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은발의 아기토(銀色のアギト, 2006)
· 장르 - 드라마, SF, 약간 액션과 로맨스?
· 국가 - 일본
· 상영시간 - 95분
· 감독 - 스기야마 케이이치
· 등장인물 - 아기토(카즈치 료 목소리), 토라(미야자키 아오이 목소리) 등
· 평가 - ★★★★☆
· 批評

오랜만에 일본 애니를 봤다. 애니 보고 감상쓰기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은데, 나름 신선해서 글 몇자 적어두고 싶어졌다.

뭐부터 말할까나? 그래~이 애니에 대한 평가부터 한번 간단히 짚고 넘어가자.
인터넷 상에서 검색하면, 여러 평가가 나오는데, 대체로 평가가 中~中上 정도인 것 같다.
몇개의 평가를 보면 짧은 시간 안에 너무 큰 스케일의 내용을 담으려 했다~가 가장 보편적인 평가였던 것 같다. 그리고 필자 역시 애니를 보면서 그렇게 느꼈던 것이 사실이고.

내용을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배경은 뭐 느꼈다시피 먼 미래다. 얼마나 먼 미래인지는 모르지만.
지구가 산업화와 공업화로 인해 오염이 심해지게 되자, 어떤 박사가 지구녹화계획을 추진한다. 그래서 달(지구 밖의 행성이었는데, 아마 달이었던 것 같다)에 연구소를 두고 나무를 이빠이 심어 거기서 연구된 결과물로 지구를 녹화하려고 한다(그러니깐, 단기간에 녹지 조성이 되게끔 하는 성장이 빠른 식물? 을 연구하는 그런 식이었다). 그러다가 연구는 실패해서 달에서 미친듯이 자라난 식물이 지구로 날아와(설정이 웃기긴 한데, 화면상으로는 멋있었다) 지구를 먹어버리고 점령해버린 것이다. 그런데 재밌는 것이 그 나무(생명수 개념을 도입시킨 것 같았다)가 스스로 인식을 하고, 어떤 魔力도 지니고 있었으며, 살아 움직이기도 한다. 암튼 그렇게 지구를 점령한 나무는 물의 공급을 철저히 제한하고 인간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즉, 인간 사회와 자연이 대립각을 세우는 설정인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세상은 '숲-중립도시-라그나'라는 3개의 영역으로 구분되어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야기는 대강 이런 배경 속에서 진행된다.

주인공 아기토는 중립도시에 살고 있으며, 그의 아버지를 포함한 2명의 지도자(?)는 강화체로서 중립도시 건설에 크게 이바지한다. 대충 눈치채셨겠지만, 중립도시는 옛 인간 문명의 폐허 위에 다시 세운 마을로서, 숲과 공존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동네다. 숲이 전해주는 물을 조금씩 일정량 받아가면서 먹고, 숲의 규칙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살아간다. 그와 달리 라그나는 숲을 정복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도시다. 그는 숲을 적으로 간주하고, 숲이 물을 쥐고 흔들며 인간의 문명을 위협하는 작금의 사태에 분노한다. 그래서 '트리아시티'라고 하는 군수산업과 공업만을 위한 도시(엄청나게 대기오염이 심한 동네)를 세워서 나무가 지구를 지배하기 이전의 문명 단계를 어느 정도 이룩하고 살아가고 있다. 지금의 세상을 뒤집으려면 한가지 방법 밖에 없다. 그건 바로 지구를 '이스토크'(지구환경을 리셋하는 것, 간단히 말해 지구에 엄청난 핵폭발을 일으켜 지금 세상을 다 소멸시키고 다시 가공되지 않은 태초의 자연으로 돌아가게끔 하는 것) 프로젝트로 되돌려 자연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스토리는 그 이스토크 프로젝트를 하게 하려는 사람과, 못 하게 하려는 사람들의 대립 구도로 진행된다.

