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에 가고 싶었다. 전에 보관증을 끊어두었던 가게에 들러 엄마의 겨울 슬리퍼를 하나 샀고 조그만 리본장식이 달린 구두가 마음에 들었지만 그냥 나왔다. 키가 작고 인상이 좋은 점원은 매우 친절했고 그런 몸에 밴 친절마저 반가워서 나도 모르게 상냥해졌다. 점원은 엄마에게 따님을 너무 알뜰하게 키우시는 것 아니냐고 너스레를 떨었는데 엄마는 그럼 알뜰하게 키워야지, 안 알뜰하게 키우면 쓰겠냐고 되받아쳤다. 아치 모양의 곡선이 들어간 숙녀화를 신어본지가 무척 오래되었고 요즘은 어쩐 일인지 그런 구두에 눈길이 많이 가는데 엄마는 그 곳에 있는 구두들이 별로였는지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 가끔 내 욕구가 묵살당할 때마다 나에게도 주관과 안목이란 것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블랑슈는 스탠리의 폭력에는 겁을 먹고 도망치지만 의사의 친절에는 얌전한 강아지처럼 순종한다. 그녀의 마음을 알 것 같다. 나는 강아지 같은 사람일까.

 시장에 가면 내가 살만한 것들은 많지 않다. 엄마가 반찬거리를 흥정하는 모습을 흥미있게 지켜보거나 무거운 짐을 대신 들어줄 뿐. 지저분한 앞치마를 두르고 떡볶이나 순대를 파는 아줌마를 보면 몸은 고되어도 쓸데없는 허영에 시달리지 않으니 마음은 편하지 않을까 싶다가도, 그것마저 부러워하는 스스로의 허영심에 코웃음을 치게 된다. 수많은 상인들은 오늘도 북적대는 시장통에서 목청을 높이고 추위에 몸을 웅크려가며 열심히 물건을 팔고 있었다. 다른 이들이 휴식을 취하는 공휴일에 이 곳은 더 바빠지겠지. 문득 내가 참 사치스럽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대학에 가고, 스무살이 되고, 졸업을 하고, 취직을 하고, 돈을 벌고, 연애를 하면 아주 행복해질 것 같았다. 그 행복을 믿고 많은 욕구들을 외면하거나 참아왔다. 물리적인 조건과 환경이 변하면 내 의식도 변할거라는, 다분히 유물론적 가치관을 고수했다. 그리고 나는 원래부터 구상해오던 궤도에서 크게 이탈하지 않은 채 지금껏 지내오고 있다. 그런데 과연 행복해졌는가, 행복한가, 라고 물으면 그렇다, 고 대답하기 어렵다. 크게 불행하지도, 크게 행복하지도 않다. so-so. 한편 마음은 잿빛인 상태. 쨍, 하고 볕이 드는 것은 아주 짧은 순간. 때로는 태생적이라는 느낌도 든다. 이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에 그 어떤 변화에도 이렇게 되어버리는.

 법정 스님의 책을 한 권 읽고 있다.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 그간 부지런히 채워오기만 하는 삶을 살아온 것 같다. 이력서의 공란을 메우기 위해 시험을 보고, 자격을 얻고, 토익 문제를 풀고, 대학원에 오고... 정작 마음이 허해지는 것은 돌보지 못한 채 고작 A4 한장의 이력을 채우기 위한 삶. 이젠 그렇게 쫓기듯 초조해가며 살지 않기를. 성실해야겠지만 마음은 비우겠다. 쉽게 비워지지 않을테지만 그러한 노력도 습관이 되면 분명히 언젠가는 달라질 것이다. 물리적 행복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것처럼 이젠 마음의 행복을 위해서 다시 노력해야 할 때. 무엇보다 집착하지 말 것. 나의 모든 번뇌는 그것으로부터 출발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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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1-10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페이퍼 하나에 득도의 깨달음이 마구마구 느껴지는 이 분위기는?

깐따삐야 2008-01-11 10:17   좋아요 0 | URL
제 장래희망이 사실은 김태희 '도사' 입니다.

2008-01-10 2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11 1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11 14: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12 0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08-01-10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그는 집착이여라~.ㅎㅎ
엉뚱한 댓글이지만 전 지금까지 되돌아 봤을때
30대가 가장 이뻤다지요,,,^^;;;(외모상)
가장 이쁠 깐따삐야님,,,,,화이팅!!

깐따삐야 2008-01-11 10:22   좋아요 0 | URL
결국 저의 번뇌는 태그로부터 출발했군요. ㅎㅎ
전 아직 스물아홉이라서 덜 이쁜가 봅니다. 내년엔 얼굴도, 마음도, 더 이뻐지리라 기대할래요.

