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고학 강의
한국고고학회 엮음 / 사회평론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아마 처음일 것이다. 김원룡 선생님의『한국고고학개설』이후에 한국사 전반을 다룬 고고학 개설서가 나오기는 말이다. 안 그래도 한국고고학에 대한 개설서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주인장처럼 고고학을 배우는 학생들도 그렇고, 고고학에 뜻이 있어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어려움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최근에는 각종 고고학회 학회지와 고고학 관련 잡지, 저널 등이 많이 발간되어 일반 대중들도 고고학을 접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지만 역시 고고학 개설서 1권 읽는 것만큼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1973년 김원룡 선생님의 책 초판이 나온 이후로 수많은 판본들이 출간되었고 아직도『한국고고학개설』은 대학에서 중요한 교재로 쓰이고 있다. 수십년이 지났건만 그 책에서 아직도 많은 정보들을 얻는다는 점에서 김원룡 선생님께 새삼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고고학계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많은 선생님들이 이번 프로젝트에서 내놓은 결과물이 바로『한국고고강의』라는 책이다.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지만 원래 이 책은 대학교 및 대학원 교재로 쓰기 위해 몇몇 뜻있는 분들이 모여 만들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점점 인원이 보충되고 프로젝트가 커지고 분량이 늘어나면서 번듯한 개설서 1권을 만들게 되었고 그 결과물은 만족할만한 것이었다. 주인장이 몸담고 있는 연구소에 계시는 많은 선생님들도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셨고 연구원들 또한 각종 도면과 도판 작업에 참여했기 때문에 상당히 애착이 가는 책이기도 하다. 여기까지는 잡담이었고 책 내용에 대해서 간단하게 언급해보고자 한다.

일단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최근 한국고고학계의 연구현황이 잘 드러나 있다는 점이다. 김원룡 선생님의 책이 고전(古典)에 가까운 대접을 받고 있는만큼 최신 연구성과가 그 안에 표현되지 못한 반면, 이 책에서는 각 분야별 전공자들에 의해 최신 연구성과가 잘 소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한국사의 공간적 범위를 중국 동북지역과 한반도 전부로 설정하고 있어 상고사 및 고대사를 이해하는 시각을 크게 넓힐 수가 있다. 더불어 문헌사학적 시각이 아닌, 고고학적 시각에서 쓴 책이어서 유물과 유적을 통해 한국사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고고자료만으로 한국사를 이해하고 알아간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흥미로울까, 하는 생각을 절로 하게 해준다는 뜻이다.

또한 각 장마다 '시대개관-연구사(혹은 연구논점)-중요 유적과 유물'이라는 기본적인 틀을 갖추고 있어 각 시대마다 그 시대 문화를 이해하는데 적합한 구조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즉, 고고학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갖추지 않아도 이 책을 읽음으로써 기본적인 내용을 이해함은 물론이요, 많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파트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각 시대별로 서로 같은 분야의 문화적 내용들을 비교하며 이해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물론『한국고고학개설』도 이러한 구조로 되어 있지만 분량이 적어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부분이 많았었다. 그에 반해 이 책에서는 풍부한 도면과 도판, 표 등을 제시하고 그에 합당한 설명이 부가되어 있기 때문에 전문성이라는 측면에서 봤을때 그렇게 어려운 책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덧붙여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을 꼽자면 원삼국시대를 언급하면서 북부, 중부 및 서남부, 동남부 3개 지역권으로 나눠서 설명하고 북부지역에 대해서는 낙랑을 거론하고 있어 주목된다. 또한 고구려 이외에 북방의 패자였던 부여에 대해서도 약간의 보충설명을 더하고 있으며 백제 부분에서는 영산강유역을 따로 언급하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그리고 문헌사적으로, 혹은 미술사적 시각에서 주로 다뤄왔던 통일신라와 발해에 대해서도 다양한 고고자료들을 제시하고 있어 기존의 고고학 관련 서적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다양한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그간 한국고고학의 시 · 공간적 범위가 확대되었음은 물론이요, 그에 따라 더 많고 다양한 자료들이 축적되었음을 알려주는 것이라 하겠다.

다만 단점이라면 편집 과정에서 적지 않은 분량이 편집되어 보다 많은 정보를 습득할 수 없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고, 그 다음으로 각 분야별 전공자마다 생각하는 바와 학문적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용어 사용이라든가, 기본적인 역사인식에 있어서 일관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그리고 이 책이 비록 한국고고학회라는 한국고고학계를 대변하는 집단의 주도 아래 출간되었지만 이 책의 내용이 곧 '국정교과서'처럼 한국고고학계 전체의 입장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므로 읽으면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7명의 집필자들의 원고를 일일히 다듬어 편집한 5명의 편집위원들 덕택에 훌륭한 책이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이 책도 개정판이 지속적으로 나올 것이라 생각하며 이보다 더 좋은 최신 정보를 실은 개설서가 앞으로도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야만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책들이 나오기 전까지 이 책은 충분히『한국고고학개설』의 빈자리를 메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평소 고고학이 무엇인지 궁금했던 분들이나 고고학에 뜻을 둔 학생들, 고고학을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이 충분히 소화할 수 있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책이라는 말을 덧붙이며 이만 글을 줄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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