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보는 고구려사
김용만 지음 / 창해 / 2001년 9월
평점 :
품절


얼마전『태왕사신기』를 즐겨보시던 선배가 광개토태왕에 대해 볼만한 책이 없냐고 하셔서 이 책을 추천해드렸다.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봤더니 광개토태왕에 대한 인물 평전은 그렇다치고 관련 서적이 별로 없었다. 그나마 남아있는 관련자료가 '광개토태왕비문'이나『삼국사기』등의 단편적인 기록들인데 그것만으로 얼마나 그 인물을 복원해낼 수 있겠느냐, 싶기도 했지만 그렇다해도 관련서적이 별로 없다는 것은 분명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겸사겸사 선배한테 빌려줬던 책을 돌려받은 뒤에 한장한장 책장을 넘겨봤다.

'코리아에 고구려가 없다면, 코리아는 없다!'

책 표지의 문구가 눈에 확 들어왔다. 그렇다. 코리아에 고구려가 없어지면 안 된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를 말살하려는 작금의 사태를 한번 되돌아보라. 이 책은 2001년에 나왔는데, 그때 저자는 제대로 된 인물사 책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2007년 막바지에 이르는 지금도 제대로 된 인물사 책은 여전히 없다. 앞서 주인장이 광개토태왕에 대한 제대로 된 책 하나 없다고 한 것도 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었다. 암튼, 오랜만에 다시 읽어봤는데도 역시 고구려 인물사를 잘 알려면 이 책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고구려에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어떠한 것들인지를 알려주고자 하고 있다. 그는 추모성왕을 '벤처창업가'라고 칭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처음 봤을때 그 표현이 굉장히 신선하다고 느꼈던 기억이 난다. 혹시『태왕북벌기』라는 만화를 아는가? 그 중에 '타다르'라 불리는 흉노족(왜 흉노족인지 모르겠지만) 족장이 6만에 이르는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의 남부여성(암튼 巨城으로 나온다) 일대를 공략하려는 내용이 나온다. 그때 타다르가 "고구려를 세운 자가 주몽이라 했던가? 그 역시도 시작은 이처럼 협소하였을 것이다. 안 그런가?"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렇다. 요즘으로 치면 추모성왕은 그야말로 無에서 有를 일궈낸 창업군주였던 것이다. 이처럼 저자는 신선한 표현들을 써서 그간 잘 몰랐던 사실들을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이 고구려의 왠만한 인물들을 다 다룬 인물사 책이라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단순히 왕(당시 역사서의 주인공)만 언급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호동왕자, 명림답부, 을파소, 밀우와 유옥구, 유유, 도림과 같은 인물들에 대한 내용이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유화부인, 부여태후, 우씨왕후, 관나부의 장발미녀, 한씨미녀, 평강공주 등 30여명의 주인공 중 무려 6명이나 되는 고구려 여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특히 관나부의 장발미녀를 제외하면 모두 강건하고 웅대한 기상을 가진 고구려의 여성상을 잘 보여주고 있어 요즘 우리나라 여성들이 요구하는 모델로서 아주 적절하다고 생각한다(얼마전 신사임당은 요즘 여성상과 맞지 않는다는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지폐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어떤 인간들의 반론을 보고 기가 찼다). 안장태왕과 한씨미녀 이야기가 춘향전과 비교할만한 것도 흥미롭다. 고구려의 다양한 인물상을 그려주고 있기에 이 책을 읽음으로서 독자들은 고구려 인물들에 대한 좋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주인장 개인적으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연구자들도 별로 신경 안 썼던) 인물들을 발굴(?)해서 소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으로 건너가 삼론종의 대가가 된 승랑 스님, 북위 최고 권력자로 군림한 고조가 바로 그들이다. 지금이야 이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이 책이 나올 당시에만 해도(2001년) 이 둘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마 고구려 인물사에 대한 또 다른 책이 나온다면 최근 금석문에서 확인된 다양한 인물들에 대한 정보가 추가되겠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는 이 책의 내용과 큰 차이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 뒷부분에는 참고자료도 첨가되어 있어 고구려사를 공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게다가 부담없이 읽을 수 있어 개설서로는 그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일무이한 고구려 인물사 서적인데, 그것만으로도 한번쯤은 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이만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