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1000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 - 삼국통일을 이뤄낸 가장 작았던 나라
김용만 지음, 백명식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저자가 2006년 <소년한국일보>에 ‘신라 1000년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칼럼을 엮은 것으로 주인장은 이미 개개의 내용들을 살펴본 적이 있다. 이 대목에서 혹자는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김용만은 고구려사 전공자인데 무슨 신라사?' 그렇다. 저자는 고구려 문명사 전공자이다. 기존에 출판된 역사학 관련 서적들을 보면 크게 '전공자'와 '비전공자'가 쓴 책들로 나눌 수 있겠다. 물론 여기에서 비전공자라 함은 비슷한 학문에 몸담고 있지만 세부 전공이 다른 사람을 지칭할 수도 있고, 아예 역사학 관련된 전공과 상관이 없는 사람(소설가, 시인, 사진사 등)을 지칭할 수도 있다. 어쨌든, 주인장은 비전공자가 쓴 책이 크게 장점과 단점 1개씩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장점 - 다른 학문, 다른 분야의 시각(새롭고 참신하고 틀에 박히지 않은)에서 기존 해석과 다른 해석을 내놓을 수 있다.
단점 - 기존 연구성과를 두루 섭렵하지 않아 괴리감이 들고 허황되거나 깊이가 얕은 지식을 나열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봤을때 이 책은 당연히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책이다. 저자는 고구려사 전공자이지만 삼국시대 고구려가 백제와 신라 2국과 경쟁 · 타협하면서 성장했던 것을 상기한다면 다른 나라의 역사도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만 할 것이다. 그런 저자의 신라사에 대한 공부와 노력이 <소년한국일보>에 연재된 칼럼이었으며, 이번에 나온 이 책은 그 노력의 결실이 어느 정도 맺어진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즉, 이 책은 신라사 전공자가 바라본 신라사라기보다는, 고구려사를 공부하는 사람이 공부한 신라사라는 점에서 좀 독특하다 할 수 있다. 그래서 기존의 신라사 전공자가 바라본 시각과 다른 내용도 들어가 있으며, 비전공자인 저자가 바라본 시각이다보니 역시 비전공자인(그럴 수 밖에 없는) 수많은 독자들과 호흡을 같이 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놓기도 했다. 신라사를 전문적으로 공부하거나, 신라사에 대한 정교한 자료를 얻기 위해서라면 이 책은 분명히 모자라다. 하지만 이 책이 아동서적이고 또한 신라 통사를 개략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오히려 신라사 전공자가 쓴 아동서적(그런 책이 있는지 모르겠지만)보다도 더 독자에게 쉽고 유익하게 다가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서론이 조금 길었는데 이제부터 책에 대해 몇마디 적어보고자 한다. 

우선 책을 읽기 전에 표지부터 맘에 들었다. 먼저 나온 '고구려 700년 …'은 표지가 조금 딱딱하다고 해야 하나, 멋이 없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이 책은 그런 느낌 없이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이어 책장을 하나씩 넘겨보자. 저자는 본인의 신라사에 대한 생각을 첫머리에 적어놓았다. 고구려사를 공부하다가 신라사를 바라보았고, 원망스럽고 밉기도 한 신라사를 어떻게 공부하고 생각하게 됐는지 말이다. 아마 신라사 전공자가 이 책을 썼다면 이런 얘기는 전혀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생각은 한국사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그런 생각이기에 독자는 저자의 말에 충분히 공감할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막말로 한국사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 중에 어느 나라가 가장 좋아요? 라고 물었을때 과연 몇명이나 신라를 꼽을까? 저자는 첫머리에 자신의 생각을 주욱 적으면서 앞으로 책을 읽어나가는 독자와 같이 신라사에 대해 알아보고, 같이 호흡하자는 뜻을 내비친다. 문체도 이야기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아마 이 책을 읽을 어린이들은 저자가 마치 이야기책을 읽어주듯이 이 책을 읽을 것이다. 

일단 책의 목차가 눈에 확 들어온다. 초기 신라-중기 신라-통일 신라라고 하는 시대순으로 구분한 목차가 말이다. 그리고 세부 목차를 살펴보면 초기 신라는 가야, 일본, 고구려 등 신라보다 힘이 강한 나라들과 관련된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중기 신라때에는 지증왕, 법흥왕, 진흥왕, 문무왕 등 우리가 쉽게 기억하고 알고 있는 신라 왕들이 등장하며 통일전쟁을 준비하는 신라에 대해 서술하고 있으며 통일 신라 시대가 되면 한반도의 단일 정권으로서 번성을 누린 신라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그 밖에 신라의 과학 기술, 장보고, 문장가, 신라의 귀족사회, 이슬람과 교류한 신라 등 신라 문화사 전반에 대한 내용을 따로 장을 마련하여 적어두고 있어 신라사에 대해 시대순으로 공부함은 물론, 포괄적으로 이것저것 빠짐없이 공부할 수 있게끔 해 놓았다. 

