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친구들, 또는 친구라고 부르기엔 뭣하지만 친구 아니라고 하기에도 달리 호칭이 없는 여인네들로부터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시원섭섭하달까, 잠시 그런 기분이 든 다음, 결혼하는 상대는 어떤 남자일까 문득 궁금해졌다가는, 몇 마디 식상한 축하인사를 건넨 후에 나도 어여 가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하는 찰나, 다시 먹는 일이라든가 책 보는 일로 관심을 기울이곤 했다.

 그런데 친구 K 같은 경우는 머리보다 몸으로 먼저 반응했던, 특별한 경우였다. 오늘 그녀로부터 전화를 받았을 때, 하마터면 나는 짠하다 못해 거의 울컥할 뻔 했다. 감격과 서운이 동시에 엄습해오는 바람에 내가 지금 축하인사를 건네야 하는 건지, 왜 그렇게 빨리 가버리는 거냐고 칭얼대야 하는 건지, 당최 애매무쌍해서 잠시 갈피를 잃었었다. 그렇지만 언젠가 그녀의 부군이 될 남자를 만난 적이 있었고, 그의 선한 인상과 따듯한 마음씀에 나조차도 훈훈해졌던 터라 재차 목소리를 높여 진심으로 축하 인사를 건넬 수 있었다. 그녀도 마치 철딱서니 동생 놔두고 시집 가는 언니처럼 이런저런 염려를 해주었는데 나는 걱정 말라는 투로 코 큰 소리를 하다가는, 사실은 조금 서운하다고 이실직고를 해버린 후, 조만간 곱창을 사주겠다는 말에 기분이 반짝 들어, 아니, 들은 척 했다. 부케는 네가 받아달라 하길래 왠일인지 한번 더 짠해졌고, 그녀의 부군이 나를 한번 더 만나고 싶어한단 말에 벌써 바람을 피우는 건가, 오버한 다음 평소처럼 심하게 깔깔거리다간 통화를 맺었다.

 새내기 때 처음 만나 지금까지 만나오고 있는 그녀는 말하자면 내게 있어 든든한 큰 언니 같은 존재였다. 터울이 많이 지는 오빠 밑에서 무수리로 자란 나에겐 또래 자매들의 살가운 제스처들이 못내 부러웠고, K는 딸부잣집 둘째 딸로서 태생적으로나, 후천적으로나 매우 노련미 넘치는 언니였던 셈이다. 면접고사 날,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땐 그녀가 과연 남자화장실로 들어갈까, 여자화장실로 들어갈까, 모두들 귀추를 주목했을 만큼 성별이 불분명한, 살짝 톰보이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당시 기억을 떠올리자면 그것은 매력적이라기 보다는 어느만치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했는데, 그렇듯 중성적인 이미지가 내뿜는 카리스마로 덜컥 과대표가 되더니만 "너 처음 봤을 땐 디게 독종 같았는데. 알고보니 바보잖아. 하하하하하!"라고 내게 들이댈 만큼 근사한 구석이 있었다. 그녀 앞에서 철옹벽 같던 내 자아는 삽시간에 본색을 드러냈고, 그것은 부끄러운 발가벗음이 아니라 화사한 만개였다. 나는 완벽하게 나일 수 있었고, 내가 나 아니고 싶은 날 조차도 그녀는 나를 나로서 봐주었으니, 내가 그녀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우리는 허구언날 토이의 '여전히 아름다운지'를 불러제끼며 대체 우린 언제쯤 사랑 때문에 좀 야위어 보겠냐며 너스레를 떨었고, 과축제 때에는 촌스런 후드티를 맞춰 입곤 북어와 백세주를 상품으로 준비하는 등, 유치찬란하기 짝이 없는 만행을 저질러가며 듀오엠씨를 보기도 했었다. 웃기고, 웃겨주는 게 일상이었고 그게 지루해지면 서로를 울려놓곤 달래주기까지 했다. 포화상태의 에너지를 담아내기엔 이노무 세상이 너무 비좁고, 내 진심을 알아주기엔 그노무 자식이 너무 경박하다며, 눈에 띄거나 손에 집히는 것들은 모두 묵사발을 만들어가며 날밤을 새기도 했다. 아무런 눈치도 보지 않고 사심없이 헤매일 수 있었던 참 좋은 시절이었다. 하지만 모든 관계가 항상 순탄할 수만은 없듯이, 우리에게도 오해와 이해 사이를 위태위태 오가며 그간의 사연들을 몽땅 되짚어 볼 만큼 위기의 순간이 없지 않았다. 많이 좋아했기에 서로 그만큼 실망도 컸던 셈인데, 실망이 크다고 해서 안 좋아할 수도 없는 것이어서 더욱 힘들었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한편으론, 그녀가 남자가 아니었던 덕분에 우리가 지금까지 친구라는 이름으로 함께 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단순한 생각도 든다.

 언니도 없는데 큰 언니 시집 보내는 기분이란 게 이런 걸까, 하는 묘한 느낌. 하나 뿐인 오빠가 결혼할 때도 칠칠맞게스리, 눈물 참느라 콧잔등을 문질러대고 안경 밑으로 손수건을 비집어 넣으며 온갖 추레한 꼴을 다 보였더랬는데 이번에도 K의 동생들보다 내가 더 울면 어쩌나 벌써부터 염려스럽다. 조만간 그녀의 부군을 만나게 되면 형부 한 분 생긴 거라 생각하겠다고, 오버 섞인 진담을 늘어놓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놓고는 제가 쫌 동안이죵? 고따구 말로 시시하게 무마하겠지. 바보. K는 누구보다도 똑똑하고 씩씩한 사람이니, 그녀의 모든 것을 사랑해주는 듬직한 부군과 함께 알토란 같은 가정을 이루고 잘 살 것이다. 벌써 기대가 된다. 그녀가 얼마나 믿음직한 아내이자, 현명한 엄마가 될지. 그나마 조금 위안이 되는 것은 언제고 그리우면 만날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게 된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학 동안 그녀가 고향집에 가 있을 때보다 왠지 더 멀고도 막막하게 느껴지는 이 기분이란, 어쩌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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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2-19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그분이 얼마 전 남이섬 동반 나들이 갔다 오셨던 분인가요??

깐따삐야 2007-12-19 00:32   좋아요 0 | URL
걘 저처럼 방바닥만 잡아먹고 있는 무모한 싱글이구요.ㅋㅋ 이번에 결혼하는 친구는 그런 저희랑은 스케일 자체가 다른, 대고모, 왕언니 쯤 되시겠습니다. 하루 다섯 시간 주무신다니 체력이 좋으신 건지, 그렇듯 긴장 타는 삶을 살고 계신 건지, 문득 걱정 됩니다요.-_-

가시장미 2007-12-19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님이 퍼스트? 막이래 ㅋㅋㅋ

아 친구들 결혼하면 무지 심난하고 그러던데..
깐따님은 아직 어리셔서 안그런가요?
(나이도 모르면서 어리다고 막이래 ㅋㅋ)
<- 이 말투는 웬디양님 말투? =_=

K가 궁금해서 잠을 못 이루고 있어요.
K가 디스코치면서 나올 때까지 기다릴꼬에요.
전해주세요 으흐흐

깐따삐야 2007-12-19 01:42   좋아요 0 | URL
K라니요.-_- 가시장미님은 이미 J군한테 빠져 계셔서 저의 퍼스트 따윈 눈에 들오지도 않으실텐데요 머. 훙!
저 아마도 장미님이랑 동갑일걸요? 유치한 게 나이만 들입다 먹었나 봐요. 흐흐
(써어드 되셨으니 웬디양님과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시길.^^)

가시장미 2007-12-19 01:51   좋아요 0 | URL
그럼 여기서 질문!
써드에서 퍼스트로 올라가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그리고 원래 경쟁자들끼리 친하게 지내는거 아니에요. -_-;;
막 질투하고 서로 미워하고...
인형사서 주문걸어서 대신 때려주고. 막 그러잖아요.
아 웬디양님과 퍼스트(누군지는 모르지만)님과...
그런 사이가 되어야 한다니....
저 아무래도 써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께요. ㅋㅋㅋ
(치고 빠지기?! -_-*)

깐따삐야 2007-12-19 01:58   좋아요 0 | URL
허걱~ 장미님. 인형 사서 주문 걸어서 대신 때려주고... 저도 장미님 써어드로 책정하는 거, 다시 생각해 볼래요.-_-

Mephistopheles 2007-12-19 02:45   좋아요 0 | URL
가시장미님이 말씀하신 그 지푸라기 인형은 정말로 인터넷에서 판매하고 있더군요...정말입니다..

