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로 사라지는 숲 이야기 - 종이, 자연 친화적일까? 세계를 누비며 밝혀 낸 우리가 알아야 할 종이의 비밀!
맨디 하기스 지음, 이경아 외 옮김 / 상상의숲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전공서적 이외의 좋은 책을 읽어 기분좋게 서평을 하나 쓴다.

이 책은 종이에 관련된 모든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종이가 만들어지는 과정, 버려지는 과정, 다시 수집되어 재활용되는 과정은 물론이요, 그와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집단, 종이로 인해 변화하는 세상 등등 종이와 관련된 내용들을 여과 없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놀라웠다. 종이야말로 엄청난 환경파괴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접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종이 1장, 1장이 탄생하기까지 정말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구나~하는 것을 이 책을 보면서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저자인 맨디 하기스는 토지와 산림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전 세계의 숲을 보호하기 위한 운동을 시작한 사람이다. 그리고 2006년 1월 스코틀랜드를 출발해 핀란드, 러시아, 중국,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 섬과 북미 전역의 종이 생산지들을 여행하면서 직접 목격하고 듣고 느낀 것을 기록한 것이 바로 이 책이었다. 자신의 일에 열정을 다해 이처럼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도 대단하게 느꼈지만, 저자가 밝히는 사실 하나하나가 정말 충격적이어서 전혀 딴 세상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저자는 책의 첫머리에 다음과 같은 말을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 인류의 먼 조상은 기록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기 위해 꿈과 희망을 품었고, 먼 후손은 그 기술을 지금까지 발전시켜 왔다. 하지만 후손의 지혜는 조상의 그것에 미치지 못했다 -

대체 종이가 어떻기에 이렇게 현대인의 미련함을 적나라하게 표현했을까? (사실 플라스틱이나 일회용 용기 등에 의한 환경파괴에 대해서는 수없이 많이 접했지만 종이는 처음이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는 이미 책을 읽기 전부터 이 책에 완전 빠져들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종이라고 하면 채륜이라는 인물을 떠올릴 것이다. 한때 중국에서 처음으로 종이를 만든 사람으로 알려졌지만, 이미 기원전후에 중국에서는 종이를 만들어 썼다는 증거가 있기 때문에 채륜은 당시 더 좋은 양질의 종이를 생산한 사람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 싶다(저자는 이 책에서 종이를 처음 나든 것은 인도사람이라는 주장도 있다고 했지만 일단은 상식적인 선에서만 언급하도록 하겠다). 암튼 그렇게 만든 종이는 이후 글자의 사용과 함께 이후 수천 년간 도래할 중국의 관료 제도를 발전시키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그리고 탈라스 전투에서 고선지가 이끄는 당군이 패함으로써 중국의 제지기술은 유럽으로까지 전파될 기회를 얻게 된다. 그리고 처음에는 수제품이었던 종이가 이제는 최첨단 기계식 설비를 갖춘 공장에서 찍어내는 공산품이 되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종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리 주변에서 엄청나게 많이 소비되고 있는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이들이 어떤 존재인지를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당장 필자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필자의 책상 위에는 종이로 만든 ‘책’과 종이로 만든 ‘다이어리’, 종이로 만든 ‘휴지’, 종이로 만든 ‘연필통’, 종이로 만든 ‘봉투’와 ‘논문’, 종이로 만든 ‘상자’ 등이 놓여 있다. 어느 것 하나 종이가 아닌 것이 없다. 그러다보니 종이는 너무 흔해서 그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의 물품이 아닐까 싶다. 마치 평상시에는 공기와 물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저자는 종이 때문에 전 세계의 숲이 사라진다는 사실에 상당히 분개하고 있고, 또 온 열정을 다해 그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문장 속에서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그는 차근차근, 이성을 잃지 않고 조목조목 종이산업의 음지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었다. 이는 이 책의 목차만 봐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1장 종이의 과거와 현재
2장 얼마나 많은 종이를 쓰고 있는가?
3장 세계의 종이 산업
4장 얼마나 많은 나무로 종이를 만드나?
5장 벌목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6장 나무농장은 숲이 아니다
7장 종이는 기후 변화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가?