전체적으로 내용면에서는 일반적인 신라사에 대한 서술이 많아서 딱히 새로울 만한 것은 없다. 오히려 1,000년이나 되는 긴 신라의 역사를 너무 압축시켜 놓았다는 생각에 조금 부족함 감이 없지 않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몇몇 임팩트있는 내용들때문에 전체적으로 책의 흐름을 긴장감있게 구성하고 있어 내용이 길지 않은 것이 낫다 싶기도 했다. 

먼저 주인장이 눈여겨 본 부분은 가야에 대한 내용이었다(24~28쪽). 신라 초기 최대 라이벌이었던 가야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는데, 신라가 건국 후 성장하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잘 보여준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가야사 통사나 가야 문화사에 대한 서적이 많지 않은데, 이는 비슷한 지역에서 성장했던 신라에 비한다면 더욱 초라하다. 현재 한국 고대사학계에서 신라사 관련 연구성과가 가장 많은 것에 비한다면 가야사는 아직 걸음마 수준일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가야사에 대해 배울 기회가 별로 없고, 심지어 학교에서 국사시간에도 제대로 배우질 못 하고 있다. 그런 어린이들이 아마 이 내용을 보면 이제 부모님이나 주변의 어른들, 선생님들에게 질문 공세를 퍼붓지 않을까 싶다. 가야가 얼마나 세길래 신라가 꼼짝 못 하고 걔때문에 발전을 못 할 정도냐고 말이다. 가야보다 신라가 어떻게 더 강해졌고, 훗날 가야는 왜 더 이상 발전하지 못 해 크게 발전한 신라에게 복속했는지~에 대한 내용도 추가적으로 더 실었으면 좋았을껄~하는 생각이 들지만 전체적으로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되는 부분이었다.

그 다음 눈여겨 본 부분은 세계와 교류한 신라(34~38쪽)에 대한 내용이었다. 여기에서 저자는 신라가 북방 유목민의 나라라고 하는 일부 학계의 주장을 비판하고 있다. 아무리 무덤양식이 비슷하고, 성씨(김씨)의 기원이 비슷하다고 해서 그것이 곧 외부 세력이 신라를 세웠다는 근거가 되지는 못 한다고 말이다. 신라뿐만 아니라 가야, 고구려, 백제 역시 서역이나 북방 민족과 교류했다는 얘기도 언급하면서 어디까지나 신라가 토착세력+외부세력이 세운 나라임을 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을 읽을 독자층이 이런 학계의 여러 견해에 대해 다양하게 알고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만약 그렇다면 이 부분의 내용이 충분히 독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할 부분이라고 여겨진다.

그 밖에 경주 남산에 대해 소개한 부분도 좋았다(126~129쪽). 경주 남산을 한번 갔다 온 사람들은 왜 신라가 '불국토'라 불리는지 알 것 같다는 얘기를 하곤 한다. 그만큼 경주 남산에는 수많은 문화유적이 있는데 저자는 그것들이 모두 672점이라고 적고 있다. 아마 경주를 여행간 사람은 많아도 이 남산을 둘러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재미도 없고, 그닥 유명하지도 않아서 경주 여행 코스에 들어있는 경우를 별로 못 봤는데, 아마 경주 남산이 세계문화유산인 것도 모를 것이다. 그렇기에 이 부분은 독자층 뿐만 아니라 그 부모님에게도 좋은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주인장이 이 책의 白眉로 꼽는 부분은 바로 '세계가 놀란 신라의 과학 기술' 부분이다(179~183쪽). 저자는 첨성대, 월성 안의 시간을 알려주는 누각, 누각전이라는 관청과 누각박사, 사천대 박사,『구장산술』이라는 수학 교과서, 의학이라는 국립의과대학과 의학박사,『신라법사방』과『신라법사비밀방』이라는 의학책, 약전이라는 관청,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물인 다라니경, 백추지라는 신라산 명종이, 에밀레종, 경주 안압지의 폭포 등 신라의 뛰어난 과학 기술 관련된 내용들을 주욱 나열하고 있다. 이 내용들은 신라사를 공부하는 전공자에게도 좋은 아이템을 제공한다고 생각하는데, 하물며 어린이들은 '우와~' 하면서 읽을 것이다. 기존 신라사 관련 서적이나 아동서적 등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만 봐도 저자가 얼마나 다양한 분야의 공부를 하고 다양한 시각으로 신라사를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마무리를 짓는다. 신라사의 가치가 무엇인지 말이다. 초기에는 가야보다 약했지만 곧 가야보다 발전하여 가야를 정벌하고, 백제나 고구려보다 약했지만 결국 최후의 승자는 신라라는 사실을 분명히 각인시켜주고 있다. 삼국통일을 이뤘다는 것만으로도 신라사는 큰 의미가 있다고 말이다. 그러면서 영토의 크기가 나라의 성공과 실패를 말해주는 척도가 아니며, 신라에도 대단히 뛰어나고 화려한 문화가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앞서 신라의 과학 기술을 소개한 부분에서 그런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신라인들의 대외활동, 국가적 위기를 잘 넘긴 강한 생명력 등을 우리는 본받아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끝을 맺고 있는데, 아마 이 책을 다 읽은 어린이들은 신라사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한번 읽어보기를 꼭 권하는 바이다. 어린이든, 어른이든 상관할 것 없이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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