뭐 내용을 다 소개해 버리긴 했지만, 세부적인 내용들이 많이 나오니깐 한번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럼 여기에서 필자가 신선하다고 여긴 부분을 소개하고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1.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기존 관념을 뒤집어 버렸다.

인간의 역사는 자연에의 극복의 역사라고 누가 그랬던가. 하지만 자연과 인간은 공존할 수 밖에 없고, 자연을 거스르려는 문명은 항상 대재앙에 휩싸였던 것이 사실이다. 즉, 자연 앞에 인간은 너무 작은 존재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자연이 인간을 공격하고, 자연이 인간 문명을 통제한다는 설정이다. 자연, 즉 숲은 스스로 자아를 갖고 인식을 하고 대화를 하며, 진화를 통해 발전한다. 삼림수(森林獸)라는 줄기와 뿌리, 잎 등으로 이뤄진 용과 같은 녀석도 만들어내는 등 암튼 자연은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존재로 나오는 것이다. 또한 인간이 그런 숲의 힘을 받아들이면 머리카락이 은색이 되면서 엄청난 힘을 얻는 강화체라는 존재가 되는데, 그 힘을 폭주하거나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스스로 나무가 되어 숲의 일부로 돌아가기도 한다(아기토의 아버지는 중립도시를 세우는데 힘을 너무 많이 사용해서 결국 나무가 되어버린다). 즉, 자연의 무서움을 적극적으로 해석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신선했다.

2. 미래 인간 문명의 멸망을 새롭게 해석했다.

원래 이런 류의 SF 영화를 보면 대개 2가지다. 인간 문명이 고도로 발달된 사회를 이룬다는 설정, 그리고 인간 문명이 결국 스스로 화를 불러 일으켜 멸망한다는 설정...그렇게 봤을때 이 작품은 후자에 속한다. 다만, 멸망하는 과정이 좀 신선하다. 인간이 자연을 계속 개발하면서, 숲을 황폐화하면서 녹지를 없애면서 고도의 산업화를 이뤘기 때문에 멸망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이 그런 환경을 극복하고자 지구 녹화 계획을 세웠지만 그것이 거꾸로 독이 되어 문명이 멸망한다고 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터미네이터> 류의 영화와 궤를 같이 한다고 할 수 있지만, 기계 문명에게 잠식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하긴, 형태만 다르지 스카이 워커나 여기에 나오는 숲이나 거기서 거기긴 하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지구 녹화 계획이 왜 실패했는지가 나오는데, 그건 바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한 과학자가 빨리 결과를 보려고, 성급하게 실험을 했다가 그게 실패하면서 식물이 급격하게 팽창하게 된 것이다. 즉, 인간이 지금처럼 산업화를 고도로 진행하거나, 아니면 그것을 막고자 인위적으로 자연을 다시 되살리려는 모든 노력이 결국에는 잘못이라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뭘해도 문명의 멸망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결과론적 입장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그 점이 새로웠다. 뭐 마지막에는 다 화해하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삶을 살지만 말이다.

 
이상이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큰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고, 실제 스케일도 작지는 않다. 하지만 내용 중간에 계속 나오는 인류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자연과 공존하며 기계화된 삶을 버리고 살아가거나, 자연을 인간 문명의 도구로 인식하고 계속 활용해야 한다는 2가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답변 요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좀 지루하게 만들기도 한다. 인터넷을 보니 애니의 감독이 자연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이걸 만들었다고 하는데(실제 마지막에도 뭐 자연 옹호론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내용이 전개되기는 한다), 현재 우리 문명이 모든 것을 되돌리고 원시적인 형태로, 순수한 형태로 돌아가는 것이 적절한지 되새겨보게 된다. 암튼 짧은 편에 속하는 작품이었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잘 본 것 같다. 스토리가 좀 급진적이라는 점, 내용 전개상 생략된 부분이 많다는 점, 캐릭터의 성격을 확실히 인지시키기에 부족하다는 점 등이 지적되면서 별 3개를 주고 싶었으나, 위에 적은 신선한 점 2가지로 인해 별 4개를 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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