미미달 2008-01-11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법정스님좋아여 ♡
하트 뿅뿅

깐따삐야 2008-01-11 10:23   좋아요 0 | URL
꽃미남이 지나가시는 수녀님한테 휘파람 부는 것 같네요. 어째. ㅋㅋ

웽스북스 2008-01-11 12:49   좋아요 0 | URL
프하하하하하!!!! ㅋㅋㅋ

2008-01-11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11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08-01-11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실해야겠지만 마음은 비우겠다"
클리어한 명문, 공감이에요. 이력서 한 줄을 위한 삶이란, 참 허망하고, 이력서 한 줄도 없는 삶이란 더 허망하고.

깐따삐야 2008-01-11 13:01   좋아요 0 | URL
'성실'은 항상 강조하는데 또 항상 의심스러워요. 이게 성실 맞나? 그러고. 이런 의심 자체가 불성실이야! 이러고. -_-
그냥 빨리 적응해 버린 다음 너무 힘들고 지겨워지면 조금 짬내서 방황하고... 그러면서 세월이 흘러갈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08-02-03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어떤가요?
중앙도서관에 희망도서신청해놓구 아직 안읽어봤는데.
왠지 마구 끌리는 제목예요.^^
저두 폭력에는 겁을 먹고 도망치지만 제가 혹시나 아파할까봐 살살 정성스럽게 치료해주시구 마지막에 코에서 나온 피흔적까지 솜으로 살살 닦아주시는
이비인후과 의사선생님 앞에서는 토끼처럼 얌전해요. ㅎㅎ 저두 강아지과인가봐요. ㅎㅎ ^^*

깐따삐야 2008-02-03 02:26   좋아요 0 | URL
그 작품은 호오가 많이 엇갈리더라구요. 저처럼 좋아하는 사람은 아주 좋아하고, 싸이코 드라마 같다고 싫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책도 좋지만 비비안 리와 말론 브란도가 주연한 영화는 책보다 더 재밌답니다. 영화에서 비비안 리는 완벽한 블랑슈를 연기하죠.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우리가 날카로와지고 방어적이 될 때는 주변환경이나 사람들이 그래서이겠죠. 본래 타고난 성격도 있겠지만요. 저도 강아지과에요. 순하게 대해주면 한없이 착한데 까칠한 사람들 앞에선 저도 대단히 까칠해져요. 아니면 피해버리든가. ㅎㅎ
 

 아카데미 컬렉션 dvd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게리 쿠퍼나 몽고메리 클리프트 같은 클래식 꽃미남들, 배역에 모든 몸짓과 대사들이 그대로 녹아있는 듯한 명연기, 고전 작품을 재현한 탄탄한 스토리 구성, 오래된 도시처럼 나른한 흑백 화면... 화려한 디테일을 자랑하는 요즘 영화들보다 오히려 더 인상적이고 매력적이다. 여유가 있을 때 좋은 영화를 많이 봐야겠다. 공을 들인 리뷰도 좀 써보고.

 

 

 카사블랑카의 험프리 보가트는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거짓말을 한다. 머리가 좋기까지 한 로맨틱한 사나이, 현실에서도 과연 가능할까. 어딘가 이율배반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영리한 로맨틱 가이라니.

 고전 영화 속 로맨스는 키스로 말하지 않고 눈빛으로 말한다. 잉그리드 버그만의 치열은 너무 고르고 단단해서 웃을 때마다 다소 아둔해 보였지만, 단정하고 감성적인 눈매와 촉촉한 눈빛 만큼은 최고였다. 

 말하지 않는 말은 여전히 강력한 포스를 발휘하는 것 같다. 시대가 바뀌어도 사랑은 구태의연한 방식이 가장 멋진 건지도.

 

 

 


 로마의 휴일. 로망의 그레고리 펙.
깜찍한 오드리 햅번과 수려한 그레고리 펙의 매력을 한껏 발산하는 영화.

 사람과 사람이 만나 정드는 건 순간이라지. 그 순간에 매몰되지 않고 미소로 간직한 채 돌아서는 두 사람.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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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1-10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사블랑카는 대단히 매력적인 영화에요..제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이기도 하고요.주옥같은 명대사가 엄청 많이 나와요.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를." "내가 여자였다면 자네하고 결혼했을 거네." 등등.. 네거티브 필림은 그만큼의 세월만큼 그만큼의 매력이 존재합니다.^^

깐따삐야 2008-01-10 20:29   좋아요 0 | URL
잉그리드 버그만에게 썩 잘 어울리는 대사에요. 전 그녀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청순한 눈매와 빛나던 눈동자 만큼은 아직도 눈앞에 선해요.
요즘은 옛날 영화들이 좋아져요. 점점.

살청님, 이상하다뇨. 전 진지하신 메피님도 좋아요. :)

다락방 2008-01-10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깐따삐야님.
저 이거 볼래요, 볼래요.(캬~ 상품 넣기 하셨으면 완전 땡스투인데 말이죠.)
알라딘에 디비디 판매하나요, 이 두 영화?
예전부터 봐야지, 하고 맘만 먹었었는데 이 페이퍼 보고 완전 맘 굳혔어요.
볼래요, 볼래요!!

