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 과학자들은 정말 대단해 - 삼국 시대를 빛낸 과학자들
김용만 글, 시은경 그림 / 계림북스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주인장이 예전에『삼국시대 여성들은 정말 대단해』라는 책의 서평을 올린 적이 있다. 그리고 오늘은 여성이 아닌 과학자들에 대한 얘기를 한번 해 볼까 한다. 아~먼저 이 얘기를 해야할 것 같다. 앞서 나온 책과 이번에 나온 책의 제목을 보면 뭐가 딱 떠오르는 것이 없나 한번 물어보고 싶다. (4~5초 정도 고민해보고 ^^) 그렇다. '여성'과 '과학자'는 지금까지 역사의 주체로 대접받지 못 한 대상이었다.『삼국사기』를 비롯한 정사류에 여성이나 과학자에 대한 기록이 많이 실려있는가? 아니면 발굴조사로 밝혀진 옛날 사람들 중에 여성이나 과학자에 대한 내용이 많이 있는가? 정답은 'No'다! 이전 책에서 저자는 말한 적이 있다. 역사는 지금까지 남자의 역사였던 'Hi스토리'였지 'Her스토리'가 아니었다고 말이다. 당연히 시중에 이런 삼국시대 과학자에 대한 책이 나온 적도 없다. 여성에 대한 책이 처음 나왔던 것처럼 말이다. 하물며 어린이용 책이야 말할 것도 없고~그렇기에 주인장은 일단 적지 않은 기대를 하고 책장을 펼쳤다. 

그럼 목차를 한번 보자.

1장. 기술자가 왕이다.

       임금님은 대장장이! - 석탈해

       기술자가 신이다! - 고분 벽화에 그려진 기술자 신들

       백제 기술자는 높은 직급의 관리였다

       옷감 짜는 왕비 - 세오녀

2장. 뛰어난 작품을 만든 기술자들

       황룡사 9층탑을 건설한 백제 기술자 - 아비지

       백제의 후예 - 아사달과 아사녀 전설

       탁월한 불교 예술의 장인 - 양지

       금당 벽화를 남긴 종합 예술인이자 과학자 - 담징

3장. 후대에 이름을 남긴 기술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의 창업주 - 유중광

