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고학의 방법과 이론
최성락 / 학연문화사 / 1998년 8월
평점 :
품절


주인장이 갖고 있는 것은 2001년도에 발간된 것인데 책 표지가 바뀐 것을 제외하고는 98년도에 발간된 것도 내용상 큰 차이는 없다. 물론 새롭게 추가된 내용들이 있지만 기존의 내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이 책은 예전에 한번 읽어봤었는데(지루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 학기 대학원 수업시간에 쓸 교재로 채택되어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다시 읽어보니 그때랑 느낌이 달라서 이번에는 그럭저럭 진지하게(?) 읽을 수 있었다. 

우리는 흔히 한국고고학을 두고 전통고고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들 말한다. 뭐 고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고고학史 관련 수업을 들어보면 이미 다른 나라들은 신고고학이나 과정주의고고학이나 탈(후기)과정주의고고학이니 새로운 고고학 사조들이 한번씩 휩쓸고 지나갔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지껏 전통고고학에서 크게 벗어나질 못 하고 있으며 외국에서 이론 몇개 차용해서 갖고 오면 그게 뭔 전부인양~대단하게 취급받는 분위기다. 그리고 그런 배경에는 고고학 연구방법론과 이론의 不在를 가장 큰 요인으로 꼽곤 한다. 그러다보니 발굴조사로 인해 얻어진 고고자료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며 이것들이 '왜' 여기서 발견되었는지를 따지는 것에 취약하다고 말이다.

이 부분은 주인장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바이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 고고학계가 발간하는 조사보고서는 상당히 뛰어난 가치를 지니지만(외국 중에 우리나라처럼 조사보고서를 잘 만드는 나라는 일본 정도로 알고 있다) 개개 고고학자들의 개별 서적들은 발간되는 예가 별로 없다는 사실도 함께 말이다. 물론 외국 학자들의 고고학 개설서들이 적지않게 번역되어 우리나라에 소개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학자가 쓴 이론서 혹은 개설서들이 우리나라에 극히 적은 것이 사실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김원용 선생님의『한국고고학개설』정도랄까? 즉, 어느 학자 1명이 자신의 이론과 주관에 따라 일관되게 고고학 이론이나 방법론을 소개한 책이 김원용 선생님 책 말고는 현재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봤을때 최성락 선생님의 이 책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최성락 선생님의 그간 논문을 모아 편집한 책이긴 하지만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 일관되게 정리된 생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비록 개설서로서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고고학 방법론 서설을 시작으로 고고학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형식학적 방법과 C14 연대문제에 대해 검토하고 뒤이어 화산회층과 통계학적 방법론에 대해 알아본다. 마지막에는 '문화'에 대해 알아보는 장을 마련했는데 이는 고고학이라는 학문이 단순히 발견된 유물, 유적에 대해 설명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문화를 복원하는데 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선생님이 지금까지 썼던 논문들을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는게 사실이다. 주인장도 예전에 그냥 읽어볼 때는 몰랐는데 이번에 책 일부를 요약 발표하다보니 상당히 해석에 난해한 부분이 많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비전공자한테는 쉽게 와닿지 않는 내용들이 꽤 있을 듯 싶다. 왜냐하면 김원용 선생님의 책처럼 한국사를 고고학의 시각에서 통사적으로 서술한 책도 아니거니와, 고고학 일반적인 이론이나 방법론에 대해 개설서식으로 서술한 책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고학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만큼 고고학을 공부하는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고고학 관련 서적들이 얼마나 더 나올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최성락 선생님의 이 책이 발간된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대략 10여년) 그 내용에 별 차이가 없다는 사실은 한국고고학계에서 거론되는 여러 쟁점들이 앞으로도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것을 대변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하루빨리 한국고고학의 수준이 진일보하여 전통고고학의 그늘에서 탈피했으면 하는 작은 바램도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