다락방 2008-01-10 17:51   좋아요 0 | URL
방금 주문했어요~~

(아, 행동 너무 빨라!)

깐따삐야 2008-01-10 20:30   좋아요 0 | URL
저는 '베스트 아카데미 수상작 컬렉션 (10disc)'으로 구입했어요.
좋아하는 영화들, 다시 보고 싶은 영화들이 잘 선별되어 세트로 나왔더라구요. 가격도 저렴했구요.
혹시 따로따로 주문하셨나요? 일찍 알려드릴걸.

다락방 2008-01-10 22:17   좋아요 0 | URL
아니요, 아카데미 수상작 컬렉션으로 구입했어요. :)

깐따삐야 2008-01-11 10:03   좋아요 0 | URL
그러셨구나. :)

비로그인 2008-01-10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현대 여성보다 예전의 여성들, 저 고전 미인들이 더 좋습니다.
기품 있고 우아한 천연적인 미를 느낄 수 있달까. 게다가 다들 얼굴의 개성까지.
요즘같이 '이 사람이 저 사람 같고, 저 사람이 이 사람 같고' 같은 성형 미인들이 아닌.

깐따삐야 2008-01-10 20:32   좋아요 0 | URL
엘신형님은 역시 눈이 높으시군요! 성형해도 그냥 이쁘면 돼, 이런 남자들이 훨씬 더 단순한 거라니까요. ㅋㅋ

다락방 2008-01-10 22:16   좋아요 0 | URL
앗. L-SHIN님.
그럼....


절 좋아하시겠군요!!

깐따삐야 2008-01-11 10:06   좋아요 0 | URL
일단 선글라스를 벗어보시죠. 다락방님. ㅋㅋ

다락방 2008-01-11 11:26   좋아요 0 | URL
그...그....그건..... OTL

비로그인 2008-01-11 11:41   좋아요 0 | URL
아쿵- 다락님같이 멋지고 아름다우신 분을 어찌 마다하겠습니까.( >_>)
게다가 어찌 잊겠습니까, 우리의 상콤살벌한 죽음의 백세주를.ㅋㅋ

깐따삐야 2008-01-11 12:55   좋아요 0 | URL
어므낫. 두 분이 백세주도 같이 마셨단 말예요오?
저랑은 요구르트 한 병을 같이 안 마셨으면서 말이지요. 너무들 하신다.

다락방 2008-01-11 13:18   좋아요 0 | URL
앗, 깐따삐야님!
그 유명한 만남의 사건을 모르시는군요. 죽음의 백세주릴레이, 였던가요, L-SHIN님? 후후훗.

어딘가 뒤져보면 아프락사스님, L-SHIN님의 후기가 있을텐데 말여요. 훗 :)

깐따삐야 2008-01-11 13:27   좋아요 0 | URL
재밌었겠어요.^^
하지만 과거를 돌아보기 보다는 현재를 만들어 가야지요. 흠흠!
저랑 보리차라도 한 잔 하시죠. 다락방님.

프레이야 2008-01-10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그런 컬렉션이 있었군요.
언능 담아야겠어요.
전 잉그리드 버그만도 좋지만 오드리 햅번이 더 좋아요^^

깐따삐야 2008-01-11 10:08   좋아요 0 | URL
컬렉션도 몇 가지 종류가 있는 것 같던데 로마의 휴일이 포함된 것을 찾아서 골랐지요. 저도 깜찍발랄 공주님, 오드리 햅번이 더 좋아요.^^

Mephistopheles 2008-01-10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 컬렉션에 "지상에서 영원으로"은 있지만 "젊은이의 양지"가 없군요..
몽고메리 클리프트란 배우의 매력이 물론 지상에서 영원으로 에도 잘 묘사되지만 그 우수어린눈빛만큼은 젊은이의 양지가..압권인데..아쉽네요.

깐따삐야 2008-01-11 10:10   좋아요 0 | URL
'지상에서 영원으로'에서 몽고메리 클리프트 연기를 처음 봤는데 미남이기도 하지만 아주 단단한 배우란 느낌이 들더라구요. '젊은이의 양지'도 보고 싶어요. 아마 다른 컬렉션 세트에 포함되어 있을 것 같아요.

라로 2008-01-10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편 다 제가 좋아라하는 영화에욥!!
전 옛날에 샀어서 다 비싸게 샀는디~.흑
암튼 것보다
저런 흑백영화에는 품위가 있었는데,,,,-.-*

깐따삐야 2008-01-11 10:13   좋아요 0 | URL
나비님은 왠지 로버트 테일러 같은 배우를 좋아하실 것 같아요. :)

순오기 2008-01-11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우리 학창시절엔 흑백으로 방송되는 '명화극장'을 보고 월요일마다 매니아들끼리 토론이 활발했어요. 그땐 정말, 내노라하는 명화만 하는 '명화극장'이었는데......이 영화들도 여러번 봤지요. 꿈속에도 그려지는 영화. 그레고리 펙, 너무 좋아요!