       신라의 무기 기술자 - 신득

       성덕 대왕 신종을 만든 주종대박사 박종일

       무령 왕비의 은팔찌에 이름이 새겨진 다리

       일본에 술 빚기를 전한 백제의 기술자 - 수수허리

       뛰어난 침술로 이름 높았던 안작득지

       말의 병을 고친 수의사 - 승려 혜자

       기록에 남은 삼국시대 의사들

4장. 놀라운 삼국시대의 기술

       고대 금속 공예 기술의 최고 경지 - 백제 금동 대향로

       백제의 놀라운 초정밀 기술의 결정체 - 운모장식

       신라의 자동 로봇 - 만불산

       동아시아 예술의 꽃 - 고구려 고분 벽화

       신라 과학의 결정체 - 석굴암

       고구려 건축 기술의 종합체 - 성

       제왕의 학문 - 천문학

       해상왕 장보고를 만든 배무이 기술

       목판 인쇄술의 시작 - 다라니경

       신라에도 있었다 - 해시계, 물시계

       삼국 시대의 냉장고 - 신라의 석빙고

5장. 과거로부터 배워 미래를 준비하자

       이유부터 살펴보자 - 왜 조선 시대에는 과학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을까

       그것이 궁금하다 - 삼국 시대 기술 발전의 원인

       기술자를 꿈꾼다면 구진천을 배워라

       미래는 어떨까 - 지식과 기술의 시대

일단 여기서 퀴즈 한번 내보자. 목차 중에서 4장까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은 몇개나 되는지 한번 짚어보자. 일단 주인장이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았던 챕터를 한번 짚어보겠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위의 책 표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어린이용 책이다). 먼저 2장의 양지, 3장의 유중광과 안작득지, 4장의 만불산, 신라의 해시계와 물시계를 꼽을 수 있겠다. 명색이 역사 공부하는 대학원생인데 이렇게나 모르는게 많다. 창피하게시리. 암튼 목차에서부터 독자를 압도하는 포스가 느껴졌다. 다시 한번 느끼지만 어린이책이라고 무시할게 못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저자는 석탈해 얘기를 하면서 돌궐 얘기를 빼놓지 않았다. 아마 대장장이 출신이 왕이 되는 사례를 따진다면 석탈해보다 돌궐이 더 적합할 것이다. 하지만 어린이들에게 돌궐의 역사를 알려주는 책은 주인장이 알기로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이렇게 석탈해와 비교해서 이해하면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저자는 대무신왕이 부여를 공격할때 도움을 준 부정씨 세력을 대장장이 집단으로 이해했다. 솥을 만들어서 갖고 왔으리라는 해석인데, 이 부분에 대해 주인장은 아직 판단 보류 중이다. 왜냐하면 솥을 갖고 온 집간이긴 하지만 저절로 밥이 지어져 고구려군이 배불리 밥을 먹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식량을 담당했거나 경제적으로 고구려군을 원조해준 집단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암튼 이 부분은 실제 역사 기록이 어떻게 해석되는지를 알려주기 위한 Tip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뒤이어 저자는 기술자에 대한 얘기와 고구려 수레 및 다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특히 주인장은 27쪽의 삽화가 마음에 들었는데, 다른 책에서 볼 수 없는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한번 보자. 당시 고구려의 교통수단을 말이다. 어린이들이 이 삽화를 보면서 부모님과 어떤 얘기를 나눌지 궁금하다. 요즘도 당연히 다리가 있고, 자동차가 있으니까 이 삽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일지, 아니면 옛날에 무슨 나무 다리를 저렇게 크게 지을 수가 있냐고 물어볼지 말이다. 어쨌든 고구려와 신라가 수천대의 수레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얘기를 해 줌으로써 어린이들이 조선시대의 가마꾼에서 벗어난 인식을 갖게끔 한 것은 참 바람직한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밖에 백제와 신라에서 박사라는 관직이 있었고, 이들이 높은 벼슬이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도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이는 아마 어른이라고 해도 관련 전공자가 아니면 모를 내용일 것이다. 요즘 '박사' 혹은 '박사님'이라고 하면 흰머리에 수염을 기르고 하얀 실험용 가운을 걸친 모습을 많이 떠올리는데, 과거의 박사도 별반 다르지 않은 존재였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들은 끊임없이 지적 탐구를 했으며, 각종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고심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의 사회적인 대접을 받았었고 말이다. 뒤이어 신라의 길쌈 문화와 주몽과 활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줌으로써 이 책을 주로 읽을 독자들에게 기술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솔직히 이 책을 읽힐 부모님들이 자녀들을 어떻게 키우고 싶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보여줌으로써 단순히 흰색 와이셔츠에 안경 쓰고 책상에 앉아 컴퓨터나 두들기는 일보다는 이렇게 발전 가능성이 있는 기술직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주인장이 주의깊게 봤던 부분은 양지에 대한 것인데 처음 접하는 내용이었다. 석장사에 대한 내용도 그렇고,『삼국유사』에 남아있는 양지의 작품들도 그렇고 말이다.『삼국유사』는 분명 읽어봤을텐데 기억이 안 나는 것은 주인장의 관심사가 아니었으리라. 어쨌든, 이런 대단한 예술작품을 만들었던 장인이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할 것이라 생각한다. 영묘사의 장륙불상과 사천왕상 및 전각과 탑의 기화, 사천왕사 탑의 팔부신장, 법림사의 세 부처와 좌우 금강신, 석장사의 3천 부처 벽돌탑, 분황사 모전석탑의 인왕상, 문무왕 화장터로 추정되는 능지탑의 소조상, 감은사 동서 쌍탑의 사리구 등 양지의 손길이 미쳤다고 하는 작품들은 오늘날 하나같이 국보급 대접을 받는 문화재들이다. 이 모든 것들이 양지의 손길을 탔다니 갑자기 머리가 멍해졌다. '이 사람은 정말 하늘이 내린 인재(天才)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그가 신라인으로 유학을 갔든, 중앙아시아에서 귀화한 사람이든 그건 중요치가 않다. 이런 대단한 인물이 한국사에 이름을 남겼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며, 그것을 지금껏 모르고 살아온 내 자신을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일일 것이다.

양지에 이은 등장인물은 담징인데 저자는 그가 금당 벽화를 남겼다고 적고 있다. 하지만 주인장이 알기로 그런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금당벽화를 그린 인물에 대한 기록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담징은 다만 고구려에서 건너가 채색과 종이와 먹을 만들고, 연자방아를 만들어 줬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뿐이다. 예전에 이 사실을 수업 시간에 듣고 관련 자료를 찾아봤지만 역시 담징이 호류사 금당 벽화를 그렸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찾기는 어려웠다. 다만, 호류사에 남아 있는 백제 관음상이나 옥충주자, 천수국 만다라수장을 봤을때 고구려나 백제, 신라의 장인들이 건너가 그것들을 만들었던 것만은 분명할 것이다. 이 부분은 주인장도 관련 자료를 추가로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이상 언급은 자제하도록 하겠다.