8장 종이는 천연제품이 아니다?
9장 종이의 미래, 희망적인가?  

1장에서 종이가 어떤 것인지 간단히 언급한 저자는 2~4장에 걸쳐 전 세계에서 얼마나 많은 종이가 소비되고 있으며, 그 종이 사용량을 감당하기 위해 다국적기업이 얼마나 많은 파괴를 자행하며 종이를 생산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밝히고 있다. 특히 1톤의 종이를 만들기 위해 3톤의 나무가 파괴된다는 대목에서는 필자도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나머지 2톤의 나무는 그냥 연료로 소모되고 마는 것인가? 전 세계의 나무를 다 잘라버리면 그 1/3에 해당하는 종이밖에 만들 수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 종이는 순식간에 만들 수 있지만 나무는 수십 년 혹은 100년 이상을 자라야만 그 거대한 풍체를 자랑하지 않는가? 그럼 정말 그 나무를 잘라 종이를 만드는 것이 이로운 것일까? 정말 엄청난 손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도 모른 채 그렇게 만들어진 종이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다음 저자는 벌목지에서 행해지는 무차별적인 벌목에 분개하고 또 분개한다. 1~4장에 대한 내용은 어느 정도 필자가 예상하고, 또 인식하고 있었던 내용이라면 5~8장은 전혀 몰랐던 내용이어서 색다른데다가 놀랍기까지 했다. 전 세계의 원시림은 이제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그나마 남아있는 곳이 러시아의 타이가 지역과 캐나다뿐인데, 그곳마저도 최근에는 거대 자본을 앞세운 다국적기업이 진출함에 따라 나무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의 경우, 예전에는 적정 수량만 벌목하는 식으로 꾸준히 일정 규모 이상의 숲을 보존했었는데, 최근에는 전부 벌목해버리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캐나다의 파괴적인 벌목 역시 저자는 소리 높여 규탄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나무농장은 숲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리였지? 했는데 실상을 알고 보니 그동안 필자가 알고 있던 상식이 엄청나게 잘못 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000년엔가? 한솔제지와 같은 국내 기업들이 해외의 다른 기업들과 경쟁적으로 성장하면서 동남아시아에 해외조림지를 확보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떤 회사의 사장 사진이 박혀 있었고, 이제는 나무를 베기만 할 것이 아니라 심으면서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갖춰야만 한다는 식의 인터뷰를 잔뜩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저자는 그딴 것(!)들이 다 필요 없는 짓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기업들은 펄프를 생산하기 위한, 더 효율성이 높은 나무만을 의무적으로 심고, 어느 정도 자라면 잘라 내버리기 때문에 그 안에는 숲이 조성될 수 없고, 단순히 나무가 자라는 농장만 형성될 뿐이라고 말한다. 즉, 다양한 나무들이 공존하며 천연의 생태계를 형성하는 등의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숲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많은 원주민들의 삶 역시 보장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걸 읽으면서 정말 아차! 싶었다. 그동안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아카시아 나무의 무차별적인 생장속도를 언급하고 있었다. 펄프를 만들 때 유용한 아카시아 나무를 만들면서 조림지 이외의 생태계까지 바뀌고(더 정확히는 파괴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가시도 많고 뿌리도 질긴 아카시아 나무는 국내에서도 산에 나무를 늘린다고 잔뜩 심어 어디서나 볼 수 있는데 종종 무덤을 파괴하거나 무덤 주변의 경관을 헤쳐서 문제가 많이 되고 있다. 필자 역시 성묘를 하러 가면 아카시아 나무 때문에 애먹은 적이 많아 저자가 하는 말이 어떤 것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저자는 말한다. 종이를 만들기 위해 나무가 사라지면서 기후가 바뀌고, 종이를 만들면서 나오는 엄청난 화학 폐기물들이 공기와 물, 그 터전에 살아가는 모든 동물들을 병들게 하며, 종이를 폐기시킬 때도 엄청나게 많은 비용이 지출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제지공장에 가 본적이 없는 필자로서는(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종이라고 하면 한지를 제작할 때, 그 풍경을 기억하고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저자는 필자를 꾸짖듯이 말한다. 펄프 폐수는 엄청난 환경파괴를 야기하며, 종이는 천연제품이 아닌 순수한 ‘화학공학’의 산물이라고 말이다. 갈색 나무에서 하얀색 종이가 나오려면 어떻게 해야겠나? 간단하다~눈부시게 하얀 종이를 만들기 위해 염소 표백을 하면 되니 말이다. 