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왕과 백제부흥운동 엿보기 - 공주대학교 백제문화연구소 백제문화연구총 제5집
양종국 지음 / 서경문화사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서평을 쓰는데 오늘은 좀 흥미로운 책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의자왕이 다스리던 백제 말기와 백제부흥운동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알다시피 백제사 관련 책 중에서 특정 인물에 대해 서술한 책도 많이 없지만, 더불어 백제 멸망기만 따로 다룬 책도 별로 없다(실제 온라인 서점을 검색했더니 관련 서적이 전무하다시피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의자왕이라는 인물에 대해 알아보면서 더불어 백제 멸망기의 상황, 이후 전개되는 백제 부흥운동에 대해 서술하고 있었다. 지난달 호서고고학회를 갔다가 눈에 확 들어오는 책 표지때문에 집어들었는데 목차를 살펴보니 재밌을 것 같아서 바로 구입했던 것이다.

저자도 밝히고 있지만 이 책은 역사 전공자나 공부하는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부담없이 읽게끔 하기 위해 설명내용은 1,200자 이내로 줄이고 대신 사진과 지도, 도표 등을 많이 싣고자 하였다. 그래서 전체 100개의 주제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장이 2~3장 정도에 불과하다. 읽는 내내 시간가는 줄 모르고 후다닥 읽었는데 서술은 가벼웠지만 결코 쉽게 생각할 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이 책에서 주인장이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다양한 주제를 다양한 자료를 통해 다루고 있다는 점이었다. 여기서 다루고 있는 100개의 주제들은 대부분 백제 멸망기를 다루는 거의 모든 주제에 해당한다. 특히 100개의 장은 크게 의자왕의 진실 엿보기, 백제 멸망의 진실 엿보기, 백제부흥운동의 진실 엿보기, 백제유민과 의자왕의 후손 엿보기 등 4개의 큰 테마로 나뉘는데 정사부터 야사, 전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의자왕에 대해 사람들이 그간 갖고 있는 이미지가 잘못된 것임을 항변한다. 그가 국제 시류를 읽지 못 하고 횡음과 주색에 빠져 백제를 멸망에 빠트린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백제 멸망기때 태자가 과연 누구인가에 대해서 따로 장을 마련했다. 이 부분은 주인장이 평소 생각치 못했던 부분이라 더욱 흥미있게 봤던 부분이다. 더불어 나제통문에 대한 잘못된 오해를 바로잡고, 백제와 관련된 각종 전승지와 전설들을 소개하고 있어 처음부터 독자로 하여금 책에 빠져들게 하고 있었다. 

또한 신라군의 진격로와 황산벌 전투에 대한 저자의 생각, 탄현에 대한 생각, 계백장군이 설치했다는 3영의 위치, 웅진강구 전투 및 부여나성의 전투 등을 소개하고 있었는데 모두 다 참신하고 흥미로운 내용이라 주인장에게 많은 공부가 됐다. 특히 황산벌전투에 대해서는 예전에 김성남의『전쟁으로 보는 한국사』, 이희진의『전쟁의 발견』을 보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는데 이번에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하게 되었다. 그 밖에 소정방에 대해 적지 않은 내용을 소개한 것도 이색적이었다. 대개 백제 멸망기를 다루면서 당군과 소정방 등에 대해서는 별로 지면을 할애하지 않는데 여기서는 적지 않은 내용을 소개하고 있었다. 또한 상주 당교전설을 거론하며 이는 야사일 뿐, 믿을만한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고 못 박아두고 있어 그 점도 눈에 띄었다.

더불어 귀실씨의 유래 문제라든가, 백촌강전투 및 주류성의 위치, 연미산과 취리산의 위치 비정, 당 유인원 기공비의 건립연대 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어 백제 멸망기에 대해 폭넓게 이해할 수 있었다. 또 하나 주인장이 눈여겨 본 것은 웅진도독부를 당에 예속된 군현이 아닌 독자적인 정치체로 보고자 했다는 점이다. 그는 웅진도독부의 치소는 공산성이고, 소정이펄은 당군의 주둔지였으며 웅진도독부가 그 당시 독자적으로 신라와 영토전쟁을 벌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당의 기미정책을 언급하면서 중국인들이 백제 멸망 후 당의 영토를 한반도 남부까지 확장해 표기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하고 있다. 단지 부여륭은 의자왕과 달리 사대외교에 충실한 것 뿐이지 웅진도독부가 백제의 실질적인 군현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당시의 조공책봉체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더불어 백제사에서 웅진도독부 시기를 빼놓는다면 백제사의 중요한 한 부분을 잃어버리는 것이라 강변하고 있었는데, 마치 예전에 한국사에서 의도적으로 낙랑사를 축소은폐하거나 아님 확대해석하려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책을 읽으면서 아마 이 부분에서 주인장이 가장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두번째로 이 책의 장점을 꼽자면 다양한 도판과 지도 등을 꼽을 수 있겠다. 매 장마다 빠지지 않고 도판과 도면 등이 실려 있어 전체적인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무리가 없을 정도다. 다만, 지면의 한정 때문인지 도판과 도면을 너무 작게 줄여놔서 그 점이 아쉬운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래도 8,000원의 가격에 이 정도 쪽수를 유지하다보니 그런 것이라 이해하고 넘어가면 큰 문제는 아닐 듯 싶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장점을 꼽자면 현실 문제와 연결시켜 백제사를 이해하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가 돋보인다는 점이다. 현재 존재하는 전설이나 전승지를 언급하면서 역사적인 사실 여부를 가리는 점이라든가, 부여 능산리 의자왕, 부여륭 묘단비의 내용 수정이 요구되어야 한다는 점, 백제문화제와 백제대왕제에 대한 생각, 백제역사재현단지에 대한 우려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백제사를 공부하는데 있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다는 점에서 이런 식의 접근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분량은 얼마 안 되지만 이래저래 주인장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었다. 아마 이 책을 아직 안 읽어봤다면 한번 읽어보면 재밌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백제 멸망기에 대해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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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처 2008-05-14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같은 일반인에게도 친절한 책이라니, 읽을 목록에 추가해 놓아야겠습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

麗輝 2008-05-15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말씀을요. ^^ 재밌게 읽으시길 바라겠습니다. 님도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