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이 바꾼 세계사 세계의 전쟁사 시리즈 4
김후 지음 / 가람기획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책을 다 읽고 나중에 알았지만 이 책이 제43회 한국백상추란문화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한다. 아마도 '활'이라고 하는 무기를 통해 세계사를 바라보려는 시도가 좋았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이 책은 출간된지 상당히 오래 된 책인데 그간 주인장이 내내 봐야지~봐야지 했다가 이제야 구해보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연구서적이라기보다는 개설서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정보 전달이라는 측면에 있어 상당히 잘 쓰여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제부터 이 책에 대해 몇마디 적어보려고 한다.

저자는 먼저 활의 역사에 대해 간략하게 서술하고 세계 각지에서 쓰였던 활의 종류에 대해서 정리하였다. 그 다음으로 1부 말미에서 스키타이, 훈, 투르크, 몽골 등 기마궁수를 동원해 일대 제국을 형성했던 유목민족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하고 2부에서 본격적으로 그들에 대해 자세하게 서술하였다. 2부 말미의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만 아니라면 이 부분은 전체적으로 활을 이용해 크게 세력을 떨친 세력에 대해 언급한 개략적인 역사서술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한국의 활에 대해서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는데 국궁의 구조와 제작법, 종류, 여러가지 화살과 궁도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으며, 한민족의 군사 전술 변천사 또한 나름 의미있는 테마로 정리된 부분이라 생각되었다. 최종적으로 복합각궁의 약사를 간략하게 정리하면서 저자는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저자는 책 표지에서도 밝히고 있지만 복합각궁(우리가 흔히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보는 만곡도가 심한 활로 예맥각궁이라고 불렸다고 함)이 부여에서 만들어져 그와 우호관계였던 흉노(훈으로 일괄 지칭하는 듯 하지만)에서도 사용되었으며, 이후 중국에서 널리 쓰이던 노궁과 함께 투르크 세력에게 전해져 유럽에까지 전파되었다고 보고 있었다. 구미인들이 터키의 활을 최고로 꼽는 것은 국궁을 접할 기회가 적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었으며, 우리 민족이 발명한 예맥각궁을 갖고 훈족과 몽골의 칸들이 세계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된 주장인 것 같았다. 주인장이 처음에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이유는 '백년전쟁 동안 영국의 장궁병이 프랑스군에게 있어 어떠한 군사적인 우위에 있었는지'를 알기 위해서였는데, 그러던 차에 접한 저자의 이러한 주장은 조금 의외였고 참신하기까지 하였다. 주인장은 지금까지 복합각궁의 기원이 우리 민족이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원거리 무기인 활은 선사시대부터 각 지역별로 만들어져 사용되었겠지만, 보다 강력한 관통력과 사거리를 지닌 복합각궁은 특정 지역에서 만들어져 전파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저자의 이런 주장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전체적으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우리 민족에서 만들어진 활이 유목민족의 흥망성쇠와 함께 했다~라는 것에 촛점이 맞춰진 것 같아서 조금 아쉽기는 했다. 물론 유목민족의 역사를 비주류 혹은 야만의 역사로 보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목민족이 오직 활이라는 무기의 강력함때문에 거대한 제국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한 복합각궁만이 전장에서 확고한 전략적 우위를 보여줬던 무기도 아니었으며, 여러 종류의 활(노 포함)이 선택적으로 수용되어 전장에서 활용되었던만큼 그 다양한 활의 용례 혹은 발전상 등을 보여줬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물론 동양에서 오래전부터 위력적인 무기로 활용되던 기간에 서양에서는 비겁한 무기라 하여 전문적으로 활이 쓰이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양에서도 분명히 활을 전장에서 활용했으며, 백년전쟁 기간에는 영국의 장궁병이 그 위세를 떨치기도 하였다. 한편 인도와 동남아시아 각지, 아프리카에서도 활은 무기로서 오랫동안 사용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합각궁에만 주목하여 서술한 것은 조금 성급한 면이 없지 않았나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활을 통해 본 세계사적인 서술이 없기 때문에 연구사적인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한민족은 단일민족이 아니라는 것, 동서양의 전쟁을 서로 비교하여 서술한 부분이나 조선 각궁과 영국의 잉글리시 롱 보우를 비교한 내용 등은 적절한 비교여서 재밌게 봤고 또 유용한 내용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여사를 언급하는데 있어 고두막한이 나온다던가, 400년 경자대원정때 광개토태왕이 동원한 5만의 군대가 모두 기병이라고 서술한 것, 광개토태왕 시절 유연 원정이 있었다고 서술한 것, 광개토태왕비에 아신왕이 백제가 아닌 십제의 왕이었다고 한 것 등등 중간중간 원사료에 근거하지 않고 저자가 추정한 내용들이 있어서 그런 부분이 조금 거슬렸다. 이것 역시 활 혹은 활에 의존한 전략전술에 주력하다보니 이런 실수를 범한 것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전체적으로 점수를 주자면 80점 정도를 주고 싶은 책이다. 그간 온라인상에서 활과 화살에 대한 자료를 검색해보면 늘 참고문헌으로 들어가 있어서 이번 기회에 읽어봤는데 충실하게 정리된 부분이 있었던만큼 다소 편향된 내용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많이 아쉬웠다. 그런 부분들을 조금 더 보충해서 증보판이 나온다면 좋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이와 관련된 연구서적 혹은 개설서가 없기 때문에 연구사적 가치가 높은 책이라는 생각은 든다. 그렇기에 한번쯤 꼭 읽어봐야할 책이라는 생각을 끝으로 이만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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