역사학자들이 집필한 책으로서 인류의 이민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뭐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류가 이민을 지속적으로 했던 이유는 별거 없다. 이상향을 찾아서, 혹은 외부 세력의 침략을 피해서, 아니면 먹고 살기 위해서 등등 누구나 쉽게 생각했던 이유들을 떠올리면 될 것 같다. 이제 이 간단한(?) 결론에 맞춰 세계 각지에서 어떤 이민들이 있었는지를 자세히 풀어쓴 것이 바로 이 책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일단 전체적인 목차 한번 살펴보자. 

제1부 지구 규모의 대이동                            제 2부 이민의 개별형성사

제1장 고대문명                                          제6장 아프리카인들의 이주
제2장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                         제7장 히스패틱 지역의 이주
제3장 유럽의 혼란                                      제8장 라틴아메리카라는 곳
제4장 백인 인구의 폭발                               제9장 북아메리카 이주
제5장 현대 세계                                         제10장 인도의 이주
                                                              제11장 중국의 이주
                                                              제12장 오세아니아의 이주

목차만 간단하게 보면, 제1부는 포괄적인 이민사를 다루고, 제2부에서는 개별적인 이민사를 다루는 것 같이 보인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딱 그렇지만은 않다. 제1부는 오히려 세계사적으로 아주 굵직굵직하고 큰 사건들, 세계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이민사를 나름의 테마별로 정리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거시적인 것만 있지도, 무조건 전세계적인 의미를 다 갖고 있는 것만 있지는 않다. 예를 들어 제1장의 고대문명만 봐도 이스라엘과 페니키아, 성서에 나오는 히브리인들, 이스라엘 사람들의 바빌론 유폐와 강제 이주, 켈트족과 그리스인(책에는 그리스족으로 번역되어 있는데 이건 뭥미?), 로마제국이 나와 이어 지극히 유럽 중심적인 내용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고대문명이라고 하면 지금은 잘 안 쓰지만 그래도 소위 4대 문명에 대해서는 언급이 되어야 정상 아닌가? 그 다음에 2~3장을 보면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과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 유랑하는 유대인, 터키와 몽골의 침입 등 모든 내용이 유럽과 미주대륙(이것도 유럽인의 활동범위를 언급하면서 들어간 것이니, 유럽 중심적인 서술에 포함된다 해도 이상할 것은 딱히 없다) 중심으로 돌아간다. 뭐 4장(백인 인구의 폭발)이나 5장(현대 세계)은 말할 것도 없고.

이처럼 제1부의 제목은 솔직히 번역이 잘못 된건지, 아니면 편집하면서 임의로 고친 건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제1부의 내용을 주욱 보면 우리가 세계사 시간에 흔히 배우는 여러 내용들이 나와 있어 어렵거나 이해가 안 된다거나 하는 부분은 거의 없다. 다만 많은 내용을 함축시켜서 빨리빨리 넘어가려는 듯한 느낌이 나고 있어, 부족한 부분이 군데군데 보였다. 이 책의 기본적인 스타일은 몇년에 뭐했다, 몇년에 뭐했다, 몇년에 뭐했다~식의 서술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인데, 꼭 중간중간마다 표가 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민족과 시기(이동 시기든, 침략 시기든), 그리고 어떤 형태로 이동했는지(침입인지, 건국인지, 이주인지 등), 그리고 타민족과 어떻게 만났는지, 그 규모는 어떠했는지 등을 정리하고 있는데, 정말 이게 교과서같은 느낌이 난다. 그래서 딱히 재미도 없고, 새롭고 참신한 지식을 접한다는 느낌없이 그냥 교과서 읽듯이 주욱 읽게 되었다. 그런데 또 이게 교과서같은 느낌이 나다 보니깐 글 읽다가 잠시 딴 생각을 하면, 다시 앞으로 되돌아가서 읽기도 뭐하고 그냥 스쳐지나가기도 뭐하다는 것이다. 

암튼 그렇게 제2부로 넘어가보자. 

제2부는 각 지역별로 장을 나눠서 서술하고 있는데, 일단 세부적인 지역 구분이 이뤄져서 좋다.

아프리카를 따로 구술하는 것도 좋았고(제6장), 인도(제10장)와 오세아니아(제12장) 등 일반적인 세계사 시간에 세분해서 딱히 배우지 않는 지역에 대해 적지 않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어 그 점이 참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인도인들의 해상활동, 인도로 진출한 이슬람 세력, 그리고 인도에서의 실패를 뒤로 하고 인도네시아까지 진출해 결국 그 지역의 이슬람화를 성공시킨 아랍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진진했다. 

단, 집필자의 주 전공분야와 관련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전체 시대에서 특정 시기에 대한 이야기들이 집중되고 있어, 通史와 같은 개념은 아닌 것 같다. 그나마 제6장의 아프리카인들의 이주 부분에서는 반투족부터 시작해서 인도네시아와 아랍인의 이주, 그 뒤에 이어진 노예무역 얘기와 유럽인의 침입, 남아공에 대한 이야기와 현대 흑인들의 이야기까지 상세하게 각 시대에 대한 내용이 균일하게 들어 있었지만 다른 장에서는 그러지 못한 면이 많았다. 인도의 경우에도 고대 인도의 이주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하다가 갑자기 19세기 영국의 식민지배로 이야기가 넘어가고 있었으며, 중국의 경우에도 송-원-명-청까지 순식간에 이야기가 전개되더니 근-현대 중국인의 이주 문제에 대해서 대부분의 지면을 할애하고 있었다. 오세아니아의 경우는 내용 자체가 거의 없었고...

워낙 구성이나 내용이 설명식이고, 교과서적이다 보니깐 딱히 서평을 더 길게 쓸 꺼리는 없다. 일단, 재미도 딱히 없고, 흥미가 많지도 않고, 구성면에서 지루하기 때문에 별은 3개만 줬다. 하지만 세계사를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세계사 수업의 연장선상에서 읽을만한 책을 찾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학교에 제출할 리포트나 숙제를 작성하기 위해서라면 이 책이 상당히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 안에 내용이 표로 정리되어 있고, 중간중간 지도도 괜찮기 때문이다. 

P.S) 이 출판사에서 나온 책으로『중국여성 잔혹풍속사』,『중국의 차 문화』,『중국의 술 문화』를 갖고 있는데, 이번 책은 너무 재미가 없어서 놀랐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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