웽스북스 2007-12-19 09:02   좋아요 0 | URL
가시장미님 무서운 사람이네요
써드로 만족한다고 말씀하셨던 건 일단 떡밥? ㅋㅋ

깐따삐야님과 가시장미님과 저 셋다 같은 나이인 걸로 알고 있어요
내년에 스무살의 막바지를 즐겁게 보내는 모임 이런거 만들어볼까요?
근데 퍼스트가 새파랗게 눈뜨고 막 돌아다니면서
우리 깐따삐야님과 서로 수면시간도 챙겨주고 막 그러고 있는데
진짜 모르시겠어요?

가시장미 2007-12-19 19:55   좋아요 0 | URL
아.. 그래요.. -_-;;
왜 나는 모를까요.
엘신님이 아니시라고 하시니...
아무리 생각해도 잘..
혹시 메피님?
아이. 그건 안되는뎅..
마님이 계신데 ㅋㅋㅋ

그래요? 우리다 동갑이에요? 와우~!
모임하나 만들어야 겠군요. ㅋㅋ
그 인형.. 인터넷에서 판다니,
더 무섭네요. _-_)~
한 번 사봐? ㅋㅋㅋ

깐따삐야 2007-12-20 13:18   좋아요 0 | URL
메피님- 퍼스트의 갑빠가 있으실텐데 투기를 종용하심 안되져.-_-

웬디양님- 모임 결성 좋아요! 진짜 함 추진해보까요? 근데 메피님은 진짜 주무셔야 돼. 날로 거만해지시는 게 알라딘과 수면부족 때문임.

가시장미님- 나를 니코틴 중독으로 몰아세운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가정파괴범으로 몰고 있군요. 역시 연애하는 츠자들은 눈에 뵈는 게 없다는.-_-

더씨크릿 2007-12-26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자주 들러 이것저것 뒤져보는 알라딘에서 우연히 서평을 하나 보았어요...
눈에 아주 화아악 띄는 서평~!

그 서평의 주인이 누군가 궁금해서 따라와 보니 여기네요...ㅎㅎ...
작가 못지 않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글솜씨에 반해서 잠시 머물다 갑니다...

가끔 들러서 훔쳐보다 가도 되겠죠?
마음의 평화 늘 함께 하는 나날이길요......

깐따삐야 2007-12-26 14:5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훔쳐보시다니요. 대놓고 보셔도 됩니당.^^
그나저나 더씨크릿님의 눈에 확 들어온 서평이 대체 몰까요.
 

  메멘토인 내게도 잊지 못할 멘토는 있었으니 오늘의 태그를 보며 자연스럽게 '고마움'이란 말을 떠올리게 된다. 얼핏 이만큼 혼자서 잘 살아온 것 같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의식했든, 의식하지 못했든 많은 것들이 내 삶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오늘의 나는 과거의 나와 한 통속일 수 밖에 없다. 그 많고 많은 것들 가운데서 어디 한 가지만 꼽을 수 있겠냐만은 삶과 사랑과 배움에 있어, 내게 비교적 큰 포스를 발휘했다고 생각하는 세 가지를 골라 보았다.

 



★  책 - "시지프의 신화"


  단연코 카뮈의 '시지프의 신화'이다. 시간을 거슬러 정확히 스물 한 살의 봄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의 나는, 가벼운 우울증이 아니었나 싶다. 일년 전, 대학에 갓 들어온 스무살 때엔 거의 정신이 없었다. 완전한 자유에 내동댕이쳐져서는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할 줄 몰라 바둥거려야 했다. 사람들과 곁을 트는데 기복이 심했던 나는 어느 날은 소주 한 잔에 마음을 몽땅 열어보이기도 하고, 어느 날은 누군가 나한테 말이라도 걸어올까봐 노심초사하기도 했다. 반듯하고 야무진 첫인상을 가졌던 것에 비해 마음은 한없이 여렸고 종종 우울감에 시달렸다. 결국 스물한 살의 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돌연 휴학을 결심했다. 일년 동안 단짝처럼 붙어다니던 친구는 "내가 왜 네가 휴학했다는 소식을 다른 사람한테 들어야 하는 거냐."며 거의 울상을 짓다시피 했지만 나는 짤막하게 "그렇게 됐다. 미안하다."란 말로 아무 여지를 주지 않았다. 그리고는 수많은 사각의 책들을 벽돌 삼아 견고한 성을 쌓은 후 그 성에 안착했다. 그만큼 사람들로부터 멀어졌고 안으로만 깊이 침잠했다.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가까운 대학 캠퍼스로 자전거를 타러 다녔고, 입맛을 잃어 휴학 후 겨우 몇 달 만에 급속도로 살이 빠졌다. 얼굴이 변했고, 말수가 줄었고, 마음은 우울했다. 하지만 겉으로는 울지 않는 캔디처럼 희희낙락했다.

 그 날도 오늘의 먹이감을 찾기 위해 책사냥을 나선 길이었다. 장 그르니에와 카뮈의 만남이 우연으로 시작해 운명이 되었듯, '시지프의 신화'와 나의 만남도 그랬다. 당시 나는 '이방인'의 작가로서 카뮈를 알고 있었고 세계문학전집 속에 한 자리 차지하는 흔하디 흔한 프랑스 작가 쯤으로 여겼다. 도스토예프스키나 토마스 만 같은 북구권의 음울한 작가들에게 마음을 빼앗겼던 당시라서 왠지 프랑스, 하면 속없이 들뜨고 부산해 보였다. 교만하게도 어느 정도 무시, 하고 있었다면 적확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연히 내 눈에 들어온 카뮈의 인상과 시지프의 신화는 나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단숨에 사로잡힌다는 것. 난 그런 적이 많았고, 그 결과야 어찌 되었건 지금도 그 말을 믿는다. 그렇게 그 책은 내게로 왔다.

 무엇보다 내 마음에 들었고, 나를 정신차리게 했던 것은 저 너머의 이상향을 인정하지 않으리라는 카뮈의 현실감각이었다. 주어진 잔이라면 마셔야 하며, 배당받은 인생이라면 살아야 한다는 그 차디찬 기개가 나를 사로잡았다. 학문도, 사랑도, 종교도 모두 나를 구원하지는 못하리라는 절망에 시달렸던 내게 평생토록 굴러떨어지는 바위덩어리를 밀어올려야 하는 시지프스처럼, 적극적으로 운명에 순응하라고 조용히 명령하고 있었다. 그 때는 고민의 정체 자체를 잘 몰랐지만 지금 돌아보면, 아마도 실존과 부조리의 문제 쯤이었나 보다. 나는 마치 숙제에 휘둘리며 생활하다가 숙제가 없어져 심심해진 초등학생 같았고 그 권태와 허무에 짓눌려 잠시 길을 잃었던 것이다. 때마침 등장한 카뮈는 시지프의 신화 외에도 많은 책들로 나를 위로해 주었다. '이방인'을 읽으며 정직을 배웠고 '안과 겉'을 읽으며 사랑을 보았다. '결혼, 여름'을 통해서는 낭만을 느꼈고 '페스트'를 접합으로써 인간조건을 깨달았다. 카뮈는 나를 대신하여 나를 표현해주고 있었고, 영원히 죽지 않는 시지프스처럼 고통스러울지언정 의연한 모습으로 내 정신을 키워주었다. 공평하게 내리쬐는 지중해의 태양 속에서 절대적인 삶의 긍정과 아름다움을 볼 줄 알았던 카뮈는 작가로서, 연극배우로서, 레지스탕스로서 평생을 자신의 신념에 의거해 살았다. 카뮈를 전후로 많은 작가들을 만났고, 앞으로도 만나게 될 것이지만 길을 잃은 나에게 든든한 이정표가 되어주었던 그 고마움은 잊지 못할 것이고 가장 첫번 째 책이었던 시지프의 신화 또한 그럴 것이다.           
        