깐따삐야 2008-01-11 10:16   좋아요 0 | URL
저도 어릴적에 MBC명화극장, KBS토요명화로 봤던 영화들도 많아요. Once upon a time in America 같은 영화는 러닝타임이 무지 길어서 새벽까지 혼자 담요 쓰고 보기도 하고 그랬어요.^^
저도 그레고리 펙 완전 좋아해요. 왜 요즘은 그런 배우가 없는 걸까요. -_-
 
연민 -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지독한 감정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이온화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그럴 때마다 기껏 진심에서 우러나는 동정심밖에 줄 게 없는 내게도 다른 인간을 지배하는 힘이 있다는 사실에 미묘한 희열을 느꼈다. ... 새로운 것을 인식할 때마다 흥분하고, 일단 어떤 감정으로 뒤흔들리면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청춘의 특징이다. 이 연민이 나를 즐겁게 할 뿐 아니라 주변까지도 편안하게 만든다는 것을 발견하자마자 내 안에서 설명할 수 없는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연민이라는 새로운 능력을 스스로 인정하자 내 피에 어떤 독소가 침투해서 피를 더욱 뜨겁고 빨갛게, 빠르고 격렬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 p.68

 걸출한 이야기꾼이자 사랑의 심리학자, 슈테판 츠바이크는 그가 남긴 유일한 장편소설 '연민'에서 열정적 연민이 야기하는 재앙을 예의 그 남다른 투시력으로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소설은 주인공 호프밀러 장교가 빈에서 만난 작가에게 자신의 사연을 고백하는 액자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작가는 이 이야기가 실화임을 밝히고 있다. 실제로 누군가 직접 뼛속까지 체험하지 않고는 이런 대사와 문장이 나올 수 없으리란 느낌이 들 정도로 작품 속 이야기는 뜨겁고 절절하다. 죽은 역사를 살아있는 소설로 부활시키는 츠바이크의 탁월한 재능을 재차 확인하는 기회였다.

 주둔지의 헝가리 귀족에게 초대받는 스물다섯의 청년 호프밀러. 그는 예의상 귀족의 외동딸 에디트에게 춤을 청했다가 갑작스런 그녀의 발작에 그녀가 하반신 마비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자신의 실수로 상처받았을 그녀에게 꽃을 보내고 그녀는 화답의 의미로 그를 저택으로 초대한다. 그러나 불구가 된 이후 격리된 환경에서 자라온 에디트에게 호프밀러라는 존재는, 친절하게 대해주는 친구 이상의 의미였다. 처음에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한 호프밀러는 위의 인용처럼, 봉사한다는 희열 하나로 그녀의 기분전환을 위해 헌신한다.

 그녀를 향해 우정이나 남매애 이상의 감정을 품어보지 않았던 호프밀러는 이윽고 그녀가 자신을 상대로 품고 있는 집착에 가까운 정열에 소스라치게 놀라게 된다. 그러나 열정적 연민은 열정적 사랑과는 달리 애초에 동등구조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므로 좀더 건강하기에 좀더 강자의 위치에 놓인 그가 그녀를 내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마는 것이다. 그녀의 연정을 일찌감치 눈치채고 대비하기에 스물다섯의 그는 너무 어렸고, 감정에도 책임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숙지하기엔 경험이 부족한 애송이였고, 보잘 것 없고 평범했던 자신이 미소나 지껄임만으로도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고 있다는 허영심을 끝내 버리지 못했다.  

 처음에 한두 번 맞으면 통증을 진정시키고 마비시키며 기분을 좋게 만들죠. 그러나 육체나 영혼이나 우리의 기관은 불행하게도 놀라운 적응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경이 점점 더 많은 양의 모르핀을 원하듯 감정도 점점 더 많은 연민을 원하게 되고 결국에는 당신이 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됩니다. 언젠가는 어쩔 수 없이 당신의 입으로 '안됩니다'라고 말해야만 하는 순간이 옵니다. 그리고나서 상대가 당신을 이제껏 한 번도 자기에게 도움을 준 적이 없는 사람보다도 더 증오하게 된다 해도 마음쓰지 말아야 하는 그런 순간이 옵니다. 친애하는 소위님, 우리는 연민을 제대로 관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관심보다도 더 나쁜 해를 끼치게 됩니다. - p.222

 에디트의 주치의였던 콘도르가 호프밀러에게 경고하는 장면이다. 이에 갈팡질팡하며 초조해하던 호프밀러는 에디트의 아버지인 케케스팔바 노인의 간청과, 여전히 떨쳐버리지 못한 연민의 감정으로 그녀와 약혼까지 하게 된다. 그 이후 그녀의 장애가 치료불가능하다는 인식을 하고 정신을 차린 호프밀러는 그녀로부터 도망친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그는 자살로써 모든 것을 책임지려고 하지만 연대장의 제안에 따라 전보명령의 형식을 띠고 야반도주를 하게 된다. 결국 그의 도주는 에디트의 상처를 심화시키고 절망한 그녀는 자살하고 만다. 그 후 호프밀러는 자신의 무책임한 연민과 우유부단함이 자신을 사랑했던 한 여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자책감으로 전쟁 속으로 도주하여 영웅이 된다.

