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우리가 동방의 정복자하면 칭기즈칸하고 외치는 것처럼 서구인들이 그들의 정복자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이 알렉산더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알렉산더를 드디어 헐리웃에서 그렇듯하게 재현해냈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일이었다. 또한 주인장이 늘 말하지만 헐리웃이 멋있게 포장한 문화들은 거의 대부분 미국화되어 버렸는데 이번에는 알렉산더까지 그렇게 된게 아닐까 하고 걱정도 되긴 했다.
트로이와 킹 아더 이후로 오랜만에 등장하는 시대물이기도 했고, 또 이런저런 말들도 많았기 때문에 몇달 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여서 개봉 첫날 예약해서 봤는데 결과적으로 말한다면 별 5개 중에서 3개만을 주고 싶다. 왜 그런가하면, 영화는 다른 대중매체와 달리 '흥행'이라는 강박관념을 안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비평단의 호평을 받고, 좋은 상을 많이 탄다고 하더라도 돈을 못 벌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알렉산더는 주인장같은 스펙타클한 시대물 애호가가 아니면 즐겨 보기 힘든 작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뭐 알렉산더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그에 대해서 대강이라도 알고 있고, 늘 그렇듯이 영화붐을 타고 지금 시중에 여러 좋은 책들도 많이 나오고 있으니 길게 언급하지는 않고 간단하게 그의 생애에 대해서 정리해보도록 하자.
그는 정통(?) 그리스인들이 북방 바바리안으로 취급하던 그리스 변방의 마케도니아의 왕자로 태어났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그의 아버지 필립포스 2세는 당시 그리스인들이 두려워하던 정복 군주요, 강력한 왕이었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와 결혼한 그리스 여인 올림피아스 밑에서 알렉산더는 부모님의 지대한 영향을 받으면서 자랐던 것 같다. 아버지가 암살된 이후, 군부의 추대로 정통 후계자의 지위를 인정받아 그는 마케도니아를 지배하게 됐고, 이후 4만의 원정군을 이끌고 페르시아로 출발해 다리우스의 제국을 붕괴시켜 버렸다. 이후 동으로, 동으로 진출한 그의 군대는 결국 인도까지 진군하고 거기서 더 나아가기를 원했지만 결국 군부의 반대로 회군을 결심한다. 그 이후 다소간의 정치적인 변란이 일어나고 급작스런 병으로 알렉산더는 12년 8개월간의 왕좌에서 물러나 33살의 나이로 사망하게 된다.
영화는 알렉산더에 대한 묘사에 대단히 많은 치중을 한 흔적이 역력하다. 대규모 전쟁씬이나 강렬한 장면들보다는 알렉산더와 주변 인물들의 심리적 묘사, 혹은 역사에서 확인할 수 없는 감정적인 면에 대해서 주로 언급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결과 알렉산더라고 하는 영화는 대부분의 관객들을 흡족하게 할 수 없고, 또 생각보다 큰 흥행을 이루지 못 할꺼라고 본다. '잔다르크' 라는 영화가 그랬듯이 말이다. 오히려 요즘같은 시대는 '트로이' 처럼 관객들의 재미도 함께 가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인 것 같다. 어쨌든, 내용면이나 구성면에서는 별 5개 만점을 주고 싶은게 내 마음이지만 전체적인 영화평에서 보면 별 3개에 그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것들 때문이다.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알렉산더가 어렸을 때부터 죽기까지 그의 정신 세계를 잘 보여줬다고 생각하는데 차후에 그의 만인동포관(萬人同胞觀)과 세계주의에 대한 부분에 이르게되면 절정에 치닫게 된다. 그는 그 자신이 그리스인들로부터 속으로는 변방의 바바리안으로 멸시받았지만 겉으로는 마케도니아의 힘에 굴복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의 스승이었던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그리스 이외의 족속은 야만족이며 노예일 뿐이라는 철저하게 한정된 세계관을 그에게 주입시켰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알렉산더가 정책적이었든, 아니면 사고의 변환을 꾀했든지간에 그는 이런 기존의 생각을 버리고 여러 민족을 '해방'한다는 미명 아래 정복을 계속해 나갔다. 도시를 건설하고 마케도니아식 교육을 시키고 모든 민족의 혈통과 지위, 신분을 떠나 모두 하나로 엮으려고 했던 것이다. 그 정책이 그 이외의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졌는지 떠나서 그의 이런 생각은 당시로는 혁명적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콧대높은 문화민족 그리스인들에게는 더더욱 말이다. 실리보다 명분만 찾았던 조선인들처럼.
영화 전반에 깔려 있는 이런 문화적 상대주의에 대한 묘사가 주인장은 마음에 들었다. 한편으로는 인종차별로 인해 골치를 앓는 미국의 추악한 모습을 비난하는 것 같아서 우스운 생각도 들기도 했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알렉산더가 주위의 비난을 물리치고 주장한 이 세계주의가 아닐까 생각하니 다시 한번 알렉산더라는 인물에 대해 뒤돌아보게 됐다. 올리버 스톤 감독이 이 영화를 어떤 의도에서, 어떤 생각으로 이렇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인장은 그가 영화에 담고자 했던 내용이 어떤 것인지를 대강 알 수 있었고 그 대부분이 잘 전달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알렉산더라는 신격화된 영웅을 인간의 지위로 끌어내려 묘사했으며 '킹 아더' 에서 안톤 후쿠아 감독이 실패했던 인간 내적인 묘사와 실제적인 역사 재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움켜잡았다고 생각한다.(이 영화는 흥행도, 비평도 그다지 곱지 않았다) 단지, 관객이라는 가장 중요한 요소에 대해서는 어떨런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지루하다 싶은 3시간을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영화를 즐길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될 것 같다. 어떤 시각으로 영화를 보든지간에 괜찮다~정도의 얘기는 나올 수 있는 영화가 바로 이 영화가 아닐까 한다. 마지막으로 조금 더 아쉬운 부분을 말한다면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에서처럼 그 시대 당시의 원어를 사용하지 않고, 모두 영어식으로 표기하고 발음했다는 것이 역시 안타까웠다. 위대한 헐리우이여 만만세~하지만 세세한 이런 부분까지 꼬집는다는건 조금 의미없는 짓이라고도 생각하면서 이만 글을 마칠까 한다. 영화는 아무래도 비평가가 아닌 관객들이 판단하는 것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