★  영화 - "Before Sunrise & Before Sunset"

  영화는 책 속의 활자와는 달리 스크린이 꺼지고 극장을 나서는 순간, 벌써 다른 생각이 자리잡게 되곤 했기 때문에 내 인생의 멘토로서 그다지 많은 역할을 하진 못했다. 지금도 무의식 속에서 작게나마 어떤 사소한 영향들을 끼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포선라이즈'와 '비포선셋'을 멘토로 꼽는 것은 내가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연애의 형태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길 위의 우연한 로맨스가 가져오는 설렘, 세월이 흐른 후 재회한들 변하지 않은 아름다움, 그렇듯 지극히 영화스러운 요소들 때문이라기 보다는 제시(에단 호크 분)와 셀린느(줄리 델피 분)가 나누는 케주얼한 대화들이 무엇보다 좋았다. 공교롭게도 비포선라이즈와 선셋 모두 개봉 당시 극장에서 보지 못하고 두 영화 모두 dvd로 혼자 보고야 말았다. 의도했던 바는 아니지만 그 점, 지금 생각해봐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고 좋다, 라는 말 이외에 더 어떤 말을 할 수 있었겠는가. 그 한 마디 말로도 아무 부족함이 없이, 충분히 공감대를 이룰만한 사람을 그 당시의 난 가지지 못했다.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지만 소위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기대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잘 통한다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서로의 갭을 느껴서 아니 만난 것만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처음엔 이런저런 이유로 어색하고 조심스러웠는데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매력적인 만남도 있다. 제시에게 "난 기차 안에서 너를 처음 보자마자 너와 함께 있게 되리란 걸 알았어."라고 말하는 셀린느의 말은 그런 면에서 참 질투가 날 수 밖에. 하지만 그들의 로맨스는 어쩌면 운명이라기 보다는 적절한 타이밍의 필연이었는지도 모른다. 지적인 프랑스 아가씨와 자유로운 미국 청년. 그들은 홀로 여행 중이었고, 대화를 원하고 있었고, 젊고 아름다웠다. Don't miss it! 이란 말이 어디서 들려오는 것 같지 않은가. 돌아온 백문백답과 오리지널 백문백답 사이의 갭처럼, 세월이 흐른 후 재회하는 두 사람도 예전의 모습 그대로는 아니었지만 비엔나에서의 그 짧았던 하룻밤이 그 이후의 모든 일상을 비루하게 할 만큼 아름답고 간곡했다는 사실에 공감한다. 셀린느는 제시를 향해 왈츠를 들려주고 제시가 그 날, 셀린느와 헤어져 비행기를 탔는가에 대해서 영화는 조용한 여백으로 침묵한다. 영화의 여운 너머로 읽을 수 있는 것들은 각자가 지닌 영혼의 몫일 것이다.

 어쩌면 로맨스도 태생적인 것이어서 사랑을 잘 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는 것도 같다. 나는 나조차도 '너는 지금 네 마음을 속이고 있는거야.'라고 또렷하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누군가를 향해 내달리는 마음을 다잡고 또 다잡는 스타일이라서 항상 사랑 앞에 용기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태생은 로맨티스트인데 모럴리스트로 살아왔다고 할까. 물론 사랑과 모럴을 대척점에 놓는다는 것이 다소 마뜩찮지만 이를테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사랑하고, 영화에 빠져들고, 음악을 즐겼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을 정말로 사랑하게 될까봐 두려워서 말이다. 나라면 아마 셀린느처럼 난생 처음 본 남자를 따라 기차에서 내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제시보다 더 선하고 다정하고 지적인 남자라 할지라도. 두고두고 그리워하는 것이 두고두고 후회하는 것보다 더 낫다는 것을 몰라서가 아니다. 이유는 늘 간단하다. 낯익은 두려움이 낯선 기회를 매몰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셀린느의 아름다움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그 용기와 솔직함에 있는 게 아닐까. "내겐 남은 게 없어. 너와 보낸 그날 밤, 나의 로맨티시즘을 모두 쏟아부었기 때문이야. 네가 나의 모든 것을 다 가져가 버린 것 같아." 그녀는 사랑과 연애에 있어 진정한 멘토다. 
 



★  사람 - H 할아버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어떤 분으로부터 장학금을 받게 된 적이 있었다. 어려운 환경을 딛고 자수성가한, 성공한 모교 졸업생 중 한 분이었는데 그 분은 3년 동안 장학금을 주는 대신 마치 키다리 아저씨처럼 당신께 편지를 보내주었으면, 하고 바라셨다. 거듭 감사하단 말을 써야 하나, 대체 무슨 말을 어떻게 써야 하나, 어렸던 나는 갸우뚱했지만 아마 키다리 아저씨의 주디처럼 소소한 나의 일상을 담아 보내면 되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분이 졸업선물로 주셨던 만년필로 나는 난생 처음, 나보다 오십 년이나 더 연상인 한 남자분께 편지를 쓰게 되었다. 사장님께, 라고 쓰자니 내가 그 회사 직원도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고 선생님께, 라고 쓰자니 나를 가르쳐 주시는 분도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할아버지께, 라고 과감하게 첫머리를 써내려갔다.

 그리고는 그 후로 3년 동안 예상치도 못했던 수십통의 편지들이 오가게 되었다. 먼저 장학금을 받았던 선배들은 답장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는데 할아버지는 유독 내게만은 부지런히 답장을 보내주셨다. 잘은 몰라도, 회사일로 무척 바쁘고 테트리스를 많이 받으신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편지에는 되도록 즐겁고 기분 좋은 내용을 쓰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편지에는 부모님으로부터의 꾸중, 딸로서 받는 차별, 성적에 대한 불안, 친구와의 갈등, 시골 중학교에서의 무료함 등등... 사춘기 여학생으로서 가질 수 있는 갖가지 고민들이 늘어가기 시작했고, 할아버지는 정말로 주디의 키다리 아저씨처럼 내게 따듯한 답장과 예쁜 선물을 보내주시기도 했다. 명절에 고향에 있는 큰집에 오시면 나를 초대해서 사모님과 따님들에게 나를 소개시키며, 깐따삐야는 내 둘도 없는 소중한 애인, 이라며 껄껄껄 웃으시기도 하셨다. 나는 할아버지의 오랜 연륜과 탄탄한 지성, 자상한 인품도 물론 좋아했지만 그렇듯 친할아버지처럼, 어쩌면 친할아버지보다도 더 나를 아껴주고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준다는 사실에 감사했던 것 같다. 