 그녀의 의심은 점점 더 깊어졌다. 그녀가 바라는 본질적이고 유일한 것, 즉 그녀의 사랑에 대한 무언가를 내가 주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갔다. 그녀는 이야기 도중에 자주 (내가 아주 열심히 그녀의 믿음과 다정함을 구걸할 때면) 날카로운 시선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그러면 나는 얼른 눈썹으로 눈을 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내 마음의 밑바닥을 알아보기 위해 관측기구를 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 p.346

 일체의 불순물도 섞이지 않은, 완전무결한 애정을 갈구하는 여자와 애정을 열정적 연민으로 대체하고는 눈 감고 야웅하는 식으로 나날의 상황을 견뎌내고 있는 남자. 막대한 재산과 막연한 희망만이 두 사람을 위태롭게 받쳐주고 있을 뿐. 이들의 파국을 예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에디트는 조제처럼 밝고 쿨한 여인도 아닐 뿐더러, 호프밀러는 츠네오가 조제를 업어주듯 그녀를 사랑할 수가 없다. 소설 속 실화는 영화 속 동화보다 훨씬 더 가혹했으니. 그런 면에서 콘도르의 통찰력 넘치는 충고는 우리 모두가 귀담아 들어야 할 보편적 사실이리라.

 예전의 나도 한때 주제 넘은 연민 때문에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쓸데없는 감정이입에 능한 나는 우울한 가정사와 닭똥 같은 눈물 앞에서 즉시 무장해제 되어버렸고, 연민을 제대로 관리할 줄 몰랐기에 그것을 우정 또는 애정이려니 믿었다. 더 이상 감당하기 부담스런 지경에 이르러서도 '안됩니다'라는 말을 도저히 할 수 없어서 몇 개월을 더 끌려다녔다. 자갈 하나에도 천둥 같은 파문이 이는 상대의 마음을 다칠까봐 하고 싶은 말은 되도록 참았고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주었다. 상황을 알고 있던 지인 중의 하나는 차라리 나를 아프간으로 보내는 게 낫겠다고 꼬집기도 했지만 연민에 중독된 자, 어느새 '안됩니다'라는 말을 잊게 되더라는.

 영원한 망각 속에서 구원자로 남았으면 좋았을까. 하지만 상대가 제공하는 연민이라는 모르핀에 중독된 자 역시 '그것으로 족합니다'를 잊게 되더라는. 에너지를 탕진한 채 비에 젖은 낙엽마냥 돌아오던 어느 날, 문득 정신이 든 나는 도망치기로 결심, 결국 도망쳤다. 그 날, 카페에서 나오던 나를 붙잡어 세웠던 동자승처럼 보이던 두 여자가 있었는데 그들은 내게 가족에게 잘하라는 묘한 충고를 하더라는. 도망칠 계기만 찾고 있던 내게 그들의 충고는 곧장 내 방식으로 풀이 되어 '남에게 쓸데없는 신경 끄고 네 가족에게 더 잘하라'는 전언처럼 들렸다. 이후 한동안은 미안함과 자책감으로 내내 불편했지만 그것이 오래도록 억눌러왔던 도주 욕구를 넘어서진 못했다. 

 호프밀러와 나의 연민은 끝내 책임질 줄 아는 창조적 연민으로 승화되지 못했다. 그 경지에 이른다면 그것은 위대한 사랑이겠지. 불명확한 감정을 거두어들이기엔 너무 늦었고, 불확실한 희망에 전부를 걸기엔 너무 이기적어서, 모든 것이 뚜렷해질 때까지 기다리기엔 너무 두려워서, 결국 인간적 나약함 때문에 천사의 의도를 품고도 악마로 기억되는 것이리라. 양심이 알고 있는 한 그 어떤 죄도 결코 망각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p.434)는 호프밀러의 마지막 말처럼 섣불리 내민 손은 나중에 자신의 목덜미를 움켜쥐게 된다. 만약 손을 내밀었다면 목도 함께 바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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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1-09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정말 남얘기같지가 않은데요- 창조적 연민훈련을 받아야 하는건가, 섣불리 연민에 빠지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하는 건가.

