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와 패배 클라시커 50 9
볼프강 헤볼트 지음, 안성찬 옮김 / 해냄 / 2003년 9월
평점 :
품절


오늘 조금 특이하면서도 재밌는 전쟁사 책을 하나 소개할까 한다. 대학에서 수학을 공부했고 전산학강사와 자유기고가로 활동했던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전쟁사를 독특하게 소개하고 있다. 

먼저 그는 정통(?) 전쟁사학자가 아니어서 그런지 그의 문체에서는 자유분방함이 묻어 있었다. 전쟁을 간단하면서도 요점만 짚어서 언급하는 방식이라든가, 마지막 부분에 저자 자신의 간단한 비평(분석이 아닌)을 적어놓는 것 등 읽는 이로 하여금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 있게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다양한 연구성과를 섭렵하여 객관성을 보강하였는데 여러가지 전쟁에 대한 견해들을 소개하고 정리만 할뿐, 자신의 전문지식을 활용해서 어렵게 책을 써 나가지 않았다. 그 점이 어떻게 보면 세기의 중요한 전쟁에 대해 알고자 하는 독자들로 하여금 부담이 적게 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각 장은 4~5쪽의 적은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점들 때문에 이 책은 전쟁사를 알고 싶어하는 독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다음으로 눈에 띄는 것은 화려한 도판과 도면들이었다. 전쟁의 흔적과 전투 장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도판, 도면이 300컷이나 실려있었는데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전쟁을 소재로 삼은 유명한 미술작품들이 상당수 등장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물론 제1 · 2차세계대전으로 넘어오게 되면 사진이나 기록영화, 엽서, 영화의 한장면 등이 자주 소개되었지만 고대 및 중세시대 전쟁에 대해서는 여러 화가들의 미술작품을 소개하고 있어 쉽게 접할 수 없는 자료들을 많이 접할 수가 있다.

그와 더불어 독특한 점을 하나만 더 꼽자면, 전쟁을 묘사한 예술작품들, 즉 영화나 책, 음악 등을 소개하고 있어 이 점이 주인장에게는 가장 마음에 들었다. 흔히 알고 있듯이 역사를 영화나 책 등으로 재현해낸 작품들은 시대를 불문하고 널리 사랑을 받아왔다. 가장 최근까지도 주목받았던 스파르타군의 테르모필라이 전투라든가(『불의 문』이나 영화〈300〉에서 알 수 있듯이), 대표적인 고전으로 꼽히는 트로이 전쟁(브래드 피트의 매력이 한껏 발산된) 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파트가 있기 때문에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어렵고 다소 이해하기 난해한 전쟁에 대해 보다 쉽게 이해할 수가 있었다. 특히 주인장은 여기서 소개된 전쟁영화를 다운받아서 보거나 책에 나온 박물관 싸이트나 책 등을 검색해서 자료를 얻기도 하였다. 어쨌든, 이 점이 이 책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이라고 주인장은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특징은 각 장마다 마지막에 전쟁의 진행과정과 역사적 영향 등을 요점정리식으로 정리해놨다는 사실이다. 각 전쟁에 대해 역사적 배경, 시기, 장소, 목표, 전쟁 상대 및 지휘관 및 무기, 손실, 승자, 전투진행과정(상당히 정확한 것은 일자와 시간까지 표기), 평가 등의 항목으로 나눠서 한쪽에 요약정리를 해놓고 있었다. 마치 전쟁사 관련 교과서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지금까지 여러 전쟁사 서적을 봐도 이처럼 간결하면서도 요점을 짚어서 정리해놓은 책은 보질 못 했다. 아~물론 그렇다고 기존의 다른 서적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주인장은 지금 저자가 아주 독특한 구성으로 새로운 스타일의 전쟁사 책을 썼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다만 아쉬운 점을 꼽자면 제목은 역사를 바꾼 세기의 전쟁 50이지만 주인장이 보기에 각 전쟁들을 구분한 기준이 애매모호하지 않나 하는 것이었다. 뭐 수백년만에 중국을 통일한 거대제국 수-당과 겨룬 고구려에 대한 이야기까지는 기대도 하지 않겠다. 그리스-페르시아 전쟁부터 저자는 일관되게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의 전쟁을 언급하고, 마지막에는 1 · 2차 세계대전을 언급할 뿐이었다. 물론 세키가하라 전투도 한 파트를 장식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전쟁의 주 전장은 서구 열강을 벗어나질 않았다.

즉, 50개의 주요 전쟁을 구분하는 기준이 모호하여 그야말로 시대와 역사를 구분하고 변혁을 가져올 정도의 '결전'을 소개하지 못 하고 있는 듯 했다. 대표적인 예로 그리스 내에서의 패권 다툼인 레욱트라 전투(테베와 스파르타의 대결)를 투르 & 푸아티에 전투(이슬람교의 물결을 막아낸)나 아쟁쿠르 전투(기사시대의 몰락을 가져온), 세키가하라 전투(에도막부의 등장에 결정적 기여를 한), 노르망디 상륙작전(독일제국에 결정타를 날린) 등과 나란히 소개한 것이 그러했다. 차라리 레욱트라 전투보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대해서 소개하는 것이 더 적합할 듯 싶었다. 이렇듯 저자는 말로는 세기의 주요 전쟁 50이라고 했지만 따지고보면 이런저런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전쟁을 선정해놓았다. 

또 중간에 도판이 잘못 삽입된 점 등을 빼면 전체적으로 상당히 재밌고 유익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이 책의 저자는 정통 전쟁사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책은 전반적으로 어렵거나 이해하기 난해한 군사용어로 도배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독특한 구성과 재미있는 내용으로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어 상당히 좋은 개설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쟁에 대해 가볍게 알고 싶다면 주인장은 이 책을 한번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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