 지금 돌아볼 때, 내가 참 잘못했던 것은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그 분을 한동안 잊고 지냈다는 것이다. 3년이었지만, 사람의 인연이 무슨 계약기간처럼 만료해지되는 것도 아니련만 새로운 환경, 너무도 바쁘고 긴장된 학교생활에 적응하느라 나 이외의 누군가를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 부모님으로부터 할아버지한테서 안부전화가 왔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 후로도 몇 통의 편지가 오가긴 했지만 솔직히 말해 나는 편지 쓰는 시간조차 아까울 지경이었고 고등학교에 들어와 갑자기 떨어진 성적에 충격을 먹고난 상태였다. 결국 내 뇌리 속에서 할아버지는 점점 멀어져갔고 어느 날, 서울에 있던 오빠로부터 할아버지가 불의의 사고로 딸과 사위를 모두 잃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보였던 분이었고, 어떠한 것도 다 웃어넘길 것처럼 멋쟁이셨는데 그 후로 상심이 커서 눈에 보일만큼 많이 늙으셨더라는 말도 들어야 했다. 마음이 아팠고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정신없는 학교생활에 파묻혔고 모든 일들을 저만치 잊고 지냈다. 그 후로 할아버지와 연락이 닿아 두 번 정도 통화를 했고 한번 찾아뵙고 싶다는 말씀까지 드렸었는데 그 약속을 아직까지 지키지 못했다. 배은망덕이란 말은 이런 나를 두고 하는 말일 터. 가장 순수하고 예민했던 시절, 내 사춘기의 든든한 멘토가 되어주셨던 그 분을 더 늦기 전에 찾아뵈어야 할 것 같다.     


 
  진정한 멘토가 참 드문 세상이야, 어느 날 농담처럼 투덜거린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보다 더 어릴 적의 나는 참으로 소소한 많은 것들로부터 끊임없이 뭔가를 배우고, 감동을 느끼고, 감사했던 것 같다. 결국 스스로의 자세와 마음가짐에 달린 문제가 아닐까. 한편으론 이제 누군가를 가르쳐야 되는 입장에 서 보니 한 사람의 삶에 바람직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하지만 그것이 어려운 만큼 또 얼마나 값진 일인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12월은 마시고 떠들고 하는 달이 아니라, 나를 키워왔고 키워주고 있는 멘토들에게 감사해야 하는 달인 것 같다. 오늘의 태그가 심상찮게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겠지. 성실히 살고, 사랑하고, 배우는 이에게 멘토는 적재적소에서 그 사람을 기다려준다고 믿는다. 그리고 부족한 나 자신이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서, 받았던 고마움을 돌려줄 수 있다면 더 없이 기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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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2-17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포선라이즈, 선셋 시리즈 ^^
나도 오늘은 살짝 저기압인데, 아무래도 텔레파시까지 통하나봐요, 어쩜 좋아
(저기압이라면서 또 이러고 있다 ;;;)

깐따삐야 2007-12-17 21:26   좋아요 0 | URL
역시 웬디양님은 나의 반쪽!
하지만 우리는 내일이면 또 웃긴다는 거.-_-

웽스북스 2007-12-17 22:20   좋아요 0 | URL
깐따삐야님, 실은 아깐 정신없어서 다 못읽었었고, 지금 정신 차리고 다시 읽었어요- 아유, 조곤조곤 모드의 깐따삐야님 더 좋아요 몰라 흑 할아버지는 꼭 찾아뵙고 인사드리세요. 그래야 할 것 같아요.

깐따삐야 2007-12-17 22:24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이죠. 아까 주소랑 전화번호 찾아놓고 그랬는데 마음 먹었을 때 실천에 옮겨야 할 것 같아요. (아휴, 제발 좀 그래라~)
내가 그렇게 좋앙? 흐흐흐 (우리 일 나겠다, 이러다가.-_-)

Mephistopheles 2007-12-17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깐따삐야님..여전히 돌을 굴려 올리고 계신가요?

깐따삐야 2007-12-17 21:29   좋아요 0 | URL
가끔은 맘에 안 드는 사람 쪽으로 홱 던졌다 들어올리기도 해요. 조오-심 하시길. (왜 제 글에만 댓글 안 달아줘욧!)

Mephistopheles 2007-12-17 21:59   좋아요 0 | URL
아하하 찾았어요..ㅋㅋㅋ 에이 삐짐쟁이 깐따삐야님 같으니라구..ㅋㅋㅋ

깐따삐야 2007-12-17 22:04   좋아요 0 | URL
아, 역시 난 A형인가봐요. 흐흐. 그래도 찾아봐주시구 감사해요.^^

마늘빵 2007-12-17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흔들리는자아정체성. 오늘 컨셉은 머에욧. -_-
오늘은 넘 진지하고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컨셉?

깐따삐야 2007-12-17 23:19   좋아요 0 | URL
그 말인즉슨, 오늘은 내가 진지하고 다정하고 사랑스럽다는 말로 해석! 끝!
(밑에 댓글 달지 말 것!ㅋㅋㅋ)
(달아도 무시할 것!ㅋㅋㅋ)

마늘빵 2007-12-17 22:48   좋아요 0 | URL
댓글

잉크냄새 2007-12-17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깐따삐야님 인생의 책과 작가군요. 누군가의 인생에 커다란 획을 그은 책과 작가를 본다는 건, 참 묘하고도 짜릿한 경험이더군요.

깐따삐야 2007-12-17 22:54   좋아요 0 | URL
잉크냄새님, 반갑습니다.^^
그나저나 이 야밤에 묘하고도 짜릿하셨다니 저 잘한 건가욤?

라로 2007-12-17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달기엔 가슴이 너무 먹먹하여라...

깐따삐야 2007-12-17 23:18   좋아요 0 | URL
오늘 날씨도 그렇고, 알라디너들 상태도 과히 좋지 않아 보이는데 제가 괜한 글 쓴 건 아닌가 모르겠네욤. (그래도 지울 의향은 없다는;;)

라로 2007-12-17 23:33   좋아요 0 | URL
지우긴요,,,,,넘흐 좋다는거야요,,,
사람은 이렇게 다른 사람의 글에서 감동을 받아야 하여요,,,
어느날 라디오에서 그럽디다
요즘은 감동이 드물다고,,,참 쓸쓸해요,,,그래서..

깐따삐야 2007-12-17 23:56   좋아요 0 | URL
아, 고맙습니다.^^
근데 오늘 나비님 대문사진 너무 자주 바뀌신다. 살짝 쓸쓸하신가 봐요. 결혼해도 쓸쓸하시니 저는 어떻겠습니까. 저를 통해 위로받으심이...-_-

순오기 2007-12-18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깐따삐야님, 내가 '시지프스의 신화'를 내세울까 하다가 '우리는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가'로 택했어요. 그 책이 먼저였고 다음이 시지프시였기에...
음, 저도 그 나이쯤이어서 그 느낌 알 것 같아요.
할아버지, 정말 좋은 분이셨네요. 꼭 찾아뵙기를 바래요! ^^

깐따삐야 2007-12-18 00:23   좋아요 0 | URL
오... 완전 반가운데요? 이런 필연스러운 우연이라니요.^^
찾아뵈어야 하는데 이제는 저를 기억하실까, 괜시리 방해되는 건 아닐까 그게 또 걱정입니다. (이노무 근심꾸러미 A형 같으니라구.)

순오기 2007-12-18 01:32   좋아요 0 | URL
ㅎㅎA형이군요. 우린 다섯식구가 모두 A형!
그 할아버지도 기다리고 있을걸요. 절대 방해하는 거 아니라고 보장함!!

깐따삐야 2007-12-18 18:19   좋아요 0 | URL
모두 A형이라니. 허걱! 왠지 가나다순으로 완벽하게 정리된 강박적인 책장이 상상되네요.
할아버지는 지금 연락이 안 되고 있는데, 그게 좋은 일 때문은 아닌 듯 싶어서 그냥 고마운 마음만 간직하고 있는 중이랍니다.-_-

순오기 2007-12-19 07:52   좋아요 0 | URL
ㅎㅎ 한땐 번호순으로 반드시 꽃아놓았죠. ㅎㅎ A형이 그렇구나!ㅋㅋ
지금은? 온 거실의 책상화... 책꽂이도 넘쳐나서 이웃집으로 억지 대출까지 불사하는 상황! ^^

가시장미 2007-12-18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매일 이렇게 정성스럽게 글을 올리시니,
알라딘을 끊고.. 담배를 필까? 라는 말이 이해가 되네요. ㅋㅋ

멋진 글입니다! ^^
(사실 너무 졸려서 자세히는 못 읽었어요. 내일 다시 읽을께요. 으흐)

멘토.. 정말 찾기 어렵죠.
저도 멘토로 여기는 스승님이 계시긴한데..
예전에 글을 쓴 관계로 또 쓸 글이 없네요.
기력이 없어서 다른 무엇이 떠올라도 못 쓰겠지만...