깐따삐야 2008-01-09 23:15   좋아요 0 | URL
창조적 연민까지 끌어올릴 자신이 없다면 섣불리 연민에 빠지지 말자?
써놓고 보니 어쩐지 슬퍼서 술푸고 싶으네. -_-

깐따삐야 2008-01-09 23:27   좋아요 0 | URL
입에 물었던 수건으로 눈물 닦는대. 앗! 드러버라. =333

깐따삐야 2008-01-09 23:48   좋아요 0 | URL
찜질방이라면서 세수도 안 했대. -_-

이리스 2008-01-10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조적 연민이 여간 어려운게 아니라서 말이죠. 쿨럭..

깐따삐야 2008-01-10 00:06   좋아요 0 | URL
상대가 살청님이기에 여간 어려운 게 아니지요. 켁..

이리스 2008-01-10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훠.. 그게 또 그렇게 해석이 되나요. 쿨럭.. ㅋ

깐따삐야 2008-01-10 00:55   좋아요 0 | URL
암만 노력해두 살청님을 대상으로 해선 좋게는 해석이 안 되네요. ㅋㅋ

웽스북스 2008-01-10 01:11   좋아요 0 | URL
이런 이교도와 크로스~ 하여 성도간의 이간질을 촉구하는 건 옳지 않아요
깐따님 회개하는 마음으로 덧글 10개 달고 오십시오

깐따삐야 2008-01-10 01:24   좋아요 0 | URL
나 이제 리뷰 안 써! 흑! (아무도 말리지도 않는군아...)

웽스북스 2008-01-10 01:35   좋아요 0 | URL
어, 안....돼.....요오오옹.......

치니 2008-01-10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기억하는 한, 안톤 체홉의 단편에서는 소위 '창조적 연민'을 느껴본 거 같아요.

깐따삐야 2008-01-10 20:22   좋아요 0 | URL
체홉은 참 잘 쓴다, 고 생각하면서도 많이 읽어보진 못했어요. 책도 한 권도 안 갖고 있네요. 그러고보니.
치니님 말씀을 들으니 다시 체홉을 읽고 싶어집니다. 근데 읽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거 있죠.^^

딸기뿡이 2008-01-26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방금 책을 다 읽고 제게도 별표 다섯 빵빵 주고 싶은 작품이라 어떤 분이 리뷰 쓰셨을까 보니 깐따삐야님이네요. 더군다나 그림까지 제가 좋아하는! 흔적 살짝 남깁니다.

깐따삐야 2008-01-26 23:59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이 책 참 잘 썼고 재미있죠? 종종 들러주세요.^^
 
나의 사랑은 나비처럼 가벼웠다
유하 지음 / 열림원 / 199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엔 옛날에 사두었던 시집들을 한 권씩 꺼내서 읽고 있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맞는 건지, 아니면 내 감수성의 감이 떨어진 건지, 서점에 가봐도 딱히 눈에 들어오는 시집이 없다. 세계의 문학은 올해 김수영 문학상 수상작으로 문혜진의 시를 대서특필하고 있지만 새롭다는 느낌이 들기는 커녕, 김정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김선우 식으로 풀어놓았다는 느낌만 들더라는.

 초임 발령을 받고 그 해 여름 즈음해서 쉰을 넘기신 선배 선생님 한 분이 내게 문혜진의 '질 나쁜 연애'라는 시집을 권해주신 적이 있었다. 불량한 남자와 오토바이를 타고 검은 구름을 몰며 떠나보자는 내용이었는데, 왜 이 시집을 권해주셨냐는 물음에 대해 아버지뻘 되시던 그 선생님은 알듯말듯한 미소와 함께 별다른 말씀이 없으셨더랬다. 지금 생각해보건대 아마도 너무 FM적으로 보였던 내 삶에 나름의 자극을 주고 싶으셨는지도. 어쨌든 이제는 시든 소설이든, 날것과 본능이라는 근래의 트렌드를 따르기 보다는, 본래의 정공법으로 성실하게 써나간 작품을 만나고 싶다. 

 유하도 물론 정공법이나 성실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시인이다. 황동규나 이수익 같은 격조 있는 시인들에 비하면 그냥 산문을 쓰지, 할 정도로 장황하고 수다스럽다. 그러나 유하는 스스로의 장점을 미덕으로 끌어올리는데 나름 성공했고 그의 시집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은 김수영 문학상에 걸맞는 새로움과 발랄함 그 자체였다. 나는 그의 청승과, 허풍과, 유머를 좋아한다.

 기형도가 일기 쓰는 멜랑콜리커였다면 유하는 편지 쓰는 멜랑콜리커랄까. 그것도 연애편지 전문. 새끼 치는 조건으로 무보수 대필 편지 가능이라는 푯말을 들고 있을 듯한. 도무지 건조하고 냉정한 데라곤 없어뵈는 유하는 시를 쓰고 영화를 찍으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청승을 해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보인다. 듣기로는 보기 드문 거구라는데 그 안에는 순정만화에나 나올법한 웅크린 소년 하나가 엄마나 누나를 기다리며 울고 있을 것만 같다.

