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봐도 알겠지만 이 프로그램은 영화 트로이와 동일한 시대를 그린 서사극이다. 주인장이 전역을 앞두고 부대에서 빈둥빈둥 놀면서 봤던 영화 중의 하나인데 개인적으로 굉장히 감명깊게 본 영화였다. 일단, 극장용으로 개봉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의 시나리오와 탄탄한 배우들의 연기, 뛰어난 전투씬 등 일반적인 사극의 이미지를 탈피한 작품이었다. 요즘 흔히 하는 말들로 젊은이들의 인기를 받고 있는 퓨전 사극이라고 해야할까? 굉장히 잘 만들어졌고, 또 허물없이 만들어졌기에 주인장이 좋아하게 된 외화 시리즈물의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다.
브래드 피트가 나오는 영화를 본 사람들은 이 드라마를 보면서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우선 트로이를 만든 볼프강 페터젠 감독은 영화를 통해서 신화로 남아있는 트로이의 역사와 그 안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사실적이고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로 재구성하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주인장이 보기에 그런 면은 조금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 대단히 효과적인 결과를 거두지 않았을까 한다. 전체적인 내용이 서사시에 나온 내용을 역사적으로 충실히 재현했으며 사실적으로 묘사되었다. 그 안에서 영웅들로 알려져 있는 여러 사람들의 일대기도 신화적 영웅의 이야기가 아닌, 사실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로 묘사되어 있었기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두 작품을 비교하게끔 만들기 충분할 것이다.
우선 영화가 아킬레우스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면 이 드라마는 여러 사람들의 시각을 다양하게 반영하고 있었다. 그리스 연합군의 총사령관 아가멤논은 냉정하고 지도력있는 지휘관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드라마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끌어 나가고 있어 영화에서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탐욕스런 모습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그 동생이자 헬렌의 남편이었던 메넬라오스는 영화에서 거칠고 무식하며 부인을 빼앗겼다는 복수심에만 불타는 사람으로 묘사되어 있지만 드라마에서는 부인을 진정 사랑하며 그 부인이 사랑하는 파리스와 대결하면서도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굉장히 상반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영화에서 뭇 여성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던 아킬레우스는 파리스 대신 결투에 나선 헥토르를 비겁하게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고는 파리스에게 발목에 화살을 맞아 허무하게 죽음을 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식으로 드라마는 몇몇 영웅적인 인물들의 극적인 묘사에 치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 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이야기를 실으려고 노력했으며 그 모든 이야기들을 무리없이 조화시키기 위해서 노력했음이 역력히 드러났다. 자뭇 영화의 내용이 트로이와 관련된 모든 것이라는 편중된 시각이 조성될 수도 있겠지만 이처럼 전혀 새로운, 신선한 내용의 드라마가 있기에 우리는 또 다른 트로이를 느낄 수 있지 않나 한다. 대규모 전쟁씬이나 결투씬이 물론 영화보다 드라마가 훨씬 못 하는 것도 사실이요, 등장인물들 역시 영화보다 드라마가 못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장은 드라마가 영화에 비해 부족함이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앞서도 누누히 얘기했지만 오히려 극적 흥미라는 부분을 제외한다면 사실적으로 묘사한 드라마가 더 가치가 있지 않나 생각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영화에서 말도 안 되는 규모의 수만명의 그리스 연합군과 역시 수만명의 트로이군이 전투를 벌이는 것보다는 오히려 드라마에서 수백, 수천명의 사람들이 어지러이 혼전을 벌이는 것이 더 사실적이었으며 영화에서 나타났던 거대하고 드높은 트로이의 성벽보다는 그리스군이 만들어놓은 목마를 성안으로 가지고 가기 위해서 성벽 일부를 부셨던 드라마가 오히려 더 사실적이었다. 이처럼 무심코 지나지 않고 세세히 살펴본다면 영화와 상당히 다른 부분들을 드라마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며 그 안에서 시청자들은 색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랜만에 재미있는 외화물을 봐서 개인적으로 대단히 좋았다. 예전에 훈족의 위대한 영웅 아틸라의 일대기를 그린 '아틸라'라는 외화를 미국에 갔다가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굉장히 실망을 했던 터에 이런 좋은 작품을 봐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 드라마는 굉장히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보는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한번쯤 이 드라마를 둘러보고 영화와 비교해보는 것도 역사와 신화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라고 생각하면서 글을 마칠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