아.. 오늘 뉴스보고, 너무 짜증이 나서...
기분이 너무 안좋아져서 오늘은 일찍 자야할 것 같아요.
(언제부터 잔다고 보고를 했어? 응? ㅋㅋ)
명박아저씨를 어쩌면 좋죠? ㅠ_ㅠ 아흐 짱나.
깐따삐야님, 우리 오늘은 꿈에서 보지마요~~ ㅋㅋ 좋은 꿈!!

웽스북스 2007-12-18 00:08   좋아요 0 | URL
가시장미님, 그래서 전 옛날글 트랙백으로 대신했어요 ㅋㅋ

가시장미 2007-12-18 00:10   좋아요 0 | URL
아 웬디양님.. 그런 방법이 있군요!
아.. 그래도 귀찮아요.
그냥 잘래요.
웬디양도 잘자요. 굿나잇 :)

깐따삐야 2007-12-18 00:31   좋아요 0 | URL
음, 근데 생각해보니 서재에 글을 쓰면서 담배를 같이 피우면 딱 좋을 것 같기도 해욤.( ..)
오늘 뉴스는 못 봤지만 명박 아저씨는 예전부터 저도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네요.
알흠다우신 장미님, 피곤하면 피부 상해요. J군도 안쓰러워 할거에요. 얼른 주무세요.^^

가시장미 2007-12-18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읽어보니 할아버님의 소식이 가슴을 짠하게 만드네요.
누구나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예상하고 대처할 수 없다지만,
불의의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잊는다면.. 그 충격은 말로 표현하지 못 할테죠.
만약 깐따삐야님께서 찾아뵐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정말 감동하시겠네요.
그날이 오면, 더 감동적인 페이퍼를 올려주세요.

아침부터 붙잡고 있는 문서작업이.. 오늘 안에 끝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오늘 과외는 내일 쉬는 관계로 오후로 미뤄두었고..
예상에 없었던 J와의 데이트가 잡히면서.. 퇴근시간만 기다리고 있네요. ㅋㅋ
오늘 하루가 또 이렇게 반나절이 넘게 지났네요.
깐따삐야님께서도 좋은 하루를 보내고 있으리라 생각해요.
담배는 조금.. 줄이시구요 ㅋㅋ 늙어서~ 콜록콜록 한답니다! :)

깐따삐야 2007-12-18 17:45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저도, 장미님도, 지금 현재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기로 해요.♡
바쁜 와중에 짬내서 즐기는 데이트가 더 설레고 달콤한 법이라고 지금 자랑하시는 거죠?
그리고 남들이 장미님 댓글 보면 제가 골초인 줄 알겠어요! 알라딘 중독+니코틴 중독.
저를 아주 보내버리시네요오-
(알흠다우시니까 용서하겠습니다만. 기왕이면 데이트 후기 올리셔서 저를 완벽하게 보내주신다면 땡큐.^^)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 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내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출출이=뱁새, 마가리=오막살이 


이 시를 읽을 때마다 항상 저 구절이 내 눈길을 끈다.
사랑은 하고.
사랑하고, 가 아니라 사랑은 하고.
묘하게 마음 아픈 구절이다.

겨울이 되면 백석이 생각난다.
白石, 하얀 돌이란 뜻인데 결국 눈을 가리키는 건가.
그래서 겨울이 오고 눈이 내리면 시인을 생각하게 되는 건가.
어쩌면 시에 기대어 포개놓았던 기억들을 반추하고 싶은 건지도.

낮게 읊조리는 듯한 근사한 목소리를 가졌던 동아리 선배라든가,
모닥불 주위에 모여 숨죽여가며 들었던 친구의 첫키스 이야기,
입대를 앞두고 눌러쓴 모자 아래로 빨갛게 얼어있던 동기의 얼굴...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라고 주저없이 말하던 시절도 있었지.

"너는 너를 너무 사랑하는구나."
오늘 누군가한테서 이런 말을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이야."
이런 말을 들었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나는 마치 오지 않는 나타샤가 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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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2-17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깐따삐야님께는 내가 있기는 하고
어쩐지 그게 더 슬픈 것 같기도 하고
오늘 밤도 테트리스는 푹푹 나리고

깐따삐야 2007-12-17 00:10   좋아요 0 | URL
어데서 깐따삐야는 오늘밤이 외로워서 응앙응앙 울으려나. 훌쩍~

라로 2007-12-17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긴 끼면 안될 분위기~^^+이러면서 막 껴~ㅍㅎ

깐따삐야 2007-12-17 12:40   좋아요 0 | URL
역시 전 어필하는 세대가 따로 있나봐요. 털썩~
 

FINALLY (보아 버전)~ 레포트를 끝냈습니다아아아!!!

돌아온 백문백답으로 혼자 기념의 정수를 보여드리죠
.



1. 이름 : 맞히시는 분들께 저를 드립니다 (식겁하신 분들... 어서 2번으로 가심이...)
2. 아이디 : 깐따삐야  
3. 아이디를 바꾼다면 : 호잇호잇
4. 별명 : 처틸다 (모와 모의 합성어일까아~~요? 맞히시는 분들은 1번으로 가심이...)
5. 직업 : 교사 (Unbelievable~ 이라며 분노하실 분들 곳곳에 보임)
6. 성격 : Out - 소란스러움 / In - 소심스러움  
7. 혈액형 : A형
8. 장 점 : 고등한 이해력
9. 단 점 : 하등한 의지력  
10. 장래 희망 : 김태희
11. 좋아하는 꽃과 그 이유 : 민들레 (구석쟁이에서도 꿋꿋하잖앙-)
12. 좋아하는 클래식과 그 이유 : 비발디의 사계 中 '겨울 2악장' (레폿질에 지친 심신을 달래주잖앙-) 
13. 좋아하는 계절 : 10월 중순 무렵의 가을
14. 자신의 18번은 : 밤이면 밤마다
15. 잘하는 거 : 맛있게 먹는 것
16. 잘하는 거 2) : 좋아라 먹는 것
17. 잘하는 거 3) : 배불리 먹는 것
18. 나의 이상형 : 로마의 휴일, '그레고리 펙' 
19. 키와 몸무게 : 노 코멘트 (이런 듀오스러운 질문을...)
20. 바스트, 웨스트, 힙 : 빵빵, 잘록, 풍만... 이면 좋겠지만 홀쭉, 부실, 뭐야...-_-
21. 지금 주머니에 있는 거 : 먼지
22. 외박 경험 : 주로 외박 장소 제공 경험 多
23. 주량 : 마시고 말하고 마시고 말하고 하면... 안 취함
24. 소개팅 경험 : 왜 했나, 싶지만 또 할까, 싶기도... ( ..)
25. 애인은 있는가 : @#$%^&*@#$%^&* 염장!
26. 결혼은 언제쯤 : @#$%^&*@#$%^&* 덴장!
27. 길을 걷다가 우연히 1억을 줍는다면 : 경찰서에 돈과 함께 이름, 연락처를 "반드시" 남기고 온다
28. 가장 해보고 싶은 번개 : 미남미녀들만 모인다는 알라딘 번개 (이변을 만들겠음-_-)
29. 가장 테러 충동 느끼는 것은 : 붕어빵 리어카 옆 선거홍보트럭  
30. 화장실에 휴지가 없다면 : 핸드백에서 꺼내쓴다 ㅋㅋ
31. 난 이럴때 죽고싶다 : 춥고 배고픈데 졸립기까지 할 때
32. 난 이럴때 살고싶다 : 위의 상황에서 가까스로 벗어났을 때 
33. 내 자신이 멋지다고 생각할때 : 훈남 앞에서 솔직히 1인분 더 먹고싶다고 말할 때
34. 최후의 만찬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먹고 싶나 : 불로초...  흐흐흐
35. 자신을 컬러로 나타낸다면 : 어엄... 뤠드?!
36. 애인에게 주고 싶은 선물 : 나 그대에게엥... 모두 드뤼뤼...
37. 여자에게 남자란 : 이런 아빠만도 못한!
38. 남자에게 여자란 : 이런 엄마 같지 않은!
39. 요즘 좋아하는 연예인 : 하찮은 명수씨
40. 친구와 약속, 친구가 오지 않는다 : 전화한다 ㅋㅋ
41. 사랑하는 사람이 고무신을 거꾸로 신는다면 : 면상에 고무신 자국을 거꾸로 아로새겨 주겠삼
42. 약속시간은 얼마나 기다릴수 있는가 : 훈훈한 거 봐서
43. 꼴불견이라고 생각하는 것 : 마리아 호아키나 같은 것
44. 지금 생각나는 속담 : 돌 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 
45. 불현듯 떠오르는 단어 : 미혹
46. 좋아하는 단어 : passion
47. 사랑이란 : 相生
48. 무인도에 표류하였다, 가지고 가고싶은 것 3가지 : 그레고리 펙, 말론 브란도, 게리 쿠퍼... 냥냥냥
49. 자신이 어른이 되었다고 느낄 때 : 웃어도 웃는 게 아니야
50. 비오는 날 무엇을 : 집에 와서~ 부추부침개 부쳐먹지~