 이 시집은 99년 3월. 내가 갓 대학에 입학했을 무렵 구내서점에 들렀다가 충동구매한 책이다. 일단 표지와, 제목과, 시인이 마음에 들었고 아브라카다브라 그 사람을 사랑하게 해주오 그이의 마음은 알고 싶지 않나니(p.41)라는 구절을 보고 주문을 외워야겠단 생각에 망설임 없이 질러버렸다. 나중에 내가 심리적 안정을 되찾았을 때 이 사람은 자기 일기장에나 쓸 이야기를 책으로까지 냈네, 뾰루퉁하다가 조금 더 나이를 먹고 이 시집을 다시 읽었을 땐 정말 잘 쓴 시구나, 라고 생각했다. 없는 것을 끌어와가며 공들여 제조한 듯한 기교가 아니라, 안에서 솟구치는 청승의 봇물이 그분이 오시는 타이밍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열정으로 터져나온 듯한 자연스러움이 있었다. 음울한 실연의 감옥인 몸둥아리로부터 벗어나 한 그루 아름드리 시로 피어나고픈 욕망. 

나무

잎새는 뿌리의 어둠을 벗어나려 하고
뿌리는 잎새의 태양을 벗어나려 한다
나무는 나무를 벗어나려는 힘으로
비로서 한 그루
아름드리 나무가 된다

 그리고 그 나무는 새로 인해 무성한 이파리를 피워내고 사랑하는 자, 윤회를 믿게 되듯 시인은 날아오르는 새떼 속에서 내세를 본다. 

나무를 낳는 새

찌르레기 한 마리 날아와
나무에게 키스했을 때
나무는 새의 입 속에
산수유 열매를 넣어주었습니다

달콤한 과육의 시절이 끝나고
어느 날 허공을 날던 새는
최후의 추락을 맞이하였습니다
바람이, 떨어진 새의 육신을 거두어 가는 동안
그의 몸 안에 남아 있던 산수유 씨앗들은
싹을 틔워 잎새 무성한 나무가 되었습니다

나무는 그렇듯
새가 낳은 자식이기도 한 것입니다

새떼가 날아갑니다
울창한 숲의 내세가 날아갑니다

농담

그대 내 농담에 까르르 웃다
그만 차를 엎질렀군요
...... 미안해 하지 말아요
지나온 내 인생은 거의 농담에 가까웠지만
여태껏 아무것도 엎지르지 못한 생이었지만
이 순간, 그대 재스민 향기 같은 웃음에
내 마음 온통 그대 쪽으로 엎질러졌으니까요
고백하건대 이건 진실이에요

 경고하건대 제발 오버하지 말아요. 하지만 이처럼 귀여운 고백에 웃지 않을 수 없는 여인들이여. 당신은 유하의 개미지옥에서 오래도록 빠져나올 수 없을지니.

학교에서 배운 것

인생의 일할을
나는 학교에서 배웠지
아마 그랬을 거야
매 맞고 침묵하는 법과
시기와 질투를 키우는 법
그리고 타인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는 법과
경멸하는 자를
짐짓 존경하는 법
그 중에서도 내가 살아가는 데
가장 도움을 준 것은
그런 많은 법들 앞에 내 상상력을
최대한 굴복시키는 법 

 그 많던 상상력은 누가 다 치웠을까. 상상력 절제 상실증으로 학교에서 환영받지 못했던 유하. 그가 올리비아 핫세를 닮은 여고생의 뒤꽁무니를 쫓는 세운상가 키드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뛰어난 시인과 감독을 보는 대신, 주류일절을 애호하는 비주류 수다맨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오늘도 (유하라는) 베짱이는 허기진 노래를 부를 것이다. 개미를 한입에 먹어치우고 싶다고. (p.47) 그가 허기를 느낄 만큼 살아있고, 욕망을 채우기 위한 뜨거운 노래를 멈추지 않는 한 그의 행로를 계속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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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1-09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에 물오른 깐따삐야님, 노느라 책도 못읽는 전 깐따삐야님 리뷰 읽는 게 더 즐거워요 흐흐흐

여태껏 아무것도 엎지르지 못한 생이었지만
아, 여기 ㅠㅠ 나 이제 확 엎어버릴까봐

깐따삐야 2008-01-09 01:03   좋아요 0 | URL
아이구. 웬디양님이 즐겁다니 정말 좋으네요.
요즘 한가할 때 바짝 읽으려고 노력 중인데 언제 잠수탈지 모르는 게 또 내 특성이라는. 그간의 행로에 대해선 메피님이 잘 아시죠. 흐흐.

