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이야기
강윤동 / 범조사(이루파) / 199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우연히 읽게 되었다. 우리역사문화연구모임(http://cafe.daum.net/alhc)이라는 까페에서 유리왕의 출자와 당시 고구려인의 인식에 대해서 토론하다가 '★明治好太王★'님이 알려준 덕분에 읽게 된 책이다. 중국인이 만주 일대에 퍼져있는 고구려 관련 전설들을 모아놓은 책인데 알고보니 출간된지 상당히 오래된 책이었다. 그간 왜 몰랐었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어쨌든, 소개를 받고 나서 당장 구입해서 읽어봤다. 

전체적으로 분량은 지극히 짧다. 236쪽이라고는 하지만 글씨도 크고 자간이 넓은데다가 전체적으로 어려운 내용이 없기 때문에 주인장도 버스 안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두어시간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다 읽고 난 다음에 문득 든 생각은 드라마 주몽에서 볼 수 있었던 스토리와 비슷하다는 것 정도? 혹시 주몽 작가님이 이 책을 참고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죽 읽으면서 계속 드는 생각은「동명왕편」이외에 딱히 고구려 신화에 대한 이야기가 남아있지 않은 지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재미도 있었고 소설적인 요소도 충분히 가미하고 있어서 활용하기에는 그만이었다. 단, 이런 전설들이 얼만큼 사료적 가치가 있는지는 차후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책에 소개된 내용을 보면 고구려 건국 이전부터 고구려 멸망 이후, 근대까지 전해지게 된 전설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시기적으로 정리해서 적어놓고 있어서 읽기에 편했다. 다만 주인장 개인적인 아쉬움이라면, 본래의 전설 원문(?)과 역자의 코멘트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를 확인하기가 힘들었다는 사실이다. 중국어 원문을 그대로 싣지는 않더라도 역자의 코멘트와 원문 정도는 구분해서 써 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암튼 이는 사족이니 제외하고 책 내용에 대해서 간단하게 언급해보도록 하겠다.

전체적으로 고구려 건국 이전의 신화적인 부분은 우리가 중국이나 우리측 사서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내용과 비슷했다. 하지만 실제 역사기록으로 넘어오면서 우리가 몰랐던 부분들이 상당히 많이 나오고 있었다. 주몽과 대소의 후계자 쟁탈에 대해 묘사한 부분이나(이는 누구나 추측은 하지만 실제 확인할 길이 없는 부분이다) 주몽의 부인이 예씨부인이 아닌 공씨부인으로 기록되어 있는 부분, 적석묘의 기원에 대한 내용,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배경이 낙랑이 아닌 옥저로 나온다는 점, 관나부인의 탐욕에 대한 부분, 강룡석과 호태왕비에 얽힌 전설 등 우리가 그간 역사책에서만 배우던 내용과는 다른 내용들이 등장하고 있었다. 

또한 독특하게 고구려 역대 임금의 무덤을 파헤친 도굴에 얽힌 전설도 2개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때문에 이 전설들이 근대에 이르러 도굴이 성행하면서 나름대로 정리된 전설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뭐 이 책만으로는 고구려와 관련된 전설들의 발생과 전파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을 듯 싶다. 하지만 분명히 주목할만한 내용이 많이 들어있는 것은 사실이다.

주인장은 개인적으로 강룡석과 호태왕비에 얽힌 전설, 만보정 거북이의 전설 이 2개의 전설이 잊혀지지 않는다. 역사서에서는 전혀 짐작할 수 없는 그런 이야기 전개가 이 전설에서는 이뤄지고 있는데 전설이나 신화라는 것이 어떤 역사적인 사실, 혹은 실제적인 사건에 근거하여 생겨난 것이라 했을때 눈여겨 볼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호태왕비와 같은 거대한 비석을 만들때 쓴 원석이 어디서 왔을까, 하는 고민을 한다. 그런데 전설은 이를 멋드러지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또한 만보정 거북이와 얽힌 전설 또한 모용씨의 침입으로 고난에 빠진 고구려가 어떻게 국력 회복을 빠르게 할 수 있었는지를 얘기해주고 있었다. 아마 당시에 살았던 평민들의 눈에는 이런 극적인 사건들이 전설화할 수 있는 충분한 요소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니 신기하기까지 했다.

마지막으로 주인장은 고구려에서 돼지가 상당히 신령스러운 존재였다고 여기고 있었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전설이 하나쯤 없을까 하는 기대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또한 고분벽화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여러가지 고구려의 신화적인 부분들과도 연결되는 전설이 없어서 이 책에 나온 내용은 그냥 '이런 게 있구나~'하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얻었다. 하지만 분명 고구려와 관련된 전설을 정리한 흔하지 않은 책이기에 한번쯤 여흥 삼아 읽어보는 것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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