51.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 : 걍 알라딘 끊고 담배 배워라
52. 자신의 이름풀이 : 은혜를 베푸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냐 -_-
53.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고문은 : 생이별
54. 사랑과 우정 중 택하라면 : 여기 짬뽕요! 
55. 똑똑하지만 못생긴 A, 잘생겼지만 무지한 B,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 요래요래 무지랭이스러운 질문을 하다닛... 당근 B
56. 자신의 이름으로 3행시를 : 4행시구만 
    깐 : 깐따삐야는요-
    따 : 따듯해요-
    삐 : 삐치기도 잘하지만-
    야 : 야아아앙~ 애교 한방에 무너지죠-
57. 자신의 묘비명에 적고 싶은말1 : 그녀는 멋졌어
58. 자신의 묘비명에 적고 싶은말2 : 너무나 멋졌어
59. 자신의 가장 큰 고민 : 삼천포가 고향인 레포트 -_-;;
60. 술버릇 : 재미있게 때리기, 안 아프게 갈구기
61. 애인에게 차이지 않는 자신의 노하우 : 거침없이 잘해주고 무한도전 배려한다 
62. 남자를 평가하는 3가지 기준 : 잘생겼던가, 잘먹던가, 잘해주기라도 하던가  
63. 우리 가족은 : 게릴라, 일동- 헤쳐모엿! 
64. 사회에서의 나의 위상 : 있으나 없으나 한데 없을 때가 더 나을 때도 있어 보임... 훌쩍
65. 나의 경쟁상대는 : 김태희
66. 21세기에 자신에게 일어날수 있는일 : 하늘에서 남자들이 비처럼 내려와-
67. 좋아하는 도시 : 청주
68. 가장 여행해보고 싶은 나라 : 프랑스
69. 나는 이런 남자를 사랑한다 : 그레고리 펙 같은 남자
70 .나는 이런 여자를 좋아한다 : 그레고리 펙 같은 남자가 오빠인 여자 
71. 내가 본 최악의 영화 : 푸줏간 여인
72. 감명깊었던 영화 : Once upon a time in America, 지상에서 영원으로  
73. 몇살까지 살기 바라나 : 그런 거 없음
74. 자신이 좋아하는 소유물 3가지 : 책, 커피, 컴퓨터
75. 지금 가장 생각나는 전화번호 : 중화요리-국빈
76. 방금 떠오르는 혼잣말 : 겨울인데 눈도 안 오냥
77. 여자가 운다면 어떻게 달랠까 : 그냥 집에 간다 
78. 남자가 운다면 어떻게 달랠까 : 우리집에 가자고 한다 
79. 자신의 자살방법 : 자폭테러
80. 생각할 여유를 갖지 말고 지금 떠오르는 단어 : 고기
81. 이성을 볼때 먼저 보는 곳 : 눈
82. 당신은 누구인가 : 다시 1번으로 가심이... 
83. 징크스 : 드라이 안 해 이제
84. 자기 신체부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곳 : 도톰한 입술... 흐흐흐 
85. 성형수술을 한다면 어디를 : 용맹스런 하체... 흑흑흑 
86. 술맛이 쓰다고 느낄 때는 언제 : 꼴뵈기 싫은 인간이 친한 척 따라줄 때
87. 술맛이 달다고 느낄 때는 언제 : 곧 죽어도 훈남이 따라줄 때
88. 함박눈을 보면 딱 떠오르는 장면은 : 개와 커플들의 쪼인트 디너쑈  
89. 눈사람을 마지막으로 만들어 본 게 언제 : 고딩 2학년 즈음?
90. 가장 좋아하는 거리는 : 반찬거리
91. 내가 지금 가장 가지고 싶은 것 : 훈남7종세트 
92. 오늘 일기를 쓴다면 어떤 사건부터 : 기어이 레포트 쫑낸 사건! 앗싸라비야~ 깐따삐야~ 쾌지나칭칭나야~
93. 맞벌이를 어떻게 생각하나 : 맞벌거나 막벌거나 다 좋아 그냥 
94. 제일 좋아하는 커피스타일은 : 귀여운 무늬의 부드러운 카페라떼... 홍홍홍 
95. 가장 좋아하는 간식거리 : 순대 살 때 얹어주는 구수한 간... 캬캬캬  
96. 다시 태어난다면 어느 나라에서 : 거란의 초린으로 태어나서리 희대의 영웅, 대조영과 이해고를 다 내껄루다가...음훠훠
97.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사람으로 : 김태희 
98. 즐겨보는 tv/즐겨듣는 radio : '대조영', '성시경, 그리고 푸른밤입니다' 
99. 자신의 주위에 자신의 이상형이 있는가 : 그레고리 펙, 고인이 되셨지 아마...ㅠ.ㅠ
100.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 따라해보셈, 바톤 터어~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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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새아침의 100문 100답
    from 자유를 찾아서 2007-12-16 11:45 
    깐따삐야님 따라하기 1. 이름 : 맞추시는 분에게 나를 드린다고 해도 안가져가겠지? :) 2. 아이디 : 아프락사스 3. 아이디를 바꾼다면 : 뿡야뿡야 4. 별명 : 10대 시절 슈퍼맨 5. 직업 : 백수 6. 성격 : 원래 얌전하고 부끄부끄했는데 나이먹을수록 애가 느끼해지고 능청스러워짐 -_- 7. 혈액형 :  제일 좋은 혈액형 :)   8. 장 점 : 내가 하고자하는대로 반드시 한다 9. 단 점
  2. 노는 일요일 따라해본 100문 100답
    from perfect stranger 2007-12-16 13:04 
    1. 이름 : X승X 2. 아이디 : 메피스토펠레스 3. 아이디를 바꾼다면 : 루시퍼(완벽한 업그레이드) 4. 별명 : 사악대제 5. 직업 : 집짓기 6. 성격 : 과묵,냉소,희희낙낙(대하는 사람에 따라 그때그떄 달라요) 7. 혈액형 :  A 8. 장 점 : 무난하다. 9. 단 점 : 한 번 아니면 아니다. 10. 장래 희망 : 존경받는 남편과 아빠 11. 좋아하는 꽃과 그 이유 : 봄에 흐드러지게 피는 개나리와 벚꽃 12
  3. 문=100 / 답 < 100
    from 지극히 개인적인 2007-12-16 22:02 
    1. 이름 : ㅈㅅㅇ 페이퍼 한두개 뒤져보면 금방 나온다는 거 2. 아이디 : 웬디양 3. 아이디를 바꾼다면 : 귀찮아서 -_- 4. 별명 : 특별히 나를 대표할 만한 별명은 없는듯? 5. 직업 : 하면 할수록 까칠해지는 일 ;; 6. 성격 : 천비클럽 회장 / SMC 창단멤버              천비클럽&#
  4. 또 해버린 =_= 100문 100답
    from L-SHIN 2007-12-16 22:24 
    1. 이름 : 응? 어느 나라 이름~? 2. 아이디 : L-SHIN   3. 아이디를 바꾼다면 : 미친 외계인  4. 별명 : 식신 (아, 왜-!! ㅡ.,ㅡ^) 5. 직업 : 미친 외계인 6. 성격 : 혼자 있을 때 - 5살 이하 어린이 / 혼자 아닐 때 - 까칠모드, 어른스러운 척, 지구인인 척 7. 혈액형 : A-AB-R   8. 장 점 : 마음에
  5. 나도 백문백답
    from 만두의 추리 책방 2007-12-19 21:56 
    1. 이름 :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단 두글자라네. 2. 아이디 : 물만두 3. 아이디를 바꾼다면 : 그럴생각없소. 4. 별명 : 뼈다귀, 말라깽이, 버섯돌이 5. 직업 : 무 6. 성격 : 극과극. 소심과 대범, 다정과 냉정, 열정빼고는 뭐... 하지만 낯가림은 확실히 심함. 7. 혈액형 :  A 8. 장 점 : 버티기. 9. 단 점 : 그 외 다. 10. 장래 희망 : 가늘고 길게 오래 살기.
 
