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부여 대소왕은 억울하다고 할까? - 대소왕 vs 추모왕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 2
김용만 지음, 이동철 그림 / 자음과모음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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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 세계사법정’이라고 하는 연재기획물의 하나이다. 작년말 인터파크에서 기획했던 것으로 인터파트 웹진 ‘북&(앤)’의 ‘북&어린이’ 코너에 가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http://book.interpark.com/meet/webZineDiary.do?_method=authorList&sc.contsType=009). 그 당시 10회 연재로 글이 올라올 계획이었는데, 첫회만 보고 나중에 봐야지~했다가 잊어먹고 이번에 책으로 나왔길래 읽게 되었다. 이 책은 그동안 나온 어린이 책에서는 보기 힘든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바로 ‘법정’이라고 하는 배경을 빌어 역사상 논쟁이 될 만한 부분을 다루고 있는데, 2권에서는 부여 대소왕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이 주요 논지를 구성하고 있다. 여담을 잠깐 하자면 이런 식의 구성은 예전에 방기혁의 역사소설『平! 풍신수길의 야욕과 임진왜란의 진상』에서 한번 비슷하게 선보였던 적이 있긴 하다. 하지만 같은 저승에서의 전개라고 해도 이번 책은 다소 현대적인 관점에서 그려내고 있어, 읽는 이들에게 더 친숙하고 참신하게 다가올 여지가 있지 않나 싶다.

일단 책의 내용과 캐릭터에 대해 잠깐 소개하자면, 원고 대소왕과 그를 변호하는 변호사 오진실, 피고 추모왕과 이를 변호하는 이대로, 판사 정역사가 등장하며 증인으로 금와왕, 소서노, 유화부인, 협부, 장수왕 등이 등장한다. 그밖에 대조영과 괴유도 등장하며 다알지 기자가 중간중간 법정 소식을 전해주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용은 뭐 간단하다. 최근 방영된 드라마 <주몽>에서도 그렇고, 일반적으로 추모왕을 시기해 몰아냈다고 알려져 있는 대소왕이 왜 내가 그런 평가를 받아야만 하는지 억울하다면서 오진실 변호사에게 다가와 도움을 청한다. 물론 추모왕 역시 왜 나한테 그러느냐~면서 이대로 변호사를 선임해 맞대응하고 말이다. 이 과정에서 대소왕은 부여가 고구려에게 역사를 빼앗기고, 왜곡된 역사만 전해지게 되었다면서 억울함으로 호소하게 되고, 추모왕은 그건 어쩔 수 없다, 너네 나라가 약해서 망해놓고 왜 나한테 그러느냐고 하게 된다.

내용을 보면 먼저 재밌게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여와 고구려의 흥망성쇠를 두 캐릭터(대소왕과 추모왕)의 입을 빌어 표현하고 있는만큼, 읽는 이로 하여금 지루하지 않게 하고 있다. 이 책의 주 독자가 어린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어렵지 않게 부여와 고구려사를 자연스레 전해주고 있다고나 할까? 그러면서 돋보이는 것은 아무리 어린이 책이라고 해도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는데 있어 소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예를 들어 추모가 담긴(?) 알을 동물들에게 버렸는데도 무사했다~는 역사적 기록을 해석한 부분은 정말 탁월했다). 거기다가 재밌는 만화가 중간중간 들어가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더 재미를 느끼게 하고 있다(필자는 개인적으로 추모왕이 오자도를 돌리며 하품하고 있고, 대소왕이 오진실 변호사를 쿡쿡 찌르면서 '그렇게 해서 이길 수 있겠냐!'고 핀잔주는 장면에서 웃음이 피식 나왔다). 개인적으로 어린이들이 봤을때 물론 전부 만화책으로 되어 있으면 더 읽기 쉽겠지만, 역사적 사실을 어느 정도 전해줘야만 했을 때는 이처럼 적절한 삽화와 텍스트가 첨부된 구성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그런 면에서 봤을때 저자의 어린이책은 상당히 균형있는 짜임새를 갖췄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그림이 표현할 수 있는 것은 글보다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내용을 떠나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고자 한다면 그건 이 책의 '구성'이다. 어린이들이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오히려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법정이라는 배경을 선택하면서 소장, 최후진술, 판결문 등을 집어넣은 것은 아주 적절했다. 또한 휴정 인터뷰 챕터가 사이사이 들어가 있는 점, 교과서 안 역사와 교과서 밖 역사라는 장을 따로 마련한 것은 기존에는 시도되지 않았던 구성이었다. 