그밖에 유중광에 대한 얘기도 처음 알았는데, 곤고구미[金剛組]라는 회사가 578~2006년까지 무려 1428년이라는 긴 역사를 자랑하는 고건축 전문 건축회사라니 정말 놀랄 따름이었다. 오늘날 한국의 고건축을 복원하거나 수리할때 일본의 문화재 복원팀이 건너온다는 얘기는 여러번 들었지만 정말 안타깝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또한 무령 왕비의 은팔찌에 이름이 새겨진 다리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국사책이나 일반 역사책에서도 잘 나오지 않는 내용이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읽고 놀랄만 하다고 생각한다. 실제 이 은팔찌를 보면 그 세공의 정밀함이나 문양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된다. 주인장은 개인적으로 이국적인 느낌의 이 팔찌를 만든 사람이 중앙아시아 계열이 아닐까 하는 막연한 추측을 해 보기도 한다. 이미 백제는 금동대향로 등 엄청나게 아름다우면서도 국제적인 물건을 만들었던 나라였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침술로 유명한 안작득지나 수의사로 이름을 날린 혜자 스님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기병을 다량 보유했고 그만큼 목장에서 기르는 말도 많았을 고구려에서 말을 고치는 수의사(馬醫)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고구려사를 다룬 연구서적에서 혜자 스님의 마의 활동을 알리는 경우는 없었다. 당연히 국사책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이런 부분이 바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그밖에 저자는 왕유릉타나 소수니, 독치자 등의 유명했던 의사를 소개하고『고려노사방』이나『백제신집방』,『신라법사방』,『신라비밀법사방』과 같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서적을 인용하여 삼국시대 약재나 의료술에 대한 내용을 Tip으로 다루고 있었다. 아마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인삼이 고구려, 백제의 주요 수출품이었고 고구려가 백제를 제압한 후 백제의 인삼 교역권을 빼앗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으면 부모님이나 아이들이 충분한 지식을 쌓을 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다.

마지막으로 언급하자면, 106쪽의 고려 진주조개 이야기나 107~110쪽의 만불산 이야기는 정말 어린이들에게 동심의 나래를 펼치게 할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저절로 움직이는 만불산 기계장치는 아마 지금 만들라고 해도 못 만들 것이다. 고려 진주조개와 같은 정교한 세공품 역시 마찬가지다. 정말 그런 것이 있다면 눈으로 보고 싶은 심정이다. 물론 신라시대 해시계와 물시계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만약 그런 것들이 지금까지 기적적으로 남아 있어 눈으로 볼 수 있다면, 마치 왕흥사지 목탑 주변에서 발견한 운모장식판을 봤을때 느꼈던 그런 카타르시스가 전해질 것이다. 그 운모 장식판을 처음 뉴스에 실린 사진으로 접했을때 어찌나 놀랐는지 아직도 그때 기억이 난다. 콧바람에도 날아갈 정도로 얇고 가볍고 깨지기 쉬운 운모를 아름다운 장식품으로 만들 정도면 그것을 만든 사람의 기술력은 어느 정도이며, 그 노력은 또 어느 정도이겠는가.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5장. 과거로부터 배워 미래를 준비하자'가 아닐까 싶다.

저자는 조선 시대 학문을 배운 선비보다 장인과 상인이 낮은 계급이었기 때문에 기술자의 사회적 지위가 크게 낮았고, 당연히 조선 시대에 과학 기술이 발전하지 못 했다고 강변한다. 게다가 조선은 사치를 멀리 하고 상업 발전을 억누르는 사회였으며, 외국과의 교류도 적고 전쟁도 거의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기술력의 중요성을 깨우치지 못 했다. 그에 비해 도자기 전쟁이라고 불리는 조-일전쟁(임진왜란)을 통해 일본은 엄청나게 많은 도자기 기술자들을 잡아가 일본 도자기를 전 세계적인 교역품으로 만들어냈다. 당연히 양국간의 국력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삼국 시대에는 왜 과학이 발달했는지도 알려준다. 삼국간의 치열한 경쟁은 상대방보다 내가 더 잘 살게 하기 위해 기술력의 발달이 요구됐던 사회였다. 산업 스파이가 오고 갔으며, 기술을 이전해주는 대가로 군대를 빌려오기도 했다. 저자는 구체적인 실례를 들어 삼국 시대의 기술 발전의 원인을 알려주고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은 왜 삼국 시대에 비해 조선의 기술력이 쇠퇴할 수 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마무리를 짓는다. 기술에는 조국이 없지만 기술자에는 조국이 있다고 말이다. 과학 기술의 중요성을 알고 많은 이들이 과학에 관심을 쏟아 국가 발전에 힘쓴다면 삼국 시대처럼 우리 나라가 더 부강해지고, 더 풍족해질 수 있다는 것을 저자는 끊임없이 말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자칫 학교에서 덜 배우고, 오해하기 쉬운 과학 기술에 대해 저자는 이 책을 봄으로써 그런 부분을 메꿀 수 있게 하고 있다. 이전에 나온 여성에 대한 책처럼 이 책 역시 독자들에게 스스로 역사가 무엇이며, 과학자가 왜 중요한지, 기술 발전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깨닫게 하는데 중요한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주인장은 개인적으로 이전 책보다 이 책의 삽화가 어린이용 책에는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만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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