 
가시장미 2007-12-16 0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힘들게 읽었어요 ㅋㅋㅋ
근데 기억에 나는게 별로 없다는 -_-;;

근데 왜 알라딘을 끊고 담배를 피우려고요? 잉?
적당히 통제하는게 힘들기는 하지만, 이 만한 취미생활도 없죠.

그런데.. 직업이 교사? 오우~~
역시 글을 너무 잘 쓰신다 했시유~ 어떤 과목을 가르치시나요? ^^

깐따삐야 2007-12-16 03:38   좋아요 0 | URL
헉... 기억에 남는 게 없더라도 부디 절 기억해주시겠사와요? 알흠다우신 장미님.

어차피 피부에 안 좋은 건 알라딘이나 담배나 도찐개찐이잖아요. 흡연 쪽이 도리어 시간 대비 테트리스 푸는데 효율적일듯 하여서리.

가까운 데 뭐라도 있음 잠깐 붙잡으시고... 저기... 영어랍니다.-_-

가시장미 2007-12-16 03:52   좋아요 0 | URL
와우! 영어요?
지는 영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유~~ ㅋㅋ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 할 수 있나요?
선생님.. ㅠ_ㅠ

시간대비.. 테트리스 푸는데 ㅋㅋㅋ
아. 잊고 있었던 테트리스를 또.. 이렇게 상기시켜 주시는군요. 하하!

깐따삐야 2007-12-16 03:58   좋아요 0 | URL
저만 안 싫어하심 되요. ㅋㅋ

알라딘 서재질 하듯 하세요. 그럼 됩니당.

헬리콥터와 마법사또리 이후 쵝오야 그냥. ㅎㅎ

가시장미 2007-12-16 0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헬리콥터와 마법사또리는 뭔가요 -_-;;
아 나 왜 하이개그를 못 알아듣지 ㅋㅋㅋ

그나저나 안 졸리세요?
벌써 4시네요. 슬슬 자야겠네요.
이 밤의 끝을 그만 잡아야 할 것 같네요. -_ㅠ
좋은 밤 되시고, 편안히 주무세요.. 빠잉..

깐따삐야 2007-12-16 04:06   좋아요 0 | URL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랍니다. ㅋㅋ

음냐음냐... 저도 자야겠어요.
안녕히 주무세요. 굿모닝-

아마도메피스토 2007-12-16 0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12라운드 동안 상대에게 한대의 정타도 허용않하고 요리조리 샤샤삭 잘 피해다니는 복서같아요 깐따삐야님.

깐따삐야 2007-12-16 12:06   좋아요 0 | URL
네네. 그나저나 주무세요. 제에발.-_-

Mephistopheles 2007-12-16 13:25   좋아요 0 | URL
나는 답글 바꾸기전에 봐버렸지롱~~

깐따삐야 2007-12-16 21:35   좋아요 0 | URL
진짜 언제 주무시는 거에요?

마늘빵 2007-12-16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음... 왜 이렇게 상태가 안좋아졌나 했더니 쓴 시각이 대략 그럴만도 하구나, 끄덕끄덕해요. 이렇게 처키스럽고 마틸다스러운! =333

깐따삐야 2007-12-16 12:00   좋아요 0 | URL
아침에 다시 읽어봐도 여전히 뿌듯^^ 귀엽고 깜찍하단 말씀?

마늘빵 2007-12-17 20:48   좋아요 0 | URL
-_- 어떻게 "처키스럽고 마틸다스러운" 이 "귀엽고 깜찍한"으로 돌변하는지 당췌 이해할 수가 엄써요. -_-+

깐따삐야 2007-12-17 21:25   좋아요 0 | URL
별명 지어준 사람이 그렇게 말했는데요. 넌 처키처럼 귀엽고 마틸다처럼 깜찍하다구. 므허허허허! (들린다. 즐찾 빠져나가는 소리.-_-)

2007-12-16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16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16 1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16 1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07-12-16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태희 별루 안 이쁜데, ㅋㅋ, 아마 깐따삐야님이 더 이쁠텐데.

깐따삐야 2007-12-16 12:01   좋아요 0 | URL
치니 언니 오셨어요! 자자... 이쪽으로... 언니 쵝오!

순오기 2007-12-16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처키와 마틸다. 마틸다는 귀여운뎅...아이디 절대 바꾸지마셔용!!
그레고리 펙을 좋아할 세대는 아닐 것 같은.. 나 정도 세대라면 당근 고레고리펙!^^
재미있게 봤어요. 절대 이름은 못 맞추겠고 김태희가 그리 예쁜가? 난 별로던데...

깐따삐야 2007-12-16 21:40   좋아요 0 | URL
처틸다, 별명 이쁘죠? 헤헤
제 취향이 워낙에 클뤠-식 해서요. 그레고리 펙 넘 좋아요.^^
그죠오? 제가 좀더 낫죠.ㅋㅋㅋㅋ

비로그인 2007-12-16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하여간, 우리 동족들은 다들 유머감이 센스 100점이시란 말이지.
'걍 알라딘 끊고 담배 배워'에 나는 공감을 해버리고 마는...ㅡ.,ㅡ
물론, 지금 담배도 안 끊고 있지만 말입니다. (담배 끊기가 더 쉽다고 생각..털썩)
저도 샤워하고 와서 백문백답 해봐야겠습니다. 다른 분들 것도 읽어보고.
(솔직히, 몇년 전에 이거 했을 떄, '다시는 안한다!' 하고 결심했었다는..;;)

깐따삐야 2007-12-16 21:46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담배는 엘신 형님한테 배워야겠다.
지구인의 기호품이 어떻던가욤?
왜 다시는 안 한다고 결심했었을까나. 부지런히 써보세요. 형님꺼 완전 궁금!