그렇지~아이들이 교과서에 적힌 것만으로는 부여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겠지, 이런 생각이 들면서 이렇게 구성한 저자에게 감탄의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이러한 구성이 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반박할지도 모르겠다. 종종 까페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학교 시험 공부를 하면서 이것저것 질문을 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그때마다 교과서의 내용을 얘기해줘야 할지 아니면 현재 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쟁점 사항을 얘기해줘야 할지 고민이 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시험에 필요한 역사적 지식은 학문으로서 연구되는 역사적 지식과 다르기 때문이다. 예전에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 □□□ 침대’라는 광고 카피가 크게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초등학교 시험에 '다음 중 가구가 아닌 것은?'이라는 문제가 나오면, 많은 어린이들이 '침대'를 골랐다는 헤프닝이 보도된 바 있다. 이처럼 잘못된 지식을 전달하는 책을 보고 그 여파가 안 좋게 퍼진다면, 그건 정말 큰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이런 구성을 한 저자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교과서 안과 밖의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독자들이 혼란스러워하지 않도록 본문에서 충분히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된 시도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필자 생각으로는 적어도 이 책을 본 독자라면 그런 악영향은 받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필자가 눈여겨 본 부분은 책의 마지막 부분이었다. 일단 최후 판결문을 보면 추모왕과 그 후손들이 부여사를 왜곡하고 대소왕을 악인으로 그린 것에 대해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음이 확인되었다. 아무리 정치적인 이유라고 하더라도 그 행위 자체는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아마 이 부분에서 몇몇 독자들은 놀라지 않을까? 아니, 중국이랑 일본만 한국사를 왜곡한게 아니야? 고구려도 같은 민족의 역사인 부여사를 왜곡했단 말이야? 라고 말이다. 또한 추모왕의 부여의 배신자이며, 부여의 발전을 가로막았다는 대소왕의 주장은 기각하였고, 대소왕이 아무리 부여를 전성기로 이끈 훌륭한 군주였다고 하지만 그 이후 부여가 고구려와의 대립에서 약세를 보였기 때문에 그 역시 기각하였다. 결론이 추모왕의 승리로 끝난건지, 아니면 대소왕의 승리로 끝난건지 조금 헤깔리긴 한다. 하지만 최소한 대소왕이 자신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를 씻었고, 이를 추모왕이 시인했다는 점에서 대소왕의 승리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왜 부여사가 오늘날 이렇게 전해졌는지, 고구려인들은 왜 부여사를 왜곡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계기를 마련해준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대소왕측 변호사였던 오진실양을 환생시켜 지상으로 내려보내는 것으로 끝맺음을 한다. 지금 중국과 일본이 한국사를 왜곡하면서 난리를 치고 있는데, 오진실 변호사가 이를 잘 해결해주리라 믿기 때문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현재 동아시아 삼국 사이에서 벌어지는 역사왜곡 문제와 연결시켜 절묘하게 글을 마무리한 점이 돋보였다. 솔직히 필자는 재판이 끝나고, 이야기도 끝이 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역시 반전이라면 나름 반전일까? ^^ 나이가 많이 어리지 않는다면,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심지어 고등학생이라도 한번쯤 읽어볼 만 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현재 벌어지고 있는 역사왜곡 분쟁에 대해 다시금 바라볼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p.s) 참고로 분량도 짧아서 짜투리 시간 이용해서 읽기에 아주 좋다. 필자도 30분 정도만에 다 읽었으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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