엎은 거 닦을 땐 살청님 수건 빌려다 씁시다. ㅋㅋㅋㅋ

웽스북스 2008-01-09 01:04   좋아요 0 | URL
입속에 들어갔다온 수건인데 괜찮을까요?
하도 악~ 물어서 이빨자국 강하게!! ㅋㅋ

잠수하기만 해봐요 청주로 날라갈테니 ㅎㅎㅎ

깐따삐야 2008-01-09 01:12   좋아요 0 | URL
앗! 그렇다면 살청님을 시켜서 닦으라고 합시다. ㅋㅋ

웬디수사관 날라오고 살청님이 비글 풀고 메피님이 펠레의 저주 내리면 난 벼랑에 몰린 깐들쥐겠구만. -_-



웽스북스 2008-01-09 01:46   좋아요 0 | URL
그러기전에 먼저 혈육을 잃은 슬픔에 젖은 엘신 형님이 깐따삐야 별에 있는 도우너에게 교신을 보내 텔레파시로 깐따삐야님을 잡아오라고 할 거에요 ㅋㅋ

아 근데 깐들쥐, 어째 징그러워요 (깐 들쥐라니 ㅠㅠ 너무 편혜영 소설이다 ㅋㅋㅋㅋㅋㅋ)

깐따삐야 2008-01-09 01:53   좋아요 0 | URL
엘신형님은 나의 잠수를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왠지. ㅋㅋ

사육장 덕분에 요즘 야생의 이미지에 사로잡혀 지낸다는. 으흐흐.

깐따삐야 2008-01-09 18:02   좋아요 0 | URL
어쩌면 위에 보이는 웬디양님은 메피님일지도 모른다는. 항간에는 메피님의 분신설이 나돌고 있거든요. ㅋㅋ (커피는 맥심 커피믹스가 쵝오에요!)

채찍은 없지만 가죽허리띠가 있으니 이리 오시길.


 

가면우울증

- 강기원


나는 즐겁다
(즐거워야 한다)

나는 너그럽다
(내 심장은 퀼트처럼 조각나 있다)

나는 웃는다
(울음은 멈춰지지 않으므로)

나는 늘 기도한다
(십계명의 '하지 말라'가 '하라'로 읽힌다)

나는 노래한다
(내 귀를 막고)

나는 아픈 적이 없다
(병명을 모른다)

얼굴 위에 얼굴을 덧씌운다
(버릇이 되면 숨 막히지 않는다)

나는 나다
(나는 내가 아니다)


- '세계의 문학' 제32권 4호(2007 겨울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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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1-08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덧글아래 덧글을 덧씌운다
(버릇이 되면 잠도 오지 않는다)

살청님 스페셜 버전
입 안에 수건을 덧씌운다
(버릇이 되면 웃음소리가 새나가지 않는다)

깐따삐야 2008-01-08 02:13   좋아요 0 | URL
이 방이 좀 한가하죠?
패로디 이벤트 해야겠다. 웬디양님이 따논 당상일세. 넘 웃겨. ㅋㅋㅋㅋ

웽스북스 2008-01-08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 이제 자러 갈거에요

깐따삐야 2008-01-08 02:17   좋아요 0 | URL
옹! 좋은 생각이에요. 언능 자요. 언능! 명동교자칼국수 기대기대.^^

웽스북스 2008-01-08 02:19   좋아요 0 | URL
나는 잠든 적이 없다
(입술을 깨문다 ㅠㅠ)

나는 하품한 적이 없다
(눈물이 흐른다 ㅠㅠ)

깐따삐야 2008-01-08 02:22   좋아요 0 | URL
웬디양은 잔다
(자야 한다)

깐따삐야는 졸린 적이 없다
(낮밤을 모른다)

Mephistopheles 2008-01-08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보시요들 설교시간 다가오는데 교인들이 안보이오..

깐따삐야 2008-01-08 12:19   좋아요 0 | URL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프레이야 2008-01-08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십계명의 하지말라가 하라로 읽힌다.
이거이 확 땡겨요 ㅎㅎ

다락방 2008-01-08 10:14   좋아요 0 | URL
십계명의 하지말라가 하라로 읽힌다.
이게 땡기는 두번째 人 이로군요, 저는. 훗 :)

깐따삐야 2008-01-08 12:21   좋아요 0 | URL
저두요! ㅎㅎ

Mephistopheles 2008-01-08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오면우울증은 뭔가요?? (시비돌이님 성대묘사가 아닌 댓글묘사)

깐따삐야 2008-01-08 22:17   좋아요 0 | URL
그건 저한테 묻지 마시구요.
우울증 전문가이신 로쟈님께 자문을 구하시길! ㅋㅋ

웽스북스 2008-01-09 00:54   좋아요 0 | URL
아 나 그거 하려다가 참았는데 ㅋㅋ

비로그인 2008-01-08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거 좋네. ^^
그런데 요즘 이게 유행인가...글은 감동~ 댓글은 코메디...=_= ㅋㅋ

깐따삐야 2008-01-08 22:19   좋아요 0 | URL
형님이 좋으시다니 저두 기뻐요.^^
살청님도 저러다 마시겠죠 머. ㅋㅋ