웽스북스 2007-12-16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어머 우리 깐따삐야 자기야님이 쓰신거니까 저는 꼭 해야겠네요 ㅋ

깐따삐야 2007-12-16 21:45   좋아요 0 | URL
36번 질문에 주목하고 있을테야. 언능 써봐욤.ㅋ

미미달 2007-12-17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서울극장에 김태희 무대인사하러 왔던데 ㅋㅋ 밴만 봤어요.
김태희가 라이벌이시군요. 그럼 전 손예진 할께요. ㅋㅋㅋㅋㅋㅋ

깐따삐야 2007-12-17 00:12   좋아요 0 | URL
손예진은 대학원 동기들 사이에서 내 별명인데. 물론 난 김태희를 지향하지만.ㅋㅋㅋㅋ

마늘빵 2007-12-17 20:49   좋아요 0 | URL
-_- 왜 그러세요

깐따삐야 2007-12-17 21:23   좋아요 0 | URL
사실인데요오오-

라로 2007-12-17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카추가~ 페이퍼 마치신거!!!!ㅎㅎ
센스쟁이 깐따양~(어때요???웬디양과 어울리게???아님 말규)

깐따삐야 2007-12-17 12:36   좋아요 0 | URL
막상 축하를 들으니 미심쩍은 이 기분은 뭔지...-_-
nabi님도 제 밑으로 들오시게요? (아, 이 시건방스러움이란!) ㅋㅋ


 
침대와 책 -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
정혜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1월
품절


여행지의 낯선 호텔에서 샤워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책을 읽는 그녀의 모습은 현실 속의 나를 닮았기 때문이었다. 피곤과 불안과 염려와 설렘과 기대와 내일의 일을 책으로 대치해버리는 것은 나의 가장 오래된 버릇이니까.-6쪽

우울에 대해서 지금까지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은 두 가지뿐이다. 첫번째는 다른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것을 내가 소유하지 못해서 금세 외로워진 결과로서의 감정은 우울이라는 것. 두 번째는 인간이 아니라 사물이 나의 기대를 저버릴 때의 감정도 우울이라는 것. 그러니 우울은 차마 다른 인간에게 화낼 일이 못 되는 감정인 것 같다.-22쪽

그가 사랑스러운 이유는 우리의 일상은 사랑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자아의 일부란 걸 알려줬기 때문이다. 그를 보면 일상과 자아는 서로 사랑하는 연인처럼 공동 진화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상을 사랑한다는 것은 나를 사랑하는 것과도 같다. -32쪽

- 내게 여행은 "우리 만난 적이 있던가요?"라고 묻는 것이다. 내가 "당신을 떠난 이후에"라고 말하는 방식이다.-56쪽

- 여행을 통해서 나는 나 자신이 아닌 것에 대해 열렬한 존경을 표하는 인간이 되길 원했고 모든 쾌락에는 슬픈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인간이 되길 원했고 상실의 느낌을 사랑하는 인간이 되길 원했으며 보는 것보다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는 것보다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인간이 되길 원했다. 모든 수집가는 여행자라는 것을 이해하는 인간이 되고 싶어 했고 낯선 호텔의 발코니에 서서 거리를 내다보며 나도 뭔가 특권을 갖고 있음을 조금 부끄러워하며 인정하는 인간이 되고 싶어 했다. 진정 아름다운 것, 진정 비참한 것을 보면서 감정을 표현만 하는 게 아니라 감정을 창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원했다.-57쪽

'이 돌은 그 자체에 하늘의 모습을 담고 있다는 옛말이 그르지 않지. 그러나 이 돌은 사실, 북쪽 땅의 영향을 받는 게 아니라 북쪽 하늘의 영향을 받는 걸로 알려져 있다. 물리적인 인과에 의존하지 않는, 거리와 상관없이 작용하는 움직임의 훌륭한 예이지.' 이건 윌리엄 수사가 나침반의 속성에 대해 설명한 이야기다. 이 속성은 사랑에 그대로 부여해도 된다. 끊임없이 떨리면서 한쪽을 집요하게 가리키는 속성. 물리적 인과에 의존하지 않는, 거리와 상관없이 작용하는 몸과 마음의 주인공이었던 시절이 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표가 난다. 그는 귀여워하기 쉽다.-67쪽

"책이 당신을 기분 좋게 하는 이유가 뭔가요?" 책은 고독 속에 있으면서도 끝없이 세상과 연결하고 대면할 기회를 갖게 한다는 점 때문이라 우선은 대답하고 싶다. '우리는 그 무엇이긴 하지만 전체는 아니기 때문이다'라는 파스칼의 말을 알게 되는 것. 그건 참 기분 좋은 양보다.-81쪽

그러므로 사랑을 끝낼까 말까 머리가 복잡할 땐, 역설적으로 사랑을 선택했던 그 순간으로 되돌아가 볼 필요가 있다. 그 시절의 나를 지금의 나는 견딜 수 있는가?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가? 그 시절로부터 도망치고 싶은가? 지금의 이 빛바랜 사랑은 그 시절 자신의 모습이었으므로, 그 시절에서 출발해 어느 해안으로 밀려왔는가를 따져봐야 할 뿐.-95쪽

'인생은 진실로 위험하지만 도덕이 말하는 방식의 위험은 아니다. 인생은 진실로 버거운 대상이지만 그 본질은 전투가 아니다. 인생이 버거운 이유는 그것이 한 번은 겪어야 할 로맨스이기 때문이다.'-107쪽

'세상 물정 모르는 조그만 계집아이가 어떻게 알 수 있었으랴, 만일 팔자가 좋아 오래오래 살 수만 있다면 결국엔 절망조차 득이 된다는 사실을.'
조용필은 틀렸다. 사랑이 외로운 건 전부를 걸기 때문이 아니다. 사랑이 외로운 건 다른 것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135쪽

'어떻게 지내십니까'

김정일 - 며칠 더 있다 가시라니까.
이명박 - 나도 페미니스트입니다.
정동영 - 단지 기차를 타고 싶었을 뿐입니다.
사르코지 - 루이 14세가 된 기분입니다.
부시 - 성조기가 영원하길 바랄 따름입니다.
공지영 -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입니다.
쥐스킨트 - 향수 냄새 진동하는 계절입니다.
비 - 훨훨 납니다.
김훈 - 패배는 있어도 치욕은 없습니다.
정혜윤 - 침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게 아직도 많습니다.-146쪽

작별 인사를 나누는 것은 이별을 부정하는 일이다. 오늘 우리는 작별하지만 내일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비록 자신들이 우연적이고 덧없는 존재이기는 하지만 어떤 방식이 됐든 불멸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작별 인사라는 것을 고안해낸 것이다.-165쪽

시간은 나를 휩쓸고 가는 강이지만 내가 곧 강이다.-168쪽

나보코프는 항상 이렇게 말했다. '나는 시간을 믿지 않는다. 단지 마법 양탄자를 겹쳐놓기를 좋아할 뿐이다.' 나보코프에게 시간은 겹쳐진 마법 양탄자였다면 그에게 남은 문제는 날아가는 것뿐이었다. 그는 죽을 때까지 아주 젊고 생기 있는 영혼이었다.-177쪽

'나는 전 생애를 통해 무엇인가를 찾아 헤맸다. 나는 이마에 새벽의 샛별을 이고 다니는 자였다.' 이건 미국 인디언들의 문장이다. 나는 이 말을 개츠비에게도 바치고 술에 전 나에게도 바치고 한 점 불빛을 가슴에 품고 있는 탓에 끝없이 불안한 우리 모두에게 바친다. 개츠비는 우리에게 메아리다.-203쪽

결국 우리는 말한다. 차라투스트라식으로. '용기는 말한다. 그것이 삶이었던가? 좋다, 그러면 다시 한 번.'
내가 던진 돌에 내 머리통이 깨져도 다시 한 번 더.-219쪽

우스꽝스럽다는 것은 어느 경우엔 아주 슬프다.-222쪽

때론 유유히, 때론 스피디하게 이 책 한 권의 하강이 마무리되는 순간, 독자의 몸과 정신은 중력을 아랑곳 않고 높게 떠올랐다가, 짜릿한 쾌감과 함께 달콤하게 안착할 것이다. 바로 그곳이 나와 독자, 누구보다 그녀 자신을 위해 마련한 지상에서 가장 아늑한 침대다.-2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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