아마 8장까지 읽으면 독자는 암담한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언제 지구가 종이 때문에 엉망진창이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빠질지도 모르고 말이다. 거대 다국적기업의 욕심은 끝도 없을 테고 원시림은 더 이상 남아나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순간 요즘 인기리에 상영 중인 <아바타>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숲을 무대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 숲을 파괴하고 개발하기 위한 사람들에 대해 잘 묘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9장에서 아직 희망은 있다고 말한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말이다. 그것은 종이를 적게 쓰고 아껴 쓰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는 없으니깐 재생 종이를 많이 사용하자는 말을 한다. 재생종이 하면 아마 대부분 기억날 것이다. 갈색 빛깔이 뻣뻣한 종이를 말이다. 화장지에서도 쓰기 힘든 그런 재질의 종이. 물론 필자는 고전적인 그런 종이들이 좋아 가끔 재생종이로 만든 노트를 일부러 구입해서 쓰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희고 매끄러운 종이를 사용하길 좋아한다. 하지만 저자는 재생종이 제작 기술이 계속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편견은 버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오히려 재생 종이에 대한 인식이 자꾸 좋아져서 재생종이 시장이 더 커져야만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범국민적인 인식의 변화는 특정 법규로 제재할 수 없는 것이기에 정말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자신의 책을 재생종이로 찍어 판매한 몇몇 사례를 들기도 했다. 이는 단 1명의 사람이 세상을 바꾼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예전에 어떤 영화를 봤는데 한 아이가 주변에 있는 3명의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하고, 그 각각의 사람이 또 3명씩에게 좋은 일을 하자 결국 전 세계 사람들이 서로서로 좋은 일을 하면서 행복해졌다는 식의 내용이 나온 것이 기억났다. 나비효과처럼 아주 작은 일에서 시작한 일은 때때로 큰 결과물을 갖고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재생종이 사용을 장려하는 것 이외에도 종이 외적인 기록수단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 역시 저자는 추천하고 있다. 이메일과 같은 전자통신수단이 한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이런 규제를 아무리 새롭게 정비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인식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경고 역시 빼놓지 않고 있었다. 필자도 가끔 쓸데없이 출력해놓고 읽지 않고 버리는 경우가 있었으며, 글을 쓰면서 수정할 부분을 찾기 위해 비슷한 내용을 여러 번 출력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 무관심한 부분들에 대해 조금만 더 신경을 썼으면 좋았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반적으로 책은 활자도 크고, 중간에 사진도 들어가 있는데다가 문체 자체가 저자가 여행하면서 겪은 것들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기 때문에 읽는데 전혀 부담이 없었다. 260쪽이 넘는 책을 1시간 조금 넘는 시간 만에 읽었으니 아무리 집중력 있게 읽었다 하더라도 쉽게 읽히는 책이었음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교훈적인 내용과 필자를 훈계하는 내용이 가득한지라 더 긴장해서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의 목차나 내용, 구성 등등 짜임새 있게 잘 쓰인 책이구나~하는 생각이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 때 필자를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다만 필자가 언급한 현장을 찍은 사진들을 책 중간 부분에 한데 모아 놓지 말고 그 내용이 있는 부분에 바로바로 소개해줬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처음에 책을 읽으면서 이러이러한 이야기를 할 만한 현장 방문이라면 분명 사진도 많이 찍었을 텐데 왜 사진이 1장도 없었을까? 하는 의문을 품었기 때문이었다. 뭐 결국 중간 부분에 사진이 왕창 모여 있어 기억을 더듬으며 그 사진의 내용을 곱씹어볼 수 있었긴 했지만 말이다. 그것 말고는 전반적으로 미흡한 부분들은 없었던 것 같다.

종이 1장뿐만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물품은 다 자연환경을 파괴하면서 얻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소중한 가치들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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